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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인간은 어째서 인간인가 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없는 영화다. 물론 중간에 극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극화된 부분이 있지만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엄홍길 대장의 휴먼원정대를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한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영화가 그려내는 극적인 이야기의 감동을 지워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영화는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실제라는 것에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면이 있다. “산에 왜 오르는가”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한 에베레스트 첫 등반자인 영국의 조지 리 맬러리의 유명한 말은 이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농담처럼 회자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산에 왜 오르는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왜 함께 ..
동물과 인간의 공존, 처럼 산체와 벌이 없는 를 생각할 수 있을까. 어촌편이 시즌2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산체와 벌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얼마나 자랐을까. 여전히 차승원과 유해진을 알아볼까. 또 함께 지내는 벌이와는 여전히 툭탁대고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제 고양이와 개의 행복한 공존을 이뤄내고 있을까. 차승원과 유해진이 다시 찾은 만재도의 집이 진짜 집처럼 여겨지게 만들어준 것도 산체와 벌이다. 방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 아이들은 과거의 즐거웠던 시간과 현재를 다시 이어주었다. 몸이 엄청나게 커진 벌이는 이제 산체와 대적할 만큼 힘이 세졌고, 그래서인지 산체는 자주 벌이와 대등한 입장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차승원과 유해진에게 잠시 경계하는 듯 하더니 ..
완벽한 신이 되거나 부족한 사람이 되거나 왜 우리는 유재석을 ‘유느님’이라고 부를까. 물론 이건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일 것이다. 너무나 완벽한 자기 관리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 최근 우토로 마을과 관련한 유재석의 미담은 왜 그가 유느님으로 불리는가를 알게 해주었다. 최근 에서 방영된 우토로 마을을 하하와 함께 찾은 유재석이 강제징용되어 끌려간 1세대 동포 중 유일하게 생존해계신 강경남 할머니 앞에서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그가 이 마을에 대해 이제 겨우 알게 된 사실에 죄송한 마음을 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10년 전에도 이 마을에 후원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
위기의 강호동, 이를 넘을 수 있는 해법은 지금 강호동은 위기다. 그는 복귀 후 무려 일곱 개의 프로그램(, , , , , , )에 차례로 투입되었지만 여기서 네 개 프로그램(, , , )은 페지 되었고 남아있는 세 개의 프로그램 역시 폐지설이 나오는 등 그다지 좋은 상황을 만들고 있지 못하다. KBS 은 2%(닐슨 코리아)대 시청률을 내면서 폐지설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 시청률이라면 종편에게도 밀리는 상황이다. 의 출연진들은 끊임없이 셀프 디스를 해가며 도와 달라 간청을 하지만 프로그램이 그런 방식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점점 더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은 6%대 시청률로 그나마 선전하는 중이다. 한때는..
에 끌리는 몇 가지 요소들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만을 놓고 보면 는 “역시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통설을 떠올릴 수 있다. 사실 이것은 가 워낙 전편에서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에 남게 된 잔상이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게 주인공이 다리가 잘리는 사고를 보여준다는 건 웬만한 파격을 즐기는 제작자로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는 여타의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틀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아이도 재밌지만 어른들도 그 메시지에 공감했던 것. 이로써 는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뛰어넘었고, 또 타자와 어떻게 공존해나가는가에 대한 주제의식을 살릴 수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는 메시지에 있어서 조금은 약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주인공 히컵이 다리를 잃는 대신 투슬리스와..
변칙 개봉 논란과 영화의 공존 에서 시저는 유인원 종족들을 이끌고 인간들 앞에 서서 서로의 ‘영역’에 대해 말한다. 숲은 유인원들이 사는 공간이고, 도시는 인간 생존자들이 사는 공간이라는 것. 시저는 각자의 영역에서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즉 인간과 유인원 간의 대결을 보여주는 은 20세기 내내 인류를 전쟁으로 내몰았던 타자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그 바탕에 깔고 있다. 10여 년을 각각 살아가던 인간과 유인원이 어느 날 우연히 조우해 총성이 울리는 그 장면은 그래서 이 영화 전체를 압축한다. 인간은 낯선 숲에서 갑자기 마주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유인원에게 느낀 공포로 인해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유인원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잡혀 갖가지 실험을 당했던 유인원 코바는 인간에 ..
, 참회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할 수 있어야 그게 사람이다. KBS 주말드라마 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이 드라마에는 유독 “잘못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대사가 많이 나온다. 드라마의 시퀀스들도 거의 대부분이 잘못을 참회하는 것들이다. 이 집안에 얹혀사는 강동희(옥택연)의 친엄마인 하영춘(최화정)은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린 죄를, 구박받으며 살아가는 것으로 참회하는 중이다. 강동희가 그런 엄마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갑자기 잘 대해주자 그녀는 잘 해주는 것이 겁난다고 말한다. 그냥 하던 대로 구박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강동희는 역시 자신의 자식들에게 동생이라고 속여 키운 죄를 사죄하는 중이다.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
과 , 이 두 드라마의 공통점 완전히 다른 소재와 다른 장르를 추구하는 드라마지만 때로는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는 드라마들이 있다. SBS 월화드라마 과 KBS 월화드라마 이 그렇다. 의 박훈(이종석)은 남한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서 의사로 성장하게 되고 탈북해 다시 남한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의 김지혁(강지환)은 부모 없이 고아로 자란 건달이지만 어느 날 재벌 그룹의 장남이 되어 현성유통을 꾸려가는 사장이 된다. 여기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세계에서 모두 낯선 공간에 들어와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의 박훈에게는 남한의 병원이라는 공간이 그렇다. 수술 끝에 사망하게 된 수현(강소라)의 어머니를 두고 책임을 추궁하는 재준(박해진)과 대립하는 박훈에게는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