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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키스 먼저’가 만일 멜로 그 이상을 숨기고 있었다면도대체 손무한(감우성)이 안순진(김선아)에게 갖는 죄책감은 무엇 때문일까. SBS 월화드라마 에서 손무한이 안순진의 아픔을 끌어안고 결국 결혼까지 한 것이 그저 사랑 때문 만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드라마 초반부터 에필로그를 통해 이 두 사람이 과거에 어떤 사건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암시되어 있었고, 이제 그 사건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어서다.10년 전 안순진은 무슨 일인지 아이를 잃었고, 그 잃은 아이 앞에서 순진의 어머니는 마치 자기 잘못인 양 죄인 같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묘소에서 아이를 보내는 순진의 모습을 바라보는 손무한이 있었다. 그가 그 자리에 있는 건 마치 우연적인 일처럼 보였지만 어찌..
‘미스티’ 김남주에게 드리워진 두 얼굴의 의미도대체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정말 고혜란(김남주)이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괴로워하면서도 고혜란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나선 남편 강태욱(지진희)일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고혜란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방까지 갔다온 하명우(임태경)일까. 그도 아니라면 케빈 리의 외도에 가장 큰 상처를 입었던 그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일까. JTBC 금토드라마 에서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추측들은 드라마 제목처럼 ‘안개 속’이다. 여기서 특히 궁금해지는 건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남편에게 하명우의 존재를 설명하며 고교시절 금은방 사장을 살해한 이가 바로 하명우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의..
‘그사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족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자식을 먼저 보낸 사고 현장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끔찍할까. JTBC 월화드라마 에서 문수(원진아)의 엄마 윤옥(윤유선)은 멀찍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손이 떨렸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에게 사고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 양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니 그 떨리는 손에 애써 술병을 쥐고 의지했을 터다.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 하동철(안내상)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겨우 찾아낸 딸의 시신을 확인한 그는 못내 아내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 확인하고 딸을 떠나보냈지만 아내인 윤옥은 그게 끝내 후회로 남았다. 그 마지막 얼굴을 못보고 떠나보낸 것이. 하지만 남..
이준호·원진아가 해낸 ‘그사이’의 깊은 몰입감제목은 지만 연기는 그냥 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다름 아닌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많은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지워지지 않는 상처 앞에서는 섣부르게 웃는 것조차 감히 해서는 안 될 무례처럼 느껴진다. 그것에 진심이 담기지 않는다면.그래서 건물 붕괴 사고 후 생존자들이 만나 사랑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드라마에 이준호와 원진아라는 아직은 확고한 연기로서 자신을 대중들 앞에 증명해냈다고 보기 어려운 배우들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이준호는 지난 작품인 에서 독특한 악역 서율 역할을 해내면서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돌의 잔상이 남아있..
'파수꾼'이 제시한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는 단순한 방법사실 MBC 월화드라마 이라는 드라마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리로 얼룩진 법 집행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이 법망 바깥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며 법이 집행하지 않는 정의를 대신 실현해가는 이야기는 실제 벌어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이 판타지적 이야기는 현실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 검찰과 경찰이라는 사법 정의가 아직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그 지점을 제대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 문제의 중심으로 내세우는 인물은 이제 검찰총장 후보로 낙점을 받아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윤승로(최무성)다. 그가 그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건 다름 아닌 무수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밑거름 되었다. 모..
‘수상한 파트너’, 공적인 일과 사적인 감정 사이“너는 인질이야. 니가 있어야 범인이 나타났을 때 내가 잡을 수 있지.” SBS 수목드라마 에서 노지욱(지창욱)은 은봉희(남지현)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며 그렇게 말한다. 변호사일도 접고 태권도 사범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려 마음먹었던 은봉희의 마음이 흔들린다. 노지욱은 어느 날 술에 취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툭 “너 내 사람 되라”고 했던 것이 진심이라고 말한다. 누가 봐도 이들은 밀당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인질’이라는 표현은 마치 그들의 동거가 범인을 잡기 위한 공적인 일처럼 만들지만 그건 누가 봐도 동거하자는 말이다. 또 “내 사람 되라”는 말 역시 노지욱이 새로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합류해서 일하자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은봉희에게 ‘내 사..
‘터널’이 연쇄살인범 잡기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범인 잡았으니까 이제 다 끝났네요.” “아직 안 끝났다. 우리가 범인을 왜 잡았는데. 우리가 결국 사람은 못 구했지만 이미 죽은 사람 살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얘기는 해줘야지. 범인 잡았다고. 우리가 안 잊고 있었다고 말해줘야지.”OCN 의 마지막 회에서 범인 목진우(김민상)가 검거되고 범행 사실을 자백했지만 박광호(최진혁)는 아직 자신들이 할 일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린다. 그것은 피해자들의 가족을 찾아 범인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이었다. 일일이 형사들이 찾아가 그 소식을 전해주자 피해자 가족들은 저마다 무너져 내렸다. 거기에는 아픔과 회한이 뒤섞여진 감정 같은 것들이 엿보였다. 형사는 30년이 지나서야 겨우 범인을 잡았다는 것에 죄송하다고 말했고..
‘목소리의 형태’가 들려주는 진정한 사과와 진정한 소통이란(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는 그 제목이 마치 미디어 이론의 제목처럼 이색적이다. 목소리는 청각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것이지만, 형태란 시각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담아내려는 것이 커뮤니케이션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영화는 니시미야 쇼코라는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와 이시다 쇼야라는 왕따 경험으로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년이 진정한 사과와 용서 그리고 소통에 이르는 그 과정을 담고 있다. 어느 날 전학 온 소녀 쇼코는 청각장애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런 쇼코를 쇼야는 짓궂게 괴롭힌다.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