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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생활의 단상

대나무 소리

D.H.Jung 2005. 9. 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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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 왔는데도 참 푸르지...
할머니 말이 대나무는 누가 자르기 전에는 잘 안죽는단다...
폭설에 태풍에 바람잘날 없는 삼척 그 속에서 잘도 버티고 있지.

한 5년 됐나. 친구 중에 한 놈이 백혈병에 걸린 적이 있다.
이 놈 피가 안 멈춰서 친구들이 모여 헌혈증 모으고 피 찾으러(드라큐라처럼) 다니고 했는데
정작 이 놈은 천연덕스럽게 전화를 해서 답답해 죽겠다고 하더만.
나중에 알고보니 무균실 들어갔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서 나왔는데,
그 노마 농담삼아 하는 말이 하도 심심해 매일 저녁 아무 자리에 있는 사람이랑
떠들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한 사람씩 자리를 비우게 된다더라.
그 중 몇몇은 사망선고받고 나오고, 이 놈같이 재수좋은 놈은 살아서 나오고...
나오더니 이 노마 유머가 아주 출중해졌다.
집이 대전이라 놀러갔더니 약물 부작용으로 발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상황인데,
대뜸 발가락 내밀더니 "이것 좀 뽑아줄래" 하더라구...

그 놈은 살았다. 지금도 잘 살고 있다... 그래서 그 놈 만나러 잘 가지 않는다. 잘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아는 한 후배는 그렇지 못하다.
전날까지도 멀쩡히 술처먹고 잘 놀던 그 양반이 글쎄,
아침에 목욕탕에서 목욕하다가 그냥 돌아가셔지 뭐냐.
나이도 나보다 한 댓살은 어린 그 분이 말이다.
후배들과 자주 벽제에 가게됐다. 그 분은 잘 살고 있지 못하잖아..
대나무는 한 달 자란 그 상태로 100년도 간다는데...
우리는 사는 게 왜 그렇게 오르막내리막이 많은지...
하긴 그래서 재미있는 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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