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직접 만나본 김영희 PD, 천상 따뜻한 쌀집아저씨 본문

옛글들/사진 한 장의 이야기

직접 만나본 김영희 PD, 천상 따뜻한 쌀집아저씨

D.H.Jung 2011. 3. 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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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아저씨 김영희 PD, 정말 옆집 아저씨 같죠?

김영희 PD는 사실 TV키드로 살아온 저에게는 이미 스타PD였었죠. '일밤'과 '느낌표'가 그에게 부여한 쌀집 아저씨 이미지는 그래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만의 아우라였습니다. 처음 김영희 PD를 직접 만난 건 '일밤'이 한바탕 공익 버라이어티로 고전을 치른 후, 절치부심 '뜨거운 형제들'과 보조를 맞출 '오늘을 즐겨라'를 런칭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마침 일산에서 그 첫 촬영을 한다고 해서 현장으로 달려갔었죠. 기자간담회를 겸한 그 첫 촬영 현장에서 김영희 PD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좋은 아이템이고 거기 투여된 제작진들도 MBC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는 분이라고 했죠. 그 분은 바로 권석 PD였습니다. '무한도전'을 처음 시작했던 분이기도 하고(후에 김태호 PD로 바톤이 넘어갔죠), 최근 신정수PD가 빠진 '놀러와'에 투입된 PD이기도 합니다.

김영희 PD는 저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제 글을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는 말씀은 친근감의 표현이었겠지만 헤어지며 앞으로 글을 쓸 때 아낌없는 비판과 방향성 제시를 해달라는 말에는 사실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이 분, 허투루 홍보한답시고 빈말 하시는 분은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밤'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절치부심, '나는 가수다'를 런칭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놀라웠던 건, 김영희 PD가 CP가 아니라 PD로 직접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한다는 거였습니다. 전화를 했죠. 마침 일산 드림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터라 만나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시더군요.

어딘지 피곤한 얼굴이었습니다. 첫 경연 녹화를 끝냈던 시점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논란이 되었던 방송은 나가지 않았던 시점이었죠.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CP로 일하면서 사실은 조금 답답했었다는 얘기도 하시더군요.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많았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가수다'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과 우려가 너무 많아서 힘겹다고도 했습니다.
(관련 인터뷰 : 김영희 PD “아이돌이나 트로트 가수에게도 문 열겠다”)

하지만 김영희 PD의 얼굴에는 확신 같은 것이 느껴졌죠. 그는 '감동'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은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고싶다"는 것뿐이라는 거죠. 오디션 형식은 장치일 뿐이라고 했고, 심지어 '나는 가수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고까지 했습니다. 얼마나 자신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는지 느껴질 수 있었던 대목입니다.
(관련 인터뷰 : 김영희 PD “‘나는 가수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리고 김건모 재도전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만난 김영희 PD의 성정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충격이었겠죠. 오디션 형식이 가진 비정한 실체를 맞딱뜨린 경험이었을 테니까요. 김영희 PD의 진심은 실제로 가수를 탈락시키는데 오디션에 있지 않았고 대신 '감동을 주는 무대'에 있었기 때문에 '재도전'이라는 카드가 나왔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선택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저 역시 여기에 대한 잘못된 것은 짚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래서 김영희 PD에 대한 비판 글도 썼습니다. (관련글 : ‘가수다’ 김영희 PD, ‘1박2일’ PD의 ‘땡!’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단 며칠 후 발표된 김영희 PD 교체 결정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수 하나로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그대로 하차시킨다니요. 그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관련글 : 꼭 김영희 PD를 탈락시켰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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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후 '나는 가수다'가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에 모든 여론은 뒤집어졌습니다. 저는 그 방송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는데, 그것은 가수들의 진심이 대중들에게 전해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김영희 PD가 그토록 보여주려 했던 진심이 드디더 통했다는 것을 거기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수다'의 진면목은 결국 드러났죠.
(관련글 : 대체 불가능한 165분, 이것이 ‘나는 가수다’다)

참 지나고 보니 저 역시 진심이 오도되고 있는 김영희 PD의 상황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생각되네요. 이처럼 꽤 많은 글들을 쓰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ㅎ 하여간 조금 편안해진 느낌입니다. 이제 김영희 PD의 바톤을 이어서 신정수 PD가 이 진심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김영희 PD와는 일산에서 한 번 만나 소주 한 잔 하면서 편안하게 지나간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입니다. 쌀집아저씨 다음 기획은 도대체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