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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 성폭행 파문, 피해자 2차 가해하는 무책임한 의문제기

 

배우 강지환의 성폭행 사건은 충격적이다. 그만큼 우리가 드라마 등을 통해 봐왔던 강지환의 이미지가 ‘성폭행’, ‘성추행’ 같은 단어와 어울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범죄 사실은 명백히 드러났다. 긴급 체포된 강지환이 첫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지만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여성들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고 처음에는 진술했지만 지난 15일 법무법인 화현을 통해 그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측도 지난 16일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며 강지환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했고, 출연 중이던 TV조선 토일드라마 <조선생존기>에서도 하차했다. 10화까지 방영된 <조선생존기>는 남은 분량을 서지석으로 교체해 촬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강지환의 성폭행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고, 그 스스로도 모든 혐의를 인정한데다 소속사와 계약해지, 프로그램 하차까지 이뤄졌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처음 왜 강지환의 집까지 갔냐는 의문을 제기한데 이어, 여자라고 해도 둘이 완강히 거부했으면 성범죄를 피했을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강지환은 만취상태가 아니었고, 피해자들이 112에 직접 신고하지 못한 건 그 곳이 외진 곳이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 강지환이 호송 중 “동생들이 인터넷이나 매체 댓글들을 통해서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을 겪게 해서 오빠로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한 대목이 마치 그와 피해자들의 관계가 가까웠을 거라 여겨지게 만들지만 사실은 지난 4월부터 일했던 피해자들은 친한 사이가 아니라 업무상 관계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오빠 동생으로 표현한 데도 그만한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지난 16일 피해자들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들 둘만 강지환의 집을 방문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당시 회사 소속 매니저 2명, 스타일리스트, 가해자 등 8명이 함께 단합회 겸 스태프 송별회로 그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강지환의 집을 왜 피해자들이 갔는가 하는 의문제기가 터무니없다는 증거다. 결국 갑을관계에 있어 업무의 연장선으로 회식에 참여했다 피해를 당한 것이었다.

 

놀라운 건 피해자들이 소속된 외주업체 측에서 피해자들을 회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강지환은 이미 잃을 것 다 잃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며 “너네가 앞으로 닥칠 일들을 무서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강지환과 갑을관계에 있는 외주업체 측에서도 피해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지를 더 걱정했다는 얘기다.

 

사실 이렇게 명백히 모든 사안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2차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문제기로 인해 보다 상세한 정황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 성범죄의 경우 그 사안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장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꽃뱀’ 운운하는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피해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겪어야 할까.(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적당한 상업성 그 이상의 영혼이 느껴지는 이들의 콘텐츠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인을 이야기하는 건 그다지 새로운 일도 아니다. ‘국뽕’이라는 말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이들을 주목하게 된 무언가가 존재하고, 그것을 우리가 추구해야할 하나의 경쟁력으로 찾아내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 주목받는 한국인들은 다음 아닌 봉준호, 손흥민, BTS다.

 

봉준호 감독은 칸느영화제가 만장일치로 그가 만든 영화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수여했고, 해외 평단의 반응들도 폭발적이다. 무려 192개국에 판매됨으로써 역대 해외 판매기록 1위를 달성한 이 작품에 대해 미국 언론 뉴욕타임즈, 인디 와이어 같은 외신들은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거론될 수 있을 거라는 조심스런 예측까지 내놨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로 해외평단에 호평을 받은 바 있고, <설국열차>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며 <옥자>로 넷플릭스 방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바 있다. 여기에 <기생충>이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봉준호 감독은 사실상 영화감독이 이 시대에 시도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의 무엇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런 좋은 반응을 얻게 만든 걸까. 그것은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그의 남다른 디테일들이 그가 하고자 하는 영화적 메시지들을 공고하게 만들면서 생겨난 반응이다. 그는 공간 하나를 가져와도 그것에 어떤 사회적 함의를 상징화하는 데 탁월하다. <설국열차>가 달리는 순환열차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상징화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기생충>에서도 반지하라는 공간의 계급적 의미가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디테일은 남다른 열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지금 해외에서 주목받는 손흥민이나 BTS의 성공도 결국 이 디테일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손흥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tvN <손세이셔널>을 보면 항상 그림자처럼 그와 함께 하는 아버지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스트라이커로서 필드에서 어떤 습관들을 가져야 하는가를 세밀하게 연습시켰다는 게 엿보인다. 오로지 축구를 중심에 두고 분석하고 연습하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그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넣은 골들이 얼마나 디테일한 연습에 의한 것인가를 가늠하게 만든다.

 

이는 ‘21세기 비틀즈’라 일컬어지는 BTS에게서도 동일하게 발견되는 요소다. ‘칼군무’라는 차원을 넘어서 딱딱 한 유기체처럼 돌아가며 마치 현대무용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BTS의 춤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디테일한 노력들을 해왔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또 음악도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고민들을 고스란히 가사로 녹여내는 과정을 통해 전 세계의 청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냈다.

 

물론 부족한 점들도 여전히 많지만, 최근 해외에서도 조금씩 주목받는 한국의 콘텐츠들(인물을 포함)에 대해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건 단연 남다른 디테일과 열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세계적인 콘텐츠들을 들여다보면 놀라운 상상력과 완성도에 놀라면서도 한 가지 부족한 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콘텐츠 제작이 지나치게 자본화되고 공장화되면서 만들어지는 작품 특유의 열정 같은 것이 빠져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잘 만들어졌지만 무언가 소울이 빠진 듯한 그런 느낌.

 

봉준호 감독이나 손흥민 그리고 BTS에서 발견하게 되는 건 바로 그 잘 만들어진 콘텐츠 속에 한 가지 더해져 있는 열정(소울)이다. 흔히 “영혼을 갈아 넣은 작품”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그런 콘텐츠들에서만 느껴지는 그 독특한 색깔이 이들에게서는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저 세계의 거대자본들과 경쟁하며 추구해야할 방향성인지도 모르겠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Posted by 더키앙

연예인 관찰카메라는 도깨비 방망이? 혹 떼려다 혹 붙일 수도

 

잔나비 멤버 유영현에 대한 학교 폭력 논란과 함께 걸그룹 씨스타 출신 효린의 학교 폭력 가해자 의혹이 불거졌다.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이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가 올린 글에 의하면, 그는 “15년 전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효린에게 3년 동안 끊임없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효린이 “상습적으로 옷과 현금을 빼앗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폭행했다”는 것.

 

처음 이 논란이 불거졌을 때 효린의 소속사 브리지는 “15년 전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피해자를 만나 해결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글이 삭제되자 소속사 측은 “명확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입장을 강경대응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런 발표 이후 게시판에 글을 올린 당사자는 네이트 측에서 아이피를 차단시켰고 “만나서 연락하자더니 연락 없이 고소하겠다고 입장 변경했다”고 댓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효린 소속사측은 “댓글을 확인했다”며 추가입장은 없고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시판에 글을 올린 당사자가 추가로 폭로한 또 다른 피해자와의 카톡 대화 내용 공개는 효린 측의 주장에 점점 신빙성을 없애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었다는 상황은 자칫 또 다른 추가 피해 폭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효린 측의 강경대응으로의 입장 변경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아직 사실 확인이 확실히 된 사안이 아니라,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고, 사실 검증에 들어간다고 해도 15년 전 사안의 진실을 밝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란 자체가 불거진 것만으로도 대중들은 효린 측에 그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연예계에서 학교 폭력 논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SBS에서 방영됐던 <송포유>가 일진 미화 논란을 일으키며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고, <쇼 미더 머니>나 <고등래퍼>에서 일진 논란이 비화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프로듀스X101>에서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윤서빈은 학교폭력이 논란이 되어 프로그램에서도 소속사에서도 퇴출된 바 있다.

 

이미 과거부터 조금씩 생겨난 학교 폭력 논란이지만 최근 들어 이 이슈가 뜨거워진 건 왜일까. 무엇보다 대중들의 반응들이 뜨거운 건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그 감수성 자체가 달라진 게 큰 요인으로 보인다. 제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인물은 굳이 소비하고 싶지 않은 대중들의 달라진 태도가 그것이다. 상품을 구매하는데도 ‘착한 소비’가 있듯이 연예인들에 대한 호응 또한 일종의 ‘착한 소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

 

여기에는 최근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일종의 증폭장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연예인 관찰카메라 시대를 연 프로그램은 그래서 더 큰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그만큼 더 많은 후폭풍과 논란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각종 논란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은 승리를 ‘승츠비’로 포장하기도 했고, 최근 논란이 됐던 잔나비 최정훈(최정훈 또한 부친의 김학의 전 차관 뇌물 연루설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도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효린 또한 이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다.

 

최근 들어 연예인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이런 논란들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논란이 터져 나오면 결국 그 연예인 관찰카메라에서 보였던 모습이 실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홍보 논란’을 항상 달고 다니는 건 그래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출연 연예인을 과장하거나 미화해 그만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되면 혹여나 과거 그들과 연루된 불미스런 일을 겪은 피해자들은 그 자체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연예인 관찰카메라가 무명의 연예인도 일약 스타로 만드는 도깨비 방망이가 되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혹 떼러 갔다 혹을 붙이게 되는 사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드라마·영화 악당들의 전성시대, 더 지독한 놈들을 잡으려면

 

한 마디로 ‘악당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나이제(남궁민)는 주인공이지만 액면으로 보면 범죄를 수시로 저지르는 악당 중의 악당이다. 교도소 VIP들을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나게 하려고 약물을 주입하거나 갖가지 몸을 망가뜨리는 처치를 내려 심지어 죽을 위기에까지 환자를 몰아넣는다. 의사지만 ‘활인(活人)’이 아닌 ‘살인(殺人)’을 하는 의사.

 

하지만 그런 악당을 지지하고 더 악독하게 하라고 만드는 건 그보다 더 지독한 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민식(김병철) 같은 교도소 의료과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치부를 해온 인물이 그렇고, 이재준(최원영)처럼 욕망을 위해 존속살해도 서슴지 않는 싸이코가 그렇다. 그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악독해지는 주인공이 허용된다는 것.

 

OCN 수목드라마 <구해줘2>에도 비슷한 악당이 등장한다. 김민철(엄태구)가 바로 그 악당이다. 툭하면 사고치고 동네 사람들 괴롭히고 얼마나 지독했으면 감옥에서 나와 고향에 돌아오자 고향사람들이 보고 화들짝 놀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이렇게 된 건 이 수몰예정지구 마을에 슬쩍 들어와 그 보상금을 통째로 털어먹으려는 사기꾼 최경석(천호진)이라는 악마 같은 인물이 있어서다.

 

김민철은 악당이지만 그가 최경석과 맞붙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게 ‘구라치는 놈’이기 때문이다. 최경석은 갖가지 감언이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래서 영혼까지 빼먹으려는 사기꾼.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심지어 목사까지) 그에게 하나둘 넘어가기 시작하는 상황, 김민철만이 이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처럼 보이는 건 워낙 최경석이 용의주도한 사기꾼이어서다.

 

최근 개봉해 화제가 되고 있는 마동석 주연의 영화 <악인전>의 사정도 똑같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에 보이는 이들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강력반 미친 개 정태석(김무열)이 손을 잡고 공조한다는 이 범죄액션은 ‘악당이 악마를 잡는다’는 그 지점이 가장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다.

 

장동수는 조직의 보스로서 주먹으로 피떡을 만들고 살해를 사주하기도 하는 잔인한 인물이지만 이 끔찍한 연쇄살인마 앞에서 어딘지 ‘든든한’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 된다. 정태석도 형사지만 나쁜 놈이기는 마찬가지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뭐든 하는 이 형사는 어떨 때는 장동수보다 더 잔인한 느낌마저 준다. 그래서 이들이 공조(?)를 하는 장면 속에서 누가 형사이고 누가 조폭인지 알 수 없는 유머러스한 장면까지 연출된다. 그래서 <악인전>의 대결구도는 두 명의 나쁜 놈들(조폭과 형사)이 악마 연쇄살인범을 잡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악당이 악을 잡는 이런 스토리들이 부쩍 늘고 있는 건 왜일까. 그건 우리네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누가 봐도 뻔히 아는 범죄자들조차 법망을 빠져나가고, 갈수록 흉악한 범죄들이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요즘, 이런 악들과 대적하기 위해서 더 이상 ‘순진한 선이나 정의’가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대중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악당조차도 좋게 보일 정도로 더 악독한 현실. 그것이 악당들의 전성시대를 불러온 이유다.(사진:영화'악인전')

Posted by 더키앙

'저널리즘토크쇼J'의 세월호 보도 사과와 반성, 언론이라면 응당

 

KBS에서 자사 보도에 대해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송을 보게 될 줄이야.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당시의 보도들이 저질렀던 참혹한 잘못들을 되짚었다. ‘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라는 부제에서 느껴지듯이 당시 KBS를 포함한 MBC 또 종편 채널의 보도행태는 기레기라는 말이 공감 갈 정도였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보도되었던 내용들을 조목조목 끄집어내 그 잘못된 걸 넘어서 악의적인 보도들까지 비판했다.

 

그 비판에서 이 프로그램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건 다름 아닌 KBS였다. 이른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를 해야 할 KBS는 당시 뉴스특보에서부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를 냈다. 그 오보의 결과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골든타임’을 느슨하게 보내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것. 심지어 세월호 참사 당일 KBS는 “사고현장에 200여 명에 가까운 구조 인력이 투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단 16명만 실제 수중 수색 작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거짓방송’에 ‘분노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또 당시 학생 수십 명을 구조한 고 김홍경씨의 인터뷰 또한 상당부분 편집되어 나갔다는 걸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김씨의 원본 영상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해양 경비대가 왔어도 구조나 배에 한 사람도 안 들어오고, 맨 꼭대기에서 객실에 있는 승객들이 구조해서 올려준 애들만 옮기고 이런 게 참 안타까워서…. 구조대란 사람들이 갑판 위에 상부에 있어서 승객들이 올려주는 애들만 싣고 떠나는 그런 모습이 그 순간에도 안타까워서..”

 

김씨는 당시 해경 구조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는데 그 부분이 삭제되고 대신 뉴스는 그를 ‘의인 프레임’에 넣어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정준희 저널리즘 전문가는 “미담의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그 프레임을 깨는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의도된 편집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널리즘토크쇼J>는 구조 작업 지연의 문제점이나 재난 컨트롤 타워 부재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세월호 선장이나 유병언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식 보도에 앞장선 당시 언론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KBS의 경우 정부 비판 꼭지가 22건이었던 반면, 유병언 관련 보도는 34건을 했다는 것.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시 KBS9시뉴스와 JTBC 뉴스룸을 비교해 보여줬다. 같은 사안이었지만 KBS가 박근혜를 두둔하는 보도를 낸 반면, JTBC는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담아냈던 것.

 

심지어 채널A의 보도는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홍보 뉴스나 다름없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의인들 이름을 부르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내보낸 그 뉴스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고정패널인 최욱은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가족인 것처럼 지금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보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정준희는 당시 KBS보도가 “냉전시기 공산주의 언론들이나 했음직한 영상조작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이러니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보도를 냈던 기자들 중에는 그 ‘염치없음’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전 채널A 기자였지만 퇴사해 지금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기자로 있는 이명선씨나, 당시 보도에 대해 반성문을 올렸던 강나루 기자 같은 이들이 그들이었다. 이명선씨는 한 포털에 게재한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라는 연재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 그는 그 연재가 다시 기자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반성문’이라고 말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당시 유가족들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비판했던 방송사가 KBS와 MBC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앞에서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당시 KBS 보도국장이었던 김시곤과 정부 편향의 보도를 해달라 요청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내역은 언론이 얼마나 중심을 잃고 있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유경근씨의 분노와 실망감이 절절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방송 말미에 마무리 멘트를 하던 출연자들은 저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명선씨는 유경근씨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드리고 싶다”는 말을 전했고, 강나루 기자는 반성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앞으로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서 이런 것들을 취재 결과물로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정준희 역시 말문이 막히는지 눈물을 보이며 마지막 마무리 멘트로, 사실 어려운 문제지만 기자들이 “성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염치없음을 기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저널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방송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언론에 대한 비판기능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언론은 어떤 프레임과 방향성을 드리우기 시작하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향되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심지어 글로서 말로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것을 제대로 바로잡는 감시의 시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토크쇼J>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감 없는 저널리즘 비판이 가치를 발휘하는 이유다.

 

방송을 통해 보여진 유경근씨가 공영방송파업 지지연설 중 기자들 앞에서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열심히 지지하는 건,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거리의 만찬’ 같은 프로그램이 KBS의 가치를 높여준다

시청률은 3%(닐슨 코리아)대다. 최고시청률 5.2%를 찍기도 했지만 사실 KBS <거리의 만찬>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방송사들의 격전지가 되어있는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되어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니, 타 방송사의 웃음 터져 나오는 쟁쟁한 예능프로그램들과 경쟁이 될 리가.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웃음보다는(그렇다고 시종일관 심각하다는 얘긴 아니다) 진지함과 아픔 때로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더 많다. 실제로 여기 고정출연해 매회 현장을 찾아가 그 곳의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는 개그우먼 박미선, 정치학박사 김지윤, 아나운서 김소영은 그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그러니 즐기고픈 ‘불금’에 높은 시청률을 낸다는 건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만찬>에 대해 시청자들은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자는 시청률이 3%라도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KBS 같은 공영방송이 제대로 해야할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시사프로그램으로서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들여다봐야할 중요한 문제들을 ‘용감하게’ 소재로 선택하고, 그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할 말이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이로써 두루뭉술한 양비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라도 확실한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점이 그렇다. 

예를 들어 지난 18일 방영된 ‘노동의 조건 첫 번째 이야기-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가 다룬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은, 최근 안타까운 죽음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를 찾아가 조문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정규직과 하청, 청년실업 게다가 안전불감증까지 겹쳐져 있는 이 사안을 피하지 않고 소재로 가져와 문제를 환기시키고, 우리 사회에 결코 적지 않은 또 다른 김용균씨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을 어느 삼겹살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대기업 하청공장에서 메탄올에 중독되어 실명을 하게 된 김영신씨와, 고 김용균씨의 동료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다리를 다쳐 수차례 수술을 받고 있는 김범락씨, 그리고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열아홉살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가 그들이다. 메탄올의 위험성 따위는 알려주지도 않고 작업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나, 사고가 났을 때 그 사실이 알려질까봐 앰블란스를 부르지도 않고 병원을 갈 정도로 쉬쉬했다는 이야기, 평소 말 잘 들으라 했던 말이 통한의 후회로 남는다는 아들의 죽음으로 무너진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사안이 가진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게다. 그 삼겹살집에서 묵묵히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세 명의 여성MC들과 그날 특별출연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차오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 청취와 눈물은 아마도 가슴 속 응어리처럼 단단하게 뭉쳐있던 그 아픈 이야기를 꺼내놓은 분들에게 천만분의 일이라도 무게를 덜어내주지 않았을까. 

찬반이 팽팽한 낙태문제 같은 소재도 피하지 않고 다룰 수 있었던 건 거기 어떤 이념이나 사심이 전혀 없는 진솔한 대화들이 오고갔기 때문이다. 실제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머릿속 논리로만 생각해왔던 문제가 현실에 부딪쳤을 때 어떤 다른 파장으로 돌아가는가를 확인하게 해주는 것. 그것은 낙태라고 하면 일단 ‘죄’를 먼저 떠올리는 그 사회적 시선 이면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홀로 감수하고 있는가를 공감하게 했다. 

희귀중증질환을 가진 어린 환자와 가족들을 찾아간 ‘내일도 행복할거야’ 편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만 하는 사안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안아줘야 하는 사안이라는 걸 보여줬다. 아픈 아이들 때문에 온전한 삶 자체가 불가능한 엄마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는 “웃어야 하기 때문에 웃는다”는 이 엄마들의 웃음 속에 깊이 담겨진 아픔들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최근 들어 ‘지상파가 위기’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지금 지상파들은 생존하기 위해 오히려 더 자극적인 드라마를 편성하고 어떻게든 시청률을 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KBS 같은 공영방송에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개인화되어가는 미디어 활용 때문에 보편적 시청을 추구하는 기존의 지상파의 헤게모니는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필요해지는 건 공영성이 아닐 수 없다. <거리의 만찬> 같은 공영성을 가진 시사교양프로그램이 KBS 같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지 시청률만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라.(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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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과 유아인,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흥미로운

도올 김용옥과 유아인의 조합. 누가 봐도 이질적이고, 과연 이 조합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 것인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철학가이자 사상가로서 고전을 현재적 의미로 들여다보는 작업에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도올 김용옥. 가끔 엉뚱한 진지함을 보여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도 만들지만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모습에 박수를 받기도 하는 유아인.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섰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런 만남을 기획했던 걸까.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도올과 유아인의 만남이 그러한 것처럼, 너무나 달라 잘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한 자리에 올려놓고 그것이 어떤 어우러짐을 보이는가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버라이어티쇼’라고 지칭된다. 그 거창해 보이는 지칭이 그저 요란한 수식어만이 아니라는 걸 이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보여준다.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걸로 이야기의 문을 연 이 프로그램은 “그런데 왜 그게 지금 중요한가”라는 유아인의 도발적인 질문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게 바로 그 임시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됐다는 도올의 답변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우리의 체제가 그 때를 뿌리로 두고 있다는 것.

하지만 유아인은 여기서 또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트럼프가 남북관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우리는 과연 자주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당혹스런 유아인의 질문에 도올은 우리가 군사 강국은 아니지만 “문화 강국”이라는 걸 강조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찬란한 문화를 만들어왔다”는 말로 답변을 가름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특히 큰 역할을 해내는 건 유아인이다. 평상 시에도 SNS를 종종 뜨겁게 만드는 그는 여기서도 의외의 도발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우리가 도올의 강의들을 방송을 통해 볼 때 늘 ‘경청’하는 자세로만 봤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포인트를 유아인이 만들어낸다.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통일은 손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는 얘기를 던진 것도 유아인이었다. 경제적 관점으로 보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유아인은 다른 걸 다 떠나서 “내 가족과 떨어지게 된다면 내 가족 다시 만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라며 통일은 “회복”이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공감하게 만들었다.

‘편 가르기’에 대한 솔직한 심경은 아마도 유아인이 직접 SNS를 통해 겪은 경험이 묻어난 것처럼 보였다. 어떤 의견을 내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편 가르기’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우리는 사실 한편”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편 가르기에 대한 이야기는 ‘빨갱이’라는 말이 탄생한 과정을 통해 도올에 의해 설명됐다. 그것이 가져온 비극적인 현대사의 결과들까지.

유아인의 역할이 돋보인 건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연관관계를 끊임없이 들여다보려는 질문들 때문이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이 다시 역사를 들여다보려 하는 건, 그것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던지기 때문이라는 것. 지금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헬조선’으로까지 불리게 됐는가에 대한 질문에 한 관객이 그 연원으로서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라진 정의와 공정성이 만든 결과라는 지적은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친일파 청산의 문제가 지금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일파 청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다소 당혹스런 질문에 대해 도올은 재치 있고 의미 있는 답변을 던졌다. 가만 놔둬도 그들의 죽음은 임박했다는 것. 다만 중요한 건 지금의 세대가 그 역사를 잊지 않고 깨인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 속에는 이 프로그램이 지금 왜 역사를 들여다보려 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그 기획의도가 들어 있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의 하이브리드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수 있다.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도올과 유아인 같은 전혀 다른 개성과 세대와 생각이 만난다. 여기에 오방신으로 자리한 소리군 이희문의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한 민요가락이 더해진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의 의미를 가진 ‘오방간다’가 유아인이 말하는 “뿅간다”는 의미와 합쳐지는 지점. 전혀 새로운 어떤 생각과 색깔들의 소통을 우리는 여기서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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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들여다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강변북로를 그토록 많이 지나갔지만 거기 저런 멋진 정자가 있었다는 걸 어째서 잘 몰랐을까.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찾아간 망원동, 성산동의 강변동네에서 발견한 ‘희우정(喜雨亭)’. 마침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강변북로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그 정자의 이름과 어우러지며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정자에서 비 내리는 한강을 바라보는 고즈넉한 즐거움이 묻어나는 그 곳. 

아마도 이 장면은 정규 편성되어 첫 방송을 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전국 동네들을 걸으며 담으려는 정경이 아닐까 싶다. 그저 지나칠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동네의 소소한 정감들을 잠시 멈춰서 들여다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해지는 동네의 풍경들. 김영철이라는 배우가 더해주는 따뜻한 가슴이 훈훈함을 만드는 동네의 진짜 얼굴. 

그 따뜻함을 만드는 건 다름 아닌 그 동네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세월이 묻어난 손때와 온기다. 최근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망원동에서 김영철이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찾아간 카페에서는 무려 16년 간 그 자리를 지켜온 부부의 손때와 온기가 가득하다. 로스팅 기계를 뜯어보고 최적의 커피콩을 볶아낼 수 있는 기계를 직접 만든 아저씨의 고집이 느껴지고, 그걸 힘들어도 묵묵히 지지해온 아주머니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그런 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그저 입으로만 전해지는 맛뿐이 아닐 게다. 세월의 공력이 묻어난 손맛과 마음의 맛도 더해질 테니.

축축한 공기를 마시면 우리도 모르게 느껴지는 따끈한 국물에 대한 허기. 김영철이 찾아간 손칼국수집은 국물도 마시기 전 가슴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할머니의 정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아직 80대라고 농을 하시는 92세 노모와 그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그 손칼국수집은 2,900원짜리 칼국수에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세월의 정성을 담아내놓는다. 혼자 손칼국수를 마주하다 어머니가 떠오른 김영철이 노모와 함께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별다른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아도 느껴지는 엄마와 아들 같은 훈훈함이 묻어난다. 

경남 함양의 집으로 가야한다는 노모의 습관적인 말 속에서 마치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적인 그리움이 뭉클하게 다가오고, 떠나는 김영철을 못내 아쉬워하며 문 앞까지 나와 손을 꼭 잡고 배웅하는 노모에게서 마치 고향을 떠나보내는 아들을 배웅하는 엄마들의 흔하지만 짠해지는 감동이 묻어난다. 어느새 촉촉해진 김영철의 눈가에도 어머니를 바라보는 듯한 애틋함이 피어오른다. 

망원동에서 성산동 쪽으로 넘어와 만나게 된 문화비축기지는 한 때 석유파동으로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지어졌던 탱크들이 이제는 문화로 채워지고 있는 풍경을 마주한다. 마치 어머니의 뱃속처럼 “깜깜한 것이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그 탱크 속에서는 찾은 이들이 소원을 메아리로 전하는 이색적인 이벤트(?)가 벌어진다.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과, 행복을 기원하는 가족들. 문화비축기지가 이제 비축하고 있는 건 그런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어쩌면 우리가 흔하게 걸어왔지만 멈춰서 들여다보지 않아 지나쳤던 사람들의 흔적과 마음들을 차곡차곡 비축해주는 프로그램일 게다. 김영철이라는 따뜻한 가슴이 더해지자 따뜻해지는 동네의 정경들.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는 분명해진다. 도시의 삶이 헛헛하고 차갑게 다가올 때, 그저 들여다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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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만 채운 주말 드라마와 예능, 방법이 없는 걸까

한 때 일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을 여지없이 TV앞으로 끌어들였다. KBS <1박2일>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SBS <패밀리가 떴다>도 3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냈고, MBC <나는 가수다>도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다. KBS <개그콘서트>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내며 일요일 밤 아쉬운 주말을 보내는 시청자들을 웃음 폭탄으로 달래주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요일 밤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그저 틀어놓곤 있지만 그만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은 시청층이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10% 미만으로 시청률이 떨어졌고, 게다가 그만한 화제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KBS의 경우, 그래도 상대적으로 본방 시청층이 많이 남아있는 채널이지만, 그 채널을 채우는 프로그램들은 너무 오래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에는 힘에 벅찬 느낌이다. <1박2일>은 이제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그나마 주말 밤에 틀어놓기에 편안해서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개그콘서트>다. 5%대까지 뚝 떨어진 이 프로그램은 맨 앞부분에 ‘봉숭아학당’을 먼저 선보이는 변화(?)를 보여줬지만, 웃음의 포인트를 찾아내기 어려워 그저 향수와 추억에 더 기대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 웃음을 주지 못한다는 건 그 존재 자체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SBS <런닝맨>이나 MBC <복면가왕> 역시 어느 정도의 시청층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는 못해 전성기가 지나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새로 채워진 SBS <집사부일체>는 그래도 우리 시대의 사부를 찾아간다는 콘셉트가 참신한 편이지만, MBC <궁민남편>은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요일 밤에 예능으로 출사표를 던진 tvN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사용설명서>는 한가락씩 한다는 김숙, 라미란, 장윤주, 이세영 등이 출연해 “어머 이건 해야 해”라는 슬로건처럼 하고픈 무언가를 시도하는 걸 보여준다고 했지만 그다지 ‘해야 할 것 같지 않은’ 너무 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만 보여주었다. 한 때 유행했던 캐릭터쇼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시청률은 1%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주말드라마도 이렇다 할 도드라진 작품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 tvN <미스터 션샤인>이 끝난 후 방영되고 있는 <나인룸>은 tvN 드라마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사건들을 연달아 배치해 보여주는 전형적인 MBC나 SBS 주말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사건 전개와 극단적인 상황을 연결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려고 안간힘을 쓰긴 하지만, 어딘지 자극에만 집중한 듯 정신없어 보이는 면이 있다.

주말드라마의 마지막 보루라고 얘기하는 KBS 주말드라마도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하나뿐인 내편>을 보다보면 시간이 퇴행하고 있는 듯한 드라마의 이야기에 실망하게 된다. 전형적인 신파 구조에 ‘출생의 비밀’을 더해 놓은 이 드라마는 그래서 이제 KBS 주말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주 시청층인 장년 세대들의 향수를 채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

한때는 주말이 가장 볼거리가 많았던 방송 시간대였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의 주말 프로그램들은 너무나 뻔해지고 식상해졌다. 어떤 면으로 보면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과거 잘 나갔던 시절을 애써 붙들고 회고하는 듯 보인다. 워낙 TV 본방 시청층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남아있는 시청층들만을 겨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옛 방식으로 퇴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주말에 오히려 볼 게 없어졌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공감 가는 대목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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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가 말해주는 것

심상찮더라니 결국은 또 일을 냈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지난 달 24일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결-앤서’ 앨범이 빌보드200 차트 1위에 오른 것. 이 기록은 지난 앨범인 ‘러브 유어셀프 전-티어’가 같은 차트 1위에 오른 후 연달아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미국 닐슨뮤직 집계에 따르면 이 앨범은 현지에서 6일 동안 실물로만 14만 1천 장이 나갔다고 한다. 올해 발매된 앨범 중 저스틴 팀버레이크, 숀 멘데스에 이어 세 번째 기록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록은 무얼 말하고 있는 걸까.

그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이 그만큼 공고하고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음원시장으로 거의 대치되다시피 한 현 상황 속에서 음반 매출은 팬덤의 크기와 거의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음악만을 듣기 위해 산다기보다는 팬으로서 인증의 의미를 갖는 구매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도 올라갔다. 타이틀곡인 ‘IDOL’이 한국 그룹으로서는 최고 기록인 21위를 차지한 것. 싱글차트 톱40에 우리네 그룹의 곡이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저력이 점점 힘을 발휘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방탄소년단의 무엇이 이런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그저 단순히 SNS의 힘을 거론하지만, 거기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관련된 더 많은 함의들이 깔려 있다. 단지 플랫폼의 힘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음악이 가진 ‘탈경계성’이 SNS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 비결이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과 로컬, 언어의 장벽, 디지털과 아날로그, 힙합과 아이돌,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적인 면과 공적인 면,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와 시공간의 거리 같은 경계들을 해체시키는 음악적 성취를 보여왔다. 이런 경계의 해체는 그들의 군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집단으로 딱딱 맞추는 군무가 아니라, 때론 흩어졌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하나로 뭉쳐지는 군무는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런 군무의 흐름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특징이기도 하다. 각자 저마다의 나라와 언어로 존재하면서도 어느 순간 한 지점으로 뭉쳐 폭발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가능한 건 SNS의 네트워크적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중심과 변방이 나뉘지 않는 상태로 놓여 있지만, 어떤 이슈가 한 지점으로 집중되면 거대한 흐름이 뭉쳐지는 그런 특성이 바로 SNS가 가진 힘이 아닌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IDOL’은 이런 경계 해체적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방탄소년단의 곡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결론에 이르러 ‘아이돌’이든 ‘아티스트’는 상관 않는다며 그 안에 아프리카 비트에 북청사자 놀음과 EDM에 ‘얼쑤’를 곁들이며 ‘경계 해체의 축제’를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로 분명히 한 것. 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러한 탈경계적인 그들의 음악에 이제 전 세계가 함께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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