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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알쓸신잡3’, 소피스트도 울고 갈 이야기꾼 유시민과 김영하“정치적 삶(공동체의 삶)은 오직 말과 행동으로 이뤄진다. 말을 통해서 공공의 삶에 개입할 수 있다.” tvN 에서 앞서나가던 그리스가 왜 기독교 문화가 들어오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김영하는 한나 아렌트의 그 말을 꺼내놓는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말과 정치의 참여를 죄의 근원으로 보고 ‘관조’를 중시하게 만들었다는 것. 공적인 삶이 아니라 사적인 삶으로서 기도하고 관조하는 삶을 강조함으로써 결국은 권력자들에게 유리한 시스템이 되었다는 것이다.그 말을 듣던 유시민은 당시 공공교육이 전혀 존재하지 않던 그리스에서 사설교육을 담당하던 소피스트들이 부당하게 폄하된 면이 있다고 했다. 말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던 당대 그리스의 민주..
'미션'이 말하는 "사랑하라"와 "살아남아라"의 의미tvN 주말드라마 에서 유진 초이(이병헌)는 빵집 테이블 밀가루 위에 L, V, E를 쓰고 L과 V 사이에 반지를 놓아 ‘LOVE’라는 글자를 만들어 고애신(김태리)에게 건넨다. 그는 반지를 손가락으로 집어 고애신의 손에 끼워주며 말했다. “이 반지의 의미는, 이 여인은 사랑하는 나의 아내란 표식이오.” 그런데 유진 초이가 반지를 손으로 집을 때 L과 V 사이에 O 대신 I라는 선이 그어진다. 그래서 ‘LOVE’는 ‘LIVE’가 된다.이 짧은 장면 속에 이 담아내려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고애신은 유진 초이에게 미국으로 함께 가자고 속여 일본에 들어가 무신회에 붙잡힌 이정문(강신일)을 구하려고 한다. 고애신은 유진 초이를 사랑하지만 차마 사랑한..
‘휴먼다큐 사랑’, 꽃보다 예쁜 엄마와 어머니 그리고 딸“어머니 꽃 같으세요. 꽃 같아요.” 시어머니 김말선씨의 105세 생신날, 며느리 박영혜(68)씨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곱게 단장하신 시어머니에게서는 젊어서 특히 단정했을 그 모습이 그려진다. 그 생신을 축하하듯 영혜씨의 친정엄마 홍정임씨가 구성지게 노래를 불러준다. “청춘을 돌려다오-” 이제 웃을 일이 없을 것만 같은 나이지만, 시어머니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다시 돌아온 MBC ‘엄마와 어머니’편이 예쁘게도 담아낸 사랑과 사람의 풍경이다. 며느리이자 딸 영혜씨도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러니 그 나이에 엄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운신도 혼자 하지 못하시고 밥숟가락도 혼자 들기 버거워 하시는 시어..
'키스' 감우성·김선아의 사랑은 묘하게도 병을 닮았다SBS 월화드라마 의 사랑, 어딘가 병을 닮았다. 그 병은 거부하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전염된다. 손무한(감우성)은 안순진(김선아)에게 이끌리면서도 그 마음을 거부하려 했다. 자신이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안순진을 사랑하게 됐다. 마치 원하지 않아도 병이 찾아오는 것처럼.안순진은 손무한을 ‘숙주’로, 자신을 ‘기생충’으로 불렀다. 그건 물론 농담 섞인 이야기였지만, 자신의 속내 깊은 곳에 사랑보다 더 절실한 게 삶이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내일은 기대하지도 않는 ‘오늘만 사는 삶’. 그래서 그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부정하고 자신은 그저 손무한에 ..
‘그사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족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자식을 먼저 보낸 사고 현장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끔찍할까. JTBC 월화드라마 에서 문수(원진아)의 엄마 윤옥(윤유선)은 멀찍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손이 떨렸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에게 사고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 양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니 그 떨리는 손에 애써 술병을 쥐고 의지했을 터다.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 하동철(안내상)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겨우 찾아낸 딸의 시신을 확인한 그는 못내 아내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 확인하고 딸을 떠나보냈지만 아내인 윤옥은 그게 끝내 후회로 남았다. 그 마지막 얼굴을 못보고 떠나보낸 것이. 하지만 남..
‘남한산성’이 촉발한 정치권 공방, 예나 지금이나...죽음을 불사하고라도 치욕적인 삶은 살지 말아야 한다. 살아야 비로소 대의도 명분도 있다. 영화 은 병자호란 당시 청의 대군에 포위된 남한산성에서 당시 척화파였던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과 주화파였던 최명길(이병헌)이 치열하게 벌인 논쟁을 다뤘다. 유독 추웠던 그 해 겨울, 성을 지키는 군사들은 청군이 오기도 전에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판이었다. 청군들은 칸이 직접 오는 시기에 맞춰 남한산성을 총공격할 준비에 들어간다. 인조(박해일)는 김상헌의 주장도 최명길의 주장도 허투루 들을 수가 없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쉽게 무릎을 꿇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죽어가는 백성들과 군사들을 대의명분을 따지며 버티기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살 수 있..
,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동시에 껴안고 걸어가는 왜 tvN 드라마 는 그 앞에 ‘쓸쓸하고 찬란하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았을까.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점에 서서 다시 처음을 돌아보니 도깨비라는 캐릭터는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쓸쓸하지만 또한 찬란하게 스러진다. 그의 가슴에 꽂힌 검이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면서 가슴 한 켠에 꽂고 살아가는 쓸쓸함과 찬란함을 표징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그 검이 뽑히는 날 누구나 쓸쓸하고 찬란하신 죽음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여타의 드라마였다면 죽음은 그 이야기의 끝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는 죽음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이미 그들은 여러 차례 죽었었다. 김신(공유)과 김선(유인나)은 이미 왕여(이동욱)의 지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바 있고,..
‘앎’, 죽음이 삶에 건네는 이야기 망자는 오히려 남은 자들의 등을 두드린다. 그래서일까. 남은 자들도 망자가 가는 그 길에 하는 이야기들은 “걱정하지 말라”, “사랑한다”, “다시 만나자”, “영원히 잊지 않을께” “잘못했어” 같은 말들로 채워진다. 물론 그 가는 길이 쉬울 리 없고 보내주는 마음 역시 선선할 수 없다. 화장되어 나온 고인의 마지막 한 자락을 끝까지 껴안으며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데...”라고 믿기지 않는 마음을 털어 놓는다. 도대체 ‘앎’이 굳이 죽음을 물어본 건 무슨 의도였을까. 이 특집 다큐멘터리는 PD가 누나의 말기 암 소식을 접한 뒤 절망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생각하면서 시작됐다. PD는 우리나라 최초의 호스피스 병동인 갈바리 의원을 찾아 그 곳의 수녀님들에게 죽음에 대한 질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