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가 뿔났다 (16)
주간 정덕현
대폿집 소주 그 소통의 맛, ‘엄마가 뿔났다’ ‘엄마가 뿔났다’의 자식들 때문에 잔뜩 뿔이 난 엄마, 김한자(김혜자). 그녀에게 남편 나일석(백일섭)이 소주잔을 건네며 묻는다. “한 잔 할텨?” 김한자는 남편의 살뜰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소주잔을 거부감 없이 받아든다. 집안에서 엄마가 마시는 소주는 아버지가 마시는 소주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엄마는 소주 한 잔에 속내를 수다로 풀어내지만, 아버지는 그저 빙그레 웃을 뿐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시커먼 속을 드러내는 것이 가족들에게 하등 좋을 것이 없기에 혼자 곱씹을 뿐이다. 주사라도 정겨운, 품위라도 갑갑한 술 ‘엄마가 뿔났다’에서 술을 마시면 거침없이 속엣말을 해대는 쪽은 따라서 여자들이다. 김한자네 집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은 나이석(강부자..
월화-사극, 수목-전문직, 주말-가족극 드라마의 완성도가 뛰어나서 성공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드라마의 장르가 그 방영요일(편성)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일까. 최근 드라마들의 성적표를 보면 요일별로 장르가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월화의 ‘이산’, 수목의 ‘온에어’, 그리고 주말의 ‘엄마가 뿔났다’가 그 드라마들이다. 물론 예외적인 것들(예를 들면 ‘조강지처클럽’같은)이 있지만 대체로 이 구도는 꽤 오래 지속되어 왔다. 월화의 밤을 사극으로 굳혀버린 장본인은 다름 아닌 ‘주몽’이다. 34주 연속 시청률 1위라는 괴물 같은 기록을 남긴 이 사극은 타 방송사들의 드라마들을 모두 침몰시키면서 월화의 밤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것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이산’이다. ‘이산’과 함께 맞불 작..
지위가 올라도 일은 더 많아진 이 시대의 엄마들 확실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진 시대다. 그래서일까. 주말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여성들이다. 그 여성들이라 함은 TV 앞에서 리모콘을 들고 있는 여성들이기도 하고, 그 TV 속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따라서 이 시대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가늠하게 해준다. 과연 이 시대의 여성들은 사회진출도 많아지고 위상도 높아진 만큼 덜 피곤한 삶을 살게 된 걸까. ‘엄마가 뿔났다’의 엄마, 김한자(김혜자)의 일상은 노동 그 자체다. 자식들 때문에 늘 뿔이 나있으면서도 손에서는 일을 놓지 않는다. 그녀는 그 누구도 대신 감당해줄 수 없는 뿔을 저 스스로 끌어안고, 툴툴대면서도 늘 가족들의 밥상을 차리고, 방을..
김수현 작가의 밥상은 늘 훈훈하다 ‘엄마가 뿔났다’의 엄마, 김한자(김혜자)는 자식들 때문에 뿔이 잔뜩 났다. 늘 부엌에서 살다시피 밥을 짓는 그녀가 울면이 먹고싶다며 시아버지를 조른다. 중국집에서 시아버지가 사주시는 울면을 먹으면서 그녀는 소녀처럼 즐거워한다. 한편, 뿔난 그녀가 마음에 걸려 남편 나일석(백일섭)은 붕어빵을 사 가지고 그녀를 찾는다. 울면이나 붕어빵은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는 그것이 마음을 전해준다. 그 마음은 그걸 만들거나 사주는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고, 그걸 먹는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다. 김한자가 답답하다며 남편 나일석을 졸라 저녁 드라이브를 간 곳은 다름 아닌 딸이 일 때문에 잠을 자곤 하는 오피스텔이다. 그녀의 손에는 반찬그릇이 들려있다. 그리고 그 집 앞에서 ..
공식에 빠진 주말극, 남은 건 작가색 먼저 서로 다른 집안환경에서 자라난 남녀가 있다. 그런데 그들은 집안환경과 상관없이 서로를 사랑한다. 밖에서 연애를 할 때야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이가 되자 문제는 복잡해진다. 결혼을 앞두자 남자 혹은 여자는 그동안 상대방에게 속여왔던 자신이 부자임이 드러나거나, 스스로 그 사실을 밝히게 된다. 공교로운 것은 대체로 그 부잣집 자제는 상대방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 자제라는 점이다. 부유한 집안 부모는 결혼을 반대하고 결국 그 반대에 모멸감을 느끼던 한 쪽은 회사를 그만두거나 결혼을 포기하겠다는 통보를 한다. 혹은 그 반대의 결정을 하기도 한다. 놀랍게도 위에 적어놓은 스토리는 지금 현재 주말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
주말극, 재벌가보다는 서민을 보다 요즘 주말극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재벌가와의 로망이라는 오래된 코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의 대기업 회장 김진규네 아들 김정현(기태영)과 서민적인 나일석네 딸 나영미(이유리)간의 사랑이 그렇고, ‘행복합니다’의 재벌집 딸 박서윤(김효진)과 이준수(이훈)의 사랑이 그렇다. 서로 다른 사회적 지위나 부의 차이를 가진 남녀의 만남은 이미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쓰던 시대에서부터 내려오던 고전적인 소재. 그것이 오랜 고전이 되고 지금까지도 자주 소재로서 활용되는 이유는 그 자체로 신분상승 욕구나 변신욕구를 자극하는 강력한 환타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때 이 설정은 툭하면 신데렐라의 변주 정도에 그치면서 식상해져버린 트렌디 드라마를 근본적으로 비판받게 ..
‘엄마가 뿔났다’, 그녀들을 뿔나게 한 것 ‘엄마가 뿔났다’의 엄마 김한자(김혜자)는 자식들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다. 세탁소 일을 하고 있는 아들 영일(김정현)의 아이를 가졌다며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미연(김나운)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막내 영미(이유리)는 밥벌이도 못하는 남자(실제론 재벌2세이지만)와 결혼을 하겠단다. “내 인생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사실상 대부분의 자식 가진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잡아낸다. 세상에 제 맘대로 되는 자식 가진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그래서 그녀는 늘 ‘안해요! 못해요!’하고 말하면서 화를 내거나 때론 눈물을 보인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걱정되어 찾아온 자식들 앞에서 그녀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며 언제 그랬냐싶게 금세 웃어 보인다. 이 조..
‘엄마가 뿔났다’vs ‘천하일색 박정금’ 주말극은 가족극을 선택했고, 가족극은 여자를 선택했으며 그 여자는 엄마와 아줌마로 그려지고 있다. 주말 저녁 8시 동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와 하청옥 작가의 ‘천하일색 박정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두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엄마와 아줌마는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깊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힘이 있기에 소재만으로도 어느 한쪽의 우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초반 시청률 경쟁을 장악한 것은 명불허전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 하지만 ‘천하일색 박정금’의 추격이 만만치가 않다. 주말극의 두 여자들은 무엇을 무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고 있을까. 김수현표 엄마의 일상, ‘엄마가 뿔났다’ ‘엄마가 뿔났다’는 제목처럼 엄마에 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