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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이끼'의 원작 만화가인 윤태호 작가를 만났습니다. 처음 보는 자리인데도 이미 몇 번 만난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었죠. 먼저 서로 들고 있는 아이폰으로 범핑을 하면서 어떤 동지의식 같은 것을 갖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윤 작가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런 익숙함을 만들어주었죠. 우리는 거의 비슷한 경험을 하며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지내왔다는 그 바탕에서 쉽게 '이끼'라는 작품의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끼'에 70년대 아버지 세대의 아픔이 묻어난다는 저의 말에 윤태호 작가는 당시 그토록 커보였지만 어느새 세월에 깎여 점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들이 겪은 그 힘겨움이 새록새록 느껴진다고. '..
'이끼', '자이언트', '제빵왕 김탁구'가 70년대를 택한 이유 드라마와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70년대가 다시 피어나고 있다. 수목드라마로 40%의 시청률을 넘보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는 70년대의 질곡을 겪고 자라난 김탁구(윤시윤)가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제빵왕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자이언트'도 70년대 개발시대 강남땅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개발전쟁을 다루고 있다. 한편 벌써 2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이끼'도 그 근간을 보면 70년대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70년대 개발시대에 아버지가 겪은 고통의 시간들을 현재의 신세대 주인공이 하나씩 되밟아가는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70년대 개발시대를 이들 콘텐츠들이 다루고 있을..
'이끼', 신구세대를 가로지르다 그저 지나쳤으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런 시골마을. 이제 개발의 손길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지만 도시인의 마음으로 보면 심지어 살고 싶을 정도로 한적한 그런 풍경. 그 풍경은 과연 아름답기만 한 걸까. 거기 덤불 아래, 세워진 집 아래에는 뭔가 숨겨진 시대의 생채기가 남아있지 않을까. '이끼'는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다. 어느 날 그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젊은 청년은 이곳으로 들어와 그 덤불을 들춰보고는 거기 무언가 이상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이상함은 전체주의적인 분위기다. 이장 천용덕(정재영)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마을 사람들이나, 마치 파놉티콘을 연상시키는 이장의 집에 의해 감시되는 마을. 의절한 채 살아왔던 아버지의 부음으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