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사극과 의학드라마 그 흥미로운 봉합

‘제중원’은 사극의 확장일까, 의학드라마의 진화일까. 시간의 축으로 잘라 보면 ‘제중원’은 사극이 아직까지는 밟지 않은 미지의 시간, 구한말을 다루고 있고, 공간의 축으로 잘라 내면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담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사극이면서 공간적으로는 의학드라마의 연장인 셈이다.

시간의 축이 주는 사극이라는 장르는 현대극이 할 수 없는 극적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구한말이라는 시간은 신분제가 무너지고 서구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기. 그 시간 위에 신분의 틀에서 이제 벗어나 마주보기 시작한 두 인물, 즉 황정(박용우)과 도양(연정훈)이 서양의학이라는 새로운 서구문명을 축으로 대결선상에 서게 된다.

황정이 백정의 아들이라는 점은 소 잡던 손이 사람 살리는 손으로 바뀌는 극적인 삶의 반전을 예고한다. 그는 의술을 통해 바닥의 위치에서 최고의 위치로 성장해가는 인생역정을 보여준다. 반면 사대부 집안 아들로 태어난 도양은 성균관 유생이 되지만 서양의학에 빠져들면서 2인자의 삶으로 전락한다. 신분제가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마음 속의 신분'은 버릴 수 없던 시대, 이 두 사람의 성장과 전락은 자신의 '마음 속 신분'과 부딪치며 내적 갈등을 만들어낸다.

'제중원'은 이처럼 엄격한 신분제 아래서 구조되는 기존 사극과는 차별화를 이룬다. 신분제가 무너지고 근대가 눈을 뜨는 그 지점에서 계급은 신분제가 아니라 능력의 잣대로 새롭게 나누어진다. 물론 사극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가장 강력한 갈등기제로서 계급의 이야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신분적 차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신분과 능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내적 갈등이 이제 계급의 문제로서 대두된다.

의학드라마로서의 '제중원'은 동서양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의 미세한 떨림들을 잡아낸다. '하얀거탑'의 정교한 수술 장면의 디테일들과 병원 내 정치적 대결구도는 '제중원'이라는 의드에서도 중요한 바탕을 제공한다. 의드의 계보로서 '외과의사 봉달희'가 멜로드라마와 의학드라마를 잘 봉합했다면, '뉴하트'는 의드의 장르화를 꿈꾸었고, '카인과 아벨'은 의드와 다양한 장르들, 즉 액션이나 미스테리, 멜로, 심지어 가족드라마까지를 엮어내며 의드의 폭넓은 장르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그 연장선 위에서 '제중원'은 이제 사극과의 새로운 봉합을 시도한다. 이것은 흥미로운 장르의 결합이 아닐 수 없다. 사극과 의학드라마는 보수적인 시청층에 호소하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늘 선도적인 실험을 해온 장르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실험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이 두 장르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아직은 확실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장르가 가진 힘을 구한말이라는 시간과 제중원이라는 공간으로 끌어 모은 그 기획적 포인트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한 가능성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그것을 얼마나 완성도 높게 구현해내는가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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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가 꾼 꿈, 어떻게 현실이 됐나

그 누가 쇼는 그저 쇼일 뿐이라고 했던가. ‘무한도전’이 말도 안 되는 포크레인과 삽질의 대결을 벌이던 시절에, 쇼는 그저 쇼일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무런 맥락도 의미도 없이 그저 쇼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쇼 프로그램이 실제로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봅슬레이를 빌려서 경기에 출전하던 국내 봅슬레이의 열악한 상황을 감동적인 도전을 통해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현재 올해 벤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놓은 한국 봅슬레이팀은 그 누구보다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한 레스토랑에서 메뉴 런칭을 선보이기도 하고, 불황에 힘겨워하는 음식점들을 기습공격(?)해 무한 매출을 올려주기도 한다. 그들에게 도전은 이제 쇼이면서 동시에 현실이 되기도 한다.

‘1박2일’은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여행 버라이어티를 통해서 국내에 숨겨진 여행지들을 발굴해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여행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으며, 캠핑 열풍 같은 여행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해외 관광객들 중에는 ‘1박2일’을 보고 국내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1박2일’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은 도시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시골에 대한 따뜻한 향수와 정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 연장선 상에 있는 ‘청춘불패’ 역시 마찬가지. 강원도 홍천의 유치리라는 동네에 정착해가는 걸 그룹 아이돌들의 모습을 통해 도-농 간의 소통의 과정이 훈훈한 감동까지 전해주는 이 버라이어티는, 실제로 이 자그마한 동네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유치리라는 동네에 사는 이장님이나 로드리(동네 이장님 친구 분의 애칭)를 마치 우리 동네 어르신처럼 가깝게 느끼게 됐다. 걸 그룹 아이돌들이 찾아간 상점에는 일부러 찾는 관광객들이 생길 정도. 한쪽 벽에 붙여진 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은 쇼와 현실의 공존을 잘 보여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보다 실제적인 꿈을 꾸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위한 ‘꿈의 구장’을 건립하는 것이 그것. 이들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5개 지역을 찾아가 야구장 부지를 타진했다. 야구장 건립은 100억 대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꾸고 있는 그 꿈에 대해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동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이너들이 광대로 딴따라로 폄하되던 시대, 쇼는 여흥의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펀(fun)이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추동력이 되어가는 이 시대에 쇼는 여흥을 넘어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이제 국회나 상아탑에서의 심각한 고민과 진지한 토론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꿈을 꾸고 그 꿈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을 때, 사회는 어떤 변화를 허락한다. 스튜디오의 폐쇄된 공간 속에서 여흥거리만을 고민하던 버라이어티쇼들. 이제 스튜디오를 벗어나면서 이들은 현실 속에서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 꿈은 조금씩 현실을 바꿔가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꿈들을 버라이어티 속에서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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