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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돈꽃' 명작으로 만든 김희원 PD, 특급 드라마 연출자가 나타났다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은 막장이 아니냐는 의심에서 시작해 명작으로 끝을 맺었다. 사실 우리가 막장이라고 부르는 드라마의 범주는 애매모호하다.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한다거나 혹은 만듦새가 엉성해 도무지 개연성을 찾을 수 없는 드라마를 흔히 막장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저 ‘기업극화’나 ‘복수극’ 혹은 ‘출생의 비밀’ 같은 코드들을 무조건 막장이라는 선입견으로 치부하기도 한다.하지만 작품을 막장과 명작으로 가르는 건 결국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 만듦새에 있고, 또 그 만듦새가 지향하는 일관된 메시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그 흔한 복수극과 기업 내의 권력 투쟁 같은 흔한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명작이 된 이유를 ..
많은 드라마들이 배워야할 ‘돈꽃’의 미학도대체 이 그리스 비극을 연상케 하는 비장미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제 2회만을 남긴 MBC 주말드라마 을 되돌아보면 이 작품이 현재의 드라마 현실에 있어서 독특한 아우라를 남기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세태를 담는 가벼운 소품들이거나 고유의 문법을 따라가는 장르물이거나 혹은 자극적인 코드들로 버무려내는 뻔한 막장극 같은 것들이 안타깝게도 지금의 드라마 세상을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간간히 명작들이 등장하고, 그래서 더더욱 그런 명작들이 소중하게 다가오지만.은 오랜만에 보는 정통 비극이다. 이 드라마의 서사구조는 그리스 비극의 그것을 거의 닮았다. 세상 밖으로 내쳐진 주인공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오는 과정이고, 자신을 버린 자들에 대한 ..
, 조정석표 웃픈 멜로 제대로 터진 까닭 ‘사랑해요 표나리’ 그의 방안 가득 채워진 그림들은 아마도 이 짠내 가득한 남자의 마음 그대로가 아니었을까. 이화신(조정석)의 방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표나리(공효진)는 그 그림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간 이화신이 했던 어린아이 투정 같던 그 행동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화를 내고 삐치고 투덜대던 그 모든 행동들이 사실은,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가 서로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도 억지로 괜찮은 척 하려했던 이화신의 짠내나는 사랑과 우정이었다는 것을. 처럼 희비극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단번에 보여주는 멜로는 흔치 않다. 표나리를 사이에 두고 친구인 고정원(고경표)과 갯벌에서 주먹다짐을 했던 이화신이 온 몸에 뻘을 묻힌 채 홀로 걸어가는 ..
질투가 사랑이다, 의 사랑방정식 “난 더 질투하는 엄마랑 살 거야. 더 질투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니까.” 빨강이(문가영)는 치열(김정현)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녀를 좋아하는 치열과 대구(안우연) 사이에서 자신의 선택의 기준이 ‘질투’라는 걸, 자신을 두고 서로 같이 살자는 두 엄마들(친 엄마와 새 엄마) 이야기로 에둘러 말한 것. 이것은 SBS 수목드라마 의 독특한 사랑방정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빨강이가 중요한 것은 그녀가 흩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모두 엮어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절망한 그녀가 클럽에 갔다가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에 끌려가자 이 드라마의 거의 모든 인물들이 경찰서로 달려간다. 그녀가 삼촌이라 부르는 락 빌라의 주인인 김락(이성재)은 물론이고, ..
, 치열한 일과 멜로가 만났을 때 역시 서숙향 작가의 멜로는 확실히 다르다. 그저 그런 잘 난 남자와 신데렐라의 이야기 따위는 그녀의 드라마에서는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드라마에는 치열한 일터의 현실이 있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를 구원하는 왕자 같은 남자? 아마도 여성들은 그런 판타지를 꿈꿀지 몰라도 그것이 현실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판타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서숙향 작가의 작품 속 남자들은 그래도 우리 주변에서 있음직한 그런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리얼리티 멜로라고나 할까. 가 심지어 외계인을 등장시켜 여심을 사로잡는 판타지 멜로의 극점이라면 는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벌어지는 리얼리티 멜로의 극점이다. 97년 IMF 시절, 한창 벤처 붐이 일었던 그 시대의 ..
선악을 넘어, 관계의 화학반응으로 가는 '신데렐라 언니' "나한테 뜯어먹을 거 있어? 왜 웃어?" '신데렐라 언니'의 그 언니인 은조(문근영)는 그녀를 향해 해맑게 미소 짓는 기훈(천정명)에게 다짜고짜 쏘아댄다. 기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넌 뜯어먹을 게 있어야 웃니?"하고 되묻는다. 어쩌다 은조는 '뜯어먹을 게 있어야 웃는다'고 여기는 아이가 되었을까. 기훈의 질문은 전통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속에서 그 언니가 왜 그토록 악독했던가 하는, 지금껏 아무도 던지지 않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이 악독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신데렐라 언니'는 신데렐라 이야기 속에서 소외된 그 언니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그녀가 그토록 독해지고 매정해진 사연을 찾아낸다. 그녀의 어머니 송강숙(이미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