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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과 '아스달연대기', 문명이라 칭하지만 야만인 저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에서 백이현(윤시윤)은 상투를 자르고 양복을 입은 채 ‘개화조선’이라고 혈서를 쓴다. 그리고 자신의 일본식 이름을 오니(도깨비)라 명명한다. 그는 일본 유학을 통해 본 문명의 힘을 실감하고 조선이 개화된 세상을 꿈꾸었지만, 높디높은 신분차별의 벽을 실감하고 절망한다. “조선에 설 곳이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일제의 앞잡이가 되면서도 스스로는 조선을 ‘개화’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러면서 그는 구한말의 조선을 ‘야만’이라 칭한다. 즉 일본이 들어와 개화하려는 것이 ‘문명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 그의 이런 변명과 합리화에 송자인(한예리)은 범궐을 해 무차별로 인명을 살상하고 힘으로 조정을 장악해버린 일제의 만행들을 어찌 ‘문명’이라 말할 수 있겠냐고 꾸짖는다. 무엇이 야만이고 무엇이 문명인가를 명확히 꼬집은 일침이다.

 

백이현이 흔히 말하는 개화니 문명이니 하는 말들은 <녹두꽃>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다. 그는 일찍이 전봉준(최무성)과 독대하며 “죽창은 야만이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대신 “개화된 세상의 선진 문물, 문명이 사람을 교화시키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봉준은 자신이 생각하는 야만 중에 “가장 참담한 것이 문명국이라 자처하는 열강”이라며 “약소국을 쳐들어가 등골을 빼먹고 또 다른 약소국을 놓고 싸우는 짐승”이라 일갈한다.

 

흥미로운 건 이런 문명과 야만에 대한 담론이 구한말을 다룬 <녹두꽃>만이 아니라 심지어 상고시대를 다루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도 똑같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일찍이 불을 다루고 그것으로 더 강한 칼을 만들고, 정복전쟁으로 약한 종족들을 노예로 만들어 그 노동력을 착취해 세운 아스달 문명. 그 문명의 침범을 막았던 대흑벽조차 그들이 하늘 높이의 사다리로 연결 지으면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와한족은 살 터전을 잃고 아스달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풍요를 외양으로 치장하고 있는 아스달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실상 야만에 가깝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연맹장에 오르려 하고, 아버지는 딸을 첩자로 이용해 자신의 지위를 지켜내려 한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 타곤(장동건)은 나아가 스스로를 신격화하고 아스달을 지배하려는 권력욕을 드러내고, 타곤과 함께 야망을 불태우는 태알하(김옥빈)는 자신을 첩자로 이용하려던 아버지를 배신한다. 그들은 와한족을 ‘두줌생(두 발로 걷는 짐승)’이라 부르며 짐승 취급하지만, 실상 짐승은 무력으로 무고한 생명을 죽이고 노예화하는 그들이다.

 

<아스달 연대기>가 다루고 있는 건 상고시대부터 시작되었던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야만의 연대기다. 세상을 제 손안에 쥐려는 욕망과 권력에 의해 무수히 많은 이름 모를 생명들의 피로 점철된 끔찍한 인간의 연대기. 그 연대기는 그래서 그 후 계속 지속되어 왔고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구한말을 다루고 있는 <녹두꽃>에서도 똑같은 ‘문명의 야만’을 목도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잔인한 연대기 속에서 어떤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 건, 그 문명의 야만이 침탈해 들어올 때 이를 막기 위해 나선 많은 이들이 있었다는 것일 게다. <아스달 연대기>의 와한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은섬(송중기)과 탄야(김지원) 같은 인물들이 그렇고, <녹두꽃>의 일제와 맞서다 전장에서 스러져간 무수한 백이강(조정석) 같은 동학군 의병들이 그렇다.

 

그리고 이런 문명의 야만은 지금도 여전하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신 열강들의 힘 대결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지 않은가. <아스달 연대기>나 <녹두꽃> 같은 과거를 담은 이야기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를 갖는 건 그래서다. 그 야만의 역사들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어떤 선택들을 해야하는가가 명확해질 것이니 말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보좌관’의 몰입감 만들어낸 연기 베테랑 김갑수

 

물론 진짜 정치인들은 조금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의 송희섭 의원(김갑수)을 보다 보면 그 모습이 진짜 정치인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난다. 카메라 앞에 서면 짐짓 국민을 위해 뛰고 또 뛰는 듯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진중한 낮은 목소리로 소신을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원실로 들어가면 그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신발을 벗어 아무 데나 던지는 안하무인격의 권위적 모습은 기본이고, 내뱉는 말들은 칼만 안 들었지 살벌하고 경박한 폭력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이런 인사가 4선이나 의원직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만, 그것이 일종의 허허실실이라는 건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가를 감지해내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대중들에게 동정심 같은 걸 유발하기 위해서 심지어 자신이 두들겨 맞는 모습까지 쇼로 연출해낼 정도로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위해서 뭐든 하는 인사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필요하면 적과도 연대한다.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에게 차기 의원직 약속을 하며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갑게 대하지만, 그가 너무 잘 나가고 힘을 얻기 시작하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오원식(정웅인) 보좌관 같은 인물을 부르기도 한다. 궁지에 몰렸던 오원식이 결국 장태준의 개인서랍을 열어 그 안에 숨겨진 송희섭 의원의 약점이 담긴 USB를 빼내오자, 송희섭은 금세 태도를 바꿔 장태준과 거리를 두며 오원식을 가까이 한다.

 

하지만 장태준에게는 자신을 법무부장관이 되게 해줄 능력이 있다는 걸 송희섭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허위진술을 해서 위증죄를 갖게 만든 장태준을 너무 멀리도 또 너무 가까이도 대하지 않는다. 그 적당한 거리감은 장태준을 더 죽을 힘을 다해 뛰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의원이 되고픈 야망을 위해 송희섭에게 바친 세월이 그의 한 마디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장태준이기 때문이다.

 

송희섭은 자신의 약점이 담긴 USB를 흘린 인물을 잡아다 놓고 장태준이 보는 앞에서 마치 들으라는 듯 그를 질타한다. 자신이 정치인이 되면서 버린 것이 바로 “수치심”이라고 한다. 그 말은 자신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수치심 따위는 버린 채 온몸을 던져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노회한 정치인이 무섭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수치심을 버렸는데 도대체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보좌관>은 정치인들을 보좌하는 이들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지만, 그래서 이들의 생사여탈부를 쥐고 있는 정치인의 존재감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의 동력은 사실상 송희섭 의원이라는 만만찮은 인물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는 이 인물의 변화가 사실상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관들의 갈등 양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김갑수의 미친 연기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이지만, <보좌관>에서 그 연기가 돋보이는 건 그래서다. 진짜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이는 김갑수가 있어 <보좌관>의 힘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막연히 뉴스 등을 통해 봐왔던 정치인의 모습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미친 연기의 힘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슈퍼밴드’의 이합집산 오디션, 가능성 확장의 시간

 

JTBC <슈퍼밴드>는 이제 팀 조합 오디션을 끝내고 최종 6팀의 밴드를 확정했다. 6팀은 이찬솔 팀(이찬솔 임형빈 강경윤 김준협 김형우), 케빈오 팀(케빈오 이종훈 최영진 디폴), 양지완 팀(양지완 채보훈 김하진 정광현 이나우), 아일 팀(아일 하현상 김영소 홍진호), 이주혁 팀(이주혁 신예찬 신광일 조원상), 자이로 팀(자이로 홍이삭 김우성 벤지 황민재)이다.

 

팀에 합류한 멤버들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면 그간 팀 조합 오디션에서 저마다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보다 선명하게 찾아내고 또는 확장시킨 그 과정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처음 무대에 나왔을 때는 버스킹의 공력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점점 자기만의 목소리 색깔과 무대 매너까지 자연스러워진 가장 호소력 깊은 목소리를 가진 이찬솔. <슈퍼스타K>의 잔상이 강했지만 차츰 밴드 음악에 어우러지며 다양한 장르들을 소화해낸 케빈 오, 방구석 아티스트로 불렸지만 밴드들과 함께 하는 음악 실험(?)들을 통해 재미있는 프로듀싱의 세계를 보여준 디폴.

 

천재 피아니스트로 등장했지만 점점 락에 동화되어가는 모습으로 자신을 확장시킨 이나우, 어딘지 가녀린 목소리로 감성적인 보컬에 갇혀 있는 듯 보였으나 아일 같은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 자신감 넘치는 고음으로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선사한 하현상, 멋진 첼리스트인 건 분명했지만 이젠 밴드에 아일랜드풍의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첼리스트가 된 홍진호, 워낙 타고난 목소리의 소유자였지만 갈수록 시원한 고음이 살아나고 유니크한 매력이 돋보이게 된 이주혁과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어떤 음악에도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늘 기분좋은 느낌을 주는 신예찬, 넘치는 끼와 재능으로 오디션이 아닌 점점 자기 무대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벤지 등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종 6팀에 들어간 멤버들은 저마다 자신을 진화시킨 그 과정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했던 건 <슈퍼밴드>가 오디션이라는 틀을 가져오면서도 끝없이 팀 조합을 바꿈으로써 출연자들로 하여금 여러 음악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만일 이미 완성되어 있는 밴드들이 나와서 1위 자리를 두고 벌이는 오디션을 벌였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진화이고 변화였다.

 

그래서일까. 이 오디션은 탈락자 발표에 있어서 여타의 오디션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연출되었다. 탈락하는 이들도 또 남은 이들도 심지어는 탈락자 발표를 하는 프로듀서들도 모두 눈물바다가 된 것. 그런데 그 눈물을 떨어진 것이 아쉬워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탈락자들이 일관되게 한 말은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인물들과 형 동생하며 이런 저런 음악들을 만들어보고 발표해보는 그 기회들이 자신들의 음악활동을 단기간에 성장시킨 중요한 동력이 되어주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다른 참가자들과, 프로듀서 또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락했다고 해도 그것이 이들 관계의 끝은 아니라는 걸 윤종신 프로듀서는 명확히 했다. 그는 실력을 비교한 게 아니고 “최종 팀 구성에 필요한 참가자들을 선발한 후 나머지 남는 분들이 탈락자가 됐다”고 했다. “탈락자를 뽑은 것이 아니고 탈락자가 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그 결과로 박영진, 지상, 안성진, 황승민, 박찬영, 조한결, 이시영, 신현빈, 박지환 등이 최종 탈락자가 되었다.

 

여러모로 이제 <슈퍼밴드>에 팬이 된 분들이라면 이들이 탈락자가 된 것이 아쉽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탈락자라고 해도 우리는 이미 이들이 얼마나 자신을 성장시키며 빛나는 무대들을 보여줬는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탈락자지만 빛나는 무대들이 떠오르고, 그들 역시 그런 무대를 했다는 경험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오디션. <슈퍼밴드>가 여타의 오디션과는 얼마나 다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검블유’, 당당 솔직해 멋진 삶과 위선적 삶의 대립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 배타미(임수정)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멜로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그는 결국 젊고 잘생긴데다 타인에 대한 넉넉한 배려심을 가진 박모건(장기용)에게 끌린다. 나이 차가 많이 난다며 밀어냈지만 정작 전화가 오지 않자 온통 신경은 그에게 쏠린다. 급기야 전화를 해보지만 연결이 안 되고, 회사까지 찾아가 그가 낚시를 하러 갔다는 얘기에 주문진까지 차를 몰고 간다.

 

어찌 보면 이런 이야기 설정은 멜로드라마에서 낯선 풍경은 아니다. 밀어내지만 끌리고 그래서 결국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이상하게도 <검블유>의 배타미가 하는 이 뻔해 보이는 사랑이야기는 전혀 뻔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그가 하는 말들이나 행동들이 특별하고, 나아가 멋있게 느껴질까.

 

그것은 배타미라는 인물의 당당하고 솔직한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TV토론회에서 제기됐던 후보의 불륜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진 일로, 어쩔 수 없이 청문회에 나간 배타미는 그러나 오히려 자신을 궁지에 모는 국회의원의 미성년 성매매의 증거를 내놓음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킨다. 결국 이 일로 회사에서 억울하게 해고당하지만, 그는 다시 경쟁사로 들어가며 오히려 선전포고를 한다.

 

배타미는 자신이 완전무결한 사람이라 주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온전히 정의만을 부르짖는 그런 순진함을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쟁사로 와 TF 팀장을 맡게 된 그에게 사사건건 반대 입장을 내는 차현(이다희)을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합리적이고 쿨하다. 자신에게 반대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한 연예인의 스폰서 루머에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자 이 당당하고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배타미도 두려워진다. 회사는 이것이 사실무근이라는 공식자료를 내놓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을 저지른 배후를 찾아 배타미의 무고함을 드러낼 권리를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결국 검색어 조작이 됐다는 회사의 부실함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배타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해커 출신의 팀원이 검색어를 조작한 업체를 찾아내고 거기서 배후가 그 연예인의 실제 스폰서인 송가경(전혜진)의 남편 오진우(지승현)라는 걸 밝혀낸 것. 하지만 오진우의 태도는 전혀 사과가 담겨져 있지 않다. 거액의 돈을 위자료로 건네며 “돈만이 위로가 된다”고 말한 것. 하지만 순순히 돈을 받아나온 배타미는 차현을 불러 함께 오진우의 차를 박살낸다. 그리고 송가경과 오진우에게 그 받은 돈을 다시 건네주며 “크게 보상했다”고 일갈한다.

 

배타미의 일에 있어서의 이런 당당한 캐릭터는 사랑에 있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항상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고 끌려 다니지 않으며 주도적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이런 사랑에 있어서 당당함이 가능한 건 박모건이라는 멋진 남성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타미가 마치 스폰서인양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대중들에게 질타를 받을 때, 조용히 다가와 함께 비를 맞아 주는 박모건의 모습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비가 오는데 우산도 챙기지 못했다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같이 비를 맞아주는 거라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 배타미에게 위로가 된다.

 

<검블유>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뻔한 멜로의 틀을 쉽게 따라가지 않는다. 보통 기자들이 몰려들어 집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여자주인공을 남자주인공이 차에 태우고 “어디든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무수한 멜로드라마들은 그 곳을 남녀가 도피하듯 떠나는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 하지만 배타미는 그 순간에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박모건은 그를 회사까지 바래다준다. 일과 사랑을 담는 멜로드라마가 어느 하나를 도피하듯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을 지지해주는 것까지 사랑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이 드라마는 취하고 있다.

 

이러니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당당하고 솔직하며 또 언제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성장할 기회를 열어두고 있는 배타미라는 캐릭터가 뭇 여성들의 워너비가 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보는 속 시원한 일터에서의 이야기에 달달한 멜로가 제대로 얹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 드라마는 이 시대가 원하는 워너비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멋진.(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봄밤’, 평범한 정해인이 이토록 판타지로 보이는 건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 유지호(정해인)는 약사다. 물론 약사라고 하면 안정된 직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부유한 삶을 사는 인물은 아니다. 자기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아니라 고용된 약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나이에 결혼해 아들까지 있지만 아내는 사라져버렸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비혼부다. 그러니 유지호라는 남자 주인공은 기존의 멜로드라마 공식 안에서 보면 어떤 판타지적 존재라고 결코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토록 평범하고 속물적인 시선으로는 결혼에 결격사유까지 가진 유지호라는 인물이 보면 볼수록 판타지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그가 무언가 특별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말과 행동을 보일 뿐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적절한 선을 항상 유지하고 자신이 좋아하게 되면 상대방이 겪을 심적 고통이나 어려움을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를 두려하고, 친구로 남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이정인(한지민)은 자꾸만 끌린다. 거리를 두려는 그에게 다가가려 하고, 급기야 “큰 일 났다.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 고백 한 마디에 유지호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지금껏 아이를 홀로 키워오며 사랑이라는 건 아예 접어놓고 살던 그에게 누군가 자신의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목에 어찌 감정이 울컥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유지호라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판타지적 존재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너무나 찌질하고 위선적이며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한 남자들 때문이다. 이정인이 오래 사귀어왔던 남자친구 권기석(김준한)은 사실상 무덤덤해진 관계였고 그래서 헤어질 생각까지도 했었지만, 이정인이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누군가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일 뿐이지만 그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정인이 만나는 인물이 비혼부인 유지호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의 속물근성과 비열함이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은근히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떠벌리고 그건 유지호에게는 상처가 된다. 그는 다른 인물도 아니고 유지호에게 이정인이 마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더 분노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조차 승패로 보는 그의 속물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다.

 

이정인의 언니 이서인(임성언)의 남편 남시훈(이무생)은 더 심각하다. 그는 별거 중인 이서인의 집을 무단으로 들어와 ‘부부강간’을 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은행에서 일하는 권기석에게 접근해 당장 어려워진 치과의 확장을 위한 대출을 요구한다. 은근히 그와 이정인 사이를 자신이 엮어줄 것처럼 부추기며. 헤어져 달라는 이서인의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는 이 인물은 찌질하다 못해 폭력적인 인물이다.

 

이정인의 아버지 이태학(송승환)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어 자신의 딸 이정인에게 이사장인 권영국(김창완)의 아들 권기석과 결혼하라고 요구한다. 이정인이 권기석과 헤어졌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야기에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고 묻는 이태학은 딸의 행복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저 자신의 입지와 위신이 걱정될 뿐. 이런 인물을 아버지, 어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런 찌질한 남자들을 주변인물로 두고 비교해 보면, <봄밤>이 지극히 보통의 평범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 속에서 유지호 같은 평범해도 상식적이고 배려심 넘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굉장한 부나 지위 혹은 성공을 거둔 남자들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세웠던 시대에서 이제는 평범해도 상식적이고 배려심 넘치는 남자가 더 큰 판타지로 다가오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지호는 우리 시대의 달라진 이상적인 남성상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골목식당’, 화재 입은 칼국숫집에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그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가게 섭외에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던 게 사실이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가게를 왜 굳이 섭외해 솔루션을 주는가에 대한 비판여론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지난 여수 꿈뜨락몰이 그랬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백종원은 “이유식 먹이듯 떠 먹여줘야 되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새로 찾은 곳이 원주 미로 예술시장이라는 건 이런 여론을 상당부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곳은 지난 1월 화재가 나서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겨버린 곳이다. 안타깝게도 복구가 되지 않아 그 화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화재도 큰 아픔인데, 손님마저 발길이 끊겼으니 시장 사람들은 이중고를 겪는 셈이 됐다.

 

이번에 출연할 네 가게 중 이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75세 원상기 할머니가 운영하는 칼국숫집이었다. 백종원은 모니터를 통해 그 곳을 보며 “외관이 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곳은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할머니가 생계를 위해 임시로 지은 가건물에 오픈한 가게였다. 홀과 주방의 구분조차 없었고, 문과 창, 벽 등은 비닐로 대충 가려져 가게로서의 외관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금세 복구돼서 돌아갈 줄 알았는데 “희망이 없다”는 할머니는 그래도 “일하는 게 좋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 가게의 메뉴는 여러 가지였지만 주력 메뉴는 칼국수, 수제비 그리고 팥죽. 가게를 찾은 백종원은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은 칼제비와 팥죽을 주문했다.

 

맛은 어땠을까. 백종원은 처음 맛을 보고는 “묘하다”고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데 그 칼국수 국물은 진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굉장히 담백한 맛으로 마치 “누룽지 먹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이 집의 칼국수가 다른 칼국수 맛집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며 “칼국수 마니아라면 한번쯤 경험해볼 만한 맛”이라고 했고, 특히 “반죽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담담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맛은 팥죽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아무 맛도 안난다고 했지만 금세 팥 맛이 쑥 올라온다는 백종원은 팥죽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다고 했다. 팥죽에 설탕을 넣자 맛이 확 살아난다는 백종원은 팥죽 마니아라는 김성주에게 팥죽을 보냈고, 김성주는 맛있다며 남김없이 다 먹었다.

 

75세로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자로서는 최고령인 칼국수집 할머니는 화재를 당하고 임시거처에서 가게를 열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셨다. 연세는 있으셔도 표정과 말에는 소녀 같은 모습이 남아 있었다. 허름한 가게지만 찾아와준 젊은 손님들에게 마치 손자들을 대하듯 일일이 모자란 건 없는지 맛은 괜찮은지 묻는 할머니. 마치 허름해도 이상하게 마음만은 푸근해졌던 고향집 할머니를 보는 느낌이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결국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이 어딘가 부족한 가게의 레시피나 운영 방식, 메뉴 등에 조언을 해준다. 또 이렇게 거의 한 달 가까이 방송에 나간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중요해지는 건 누가 그런 혜택을 받아야 하는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원주 미로예술시장의 칼국수집 할머니는 이 프로그램이 오랜만에 찾은 가장 적합한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도움을 주고픈 마음이 생기는.(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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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알츠하이머 감우성이 전하는 사랑이란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가 제대로 탄력이 붙었다. 이건 시청률의 등락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회에 4%(닐슨 코리아)까지 올랐던 시청률이 3회에서 3%로 곤두박질친 건 무리한 ‘분장 콘셉트’가 들어가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 상황이 지나가고 이제 알츠하이머란 사실을 숨긴 채 이혼한 권도훈(감우성)이 아내 이수진(김하늘) 모르게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는 과정들을 담아내며 시청률을 조금씩 반등했다.

 

그리고 떠나버린 권도훈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이수진이 알아채는 과정이 담긴 7회와 8회 시청률은 각각 4.7%, 5.2%로 반등했다. 결국 초반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버린 상황이다. 사실 이런 흐름은 최근의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너무 많은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초반 몇 회를 보고 계속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이제 달라진 드라마 시청패턴이 됐기 때문이다. 초반의 엇나간 설정이 가져온 부진과 어찌 보면 흔하다 할 수 있는 불치병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분다>가 이런 반등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가장 큰 힘은 결국 감우성과 김하늘의 몰입감을 극대화해준 연기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감우성의 알츠하이머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 그 절절함과 안타까움을 오히려 배가시켜준다. 애써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어 그 뒤에 숨겨진 아픈 마음이 더 느껴지고, 아무렇지 않은 듯 수진 앞에 서서 이야기하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오히려 그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만든다. ‘멜로 장인’이라는 호칭이 왜 만들어졌는가가 실감나는 연기다.

 

권도훈이 알츠하이머였다는 사실을 이수진이 알게 되는 그 장면에서도 이런 감우성과 김하늘의 연기는 빛난다. ‘늘근도둑 이야기’ 연극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수진을 만난 권도훈은 그를 유정으로 착각해 “많이 기다렸어요 유정씨”라고 말한다. 잠시 기억이 오락가락했던 상황이었지만 금세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가를 깨달은 권도훈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하려 한다. 그 순간 김하늘의 놀라는 얼굴은 특별한 대사 없이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것은 모든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의미이고 그 사실이 주는 안타까움과 절망감, 아픔 같은 것들이 그 표정 안에 담겨진다.

 

그 사실을 알고 결국 이수진이 권도훈을 찾아가지만 그를 보고도 못 알아보고 지나치는 장면은 권도훈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서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이수진의 얼굴이 너무 안타까워서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 장면은 그리고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기억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은 기억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것은 기억하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기억해주는 사람의 관점을 담은 이아기가 아닐까 싶다. 권도훈은 이수진을 사랑했던 그 기억을 가진 채 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이수진은 그런 기억조차 갖지 못할 뻔 했다. 권도훈이 사랑하는 이수진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아파도 알게 된 권도훈의 사랑을 이수진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아픈 사랑 또한 같이 해내며 기억하는 일.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냐고 <바람이 분다>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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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의 변화, 새로운 감수성에 맞는 웃음 찾아낼까

 

KBS <개그콘서트>가 위기라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게다. 지난 1000회 특집으로 시청률이 8%대(닐슨 코리아)까지 상승했다고 해도 그건 일시적 상황일 뿐이다. 특히 빵빵 터졌던 1000회 특집이 지금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옛 감수성을 재연한 옛 코너들이었다는 점은, 오히려 <개그콘서트>가 직면한 딜레마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저 때는 빵빵 터졌지만 지금은 그런 외모 비하나 가학적인 코드로 웃음을 주기 어려운 시대라는 걸, 그 1000회 특집을 채운 옛 코너들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은 어떨까. 그런 옛날 방식의 자극들을 빼고 그 자리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새로운 개그 코드들이 과연 등장하고 있을까. 1000회 이전까지만 해도 ‘노잼’이란 이야기가 실감날 정도로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알 수 없던 <개그콘서트>였다. 하지만 1000회를 기점으로 새로 등장하고 있는 코너들은 그래도 지금의 감수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웃음의 코드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새로 선보인 ‘귀생충’은 최근 화제가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패러디로 가져온 코너. 귀신들이 한 가족에 기생해 살아간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귀생충’은 그렇게 기생하게 된 숙주(?)의 삶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거나 불행한 모습을 통해 반전의 웃음을 제공한다. <기생충> 영화 패러디라는 트렌드를 가져오면서 그 웃음 속에 우리네 사회의 모습을 비트는 재치가 엿보이는 코너다.

 

‘주마등’은 비극을 희극과 병치하고, 스튜디오 무대 개그를 현장 동영상과 엮어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퓨전적 실험이 돋보이는 코너다. 죽기 직전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과거의 기억들을 짧은 현장 동영상으로 엮어 웃음을 만들어낸다. 와인 잔이 깨지면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를 스스로 회고하는 영상과 엮어지는 그런 웃음은 비극을 뒤틀어 희극으로 보여주는 코미디의 전통에 충실하다 여겨진다.

 

‘전지적 구경 시점’이나 ‘알래카메라’는 지금의 미디어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낸 코너들이다. 민속촌에서 벌어진 개념 없는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막말들을 하나 둘 모여 듣고 공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전지적 구경 시점’은 현재의 SNS 같은 미디어를 통해 어떤 사안에 몰입하고 공분하기도 하는 대중들의 정서를 재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막말에 분개하던 ‘구경꾼’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화를 내고 그 개념 없는 이를 응징하는 내용은 그래서 시원한 웃음이 더해진다.

 

‘알래카메라’는 이른바 모든 곳에서 카메라를 맞이하는 ‘몰래카메라’ 일상화 시대에 가짜 진정성을 꼬집는 풍자로 웃음을 준다. 이미 몰래카메라인 지 다 알고 그 상황에 들어가지만 ‘연기자들’이 제대로 연기를 하지 못하자 김대희가 마치 감독처럼 그 연기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는 모습이 웃음을 만들어낸다. 상황의 반전이 주는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코너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채워지고 고쳐야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연애인들’이나 ‘표범, 티라미수 그리고 방울토마토’ 같은 코너는 여전히 외모 비하를 통한 쉽지만 불편한 웃음을 주는 면이 있고, ‘비둘기 마술단’이나 ‘트로트라마’ 같은 코너는 그런 퓨전적 시도는 좋지만 웃음의 강도를 좀 더 채워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몇 주 전, 어디서 웃어야 할지 요령부득이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나름의 노력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지금의 감수성에 맞추려 노력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웃음의 강도를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지금껏 쉬운 코드로 쉽게 해온 웃음이 헤쳐 나가야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노력들은 충분히 인정할만한 부분이다. 그것이 <개그콘서트>가 앞으로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수도 있으니.(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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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파트1, 장동건과 맞서는 천부인의 정체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6회로 파트1 ‘예언의 아이들’을 마무리했다. <아스달 연대기>는 총 18부작으로, 파트1 ‘예언의 아이들’, 파트2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 파트3 ‘아스, 그 모든 전설의 서곡’ 이렇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1,2는 연이어 방영되고, 파트3는 9월에 방영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파트1을 끝낸 <아스달 연대기>의 성취는 어떨까. 만족스럽다고 얘기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것은 어떤 프레임으로 이 드라마를 바라보느냐에 따른 극과 극의 반응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7%(닐슨 코리아) 정도에 머물러 있는 시청률은 이런 상황을 잘 말해준다. 즉 최근 여건을 감안할 때 어떤 드라마가 6회에 7% 시청률이라면 실패했다 말하긴 어렵지만, <아스달 연대기>처럼 애초 기대감이 컸던 드라마로서 7%는 또 아쉬운 수치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반응도 마찬가지다. 시작 전부터 한껏 높았던 기대감은 시작과 동시에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왕좌의 게임>과의 비교로 인해 지나친 ‘베끼기’가 아니냐는 얘기들이 쏟아졌고 실제로 의상과 미술은 그런 비판이 근거 없다 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물론 <아스달 연대기>는 ‘나라의 탄생’을 문명 발달사의 문화인류학적 관점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왕좌의 게임>과는 다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다만 그 이야기가 드라마로서는 너무 낯설고, 특히 그 판타지적 상상력의 세계가 갖는 ‘탈국적성’은 우리네 시청자들에게는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스달 연대기>가 아무런 성취나 재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집중해서 이 세계에 몰입해 보기 시작하면 그 이야기 자체의 재미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와한족을 구출해내기 위해 은섬(송중기)이 아스달에 들어가, 타곤(장동건)과 대결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 밀고 당기는 구도가 충분히 흥미롭다.

 

예를 들어 타곤이 아버지인 산웅(김의성)을 죽이고 대신 그 자리에 있던 은섬에게 뒤집어씌운 후 아스달을 장악하려는 이야기나, 그 결투 과정에서 타곤이 이크트(사람과 뇌안탈의 혼혈)라는 걸 알게 된 은섬이 이를 이용해 와한족을 구해내려 머리를 쓰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요소들이다. 결국 아스달족들 앞에서 스스로 ‘신’이라 칭하고 또 그렇게 취급받는 타곤의 정체는, 그의 실체가 이그트라는 걸 쥐고 있는 은섬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들이 그냥 구성된 것이 아니라, 신화와 인류사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건 더 흥미로운 부분들이다. 예를 들어 파트1 부제에 담긴 ‘예언의 아이들’은 “세상을 끝장 낼” 천부인을 뜻하는, 칼 은섬과 방울 탄야 그리고 거울을 의미하는 은섬의 쌍둥이 사야라는 게 드러나는데 이것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환웅이 환인에게 받았다고 하는 3개의 신표를 캐릭터화한 부분이다. 결국 파트1은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정복 전쟁과 권력 투쟁으로 상징되는 타곤이라는 인물과, 이를 견제하고 대결하는 천부인(칼, 방울, 거울로 상징되는 힘, 종교, 부 같은)을 상징하는 은섬, 탄야(김지원) 그리고 사야(송중기)의 대결구도를 담아냈다.

 

중요한 건 이 낯선 세계를 계속 들여다 볼만큼 몰입한 시청자들과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며 낯설게 바라보는 시청자들 사이의 괴리감이다. 파트1에 충분히 몰입해서 그 세계를 조금 익숙하게 받아들인 시청자들이라면 시즌2가 기대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시청자들이라면 그 낯선 세계에 발을 딛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

 

<아스달 연대기>는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지는 사극과 달리 상상력을 더해 신화와 인류사를 드라마적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래서 어떤 사적인 접근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더 중요하고, 그 이야기가 환기시키는 신화와 인류사에 대한 상징적인 해석들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니 보통의 드라마를 봐왔던 시청자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낯설어도 그 이야기 자체를 즐길까 아니면 너무 낯선 이야기의 진입장벽을 느낄까. 파트2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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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와 백종원, 방송도 하지만 개인방송 채널도 하는 이유

 

꽤 많은 방송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는데 굳이 유튜브 방송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tvN <고교급식왕>은 물론이고 파일럿으로 방송된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에 tvN <강식당2>의 ‘선생님’으로까지 출연하고 있는 백종원이다. 그런데 백종원은 이 와중에 최근 유튜브 방송, <백종원의 요리비책>까지 시작했다.

 

시작부터 반응은 뜨겁다. 방송을 개설한지 사흘 만에 100만 명 구독자를 넘어섰다. 동영상 12개가 올라있는 현재(6월15일 오전 기준)는 140만 구독자에 이르렀다. 기성 방송들과는 달리 유튜브에 맞는 짧은 영상들이지만, 반응도 뜨겁다. 첫 번째 ‘대용량 레시피’로 소개됐던 제육볶음 100인분 만들기 동영상은 330만 조회 수를 넘어섰고 댓글만 1만개가 넘게 달렸다. 그런데 백종원은 왜 그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이런 유튜브 방송을 개설한 걸까.

 

백종원이 개설한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몇 가지 코너들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건 ‘백종원의 대용량 레시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레시피는 과거 백종원이 tvN에서 했던 <집밥 백선생>식의 가정 레시피와는 차별화되어 있다. 즉 업소에서 써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 물론 백종원은 첫 방송에 자신이 소개하는 레시피가 ‘기본’일 뿐, 실제 음식점들은 이 기본에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더한 음식들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즉 최소한의 정보를 알려줘 장사를 시작하는 초심자들에게 기본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한식(외식)의 퀄리티를 전반적으로 올릴 수 있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채널에는 또한 ‘백종원의 백종원 레시피’ 같은 집에서 써먹을 수 있는 레시피 소개 방송도 들어있다. 이 코너에는 ‘초간단 김치찌개’나 ‘목살스테이크카레’ 레시피 영상이 올라와 있다. 또 ‘백종원의 장사이야기’라는 코너는 실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의 질문에 자신의 노하우를 더한 조언을 해주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한 마디로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주로 실제 장사를 하거나 하려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고 나아가 일반적인 시청층들도 끌어들이는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다.

 

백종원의 취지는 본인이 얘기한대로 ‘외식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 맞을 게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기존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한다는 데는 그만한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유튜브라는 채널이 점점 주류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대중들과의 소통에 있어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백종원은 이 채널을 통해 레시피를 알려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생각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게 됐다. 방송 활동을 통해 또 사업에 있어서도 꼭 필요할 수 있는 소통 창구로서 이만한 채널이 있을까.

 

유튜브가 가진 콘텐츠 확산과 더불어 소통 창구로서의 힘이 느껴지는 또 다른 사례는 최근 김태호 PD의 유튜브 채널 <놀면 뭐하니?> 개설이다. 이 채널을 통해 이른바 ‘릴레이 카메라’를 시도한 김태호 PD는 오래도록 기다려온 팬들과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7월에 본격적인 방송을 하기에 앞서 김태호 PD가 유튜브를 통해 이런 실험적이 방송을 내보낸 건 그래서 그저 ‘팬 서비스’ 차원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방송 자체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그 재미 또한 충분해 카메라 한 대로 시작했던 ‘릴레이 카메라’가 이제 카메라 두 대로 이어질 거라는 예고는 이 영상 콘텐츠가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라, 향후 이 채널이 더 기대되는 건 본격적인 방송과 이 채널의 공조가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태호 PD는 이 채널을 통해 대중들과 즉각적으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갖게 됐다.

 

백종원이나 김태호 PD나 이미 방송을 통해 확고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그들이 굳이 유튜브를 통해 유명인사가 될 필요는 없을 게다. 하지만 이 채널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때로는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지금 같은 미디어 환경 속에서는 콘텐츠 자체보다도 더 중대한 일일 수 있다. 이들의 이런 행보가 향후 기성 방송 프로그램 전반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유튜브 캡쳐)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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