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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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인사동, 그 풍류 속으로

D.H.Jung 2006. 8. 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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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고색창연함
인사동은 도시라는 현대 공간 속에 오롯이 버티고 있는 고색창연함 그 자체다. 물론 대부분의 건물들은 현대화되었지만 그 현대조차도 과거를 담고 있다. 그 풍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겨운 돌바닥을 밟으며
사람에 치어 다니는 종로거리에서 낙원상가쪽으로 걷다가 인사동 길로 접어든다. 문득 눈도 마음도 몸도 조금 편안해지면서 고풍스런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첫 번째 진원지는 바로 바닥이다. 여느 보도 블럭과는 다른,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듯한 먹빛의 돌바닥은 그 위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유를 준다. 그 바닥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뭘 그리 복잡하게 시간에 쫓겨다니는가. 잠시 놀다 가면 안되겠는가.
그래 걸어 들어온 인사동 거리. 잠시 주유하며 늘어진 버드나무의 유연함에 마음을 놓는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그저 제 몸 던져놓고 흘러가는 그 모습이 풍류가객을 닮았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파란 눈의 외국인들은 그 낯선 풍류 속에서 이국적인 노스탤지어에 젖을 것이었다. 인사동의 골목길을 서성대다 문득 나타난 쌈지길을 만난다.

쌈지길, 그 현대적 혹은 고전적
인사동의 명물이 된 쌈지길. 그 길을 한번 따라 걷는다. 먼저 계단을 오른 후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만 따라가면 된다. 층층이 같은 곳을 반복하며 걷는 셈인데도 그 시야와 각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건물을 따라 올라온 버드나무가 인사동의 현대와 과거를 잇는 풍경을 상징하는 듯 하다. 길 따라 늘어선 고풍스런 상점들이 인사동을 한 자락 쥐어 이 길 위에 꺾어놓은 듯 하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하늘정원. 말 그대로 하늘을 밟는 듯한 그 정원 길은 길의 끝에 놓인 우리네 인생을 닮아있다. 그 길의 끝에서는 다시 길을 되밟아 내려오게 되어 있는데 그것은 순환하는 삶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걷는 그 쌈지길에는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흐른다. 그래서 인사동에 가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보는 것이 하나의 코스가 되는 것이다.

토토의 천국, 그리고 토방
쌈지길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낯익은 제목의 간판이 번뜩인다. 이름하여 ‘토토의 천국’. 예전에는 1층에 있던 것이 이제는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물도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은 그 이름이 갖는 향수와 상점 쇼윈도에 얼핏 비치는 로봇 태권브이다. 그곳에 들러 어린 시절 우리를 달뜨게 했던 추억들을 하나쯤 주머니에 넣어보는 건 어떨까.
인사동에 저녁이 오면 토방은 바빠진다. 막걸리집으로 유명한 토방은 값싸면서도 맛좋은 안주로 유명하다. 과거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다녀간 그 곳에 가면 그 문향과 당대의 고민들이 느껴지는 듯 하다. 시원한 막걸리에 파전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인사동 그 도심 속  고색창연함으로의 짧은 나들이가 도시인들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른 것은 그것이 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