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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변칙 개봉 논란과 영화의 공존 에서 시저는 유인원 종족들을 이끌고 인간들 앞에 서서 서로의 ‘영역’에 대해 말한다. 숲은 유인원들이 사는 공간이고, 도시는 인간 생존자들이 사는 공간이라는 것. 시저는 각자의 영역에서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즉 인간과 유인원 간의 대결을 보여주는 은 20세기 내내 인류를 전쟁으로 내몰았던 타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그 바탕에 깔고 있다. 10여 년을 각각 살아가던 인간과 유인원이 어느 날 우연히 조우해 총성이 울리는 그 장면은 그래서 이 영화 전체를 압축한다. 인간은 낯선 숲에서 갑자기 마주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유인원에게 느낀 공포로 인해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유인원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잡혀 갖가지 실험을 당했던 유인원 코바는 인간에 ..
, 참회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할 수 있어야 그게 사람이다. KBS 주말드라마 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이 드라마에는 유독 “잘못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드라마의 시퀀스들도 거의 대부분이 잘못을 참회하는 것들이다. 이 집안에 얹혀사는 강동희(옥택연)의 친엄마인 하영춘(최화정)은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린 죄를, 구박받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참회하는 중이다. 강동희가 그런 엄마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갑자기 잘 대해주자 그녀는 잘 해주는 것이 겁난다고 말한다. 그냥 하던 대로 구박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강동희는 역시 자신의 자식들에게 동생이라고 속여 키운 죄를 사죄하는 중이다.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
그래도 우리가 을 꿈꾸는 까닭 업무 도중 사망한 비정규직을 위해 자신의 연봉을 가불해 그 가족을 먼저 도와주고,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회사 차량에 새겨 고인을 기억하며, 가족을 찾아가 그 자식에게 “이제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고 말하는 사장. 회사의 쇼핑센터를 짓기 위한 시장 부지 매입에서도 먼저 시장 상인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장. 무엇보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가족처럼 챙기는 사장... KBS 월화드라마 은 서민들의 판타지다. 이런 사장이 현실에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서민들은 그런 사장을 더더욱 꿈꾸는 지도 모른다. 부유한 재벌가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라나고 해외에서 학위를 받아 머리도 좋고 배운 것도 많은 현성그룹 사람들과, 태어날 때부터 버려져 고아로 자라오며 시장통에서 ..
, 그리고 의 김상중 “그런데 말입니다.” SBS 에서 김상중이 버릇처럼 이렇게 말하면 다음에는 어떤 말이 나올까를 자못 기대하게 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그대로 전해주면서 거기에 어떤 의구심을 덧붙이는 이 전환용 멘트는 그래서 김상중의, 아니 나아가 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조금은 차가운 듯한 이미지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얘기하듯 또박또박 내뱉는 대사는 김상중이란 배우를 딱딱한 이미지로 각인시킨 이유였다. 그래서 에서의 홍준표는 우유부단하고 뻔뻔하기까지 하면서 전혀 변화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에서의 강동윤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랬던 김상중의 이미지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가 점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상류층의 부조리를 폭로하..
MBC 시사교양, SBS에 밀려버린 이유 지난달 SBS 가 내보낸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잘못된 우리네 사법 정의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정의의 부조리는 이 한 편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으며 그간 한숨으로 침묵하던 서민들의 공분을 터트렸다. 그 후속편으로 나간 ‘죄와 벌-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 역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사모님의 뒤에 놓여진 의사-변호사-검사의 커넥션을 파고들어 ‘그들만의 사법’이라는 충격적인 문제를 꺼내놓았다. 최근 들어 는 이른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공분’을 잡아내고 있다. 이전에 방영된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스캔들’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영훈국제중학교의 비리를 파헤쳤다. ..
정형돈 돈가스 논란, 무엇이 문제일까 ‘연예인 돈가스’라는 말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때, 아마도 거의 대부분은 정형돈을 떠올렸을 것이다. 정형돈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도니도니’라는 제품명, 게다가 정형돈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돼지의 이미지가 그를 마치 돈가스의 대명사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형돈이 이름을 걸고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누구나 이 제품의 사업주가 정형돈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홈쇼핑에 직접 나와 물건까지 팔았으니... 검찰이 함량 미달 돈가스를 판매해 7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한 축산물가공업체 대표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소식. 그 때 떠올랐던 ‘연예인 돈가스’라는 실명이 거론되지 않던 검색어는 그렇게 유야무야 사라지는 듯..
거듭된 실패와 논란, JYP 신뢰하락의 원인 이대로 가다간 국내 3대 기획사의 하나로 지칭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최근 MBC 로 불거진 JYP 소속 아이돌 스타 캐릭터 상품 사업 논란은 작금의 JYP가 처한 위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JYP의 주장처럼 속사정을 전혀 몰랐을 수 있다. 그리고 손해를 영세 하청업체들이 떠안은 것은 계약서 상에 명시된 대로 판매수익에 따른 정당한 것이었을 게다. 따라서 이를 가지고 섣불리 ‘갑의 횡포’니 ‘을의 눈물’이니 말하는 건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제 아무리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해도 사업이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해당자의 책임이 아닌가. 하지만 다른 회사도 아니고 JYP다. 국내 3대 기획사로 손꼽히고 해당 연예인들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
MBC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스데스크 MBC 가 오는 11월부터 시간대를 9시에서 8시로 당기기로 결정했다. 시청자들의 생활패턴에 큰 변화가 있다고 판단해 달라진 패턴을 반영했다는 것이 MBC측의 시간대 변경의 변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는 시청률 하락일 것이다. 는 지난해 평균 11% 대의 시청률에서 올해 5%, 심지어 3% 대 시청률까지 곤두박질쳤다. MBC는 이 시청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 그 시간대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8시에 SBS가 뉴스를 먼저 하기 때문에 9시대의 뉴스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KBS가 9시 뉴스를 고집하면서도 20%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MBC의 시간대 변경의 변을 무색하게 만든다. 실제로 8시로 가 옮겨간다고 해도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