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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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의 눈은 제대로 시장을 읽고 있는가

D.H.Jung 2010. 3. 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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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보는 두 개의 눈_한상완 지음

경제는 어렵다. 어려운 데다 어딘가 학문적인 뉘앙스까지 풍긴다. 경영이나 마케팅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경제서라고 하면 선뜻 손이 안간다. 무엇보다 경제서가 하는 말은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이야기 같은 경우가 많다. 이유는? 경제서가 대부분 국제경제나 국가경제, 기업경제 같은 거대담론에만 지면을 할애할 뿐, 가계경제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 서민들이 나라경제가 어떠니 하는 경제서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다. '공자님 얘기는 개나 물어가라지'하는 냉소적인 시선까지 더하고 나면 경제서를 대중들이 손에 쥐는 것은 참 어려운 이야기처럼만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경제서는 무조건 다 어렵고, 또 나와는 상관없는 공염불만 외는 그런 종류의 책일까. 남의 경제 다 집어치우더라도 내 경제에 도움되는 그런 경제서는 없을까. 뭔가 거대한 흐름을 읽는 시선이면서도 그 시선이 바로 나와 직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해주는 그런 경제서. 평소 이런 생각을 가졌던 분이라면 한상완 박사의 <경제를 보는 두 개의 눈>이라는 책을 권한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쉽게 경제적 상황을 거시적으로 설명하면서도, 그것이 바로 가계경제와 연결되는 지점을 포착해낸다. 저자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축적해온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학자들이 좀체 건드리지 않는 투자 트렌드를 짚어낸다.

저자는 투자의 기회로서 이른바 디바이드(divide)라는 현상에 주목한다. 경제는 늘 균형상태를 추구하는데, 그 균형상태가 일시적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바로 디바이드다. 예를 들어 버블현상 같은 것이 대표적인 디바이드 상태인데, 이렇게 이탈된 격차가 커지면 디바이드는 거꾸로 균형상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가 부의 기회라고 필자는 말한다. 결국 부라는 것은 어떤 변화의 물결이 새롭게 일어날 때 새롭게 탄생한다. 수렵에서 농경사회로 전환될 때 나타난 봉건 지주 계급이나, 산업혁명으로 나타난 부르주아 등은 바로 이 새로운 변화에 올라탄 집단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보는 현재 세계는 최소한 3개의 디바이드가 존재한다고 한다. 서구 국가들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컨트리 디바이드, 1차 산업과 2차 산업 간의 인더스트리 디바이드, 노년 세대와 청장년 세대 간의 제네레이션 디바이드가 그것이다. 이 책은 이 디바이드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고 또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 갈 것인가를 분석하면서, 그 기회를 어떻게 부로 만들어낼 것인지 가계경제의 입장에서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경제를 보는 두 개의 눈'이고 그 부제가 '당신의 세상의 절반만 보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이 거시적인 시선과 실용적인 관점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즉 '세상의 흐름을 투자자의 관점에서 개인이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된다. 이것은 저자가 깨려고 한 편견, 즉 다름아닌 '경제서가 나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을 깨뜨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 빠져서 읽다보면 어느새 투자의 눈을 가진 당신을 발견하게 되는 즐거운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