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천천히 방향만 맞다면...

 

지난 20일 프리뷰로 방영된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었다. 지금껏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에서 어떤 시도를 할 때면 거의 대부분의 팬층이 지지의 의사를 표명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그것은 아무래도 프리뷰였고, 그 영상들은 이미 유튜브를 통해 선보였던 것이었기 때문에 다소 재미가 적었던 면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무한도전> 시즌2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그와는 다른 릴레이카메라를 가져온 것이 준 당혹감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보니 김태호 PD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외부의 어떤 경쟁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왔던 <무한도전>이 되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하려하고 있지만, <무한도전>의 팬들은 시즌2에 대한 소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태호 PD는 그 팬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도전들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팬들로서는 시즌2가 보일락말락하는 그 지점을 들여다보며 일종의 ‘희망고문’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한 건 여러 모로 자신과 제작진이 함께 벌이는 이 예능 실험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는 여기서도 <무한도전>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기대감 때문에 다시 시작하려 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빅데이터 등을 통해 조사해본 결과 지금 하긴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그는 “스페셜 시즌으로 ‘토요일 토요일은 무한도전’이라는 제목까지 정해놨었다”고 밝혔다.

 

유재석 역시 같은 날 오후 인터넷 V앱을 통해 <무한도전> 시즌2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많이 보고 싶다”며 하지만 “모든 멤버가 모이기가 참 쉽지가 않다”고 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인생이 있지 않냐”는 것.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앞으로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믿고 있다. 희망고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역시 ‘희망고문’이라는 표현을 쓴 건 <무한도전> 시즌2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은 자신 역시 갖고 있지만 그것이 당장 지금은 아니라는 걸 수긍한 것이다. 대신 지금은 김태호 PD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는 것. 그 방향성은 지난 주 프리뷰에서 유재석과 김태호 PD를 포함한 제작진이 함께 회의를 나누는 대목에서 분명히 밝혀진 바 있다. 이미 익숙한 인물들을 출연시키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때문에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공감한 그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군들을 끄집어내기 위한 새로운 틀(이를테면 릴레이 카메라 같은)을 시도하게 됐다. 지난주 프리뷰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이번 주 본방부터는 색다른 인물들도 나올 거라는 얘기다.

 

지금 어쩌면 김태호 PD는 과거 <무한도전> 초창기 시절의 그 첫 걸음을 다시 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시에도 그의 실험들이 대중적으로 호응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중요한 건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앞으로 나갈 방향만 제대로 맞다면 조금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하지만 ‘황소걸음’으로 나가는 게 정답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무한도전> 시즌2를 갑자기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게다. 단지 희망고문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대에도 조응하는 시즌2를.(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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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이 넓혀놓은 출연진의 외연, 그 가치

전남 영암으로 떠난 '1박2일'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되었다. PD는 물론이고 매니저, 코디까지 포함한 80여 명의 스텝들이 비가 오는 와중에 야외에서 취침을 하게 된 것. 80명의 스텝들과 6명의 멤버들이 잠자리를 두고 벌인 복불복 때문이었다. 이 와중에서 큰 웃음을 준 것은 지금껏 복불복으로 야생의 삶(?)을 살아왔던 6명의 멤버가 아니라, 80명의 스텝들이었다. 여기저기 비가 새는 천막 아래서 스텝들은 마치 이산가족처럼 아비규환(?)을 연출했고, 심지어 이명한 PD는 개들이 지냈었다는 헛간 같은 곳에서 자리를 펴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이 날 6:80의 대결을 통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결과정에서 등장한 스텝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MC몽의 매니저인 훈석은 이미 예능인처럼 보였고, 간간이 얼굴을 드러내는 묵찌빠의 달인 지상렬 카메라 감독 역시 반가운 얼굴이었다. 막내 작가인 김대주는 탁구경기에 출전해 역전극을 보여주었고, 뒤늦게 도착한 신입PD 유호진은 벌어진 사태에 넋이 나간 얼굴로 또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의혹을 품기도 했다.

'1박2일'은 경기 중에도 즉석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족구 경기에 나온 한 진행팀 요원은 '1박2일' 글로벌 특집에서 출연했던 와프와 닮았다는 이유로 와프로 불렸다. 와프(?)는 다음날 아침 기상미션에서 강호동을 속임으로써 자신이 진 경기에 대한 복수전을 펼쳤다. 나영석 PD는 경기에 진 이후 꽁한 모습을 보여 폭소를 자아내게 했고, 눈 오는 날 복수전을 기약함으로써 겨울에 또 한 번 펼쳐질 스텝들과 멤버들간의 대결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모든 스텝들이 프로그램 속을 넘나들며 어떤 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은 '1박2일'만이 가진 독특한 힘이 아닐 수 없다. '1박2일'은 친구를 초대해놓고, 또 시청자분들을 초대해놓고 스스로 그들이 놀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해준다. 멤버들이 억지로 끌고 나가려하지 않고 출연자의 끼를 끄집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게스트의 차원을 넘어선다. 찾아간 오지마을에서 보낸 하룻밤만으로 거기 지냈던 분들은 정감 있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우리들 가슴 속에 각인되곤 한다. 이것은 여행이라는 소재가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1박2일'이 유지하고 있는 오픈된 마인드가 가져오는 이 프로그램만의 힘이기도 하다.

시골 어르신들에게서 의외의 정감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하고, 권위를 벗겨버린 PD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늘 카메라 뒤편에 서서 고생하는 스텝들이 가진 독특한 캐릭터를 발산하게 하며, 시청자들과 동행하며 멤버들 못지않은 끼를 끄집어내주는 것. 이러한 출연진의 외연을 넓히고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왜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일반인, 스텝, PD까지 그 속에 들어가면 웃음이 되는 곳. 바로 '1박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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