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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노래는’, 가사를 음미하면 달리 들리는 노래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읊조리듯 김고은이 부르는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의 가사가 새록새록 다시금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노래의 가사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사실 여러 무대에서 들려오곤 했던 이 노래를 이토록 집중해서 들어본 일이 있을까 싶다. 가사가 콕콕 박혀오자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라는 대목에서 울림은 더 커진다. 명곡이란 이런 것일 게다. 

이것은 JTBC <너의 노래는>이라는 프로그램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다. 보통 한 시간짜리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적어도 7,8곡 정도(어쩌면 그 이상)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의 노래는>은 한 시간에 딱 두 곡 정도를 들려준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선곡한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그 노래를 함께할 김고은과 만나고 어떻게 부를 것인가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이 노래가 가진 가사와 그 정조를 더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에 연극배우 박정자 같은 인물의 인터뷰가 노래의 색깔을 더해준다. 박정자는 그저 가사를 읽어주다 노래를 부르다 다시 읊조리는 것으로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짧은 연극처럼 구현해냈다. 여기에 이 노래를 불렀던 패티김과 고 길옥윤의 평생 전우애(?)가 느껴지는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담긴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평생 서로를 챙겼던 그 특별한 관계 속에서 이 노래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정재일은 이 드라마틱한 노래가 ‘슬픔과 그리움 없이 담담하게’ 불리길 원했다. 그래서 전문적인 프로 가수가 아닌 김고은과 협업하게 됐고, 김고은은 그렇게 담담하게 듣는 이들이 저마다의 감성으로 노래를 듣기를 원했다. 배우다운 해석이었다. 자신이 먼저 울기보다는 절제함으로써 관객을 울리게 하는 방식을 택한 것. 그래서 정재일의 일렉트릭기타 반주 하나만 더해져 다시 불려진 이 노래는, 김고은이 읊조리듯 멜로디를 불러주고 정재일의 기타가 그 뒤에서 변주하는 방식으로 재해석됐다. 멋 부리지 않으니 가사는 더 귀에 쏙쏙 박혔다. 명곡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너의 노래는>이 정훈희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준 <세월이 가면> 역시 우리에게는 박인희의 노래로 잘 알려진 곡이다. 하지만 본래 이 곡은 그 연원을 따라가면 명동의 어느 선술집에 모인 명동백작들의 전설적인 이야기에 와 닿는다. 박인환, 이진섭, 나애심이 즉석에서 만들어 불러 순식간에 선술집을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는 전설. 그 노래는 후에 현인, 현미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가수들에 의해 재해석됐고 박인희의 청아한 목소리로 이어졌다. 

정훈희와 정재일의 협업으로 다시 부른 <세월이 가면>은 명동백작들의 그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훨씬 더 절절한 정조를 담아냈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같은 가사가 세월을 담아내면서 정훈희는 끝내 노래를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 

사실 요즘처럼 노래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가사를 듣는 일은 점점 더 요원해진다. 당장의 자극적인 가사들이 우리의 귀를 헤집고 들어와 자극하고, 그런 자극들이 익숙해지면 가사가 갖는 깊은 정서를 음미할 여유조차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노래는>은 그 귀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준다. 그래서 한밤중 조곤조곤 음악에 대해 진지한 눈빛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정재일처럼 이 프로그램은 가사를 들려준다. 그것을 음미하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음악이 아니겠냐고 속삭이듯.(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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