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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특별한 퓨전극의 탄생 갑자기 조선시대로 떨어진 최고의 신경외과 전문의 진혁(송승헌)의 눈앞에는 끊임없이 긴급한 환자들이 등장한다. 그는 떡을 먹다 갑자기 목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하는 저잣거리 왈자패 두목 주팔이(김원종)의 목에 구멍을 내서 살려내고, 칼에 머리를 맞아 내상을 입은 홍영휘(진이한)와 뇌에 생긴 혈종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은 최고 실세 좌의정 김병희(김응수)를 뇌수술로 살려낸다. 또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춘홍(이소연)을 인공호흡으로 숨 쉬게 하고, 말에 머리를 다치는 사고로 죽어가는 여인을 구한다. 아마도 이라는 이 특별한 드라마를 상징하는 장면은 조선시대로 간 진혁이 환자의 뇌수술을 하기 위해, 끌과 정 같은 살벌한 도구로 머리에 구멍을 내는 장면일 것이다. 그에게는 조선시대로 떨어질 ..
사극의 그들, 예능에서 주목되는 이유 우리가 알고 있던 이서진의 모습은 사극 속의 왕이 대부분이다. 반듯한 이미지에 신뢰 가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사를 던지는 이서진에게서는 진짜 '왕족'의 아우라가 느껴지곤 했다. 그런 그였기에 그 반전이 주는 웃음도 클 수밖에 없었을 게다. '1박2일' 절친 특집에 이승기의 초대로 출연한 이서진은 지금껏 궁 안(?)에서 보여주던 반듯함을 깨고, 은근히 승부욕 있고, 은근히 폼생폼사하며, 은근히 성깔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대형(미대 다니는 형)'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런 '미대형'이란 캐릭터가 창출된 것은 거기 혹한기 실전캠프를 함께 한 '1박2일' 멤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이서진의 야생에서도 어딘지 도도하려 하고, 하지만 그게 가능하지..
'해품달', 하이틴 로맨스 사극의 탄생 "잊어 달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랐느냐? 미안하구나. 잊으려 하였으나 너를 잊지 못하였다." 왕세자 훤(여진구)이 연우(김유정)에게 애틋한 마음을 고백한다. 10대의 어린 나이지만 어딘지 이 고백에는 절절한 훤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 고백을 듣는 연우의 마음 또한 그 진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어딘가 어둠 속에서 그들을 아프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훤의 이복형이자 존재자체가 위협이 되는 라이벌 양명(이민호)이다. 그는 일찍이 "모두가 세자의 사람이 되어도 좋다"고 했다. 연우만 그의 사람이 된다면 말이다. 한편 연회에서 홀로 멈춰선 윤보경(김소현) 역시 끈 떨어진 연처럼 어딘가 사라져버린 훤을 찾는다.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 이것은 이 사극의 제목이..
'뿌리', 장르의 종합선물상자된 이유 '뿌리 깊은 나무'의 첫 시작은 액션 스릴러였다. 궁에 겸사복으로 들어온 채윤(장혁)이 세종(한석규)을 살해하기 위해 상상으로 재구성하는 액션 신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액션은 채윤의 어린 시절인 똘복(채상우)과 세종의 젊은 시절인 이도(송중기)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정치드라마라는 장르로 옮겨간다. 세종과 태종 이방원(백윤식) 그리고 정도전 일파의 정치 대결구도가 그것이다. 이 정치 대결의 이야기는 그러나 정치드라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휼(조진웅)과 조말생(이재용)의 대결구도로 넘어가면서 액션 장르와 뒤섞인다. 태종이 밀본(정도전에 의해 만들어진 비밀결사)을 찾아내는 과정은 정치적인 해석과 지적인 추리가 절묘하게 얽혀있는 시..
드라마라는 뿌리 중의 뿌리는 역시 스토리다 1시간이 너무 짧다. '뿌리 깊은 나무' 3회는 그 속도감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쏟아지는 화살비 속으로 걸어 들어간 세종(송중기)의 마지막 장면의 긴박감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키며 흘러가고 어느새 마지막 장면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토록 빠른 속도감을 주는 드라마가 있었던가. '뿌리 깊은 나무'의 이 미친 속도감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제 고작 4회가 진행됐지만 이 사극은 엄청나게 많은 연기자들이 투입되었다. 세종만 해도 어린 이도(강산), 젊은 이도(송중기)를 거쳐 이제 나이든 세종(한석규)까지 무려 세 명이다. 세종에게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는 채윤 역시 어린 채윤(채상우), 소년 채윤(여진구), 그리고 성장한 채윤(장혁)까지 세 ..
'계백' 어쩌다 치정극이 됐나 아무리 최근의 사극들이 역사를 재해석하고 상상력의 틈입을 더 많이 허락한다고 해도 '계백'은 너무 지나치다는 인상이 짙다. 실제 역사에서 무왕(최종환)이 그토록 나약한 존재였을까. 그래서 사택가문에 의해 왕권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었을까. 백제와 신라가 원수지간이었던 당시, 선화공주는 과연 실존하는 인물이었을까. 교활할 정도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의자(조재현)는 어떤가. 게다가 은고(송지효)라는 여인 한 명을 두고 벌이는 볼썽사나운 왕과 신하 사이의 줄다리기라니. '계백'은 도대체 주인공이 누구인지 종잡기 어려운 사극이다. 제목을 '계백'으로 잡았다면 그 인물이 가진 역사성에 천착해야 할 텐데, 이 사극은 계백을 그저 한 여인에게 목매는 평범한 인물로 그리고 있..
'뿌리 깊은 나무', 이 뿌리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피어날까 "내가 조선의 임금이다!" 왕이 스스로 이렇게 외치는 이유는 명백하다. 왕이지만 왕의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송중기)은 아버지인 태종(백윤식)의 그늘 아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태종이 권력을 잡기 위해 친인척을 구분하지 않고 피의 숙청을 감행하는 것을 보면서도 세종은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 "걸리적거리는 것들은 모두 치워버리는 것"이 정치라 생각하는 태종 앞에서 "나의 조선은 다를 것"이라 말하지만 세종은 "너의 조선이란 게 무엇이냐?"는 태종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런 세종을 일깨운 것이 일개 똘복(채상우)이라는 민초 아이라는 사실은 세종의 정치철학은 물론이고 이 사극이 ..
현대판 '선덕여왕' 같은 '로열 패밀리', 그 흥미진진함의 이유 "회장님 지시면 인권을 유린해도 되는 거야? 공회장이 무슨 왕이라도 되는 거냐구. 아니 왜 다들 정가원에만 있으면 시대감각을 잃는 거야. 지금 무슨 사극 찍어요? 멀쩡한 사람을 어디다 가둔다고 그래?" '로열 패밀리'에서 한지훈(지성)은 정가원에서 왕처럼 군림하며 가족들을 쥐락펴락하는 공순호(김영애)회장이 자신과 김인숙(염정아)을 감금하려 하자 이렇게 말한다. 한지훈의 비유 섞인 대사지만 사실 이 대사는 이 드라마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로열 패밀리'는 현대판 사극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대판 '선덕여왕'이다. 이 드라마의 중심이 되고 있는 JK그룹은 하나의 왕국이고, 공순호 회장은 그 왕국의 여왕이다. 여왕의 가신들은 가족이다.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