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취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작은 영

 

MBN 예능 <자연스럽게>는 여러모로 KBS <1박2일>을 이끌다 MBN으로 이적한 유일용 PD의 면면이 느껴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적한 시골집에 대한 로망은 아마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던 <1박2일>을 통해 꿈꿔왔던 세계가 아니었을까. 물론 <1박2일>과 <자연스럽게>는 여행과 정착이라는 완전히 다른 지향점이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에 은지원과 김종민이 출연해 한 집에서 살며 티격태격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은 그 부분만 잘라내 보면 <1박2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런데 정착의 관점으로 보면 떠오르는 프로그램은 <삼시세끼>다. 어쨌든 시골살이가 가진 의외의 즐거움들을 발견한다는 건 비슷한 관전 포인트이고, 무엇보다 자연의 녹음을 바라보는 일이나, 도시에서는 듣지 못했던 자연의 소리들을 듣는 ASMR에 가까운 방송의 특징도 유사하다. 하지만 <삼시세끼>와 <자연스럽게>는 그 취지에 있어서 조금 결을 달리 한다. 즉 <자연스럽게>는 시골집 체험 이전에 점점 비어가는 시골 마을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제해 좀 더 사회적인 이슈를 담았다는 점이다.

 

실제 시골 마을에서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버려 흉가가 되어가는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 곳에 내려가 사는 연예인들을 보여준다는 건 좋은 취지다. 살기 위해 도시로 떠나고 있지만, 도시에 사는 이들은 그런 자연 속의 삶이 정반대로 판타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여나 이 프로그램이 텅 비어가는 시골 마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물론 현재 방영되고 있는 정착지인 구례가 프로그램에 수혜를 입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자연스럽게>는 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그것은 자연으로 대변되는 시골에서의 삶을 표피적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시골의 삶은 자연과 더불어 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겁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너무 외진 곳에 있어 장을 보는 일도 쉽지 않고, 옛날 집은 운치는 있지만 또한 그만한 불편함도 존재한다.

 

<삼시세끼> 산촌편에서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은 그 한적한 시골의 자연을 보고는 “너무 좋다”고 말하지만, 곧이어 밥을 해먹기 위해서는 직접 화덕을 만들고 장작으로 불을 때야하고, 밭에서 작물들을 직접 수확해서 요리를 해야 하는 ‘노동 집약적인 상황’을 맞이한다. 게다가 나영석 PD는 마치 머슴 부리는 마름처럼 감자를 캐서 박스에 담으면 도매가로 구매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그러니 이들은 이 곳에서 그저 놀고 자연을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 힘겨운 노동이 오히려 이들을 힐링시킨다. 밥에 생열무를 넣고 고추장만 넣어 썩썩 비벼도 꿀맛이 되는 것. 불편하고 힘들어도 즐거운 시골살이의 가치가 이런 지점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연스럽게>가 시골집을 완전히 리모델링해서 마치 숲속에 자리한 현대식 펜션처럼 꾸며놓은 건 애초부터 시골살이를 그저 로망으로만 바라본 제작진의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런 곳에서 시골살이가 진솔하게 나올 리가 없다. 심지어 그 시골집에 가기 위해 갑자기 세운상가를 들려 오락실 게임기를 사가는 은지원과 김종민의 모습은 ‘시골체험’이 아닌 펜션으로 여행가는 이들의 그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가 애매해진다. 제목처럼 집도 자연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시골집 자체가 갖는 어떤 가치를 조명하지도 않는다. 마치 자연이 살아있는 시골에 돈 좀 있는 사람이라면 집을 하나 사서 리모델링해서 살아보라는 얘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시골의 이런 변화는 바람직한 것일까. 그건 자칫 시골사람들의 삶이 가진 가치를 들여다보는 게 아닌, 도시인들의 또 다른 욕망만을 부추기는 일은 아닐까.(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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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왜 제주도 펜션일까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공간은 제주도의 펜션이다. 물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매력적이지만, 제작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제주도라는 공간은 난점이 더 많다. 일단 거리가 너무 멀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모여서 촬영을 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바람이 많이 불고 기상도 수시로 변해 촬영이 지연되기 일쑤다. 혹 뜻밖의 상황을 맞이해 비행기라도 뜨지 않게 되면 편집이 늦어져 방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제주도의 펜션일까.

물론 추정이지만, 아마도 제주도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결코 쉽지 않은 가족 간의 갈등을 담아내고 있지만, 제목처럼 그 갈등조차 ‘아름답게’ 바라보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제주도라는 공간의 아름다움은 배경으로서 중요할 수 있다. 그 속에 어떤 갈등이 있어도 결국 아름답게 안아주는 자연(제주도)은, 힘겨워도 아름답게 보이는 삶을, 미워도 사랑하는 일원으로 품어지는 가족의 모습을,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제주도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펜션이라는 공간 때문이다. 펜션이라는 공간을 가장 극적으로 그려내는 장소로 제주도만한 장소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제 펜션으로 바뀐다. 왜 하필 펜션일까. 펜션이라는 공간은 김수현 드라마로서는 집의 변형이다. 집이 펜션으로 진화한 데는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 집은 회사를 상정하면서,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분리시킨다. 가족들은 낮에 회사로 나갔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의 불란지 펜션은 다르다. 이 펜션은 일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집이기도 하다. 사적 공간과 공적공간은 겹쳐진다.

일과 가정사가 겹쳐지는 이 공간에서 살림은 그 의미를 달리한다. 과거 집과 회사가 분리되었던 시절에, 살림은 엄마의 몫이었지만, 이 펜션이란 공간에서 살림은 그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아버지, 양병태(김영철)는 펜션 구석구석의 허드렛일을 처리하고, 아들 호섭(이상윤)은 손님들의 식사를 준비하거나, 스쿠버다이빙 같은 여행의 가이드 역할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머니 김민재(김해숙)의 식사를 돕거나 식후 설거지를 한다. 삼촌 양병걸(윤다훈)은 양병태를 도와 집안일에 참견하는데, 농장일이 주업이다. 한편 김민재는 부엌에서 가족들의 밥을 짓지만, 또한 자신의 일인 요리방송을 준비하기도 한다. 따라서 김민재의 부엌은 살림의 공간이면서 사회적인 일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펜션이라는 공간을 중심에 두고 그 안으로 들어와 있는 아버지와, 그 펜션의 부엌이라는 공간에서 밖으로 확장되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만큼 사라져가는 아버지의 권위와 사회적으로 활동을 넓혀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 속에는 담겨있다. 집안 모든 대소사에 끼어들어 말참견을 하는 삼촌 양병걸은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이다. 집안에 들어와 있는 남자들이 많아서인지, 한참 드라마를 보다보면 '남자들의 수다'가 도드라져 있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그만큼 이 드라마의 심정은 어머니인 김민재보다는 아버지인 양병태에 더 집중되어 있다. '엄마가 뿔났다'의 아버지 버전 같은 느낌. 그 아버지가 뿔을 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할머니(김용림)의 공간이 펜션 한 편에 따로 지어져 있는 것 역시 독특하다. 게다가 이 할머니는 독립된 텃밭을 일구며 혼자 식사를 챙겨먹는다. 물론 감기라도 걸리면 온 집안 식구들이 총출동될 정도로 가족들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지만, 아마도 할머니는 저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원하시는 것 같다. 이것이 따로 떨어져 옛 전통가옥으로 지어진 할머니의 공간으로 표징되어 있다. 할아버지(최정훈)는 집 없이(?) 밖으로 떠돌다가 그 공간 속으로 들어 오려한다. 할머니의 방에서 가구들이 밖으로 내어지고 그 방 가운데 차양막이 쳐진 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동거가 시작되는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그 방이라는 공간은 할머니의 조금씩 열려지는 마음(애정이라기보다는 인간애로서)을 그려낸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는 늘 그렇지만 부엌이란 공간은 이 드라마에서도 가족 간의 소통의 공간이다. 그 속에서 김민재는 책에 들어갈 사진을 위해 요리를 하고(반드시 가족들을 거둬 먹이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다), 그 요리를 가족들과 함께 먹는다. 제주도, 그 제주도의 아름다운 펜션, 그리고 그 펜션의 열려진 공간으로서의 부엌. 그 곳에 아직 함께 하지 않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함께 하지만 불청객 소리를 듣는 딸 양지혜(우희진)의 가족, 자신의 비밀(동성애) 때문에 그 자리가 껄끄러운 양태섭(송창의), 밖에선 잘 나가는 것 같아도 그 나이에 가족이 없는 양병준(김상중), 그 곳에서 늘 구박떼기처럼 당하면서도 특유의 재재거림으로 집안 대소사의 끈끈한 아교풀 역할을 하는 양병걸이 왁자한 삶을 그려간다.

가까이 다가가면 비극적인 면모도 있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그 아름다운 제주도 펜션(펜션 같은 집은 누구나의 로망이 아닌가!) 속에서 그 삶은 진정 아름답게 보인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원경에서 잡혀진 불란지 펜션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출발해, 그 속의 근경 속에 잡혀진 왁자하고 때론 비극적인 삶들을 그려내다가, 다시 그 아름다운 펜션의 원경으로 돌아간다. 그러고 보면 이 공간은 어쩌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직접 그려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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