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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SBS가 <열혈사제>로 재개한 금요일밤 드라마 공략이 첫 회부터 성공적인 신호를 보냈다. 첫 회 시청률이 13.9%(닐슨 코리아). 최근 방영됐던 그 어떤 SBS 드라마들보다 좋은 첫 회 성적표다. 


<열혈사제>가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낸 건 과감한 편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마 덕분이다. 사실 SBS는 예전에도 금요일밤에 두 편을 연속해서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색깔은 장르물보다는 전통적인 가족드라마에 더 가까웠다. 시청률은 나와도 화제성이 별로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밤으로 편성된 <열혈사제>는 지금 트렌드에 맞는 장르물을 가져왔다.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휴일의 시작으로 보편적 시청층이 빠져나간다 여겨졌던 시간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해 보는 시청자들이 점점 늘면서 금요일밤은 오히려 뜨거워졌다. 이들 이른바 선택적 시청층들은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외의 장르물들에도 익숙하다. 그러니 이들을 공략해 금요일 밤에 들어온 장르물 <열혈사제>는 거기 딱 맞는 기획이었던 셈이다. 

<열혈사제>는 여기에 장르물 중에서도 보다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액션 스릴러와 코미디를 엮었다. 드라마 시작부터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제 김해일(김남길)이 사기 굿을 하는 일당들을 맨손으로 척척 때려눕히는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 김해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진 코미디 코드를 잡아낸다. “하나님이 너 때리래”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액션과 코미디가 어떻게 이 김해일이라는 사제 캐릭터에 녹아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일이 문제가 되어 김해일은 도망치듯 구담시로 오게 되고, 드라마는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폭들과 정치인 사이의 커넥션들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김해일과 이들이 어떻게 부딪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소개됐다. 한 명은 조폭들에게 두드려 맞고 홀딱 벗겨진 채 길거리에 내던져진 바보 형사 구대영(김성균)이고, 다른 한 명은 출세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욕망의 불꽃을 드러내는 검사 박경선(이하늬)이다. 

이들은 향후 열혈사제 김해일과 얽혀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갈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구대영과 박경선 두 인물이 모두 저마다의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대영은 형사에 걸맞지 않게 쫄보라는 것이고, 박경선은 욕망에 충실하다 못해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 두 사람이 김해일이라는 사제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할 거라는 점이다. 이 변화과정 또한 이 드라마가 보여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첫 회가 방영된 것뿐이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건 김남길과 이하늬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다. 김성균이야 본래부터 이런 코미디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배우다. 하지만 김남길과 이하늬는 최근 들어 코미디 연기가 점점 눈에 띈다. <명불허전>부터 영화 <기묘한 가족>까지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보이던 김남길은 과거 <선덕여왕>의 비담 역할에서 보였던 액션까지 엮어 <열혈사제>의 김해일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하늬는 <극한직업>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놀라운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더니, 이번 <열혈사제>에서는 이제 능청스럽기까지 보이는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해내고 있다. 김남길, 김성균과 함께 합을 이룰 이하늬의 연기 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의 호연에 힘입어 첫 회부터 확실하게 잡힌 캐릭터들은 향후 이 드라마가 만들어낼 심상찮은 성과를 예감하게 하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커피프렌즈’ 보니 양세종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겠네

“정확히 1분30초 후에 주문 받으러 올게요!” tvN 예능 프로그램 <커피프렌즈>에서 양세종은 야외테이블 손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쌩하고 뛰어 카페로 간다. 점점 손님이 많아져 이제는 빈자리로 남아있는 테이블을 보는 일이 거의 없어진 카페. 한꺼번에 손님이 몰려와 한꺼번에 주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멘붕이 안오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그나마 막내 알바생(?)으로 백종원이 합류해 역시 능수능란한 ‘장사의 신’다운 면모로 주문이 밀리거나 재료가 떨어졌을 때 척척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어 어쨌든 장사초보인 카페 사람들은 한 숨을 돌린다. 설거지만 설거지, 요리면 요리, 떨어진 재료도 미리미리 준비해주고 심지어 손님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서비스요리에 기분 좋은 멘트까지 더해주니 뭐가 걱정이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마치 보이지 않게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카페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양세종이 눈에 띈다. 영상을 통해 그가 하고 있는 일들의 다양함을 보면 실로 그 없이 이 카페가 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 막내로 와서 했던 설거지는 물론이고, 홀과 야외테이블을 뛰어다니며 주문을 받는 홀 서빙, 귤을 따서 포장하고 껍질을 벗겨 감귤주스 재료를 준비하고 때때로 주방에 들어가 밀린 요리들도 돕는다. 특히 스튜는 처음엔 거기 들어가는 식빵만 구워주다가 차츰 자신이 전담하는 메뉴처럼 요리를 해낸다. 

하지만 양세종의 진가는 그 남다른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밀려드는 주문에 요리를 해내기 정신이 없는 유연석을 보며 어딘가 자신이 도움이 되어야겠다 생각하게 되는 건, 그 입장을 내 일처럼 들여다보려는 그 감수성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양세종은 유연석에게 들어온 주문을 보다 쉽게 알려주는 중간 역할을 함으로써 그가 요리에만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게다가 요리하랴 주문받으랴 서빙하랴 정신없는 카페 동료들을 위해 손호준에게 간단하게 커피를 내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손님에게 내주려는 게 아니라 카페 동료들에게 만들어 잠시간의 여유라도 주려는 그의 남다른 배려였다. 고지한대로 시간을 정확히 지켜 주문을 받으러 달려가는 양세종에게서 그가 얼마나 성실하며, 배려가 깊은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타인의 입장을 미리미리 들여다보려는 ‘감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는 혼잣말을 하는 독특한 습관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마치 자기가 자신에게 일을 시키는 것처럼 혼잣말을 하며 일을 하는 모습.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고 해내려는 의지처럼 보였다.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손님을 맞거나 새롭게 막내(?)가 들어오거나 할 때면 다정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단 한 차례 있었던 너무 바빠 늦어진 음식 때문에 그냥 떠나는 손님에게 달려나가 연거푸 인사를 하며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데서는 그 진심마저 느껴졌다. 그 손님들이 오히려 응원까지 해주고 갈 정도로 느껴졌던 훈훈한 진심.

사람의 진가는 그 일상적인 삶의 습관이나 태도 속에서 묻어난다고 했던가. 혼잣말을 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꼼꼼하게 일을 해내고,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어떻게 편하게 해줄까를 고민하는 모습에서 양세종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좋은 인성은 그가 좋은 연기를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골목식당’ 상권을 살리는 3박자, 준비된 식당·홍보·노하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회기동편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되어간다. 어머님이 내주신 돈으로 이전개업을 했다며 “망할 수 없다”고 절박한 눈물을 보이던 고깃집은 갈비탕 국물을 업그레이드해 합격점으로 받았고 여기에 백종원 레시피가 더해져 더할 나위 없는 갈비탕을 만들었다. 게다가 대학가에 맞는 가성비 고깃집을 위해 냉동삼겹살로 방향전환을 하고, 여기에 이 집만의 파절이를 청주까지 가서 먹어보고 연구해 만들어냄으로써 점점 준비된 고깃집의 면모를 갖춰갔다. 

닭볶음탕집은 부모님이 일궈놓은 회기동의 가성비 맛집이었지만, 그 레시피와 메뉴를 함부로 바꾸지 못하는 착한 아들의 고민이 있던 식당이었다. 큰 닭을 쓰기 때문에 양념이 잘 배지 않는 문제와 약간의 닭비린내가 나는 문제를 한번 삶아내고 채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했고, 메뉴는 백종원과 아버님의 담판을 통해 정리되었다. 결국 이 집은 닭볶음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으로 거듭났다. 

사람의 손이 아닌 것처럼 쉬지 않고 능숙하게 놀리며 피자를 만들어 백종원도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피자집도 결국 손님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체험을 해본 후 너무 많은 메뉴의 축소에 들어갔다. 파스타를 덜어냈고, 감바스도 빼버렸다. 그러자 도리어 피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하나에 두 가지 맛을 맛볼 수 있는 업그레이드 피자가 등장했다. 메뉴를 단순화하면서도 맛은 확장시킨 셈이다. 

컵밥집도 노량진을 다시 방문해 자신들의 생각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각으로 다시금 컵밥을 재정비했다. 보기에도 풍족함을 주는 컵밥 사이즈를 키웠고 재료는 다양하게 넣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낮춰 컵밥 하면 떠올리는 가성비를 맞췄다. 심지어 그 골목을 오고가다 우연히 백종원이 찾은 붕어빵집도 수혜를 입었다. 맛을 본 백종원이 반죽이 맛있다며 안에 다른 걸 넣어보자 제안했던 것. 크림치즈와 고구마 무스를 넣은 붕어빵은 그 잠깐의 업그레이드만으로 그 골목의 새로운 시그니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큰 관심만큼 최근 많은 논란에 휩싸이며 구설수도 많았다. 방송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섭외부터 편집까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졌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고깃집 같은 경우에는 방송이 나간 후 나온 악플들로 심적인 고충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사장님이 사모님에게 “우리 절대로 더 이상 울면 안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게 ‘가식’이라는 악플들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만큼 응원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 고깃집 문에 붙여놓은 편지에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물론 음식 자영업자들이 가진 현실적인 문제에는 그들 개인의 문제만큼 정부적 관점에서 봐야할 정책적인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결국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건 단지 가게만 살린다는 것이 아니라 골목의 독특한 저마다의 문화를 살려야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그것은 낡으면 밀어내고 새 건물을 올리는 식의 거대 자본이 기존의 상권을 밀어내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생겨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그런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것보다 식당이라면 가져야할 기본적인 것들을 찾아내고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그것으로 골목이 활기를 띠게 만드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궁극의 목적이다. 그래서 자영업자들편에서 부족한 면들을 채워나가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

회기동편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어떤 골목을 살려내는데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공조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준 면이 있다. 일단 피자집이나 닭요릿집처럼 준비된 식당이 있어야 하고(적어도 고깃집이나 컵밥집처럼 마음의 준비라도), 지나가다 붕어빵집의 시그니처를 만들어버리는 백종원 매직 같은 그 식당의 맛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노하우가 더해져야 하며, 그런 상권에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홍보가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는 것.(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눈이 부시게’, 웃다 울다 희비극에 안정감 주는 연기자들 호연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첫 회는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해지는 멜로였다. 삼겹살 먹는 게 꿈이라며 청테이프로 문틈을 모두 막아놓고 혼자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 질식해 쓰러지는 김영수(손호준)가 실려 가기 전 고기를 뒤집어 달라고 하는 대목은 이 작품이 얼마나 코미디에 충실한가를 보여준다. 그가 계속 놀려대고 장난치는 동생 김혜자(한지민)에 술기운에 좋아하던 선배에게 고백하러 갔다가 분수처럼 토를 해버리는 장면도 그렇다. 

여기에 김혜자와 이준하(남주혁)가 여러 차례 우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큼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동네주민들(주로 할머니들)과 요양원 시설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마치 그 곳에 온 준하의 할머니라는 걸 알게 되는 에피소드는 참신했다. 동네 시위 현장에서 남녀가 만나는 설정은 어느 멜로에서도 보지 못했던 진풍경이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이 우동집에서 술에 취해 ‘불행 배틀’을 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의 설렘을 주는 멜로의 풍경이었다. 

2회에 들어서면서 <눈이 부시게>는 이 드라마가 그저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한 멜로로만 가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를 되돌리기 위해 봉인해뒀던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꺼내 무한정 돌려 결국 아빠를 살려내지만 김혜자는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아빠를 되살리기 위해 시계를 돌리고 사고가 나는 걸 막으려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은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상큼 달달에서 눈물 철철로 바뀌는 대목. 배우 한지민의 만만찮은 연기 몰입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김혜자)는 그 충격에 자기 방문을 걸어 닫았다. 그 변신(?)을 부정하다 포기하게 되는 그 과정은 어찌 보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연기자 김혜자는 이를 절절한 비극으로 소화해낸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실감나게 해주는 연기가 아닐 수 없다. 극의 장르적 특징이 급변하고 그 인물의 감정도 급변하기 때문에 다소 어색해보일 수 있는 대목이지만 김혜자는 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변환시키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남다른 불행을 안고 사는 이준하 역할을 한 남주혁의 연기까지 더해졌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여겨지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할머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준하는,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떨쳐내기 위해 자해를 한 후 가정폭력 신고를 한다. 결국 아버지는 잡혀 들어가지만 그 아들을 두고 볼 수 없는 할머니는 경찰서를 찾아가 그것이 자해극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이준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풀려나온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으며 “이게 다 너 때문”이라는 질책을 듣는 이준하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눈이 부시게>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섞여 있고 발랄한 코미디와 청춘 멜로가 더해져 있어 어찌 보면 가벼운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삶의 밝은 부분만큼 어두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지점이다. 희비극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해주는 것만 같다. 

중요한 건 이런 희비극이 우리네 삶의 정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드라마로서 납득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거다. 그래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김혜자는 물론이고 한지민이나 남주혁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이들의 눈부신 연기가 있어 인생의 희비극을 우리는 웃고 울며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눈이 부시게’, 눈부신 한지민·남주혁 이들이 겪을 청춘의 시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가졌지만 그 시계를 사용하면 빨리 늙게 된다. JTBC 새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타임리프 설정은 여느 유사 장르물들과 달리 그런 한계점을 덧붙여놓았다. 그래서 그런 ‘판타지의 룰’을 몰랐을 때 그 시계를 발견했던 어린 혜자(한지민)는 제 맘대로 시간을 되돌려 시험 점수를 올리거나 봉변을 모면하거나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구 시계를 쓰다 급성장해버리면서 혜자는 시계를 쓰지 않기로 한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이 부시게>는 바로 이런 상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시계를 갖고 있는 혜자(한지민)라는 인물이다. 이런 시계가 탐욕 가득한 인물의 손에 들어갔다면 이 이야기는 좀 더 살벌한 스릴러가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자는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할 줄도 아는 인물이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장난꾸러기였던 오빠 영수(손호준)의 장난에 늘 지지고 볶지만 그래도 큰 다툼을 벌어지는 않고, 미용실에서 일하는 엄마의 염색약에 거칠어지는 손과 ‘돈 들어갈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동아리 선배의 추천으로 에로영화 더빙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선배 때문에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해 종군기자로 해외로 나간 선배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다. 

에로영화 더빙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힘겨운 상황이었다면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써서 더 엄청난 짓을 벌일 수도 있었겠지만 혜자는 그러지 않는다. 대신 우연히 알게 된 준하(남주혁)과 술자리를 함께 하며 벌인 ‘불행 배틀’을 듣다 술기운에 시계를 꺼내든다. 그런데 그건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할머니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한 준하를 위해서다. 

이처럼 <눈이 부시게>의 타임리프 판타지 설정은 거창한 스릴러가 아니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동화 같다. 결국 시계를 되돌린 혜자는 자신의 청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훌쩍 날려버린 채 나이가 들어버린 혜자(김혜자)가 되어버릴 처지다. 반면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 때문에 모든 걸 다 갖추고도 무기력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준하. 그의 앞에 할머니가 된 혜자가 등장한다. 과연 이들의 이 기상천외한 관계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타임 리프라는 소재는 시간과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그 설정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상상이지만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하지만 <눈이 부시게>는 그런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가 주는 어떤 결과들에 주목하기보다는, 이런 변화 속에서 ‘시간’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드라마다. 

<눈이 부시게>라는 제목은 그래서 아마도 눈부신 ‘청춘의 시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청춘의 시간이란, 너무 살날이 많이 남은 듯 느껴지는 탓에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눈이 부시게 빛났는지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봤을 때 겨우 발견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찌 보면 거대한 판타지 설정이 있지만 그것을 소소한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그 속에서 툭탁댔던 경험들조차 눈부신 일들이라 전해주는 이 드라마에서, 한지민과 남주혁, 손호준 같은 배우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보인다. 지금 막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이 배우들의 호연은 이 작품이 가진 동화 같은 매력을 비주얼만으로도 만족시키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이제 나이 든 모습으로 돌아올 김혜자의 공력이 묻어나는 연기가 더해진다는 점이 이 드라마에 더더욱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25살의 연기를 김혜자는 어떻게 구현해낼까. 준하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게 될 2명의 혜자가 그와 엮어나갈 사랑과,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될 시간의 의미가 어떻게 그려질지 자못 궁금해지는 드라마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트랩’, 이서진은 ‘예능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이서진 하면 먼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작품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서진은 2003년 방영됐던 <다모>로 스타덤에 오른 후 지금껏 연기를 쉰 적은 없었다. 2007년 <이산>, 2011년 <계백> 같은 대작 사극에 출연했었고, 2014년에는 <참 좋은 시절>로 KBS 주말극에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 <결혼계약>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특별기획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지난해 그가 출연했던 영화 <완벽한 타인>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진 하면 예능이 먼저 떠오르게 된 건 이른바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며 출연해왔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모두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과거 <1박2일>에서 나영석 PD와 맺은 인연이 이어져,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시리즈로 이서진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유의 툴툴대면서도 할 건 또 제대로 다 하는 그의 캐릭터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늘 미소 짓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완벽한 타인>에 이어 OCN 주말드라마 <트랩>으로 돌아왔다. <완벽한 타인>이야 코미디물인데다가 원 톱이 아니라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등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 것이니 이서진에게 큰 부담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본격 스릴러 장르물인 <트랩>은 다르다. 이 7부작 무비드라마에서 이서진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국민앵커로 불리며 사직한 후에도 대중과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강우현이 바로 이서진이 해내야 하는 역할. 드라마는 그가 아내 신연수(서영희)와 아들 강시우(오한결)와 함께 어느 산장에 가게 되면서 의문의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 사냥’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아내와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온몸에 부상을 당한 채 병원에 실려 온 강우현은 자신이 산에서 겪었던 일들을 힘겹게 털어놓지만 동시에 그 충격으로 인한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강우현이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공수특전여단에서 장교로 복무한 인물. 강우현을 덫에 빠뜨린 산장지기 마스터 윤(윤경호)을 오히려 공격하며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의 만만찮은 반격이 이어질 거라는 걸 예감케 했다. 실제로 그는 아내와 아들을 붙잡고 있는 사냥꾼들과 석궁과 총 그리고 맨주먹으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랩>이 제목에 담아놓은 ‘덫’은 산장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냥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듯 보인다. 어딘가 의심스러운 주변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그를 둘러싼 숨겨진 거대한 덫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최대투자자인 홍원태(오륭)가 그렇고, 비서지만 어딘지 숨기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김시현(이주빈)이 그렇다. 심지어 아내 신연수도 어딘가 의심스러운 느낌을 준다. 국민 앵커라는 위치가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이는 위협요소들이 강우현을 둘러싼 덫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어딘지 부드럽고 신뢰가 가는 인물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덫에 걸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의 변신을 이서진은 연기해야 한다. 투박하게 이어지는 액션과 가족을 잃고 절규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절박함 같은 감정들은 결코 쉬운 연기라 보긴 어렵지만 이서진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정도의 연기 도전이어야 우리가 늘 이서진하면 떠올리던 예능의 잔상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서진에게 어찌 보면 예능의 덫(?)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안간힘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과연 이서진은 이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1999년 데뷔한 이서진이 예능과 연기 사이의 시험대에 올랐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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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팬’이 음악예능에 담은 취향, 팬, 발굴

SBS 음악예능 프로그램 <더 팬>이 카더가든의 우승으로 종영했다. 아무래도 경연이었기 때문에 누가 우승했는가는 중요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무대에 올라 팬들을 갖게 된 모든 가수들이 사실상 승자라고 볼 수 있었다. 경연이라고 해도 실력을 겨루는 무대가 아니라, 취향과 취향이 맞붙는 대결이어서다. 우승했다고 해서 누가 우위에 있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고 그저 팬분들이 더 많은 성원을 해줬다는 의미니 말이다. 

사실 카더가든은 이미 인디 쪽에서는 유명 인사나 다름없었다. 인디 밴드의 공연에는 항상 빠지지 않던 카더가든이었고, 그 남다른 음색으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로 정평이 나 있었다. 다만 카더가든이 원한 건 자신을 아는 분들만이 아니라 모르는 분들에게도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부담이 될 수 있는 <더 팬>이라는 무대에 기꺼이 설 수 있었다. 

최종 무대에서 경연을 벌였던 비비 같은 경우, 말 그대로 이번 <더 팬>이 그의 첫 무대나 다름없는 신예였다. 그러니 이런 신인들과 함께 그래도 인디에서 잔뼈가 굵은 카더가든이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부담은 현실로 돌아오기도 했다. 첫 무대에서 탈락후보가 되는 굴욕을 겪었던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되돌아보면 이 첫 무대에서의 굴욕은 카더가든에게는 약이 되었다. “다시 돌아와 우승하겠다”고 했던 그 의지가 생겨났고, 매 회 그가 들려준 노래들은 그 주의 화제가 되었다. ‘명동콜링’은 이제 원곡을 불렀던 크라잉넛보다 카더가든의 버전이 더 많이 들려지게 되었다.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 같은 노래는 카더가든 하면 떠오르는 시그니처 음악이 되었다. 

카더가든 우승으로 끝난 <더 팬>을 보면 지금 현재 음악 소비와 이를 반영하는 음악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 많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가창력 대결을 통해 우승자를 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노래는 그렇게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만 취향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크건 작건 저마다의 취향에 따른 팬들의 소비가 지금의 음악 소비의 흐름이 되고 있다. 

<더 팬>은 바로 이런 변화를 읽어낸 음악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스타가 추천한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소개되고 그렇게 방송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팬층을 넓혀나가는 프로그램. 팬마스터로 앉아 있는 유희열이나 김이나, 이상민, 보아도 음악에 대한 품평이나 심사를 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가수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을 거쳐 <더 팬>은 꽤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가수들을 소개해줬다.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요물발라더 용주나 지금 당장 아이돌 그룹의 센터를 맡아도 잘 할 듯한 임지민, R&B 감성을 가진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 트웰브나, 재즈 싱어의 느낌을 주는 알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비비,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놀라운 춤과 노래의 기량을 보여준 민재, 휘준 등등. <더 팬>은 음악에 다양성을 여러 개성적인 가수들을 통해 소개해주고 저마다 취향에 맞는 가수를 응원할 수 있게 해줬다. 

세상은 넓고 음악은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내 취향에 꼭 맞는 어떤 음악이 있는지조차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더 팬>이 해준 건 그 취향을 꺼내 증폭된 무대로 보여준 것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이제 음악예능 프로그램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 된 것 같다. 적어도 카더가든 같은 취향저격의 가수를 나름의 스토리텔링으로 주목시키는 일.(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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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 송이 매니저 착한 인성 만든 조부모의 남다른 가르침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마침 박성광의 <정글의 법칙> 촬영 때문에 모처럼만에 휴가를 얻은 송이 매니저가 찾아간 창원 조부모댁.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 훈’이라 적어놓은 문구들이 유독 눈에 띈다. ‘1. 거짓말 안하기 2. 부지런 하며 3. 깨끗이 하기 4. 인사 잘하며 5. 남을 돕고 6. 절약하기’가 그것이다. 


사실 새롭거나 대단한 가훈은 아니지만, 그 평범한 문구들을 굳이 적어 붙여 놓은 데서 어딘지 할아버지의 남다른 교육이 느껴진다. 경쟁적으로 살다보니 아이들에게도 공부하라는 말만 자주 하게 되는 게 도시의 흔한 풍경이 아닌가. 하지만 할아버지의 가훈은 삶의 기본이 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살아서 어디 성공할 수 있겠냐 싶은 현실을 말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이런 기본에 충실한 삶이 주목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박성광의 매니저 임송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도 바로 그 할아버지의 가훈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듯 보이는 그의 인성 때문이었다. 초보시절 잘 몰라서 실수도 연발하지만 그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매니저 일에 익숙해지려 노력해온 임송이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늘 단정하고 인사성 밝으며 매니저로서 박성광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려 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역력히 드러났다. 게다가 굳이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박성광에게 “오빠 돈을 함부로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던 송이 매니저였다. 

그 가훈의 문구 하나하나에서 그간 방송에서 송이 매니저가 보였던 어떤 말과 행동들이 떠오른다. 비로소 우리가 어째서 박성광만큼 그 매니저인 송이에 집중하고 있었는가가 새삼 느껴진다. 너무 되바라지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 속에서 송이 매니저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래서 내내 우리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피어날 수 있었다. 

출세해서 고향인 창원에 돌아와 백화점에서 할머니의 빨간 내복을 사는 송이 매니저는 할머니가 자신들이 어렸을 때 입었던 내복을 늘 입으셨다고 말했다. 그게 못내 눈에 밟혀 내복을 두 벌이나 산 송이 매니저는 아끼지 말고 마음껏 입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박성광을 위한 선물도 잊지 않았다. 귀여운 문양의 니트를 산 송이 매니저는 비싼 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했다. 

일찌감치 길모퉁이에까지 나와 손녀들을 기다리시는 할머니에게서는 남다른 애정이 묻어났다. 미리 챙겨둔 음식들을 잔뜩 차에 싣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는 길, 할머니는 송이 매니저가 준 용돈에 돈을 보태 부엌에 온수기를 단 일을 자랑하셨다. 그게 없어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곤 했었다는 할머니. 용돈으로 마을회관에서 한 턱을 냈다는 할머니의 말에 송이 매니저는 자신이 보탬이 된 것에 뿌듯해 했다. 

사실 송이 매니저가 보여준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동생과 함께 고향을 찾아 선물을 사고 할머니를 만난 게 전부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 어떤 극적인 이야기들보다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평범하지만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것을 지키며 사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고 또 성공할 수도 있다는 걸 송이 매니저가 보여주고 있어서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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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렌즈’ 백종원을 알바생으로, 현명한 게스트 활용법

tvN 예능 프로그램 <커피프렌즈>를 보며 처음엔 이런 형식으로 몇 회나 가능할까 싶었다.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곁들인 브런치 카페. 이 프로그램의 주축인 유연석과 손호준이 만나 최지우와 양세종을 섭외하고 제주도의 감귤농장에 붙어 있는 창고를 개조해 카페를 열었을 때, 그 이야기는 다소 단조로울 수 있다고 여겨졌다. 실제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만들어 서빙하고, 손님들의 반응과 기부형식으로 하는 계산, 그리고 영업종료 후 이어지는 정산 과정은 처음 볼 때는 흥미로웠지만 반복되면서 비슷비슷한 그림으로 채워졌다. 이러니 과연 몇 회나 지속될까 의구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tvN <커피프렌즈>는 벌써 6회분이 방영되었고 시청률도 5% 이상(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추진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걸까. 거기에는 <커피프렌즈>가 또 하나의 동력으로 세운 게스트 활용법이 있다. 최근 JTBC ‘SKY 캐슬’로 주목받은 배우 조재윤이 막내 알바생으로 투입되면서 그 막내의 자리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변수가 되어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무섭게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귀여운 면이 있고 또 반전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하는 인물. 막내였던 양세종이 선임이 되고 조재윤이 후임으로 설거지옥(?)에 들어가는 상황은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애초 유연석과 손호준이 직접 섭외를 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됐던 유노윤호가 그 막내의 자리로 들어섰다. ‘가장 싫어하는 벌레가 대충’이라는 말로 열정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노윤호는 역시 “대충은 없다”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막내는 선우. 유연석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손이 가는 곳에서 열심히 뛴 선우 덕에 매출이 100만원이 넘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새로운 게스트들이 막내로 들어오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패턴이 생기기 시작했다. 쉬운 일 일거라 믿고 내려왔던 게스트가 오자마자 앞치마에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다가 차츰 적응해 가는 과정들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커피프렌즈>는 백종원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유연석과 손호준은 음식을 가르쳐주는 백종원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고 백종원은 선선히 승낙했던 것. 아마도 이 섭외에는 과거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로 맺어진 백종원과 박희연 PD의 인연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게다.

백종원을 막내 알바생으로 투입시킨 건 역시 신의 한 수였다. 점점 메뉴의 가짓수가 늘다 보니 점점 진짜 카페 같아진 이 곳은 다소 정신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전설의 알바생’을 투입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최지우는 백종원이 오면서 너무 편안하고 여유로워진 카페 영업에 놀라워했다. 설거지면 설거지, 요리면 요리 척척 손길만 닿으면 빛의 속도로 해결하는 이 전설의 알바생은 심지어 그가 막내로 서 있는 그 예능적인 풍경까지 만들어내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습관적인 사장’의 모습을 간간히 드러내는 걸로 웃음을 주며.

다음 주 예고편을 보면 남주혁과 엑소 세훈이 새로운 알바생으로 등장할 거라고 한다. <커피프렌즈>가 가진 최대의 즐거움이 바로 보는 즐거움이다. 예쁜 카페와 그 곳을 찾는 예쁜 사람들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선남선녀들. 여기에 남주혁과 세훈까지 들어가면 말 그대로 비주얼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디 예쁜 것이 비주얼만이랴. 이런 화려한 게스트들이 <커피프렌즈>를 기꺼이 찾아오게 된 그 마음이 더 예쁘다. 그것은 바로 기부의 좋은 뜻을 공유하게 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니 말이다. <커피프렌즈>의 단조로울 수 있었던 이야기는 그래서 이렇게 기꺼이 찾아 준 화려한 게스트들로 인해 풍성해졌다. 백종원이 막내 알바생으로 기꺼이 참여할 정도니 말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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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노래는’, 가사를 음미하면 달리 들리는 노래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읊조리듯 김고은이 부르는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의 가사가 새록새록 다시금 가슴에 와 닿는다. 이 노래의 가사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사실 여러 무대에서 들려오곤 했던 이 노래를 이토록 집중해서 들어본 일이 있을까 싶다. 가사가 콕콕 박혀오자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라는 대목에서 울림은 더 커진다. 명곡이란 이런 것일 게다. 

이것은 JTBC <너의 노래는>이라는 프로그램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다. 보통 한 시간짜리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적어도 7,8곡 정도(어쩌면 그 이상)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의 노래는>은 한 시간에 딱 두 곡 정도를 들려준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선곡한 천재 뮤지션 정재일이 그 노래를 함께할 김고은과 만나고 어떻게 부를 것인가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이 노래가 가진 가사와 그 정조를 더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에 연극배우 박정자 같은 인물의 인터뷰가 노래의 색깔을 더해준다. 박정자는 그저 가사를 읽어주다 노래를 부르다 다시 읊조리는 것으로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짧은 연극처럼 구현해냈다. 여기에 이 노래를 불렀던 패티김과 고 길옥윤의 평생 전우애(?)가 느껴지는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담긴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평생 서로를 챙겼던 그 특별한 관계 속에서 이 노래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정재일은 이 드라마틱한 노래가 ‘슬픔과 그리움 없이 담담하게’ 불리길 원했다. 그래서 전문적인 프로 가수가 아닌 김고은과 협업하게 됐고, 김고은은 그렇게 담담하게 듣는 이들이 저마다의 감성으로 노래를 듣기를 원했다. 배우다운 해석이었다. 자신이 먼저 울기보다는 절제함으로써 관객을 울리게 하는 방식을 택한 것. 그래서 정재일의 일렉트릭기타 반주 하나만 더해져 다시 불려진 이 노래는, 김고은이 읊조리듯 멜로디를 불러주고 정재일의 기타가 그 뒤에서 변주하는 방식으로 재해석됐다. 멋 부리지 않으니 가사는 더 귀에 쏙쏙 박혔다. 명곡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너의 노래는>이 정훈희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준 <세월이 가면> 역시 우리에게는 박인희의 노래로 잘 알려진 곡이다. 하지만 본래 이 곡은 그 연원을 따라가면 명동의 어느 선술집에 모인 명동백작들의 전설적인 이야기에 와 닿는다. 박인환, 이진섭, 나애심이 즉석에서 만들어 불러 순식간에 선술집을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다는 전설. 그 노래는 후에 현인, 현미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가수들에 의해 재해석됐고 박인희의 청아한 목소리로 이어졌다. 

정훈희와 정재일의 협업으로 다시 부른 <세월이 가면>은 명동백작들의 그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훨씬 더 절절한 정조를 담아냈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같은 가사가 세월을 담아내면서 정훈희는 끝내 노래를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 

사실 요즘처럼 노래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가사를 듣는 일은 점점 더 요원해진다. 당장의 자극적인 가사들이 우리의 귀를 헤집고 들어와 자극하고, 그런 자극들이 익숙해지면 가사가 갖는 깊은 정서를 음미할 여유조차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노래는>은 그 귀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준다. 그래서 한밤중 조곤조곤 음악에 대해 진지한 눈빛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정재일처럼 이 프로그램은 가사를 들려준다. 그것을 음미하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음악이 아니겠냐고 속삭이듯.(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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