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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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SPECIEL

청춘(靑春), 소통의 키워드가 되다

D.H.Jung 2014. 2. 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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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를 타고 온 청춘, 세대를 진정 소통시키려면

 

청춘(靑春)은 아름답다. 지금 그 청춘을 누리는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그 청춘이 한참 지나가 추억으로 자리한 세대도 마찬가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이 시기는 그래서 젊은 세대든 나이든 세대든 똑같은 감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대가 된다. 흔히들 복고 트렌드를 현재에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어떤 것으로 말하곤 할 때, 그 트렌드의 중심에 늘 청춘이 서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써니>의 최루탄이 뽀얗게 깔리던 80년대도, <건축학개론><응답하라 1997, 1994>의 김동률의 음악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끼던 90년대도 그 시기만 달랐을 뿐, 거기에는 늘 당대의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서 있었다. <꽃보다 할배>의 어르신들이 그 멀고 먼 유럽까지 날아가 배낭여행을 하면서 발견한 것이 다름 아닌 청춘이다. 어르신들은 한껏 청춘을 향수하고 그리워했고 또 그 때로 돌아간 듯 마냥 아이 같은 모습으로 유럽을 활보하는 모습으로 세대를 넘어선 공감을 얻어냈다. 청춘이라는 마법의 시기는 그렇게 어르신들과 현재의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마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그토록 화제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역시 이 청춘의 마법과 무관하지 않다. 외계에서 온 다소 비현실적인 도민준(김수현) 같은 캐릭터가 판타지로 허용되는 이유는, 4백 년을 살면서도 그 늙지 않는 몸때문에 영원히 청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4백 년간 쌓아온 재력과 전문적인 경험과 지성, 감성을 모두 겸비하면서도 여전히 청춘을 유지한 존재로 살아간다. ‘청춘에 대한 강력한 판타지는 이제 단지 젊은 시절의 젊은 몸에 대한 향수를 넘어서 늙지 않는 몸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개봉한 <수상한 그녀>에서는 이 청춘에 대한 욕망이 시간을 거슬러 젊어지는 몸으로 나타난다. 어느 날 우연히 청춘사진관이라는 곳에 영정 사진을 찍으러 간 나문희가 심은경이라는 젊은 몸으로 변신하는 그 판타지. 그렇게 나이든 세대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젊은 몸을 갖게 된 이 인물은 그래서 그 몸 하나에 신구 세대가 공존하게 된다. 몸은 젊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칠순의 감성을 갖게 되는 것. 하지만 그녀 앞에 나타난 잘 생긴 남자 앞에서 다시 설레기 시작한 그녀의 마음은 나이를 제 아무리 먹는다 해도 청춘의 설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작년 대선 때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것이 세대 간의 단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선의 결과 그 자체보다도 더, 이토록 깊어진 세대 간의 골에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지금 현재 대중문화의 키워드는 복고로 위장되어 있지만 다름 아닌 소통과 공감에 대한 갈증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소통과 공감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청춘이라는 공유지점이다. 어떻게 하면 이 물과 기름처럼 섞여지지 않는 세대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인가.

 

대중문화에서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이 갈급한 세대 단절을 봉합할 수 있는 소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저 나이든 세대들의 정서에 맞춰 소비되는 일회적인 복고나 향수 같은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거꾸로 지금의 청춘들에 대한 나이든 세대들의 위로와 배려, 나아가 그들의 꿈을 함께 꾸어줄 수 있는 노력까지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 아름다운 청춘을 그저 과거의 한 때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청춘들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는 길.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