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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 같은 프로그램이 KBS의 가치를 높여준다

시청률은 3%(닐슨 코리아)대다. 최고시청률 5.2%를 찍기도 했지만 사실 KBS <거리의 만찬>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방송사들의 격전지가 되어있는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되어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니, 타 방송사의 웃음 터져 나오는 쟁쟁한 예능프로그램들과 경쟁이 될 리가.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웃음보다는(그렇다고 시종일관 심각하다는 얘긴 아니다) 진지함과 아픔 때로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대한 공감이 더 많다. 실제로 여기 고정출연해 매회 현장을 찾아가 그 곳의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는 개그우먼 박미선, 정치학박사 김지윤, 아나운서 김소영은 그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그러니 즐기고픈 ‘불금’에 높은 시청률을 낸다는 건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만찬>에 대해 시청자들은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필자는 시청률이 3%라도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KBS 같은 공영방송이 제대로 해야할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시사프로그램으로서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들여다봐야할 중요한 문제들을 ‘용감하게’ 소재로 선택하고, 그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할 말이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이로써 두루뭉술한 양비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라도 확실한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점이 그렇다. 

예를 들어 지난 18일 방영된 ‘노동의 조건 첫 번째 이야기-죽거나 다치지 않을 권리’가 다룬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은, 최근 안타까운 죽음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고 김용균씨의 빈소를 찾아가 조문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비정규직과 하청, 청년실업 게다가 안전불감증까지 겹쳐져 있는 이 사안을 피하지 않고 소재로 가져와 문제를 환기시키고, 우리 사회에 결코 적지 않은 또 다른 김용균씨라고 할 수 있는 세 사람을 어느 삼겹살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대기업 하청공장에서 메탄올에 중독되어 실명을 하게 된 김영신씨와, 고 김용균씨의 동료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다리를 다쳐 수차례 수술을 받고 있는 김범락씨, 그리고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열아홉살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가 그들이다. 메탄올의 위험성 따위는 알려주지도 않고 작업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나, 사고가 났을 때 그 사실이 알려질까봐 앰블란스를 부르지도 않고 병원을 갈 정도로 쉬쉬했다는 이야기, 평소 말 잘 들으라 했던 말이 통한의 후회로 남는다는 아들의 죽음으로 무너진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사안이 가진 부조리를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게다. 그 삼겹살집에서 묵묵히 그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세 명의 여성MC들과 그날 특별출연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차오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 청취와 눈물은 아마도 가슴 속 응어리처럼 단단하게 뭉쳐있던 그 아픈 이야기를 꺼내놓은 분들에게 천만분의 일이라도 무게를 덜어내주지 않았을까. 

찬반이 팽팽한 낙태문제 같은 소재도 피하지 않고 다룰 수 있었던 건 거기 어떤 이념이나 사심이 전혀 없는 진솔한 대화들이 오고갔기 때문이다. 실제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머릿속 논리로만 생각해왔던 문제가 현실에 부딪쳤을 때 어떤 다른 파장으로 돌아가는가를 확인하게 해주는 것. 그것은 낙태라고 하면 일단 ‘죄’를 먼저 떠올리는 그 사회적 시선 이면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홀로 감수하고 있는가를 공감하게 했다. 

희귀중증질환을 가진 어린 환자와 가족들을 찾아간 ‘내일도 행복할거야’ 편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만 하는 사안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안아줘야 하는 사안이라는 걸 보여줬다. 아픈 아이들 때문에 온전한 삶 자체가 불가능한 엄마들과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는 “웃어야 하기 때문에 웃는다”는 이 엄마들의 웃음 속에 깊이 담겨진 아픔들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최근 들어 ‘지상파가 위기’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지금 지상파들은 생존하기 위해 오히려 더 자극적인 드라마를 편성하고 어떻게든 시청률을 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KBS 같은 공영방송에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개인화되어가는 미디어 활용 때문에 보편적 시청을 추구하는 기존의 지상파의 헤게모니는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필요해지는 건 공영성이 아닐 수 없다. <거리의 만찬> 같은 공영성을 가진 시사교양프로그램이 KBS 같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지 시청률만 높은 프로그램이 아니라.(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도올과 유아인,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흥미로운

도올 김용옥과 유아인의 조합. 누가 봐도 이질적이고, 과연 이 조합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 것인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철학가이자 사상가로서 고전을 현재적 의미로 들여다보는 작업에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도올 김용옥. 가끔 엉뚱한 진지함을 보여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도 만들지만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모습에 박수를 받기도 하는 유아인.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섰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런 만남을 기획했던 걸까.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도올과 유아인의 만남이 그러한 것처럼, 너무나 달라 잘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한 자리에 올려놓고 그것이 어떤 어우러짐을 보이는가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버라이어티쇼’라고 지칭된다. 그 거창해 보이는 지칭이 그저 요란한 수식어만이 아니라는 걸 이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보여준다.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걸로 이야기의 문을 연 이 프로그램은 “그런데 왜 그게 지금 중요한가”라는 유아인의 도발적인 질문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게 바로 그 임시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됐다는 도올의 답변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우리의 체제가 그 때를 뿌리로 두고 있다는 것.

하지만 유아인은 여기서 또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트럼프가 남북관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우리는 과연 자주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당혹스런 유아인의 질문에 도올은 우리가 군사 강국은 아니지만 “문화 강국”이라는 걸 강조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찬란한 문화를 만들어왔다”는 말로 답변을 가름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특히 큰 역할을 해내는 건 유아인이다. 평상 시에도 SNS를 종종 뜨겁게 만드는 그는 여기서도 의외의 도발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우리가 도올의 강의들을 방송을 통해 볼 때 늘 ‘경청’하는 자세로만 봤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포인트를 유아인이 만들어낸다.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통일은 손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는 얘기를 던진 것도 유아인이었다. 경제적 관점으로 보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유아인은 다른 걸 다 떠나서 “내 가족과 떨어지게 된다면 내 가족 다시 만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라며 통일은 “회복”이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공감하게 만들었다.

‘편 가르기’에 대한 솔직한 심경은 아마도 유아인이 직접 SNS를 통해 겪은 경험이 묻어난 것처럼 보였다. 어떤 의견을 내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편 가르기’를 하는 것에 대해 그는 “우리는 사실 한편”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편 가르기에 대한 이야기는 ‘빨갱이’라는 말이 탄생한 과정을 통해 도올에 의해 설명됐다. 그것이 가져온 비극적인 현대사의 결과들까지.

유아인의 역할이 돋보인 건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연관관계를 끊임없이 들여다보려는 질문들 때문이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이 다시 역사를 들여다보려 하는 건, 그것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던지기 때문이라는 것. 지금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헬조선’으로까지 불리게 됐는가에 대한 질문에 한 관객이 그 연원으로서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라진 정의와 공정성이 만든 결과라는 지적은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친일파 청산의 문제가 지금의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일파 청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다소 당혹스런 질문에 대해 도올은 재치 있고 의미 있는 답변을 던졌다. 가만 놔둬도 그들의 죽음은 임박했다는 것. 다만 중요한 건 지금의 세대가 그 역사를 잊지 않고 깨인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 속에는 이 프로그램이 지금 왜 역사를 들여다보려 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그 기획의도가 들어 있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의 하이브리드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수 있다.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도올과 유아인 같은 전혀 다른 개성과 세대와 생각이 만난다. 여기에 오방신으로 자리한 소리군 이희문의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한 민요가락이 더해진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의 의미를 가진 ‘오방간다’가 유아인이 말하는 “뿅간다”는 의미와 합쳐지는 지점. 전혀 새로운 어떤 생각과 색깔들의 소통을 우리는 여기서 만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들여다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강변북로를 그토록 많이 지나갔지만 거기 저런 멋진 정자가 있었다는 걸 어째서 잘 몰랐을까.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찾아간 망원동, 성산동의 강변동네에서 발견한 ‘희우정(喜雨亭)’. 마침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강변북로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그 정자의 이름과 어우러지며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정자에서 비 내리는 한강을 바라보는 고즈넉한 즐거움이 묻어나는 그 곳. 

아마도 이 장면은 정규 편성되어 첫 방송을 한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전국 동네들을 걸으며 담으려는 정경이 아닐까 싶다. 그저 지나칠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동네의 소소한 정감들을 잠시 멈춰서 들여다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해지는 동네의 풍경들. 김영철이라는 배우가 더해주는 따뜻한 가슴이 훈훈함을 만드는 동네의 진짜 얼굴. 

그 따뜻함을 만드는 건 다름 아닌 그 동네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세월이 묻어난 손때와 온기다. 최근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망원동에서 김영철이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찾아간 카페에서는 무려 16년 간 그 자리를 지켜온 부부의 손때와 온기가 가득하다. 로스팅 기계를 뜯어보고 최적의 커피콩을 볶아낼 수 있는 기계를 직접 만든 아저씨의 고집이 느껴지고, 그걸 힘들어도 묵묵히 지지해온 아주머니의 따뜻함이 묻어난다. 그런 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그저 입으로만 전해지는 맛뿐이 아닐 게다. 세월의 공력이 묻어난 손맛과 마음의 맛도 더해질 테니.

축축한 공기를 마시면 우리도 모르게 느껴지는 따끈한 국물에 대한 허기. 김영철이 찾아간 손칼국수집은 국물도 마시기 전 가슴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할머니의 정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아직 80대라고 농을 하시는 92세 노모와 그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그 손칼국수집은 2,900원짜리 칼국수에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세월의 정성을 담아내놓는다. 혼자 손칼국수를 마주하다 어머니가 떠오른 김영철이 노모와 함께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별다른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아도 느껴지는 엄마와 아들 같은 훈훈함이 묻어난다. 

경남 함양의 집으로 가야한다는 노모의 습관적인 말 속에서 마치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적인 그리움이 뭉클하게 다가오고, 떠나는 김영철을 못내 아쉬워하며 문 앞까지 나와 손을 꼭 잡고 배웅하는 노모에게서 마치 고향을 떠나보내는 아들을 배웅하는 엄마들의 흔하지만 짠해지는 감동이 묻어난다. 어느새 촉촉해진 김영철의 눈가에도 어머니를 바라보는 듯한 애틋함이 피어오른다. 

망원동에서 성산동 쪽으로 넘어와 만나게 된 문화비축기지는 한 때 석유파동으로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지어졌던 탱크들이 이제는 문화로 채워지고 있는 풍경을 마주한다. 마치 어머니의 뱃속처럼 “깜깜한 것이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그 탱크 속에서는 찾은 이들이 소원을 메아리로 전하는 이색적인 이벤트(?)가 벌어진다.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과, 행복을 기원하는 가족들. 문화비축기지가 이제 비축하고 있는 건 그런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어쩌면 우리가 흔하게 걸어왔지만 멈춰서 들여다보지 않아 지나쳤던 사람들의 흔적과 마음들을 차곡차곡 비축해주는 프로그램일 게다. 김영철이라는 따뜻한 가슴이 더해지자 따뜻해지는 동네의 정경들.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치는 분명해진다. 도시의 삶이 헛헛하고 차갑게 다가올 때, 그저 들여다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자리만 채운 주말 드라마와 예능, 방법이 없는 걸까

한 때 일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을 여지없이 TV앞으로 끌어들였다. KBS <1박2일>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SBS <패밀리가 떴다>도 3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냈고, MBC <나는 가수다>도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다. KBS <개그콘서트>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내며 일요일 밤 아쉬운 주말을 보내는 시청자들을 웃음 폭탄으로 달래주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요일 밤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그저 틀어놓곤 있지만 그만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은 시청층이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10% 미만으로 시청률이 떨어졌고, 게다가 그만한 화제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KBS의 경우, 그래도 상대적으로 본방 시청층이 많이 남아있는 채널이지만, 그 채널을 채우는 프로그램들은 너무 오래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에는 힘에 벅찬 느낌이다. <1박2일>은 이제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그나마 주말 밤에 틀어놓기에 편안해서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개그콘서트>다. 5%대까지 뚝 떨어진 이 프로그램은 맨 앞부분에 ‘봉숭아학당’을 먼저 선보이는 변화(?)를 보여줬지만, 웃음의 포인트를 찾아내기 어려워 그저 향수와 추억에 더 기대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 웃음을 주지 못한다는 건 그 존재 자체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SBS <런닝맨>이나 MBC <복면가왕> 역시 어느 정도의 시청층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는 못해 전성기가 지나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새로 채워진 SBS <집사부일체>는 그래도 우리 시대의 사부를 찾아간다는 콘셉트가 참신한 편이지만, MBC <궁민남편>은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요일 밤에 예능으로 출사표를 던진 tvN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사용설명서>는 한가락씩 한다는 김숙, 라미란, 장윤주, 이세영 등이 출연해 “어머 이건 해야 해”라는 슬로건처럼 하고픈 무언가를 시도하는 걸 보여준다고 했지만 그다지 ‘해야 할 것 같지 않은’ 너무 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만 보여주었다. 한 때 유행했던 캐릭터쇼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시청률은 1%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주말드라마도 이렇다 할 도드라진 작품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 tvN <미스터 션샤인>이 끝난 후 방영되고 있는 <나인룸>은 tvN 드라마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사건들을 연달아 배치해 보여주는 전형적인 MBC나 SBS 주말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사건 전개와 극단적인 상황을 연결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려고 안간힘을 쓰긴 하지만, 어딘지 자극에만 집중한 듯 정신없어 보이는 면이 있다.

주말드라마의 마지막 보루라고 얘기하는 KBS 주말드라마도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하나뿐인 내편>을 보다보면 시간이 퇴행하고 있는 듯한 드라마의 이야기에 실망하게 된다. 전형적인 신파 구조에 ‘출생의 비밀’을 더해 놓은 이 드라마는 그래서 이제 KBS 주말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주 시청층인 장년 세대들의 향수를 채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

한때는 주말이 가장 볼거리가 많았던 방송 시간대였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의 주말 프로그램들은 너무나 뻔해지고 식상해졌다. 어떤 면으로 보면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과거 잘 나갔던 시절을 애써 붙들고 회고하는 듯 보인다. 워낙 TV 본방 시청층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남아있는 시청층들만을 겨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옛 방식으로 퇴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주말에 오히려 볼 게 없어졌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공감 가는 대목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가 말해주는 것

심상찮더라니 결국은 또 일을 냈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지난 달 24일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결-앤서’ 앨범이 빌보드200 차트 1위에 오른 것. 이 기록은 지난 앨범인 ‘러브 유어셀프 전-티어’가 같은 차트 1위에 오른 후 연달아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미국 닐슨뮤직 집계에 따르면 이 앨범은 현지에서 6일 동안 실물로만 14만 1천 장이 나갔다고 한다. 올해 발매된 앨범 중 저스틴 팀버레이크, 숀 멘데스에 이어 세 번째 기록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록은 무얼 말하고 있는 걸까.

그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이 그만큼 공고하고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음원시장으로 거의 대치되다시피 한 현 상황 속에서 음반 매출은 팬덤의 크기와 거의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음악만을 듣기 위해 산다기보다는 팬으로서 인증의 의미를 갖는 구매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도 올라갔다. 타이틀곡인 ‘IDOL’이 한국 그룹으로서는 최고 기록인 21위를 차지한 것. 싱글차트 톱40에 우리네 그룹의 곡이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저력이 점점 힘을 발휘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방탄소년단의 무엇이 이런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그저 단순히 SNS의 힘을 거론하지만, 거기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관련된 더 많은 함의들이 깔려 있다. 단지 플랫폼의 힘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음악이 가진 ‘탈경계성’이 SNS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 비결이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과 로컬, 언어의 장벽, 디지털과 아날로그, 힙합과 아이돌,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적인 면과 공적인 면,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와 시공간의 거리 같은 경계들을 해체시키는 음악적 성취를 보여왔다. 이런 경계의 해체는 그들의 군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집단으로 딱딱 맞추는 군무가 아니라, 때론 흩어졌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하나로 뭉쳐지는 군무는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런 군무의 흐름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특징이기도 하다. 각자 저마다의 나라와 언어로 존재하면서도 어느 순간 한 지점으로 뭉쳐 폭발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가능한 건 SNS의 네트워크적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중심과 변방이 나뉘지 않는 상태로 놓여 있지만, 어떤 이슈가 한 지점으로 집중되면 거대한 흐름이 뭉쳐지는 그런 특성이 바로 SNS가 가진 힘이 아닌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IDOL’은 이런 경계 해체적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방탄소년단의 곡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결론에 이르러 ‘아이돌’이든 ‘아티스트’는 상관 않는다며 그 안에 아프리카 비트에 북청사자 놀음과 EDM에 ‘얼쑤’를 곁들이며 ‘경계 해체의 축제’를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로 분명히 한 것. 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러한 탈경계적인 그들의 음악에 이제 전 세계가 함께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Posted by 더키앙

방탄소년단이 2년 반 동안 찾은 자신, BTS 그 자체

마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다. 방탄소년단의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의 타이틀곡 ‘IDOL’에는 이례적으로 국악 장단과 ‘얼쑤’, ‘지화자’ 같은 추임새가 들어갔다. 그래서 처음 들으면 신나는 EDM과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곡’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이상하게도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움이 묻어난다. 그건 국악 장단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런 느낌이다.

이제 최단기간 뮤비 몇 천만 뷰 돌파나 전 음원 차트 점령 같은 기록들은 그리 놀랍지도 않은 결과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이번에는 어떤 새로움을 갖고 왔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놀라움이 더 크다. 그런 점에서 보면 2년 반 동안 이어진 LOVE YOURSELF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의 타이틀곡인 ‘IDOL’은 그간의 고민에 대한 해답처럼 다가온다. 결론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들 자신, BTS라는 게 그 해답이다.

EDM에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음악을 가져왔고 거기에 국악을 접목하고 방탄소년단 특유의 거침없는 랩 스타일이 더해졌지만, 그 어느 하나가 튀지 않고 잘 어우러져 있는데다, 이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방탄소년단 스타일이라는 걸 잘 말해주는 곡이 바로 이 ‘IDOL’이다. 글로벌과 로컬이 이어지고, 랩과 댄스, 국악이 접목되는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축제의 한 마당. 방탄소년단은 어느새 이 곳과 저 끝을 연결하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완결해내고 있다. 

K팝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 자신들만의 음악 스타일을 추구하고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했고,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음원 발표와 함께 전 세계가 들썩이게 되는 글로벌 뮤지션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국내보다 해외의 반응이 더 뜨거워서인지 그 정체성이 K팝이 아닌 그냥 팝의 장르가 아니냐는 일부 시선들에 대해 ‘IDOL’은 자신들의 문화적 DNA가 다름 아닌 한국이라는 걸 국악과의 접목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You can call me artist, You can call me idol,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I don’t care-”로 시작하는 곡의 도입부분이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정의해준다. ‘artist’든 ‘idol’이든 ‘I don’t care’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 세 구절의 절묘한 랩 라임이 그들의 음악 스타일까지를 말해준다. 후렴구로 붙여진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에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가 더해지는 부분도 재미있다. 그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영어와 우리식의 국악 추임새가 기묘하게 엮어져 흥을 돋는 지점이다. 

뮤직비디오는 이 곡이 말하려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정체성을 영상으로도 담아냈다. 디지털 세계로 구현된 가상의 공간, 테이블에 앉아있는 방탄소년단 저 뒤로 마치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붉고 큰 태양과 기린의 모습들이 뒤섞이고, 방탄소년단의 아이돌스러운 춤사위 뒤로 어떤 아티스트가 그려놓은 듯한 그림들이 펼쳐진다. 가장 흥겨운 부분으로 들어가서는 역시 사이버 세계의 이미지로 구현된 한국식 정자 속에서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팬들로 어우러지며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뮤직비디오의 백미는 후반부에 방탄소년단이 여러 군중들과 함께 군무를 추는 대목이다. 화려한 색감으로 치렁치렁 머리카락처럼 움직이는 그 색감 앞에서 한 명씩 노래 부르던 장면들은 그 머리카락 같은 색감의 형체가 봉산탈춤의 사자 형상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그 일사분란하면서도 자유로워 보이는 흔들림은 마치 방탄소년단과 군중들이 함께 군무를 추며 축제를 벌이는 그 장면처럼 화려한 색감으로 어우러진다. 제 각각의 문화적 코드들과 색깔들이 하나로 묶여지는 축제의 현장을 영상으로 구현해낸 것. 

‘IDOL’은 메시지와 음악과 영상이 모두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어 보여주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은 나라의 작은 아이돌 그룹이 이렇게 넓고 다양한 문화적 코드들을 그 품에 넉넉히 담아 한바탕 축제의 마당을 펼쳐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이돌이라 불리든 아티스트라 불리든 무슨 상관일까. 이제 방탄소년단이라고 하는 그들만의 장르가 만들어졌으니.(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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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문제 지적만큼 중요한 솔루션 제시

밤 7시 딸의 취침준비시간. 남편 고창환은 딸 고하나의 방학생활 숙제를 도와준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시누이로부터의 전화. 고창환은 활짝 웃으며 통화하다 딸 고하나를 바꿔준다. 반갑게 고모를 부르는 하나의 목소리. “집에 오면 저랑 같이 자요.” 갑자기 전화를 해서는 시누이가 집에 온다는 그 말에 아내 시즈카는 화들짝 놀란다. 

시즈카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자 남편이 일종의 해명을 한다. “친구 만나러 왔다가 늦을 거 같아서, 운전하기 좀 위험해서, 자고 가도 되냐고 해서. 상관없지 않나?” 딸 하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척 넘어가려는 그 말에 하나가 “괜찮아. 그래서 내가 괜찮다고 말했어”라고 답을 해준다. 하지만 시즈카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몇 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묻는 시즈카에게 “늦으면 자고 있다가” 일어나면 되지 않냐고 고창환은 속편한 말을 한다.

시즈카가 불편해 하자 고창환은 마치 그게 정답이나 되는 듯, “가족이잖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즈카는 “가족이라도 달라”라며 단호한 자신의 입장을 말한다. “여기 누구 집인데? 오빠만 살아?” 시즈카의 그 말에 남편 고창환은 “다음에는 내가 물어볼게”라며 아내의 불편한 마음을 다독이려 한다. 분위기가 싸해지자 딸 하나가 그걸 풀기 위해 하는 말이 흥미롭다. “아빠는 고모가 와도 되니까 그런거지? 그런데 엄마한테 왜 안 물어봤어?” 그러자 아빠가 답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아빠가 물어본다고 했어. 그럼 됐지?” 그런 하나가 예쁘게 느껴졌던 지 시즈카는 하나를 꼭 안아주며 웃는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보여준 이 장면은 굉장히 짧지만, 거기에 어쩌면 지금 이 프로그램이 처한 문제의 해법이 담겨 있다고 보인다. 방송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이 공분을 일으킬 만큼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은 짜증을 유발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살았던 일상인지도 모르지만, 관찰카메라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제투성이였다는 걸 드러내면서 나타난 반응들이다.

그 파장이 워낙 커서인지 여기 출연했던 김재욱-박세미 부부는 프로그램을 하차하며 그 불편한 심경을 SNS에 올렸다. 일정한 ‘콘셉트’가 있었고, 그래서 설정과 ‘연기’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런 ‘폭로’가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것이 제작진의 잘못도 존재하지만 또한 온전히 편집 때문인가를 지적했다. 이런 문제들은 왜 발생한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이상한 시댁의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것이 자극적인 반응들을 만들어 내다보니 문제의 장면들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편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롭게 등장한 최현준-신소이 부부 이야기에서도 며느리에게 “야”라고 부르고 자기 아들인 현준을 우선적으로 챙기라는 ‘돌직구’ 시어머니가 등장했다. 그 시어머니가 “해달라고 하기 이전에 남편을 위주로 하고!”라고 말할 때는 자막에 붉은 색으로 ‘남편을 위주’를 강조하고 불꽃까지 더해 붙였다. 일종의 강조점을 찍은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 기획의도가 그런 이상한 나라를 조명해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니 그런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문제만이 아니라 해법 또한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지적과 분노 이상의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는 해법을 시도해 보여준 적이 있을까. 

이러한 가족 내의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만들어지는 관찰카메라를 활용한 솔루션 프로그램에는 적어도 그 상황을 직접 당사자들이 보게 하고, 거기 비춰진 자신들의 모습과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함으로써 어떤 해결방식을 제안하곤 한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그런 해결 방식이나 과정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시즈카의 가족이 보여준 짤막한 장면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시즈카는 남편이 ‘가족’이라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그 대목에 단호하게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 곳이 자신들만의 공간이고 그래서 남편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시댁 식구들까지 포함해 그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공간으로서 그 곳은 경계가 있다는 걸 시즈카는 확인시켜준 것이다. 

최근 들어 성 평등 문화에서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이른바 ‘경계 존중 교육’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 몸이 있고, 내 공간이 있고, 나만의 삶의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넘어올 때는 그래서 사전에 양해를 통한 허락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 경계는 누구에게나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네 문화에서 경계는 ‘가족주의’라는 틀 속에서 상당 부분 희석되어 버렸다. 심지어 “우리가 남이냐”라는 말은 가족의 틀을 벗어나 사회에서조차 친분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고, 그것은 경계를 훌쩍 넘어 마구 침범하는 문화를 당연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댁이 이상한 나라가 되는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결혼을 했으니 ‘우리 가족’이라는 명분하에 마구 선을 넘는 행동과 말이 그렇다. 

시즈카의 단호한 대처가 의미 있게 다가온 건 딸 하나가 보이는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이런 가족이라는 이유로 경계를 훅 들어오는 행위들은 그걸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든다. 시즈카의 단호한 대처는 그래서 딸 하나에 대한 살아있는 훈육처럼 보인다. 딸이 아빠에게 “엄마에게 왜 안 물어봤어?”하고 묻는 대목은 그 역시 가족의 경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시즈카가 스스로 보여준 것처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잘못된 풍경을 끄집어내고 지적하는 차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나아가 거기서 어떤 해법들을 찾을 것인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불편하고 자극적인 상황의 나열로 인해 ‘분노’만을 일으키고, 결국은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현실만을 그려낼 위험성이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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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와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

“이거 궁예 아니신가?” 길거리에서 만난 아저씨는 김영철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KBS 대하 사극 <태조 왕건>에서 김영철이 연기했던 그 궁예 역할이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남은 탓일 게다. 이른바 ‘관심법’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 정도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캐릭터가 아니었던가. 그 궁예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살갑게 동네사람들에게 다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가 그려내는 풍경이다.

늘상 지나던 동네이니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또 새롭다. 세월의 더께가 앉은 노포들과 그 곳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서는 그 세월만큼의 이야기들이 묻어난다. 콩나물 비빔밥 집에서의 점심 한 끼는 어머니처럼 푸짐하게 챙겨주는 아주머니와의 대화가 새롭고, 60년 째 가업을 이어 이용원을 하고 계시다는 아저씨와의 대화 속에서는 젊은 날의 방황을 거쳐 돌아와 이제는 자부심까지 갖는 그 마음이 느껴진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서 만난 수제화 장인에게서는 그 손을 거쳐 얼마나 많은 분들이 불편함을 덜어냈을 지가 엿보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에게서는 외국인들이 돌아가서도 그 아주머니를 통해 느꼈을 ‘한국의 정’이 느껴진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 들어가 있듯, 김영철이라는 배우가 아니면 담아내기 힘든 느낌 같은 것들도 들어있다. 1973년 극단에 입단하며 시작된 배우의 길은 현재까지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작품들로 이어져왔다. <태조 왕건>의 궁예, <야인시대>의 김두한, <아이리스>의 백산, 영화 <달콤한 인생>의 강사장 역할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줘 왔지만, <아버지가 이상해> 같은 드라마의 변한수 역할 같은 따뜻하고 헌신적인 역할도 보여줬다. 그러니 이 많은 역할을 해온 배우가 연기라는 세계 바깥으로 나와 동네를 걷는 그 장면 자체가 이체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많은 인물들을 연기해온 그가 바로 그 실제 인물들을 만나는 순간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제작발표회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그 구도가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 그건 바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70여회가 넘게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그 곳의 밥상을 소개했던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이다. <한국인의 밥상>같은 장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며 ‘동네 천 바퀴’를 돌고 싶다 포부를 밝혔던 데서도 드러나듯, 두 프로그램은 닮은 구석이 많다. 

먹방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한국인의 밥상>은 다소 진지한 접근으로 전국 각지에서 철마다 나오는 식재료들과 그것들을 특유의 방법으로 해먹은 요리법을 소개해왔다. 처음에는 너무 진지한 다큐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보면 볼수록 그 깊이에 빠져들게 되는 프로그램. 마치 전국 각지에 존재하는 우리네 밥상을 마치 백과사전처럼 온전히 정리해내겠다는 그 포부도 좋지만, 그걸 현지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소박한 삶과 이야기로 전하는 대목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한국인의 밥상>이라고 해서 ‘밥상’만 보일 줄 알았더니 ‘한국인’이 보이는 것.

이걸 가능하게 하는 인물은 역시 프로그램을 지금껏 이끌어온 최불암이다. 우리에게는 <수사반장>의 캐릭터가 더 강렬하게 남아 있지만, 어쩌면 이 프로그램과 더 어울리는 모습은 <전원일기>의 김회장이 아닐까.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088회를 방영했던 진짜 ‘국민드라마’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이 드라마를 통해 김회장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로 자리 잡은 바 있다. 그러니 그가 지방을 찾아다니며 쉽지 않은 노동에 두툼해진 아주머니의 손을 잡는 장면은 그 자체로 뭉클한 면이 있다. 맛깔나게 담아주는 내레이션 또한 빼놓을 수 없지만.

궁예의 김영철과 수사반장 최불암. 이들이 연기가 아닌 실제 현실 속 길을 걷게 된 건, 그들이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름 모를 서민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며, 만만찮은 삶의 경험을 공감대로 그들과 나눌 수 있는 인물로 이들 만한 배우들이 있을까. 두 프로그램이 모두 그들의 필모그래피처럼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되길.(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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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게 바이럴 마케팅이라면, 차트는 무슨 소용이 있나

닐로 사태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다. 밴드 칵스 멤버이자 EDM DJ로 활동 중인 숀의 신곡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지난 17일 새벽 1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다. 

곡도 생소한데다가 숀이라는 가수도 생소한 마당에 갑자기 음원차트 1위를 했다는 소식은, 차트를 민감하게 들여다보는 팬들이나 기획사로서는 의구심을 만들 수밖에 없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마마무 같은 신곡을 내놓기만 하면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아이돌들을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해당 아이돌 팬덤들이 먼저 음원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이상 현상’이 자꾸만 발생하자 이번에는 박진영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박진영은 자신의 SNS에 “최근 음원순위 조작에 관한 의혹들이 제기되어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과 또 의혹을 받는 분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미 유관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를 의뢰한 회사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썼다. 또 이 문제를 문광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조사 의뢰를 하고 결과에 따라서는 “검찰에도 이 문제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대형기획사들도 차트 순위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윤종신은 SNS를 통해 이런 사재기 의혹들이 계속 드러나는 차트가 가진 문제점을 꼬집었다.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는 것. 차트 순위 1위에만 집착하는 음악계의 풍토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종신은 실시간 차트와 TOP 100 전체 재생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그 차트는 ‘무취향적 재생 버튼’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당한 말이다. 그는 음원차트 TOP 100 전체 재생 버튼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이제는 사재기 문제가 불거지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바이럴 마케팅’이다. 숀의 기획사인 디씨톰 엔터테인먼트는 사재기나 조작, 불법적인 마케팅은 없었고, 페이스북을 이용해 노래를 소개시킨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것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음원 차트 1위라는 기록이 나오게 된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만일 이 이야기대로 바이럴 마케팅이 차트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상황이라면, 도대체 이 차트는 뭘 반영하는 것일까. 음원 차트는 대중들의 집중된 취향이나 트렌드를 반영해야 차트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이럴 마케팅에 의해 가능하다면 이 차트는 대중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상업적으로 접근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자인하는 게 아닐까.

이런 차트는 기획사들의 돈벌이에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듣고 픈 대중들에게는 오히려 하나의 방해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꾸만 누군가 등을 떠미는 바람에 듣게 되는 음악. 그게 오래 갈 수 있을까. 이건 궁금적으로 차트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른바 개인 취향의 시대다. 대중들도 누가 들으니 나도 듣는다의 식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마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음원사이트들이 새롭게 정비를 해야 할 때다. 자꾸만 의혹이 제기된다는 건 차트가 삐걱대고 있다는 징후이니 말이다.(사진:디시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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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한바퀴’, 동네의 푸근함은 어디서 오는가

“별 볼일 없는 가게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복이라 생각하고 가져가세요.” 식당을 찾은 김영철에게 주인아주머니는 누룽지를 챙겨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김영철은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자꾸만 식당 쪽을 돌아봤다. 그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누룽지를 챙겨주시며 주인아주머니가 울고 계셨다는 것이다. 

KBS <김영철의 동네한바퀴>가 찾아간 서울역 뒤편 중림 만리동. 김영철이 동네를 돌다 출출해져 지나던 길에 우연히 발견한 콩나물 비빔밥 집이었다. 한 그릇에 가격은 3천원. 푸짐하게 담아주는 비빔밥에 “3천원 받아서 남는 거 있냐”고 묻는 김영철은 마음 속으로 어머니가 어린 시절 자주 해주셨던 그 콩나물 비빔밥을 떠올렸을 게다. 그 밥하고 맛이 똑같다는 김영철은 어느새 아주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익 남긴다는 마음은 요만큼도 없다”는 아주머니를 보며 김영철은 그 옛날 1970년대 어느 집을 가도 “밥 먹고 가라”시던 그 시절의 어머니들을 떠올린다. 

서울역을 바쁘게 지나기만 했던 분들이라면 <김영철의 동네한바퀴>가 김영철의 발걸음에 담아 보여준 그 뒤편 골목길들의 풍경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을 게다. 사실 천천히 걸어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게 동네다. 그 동네는 김영철이 말하듯 고향 같다. “엄마 같기도 하고 편하고 따뜻하고.”

기차가 지날 때마다 땡땡 소리가 나서 붙은 땡땡거리 서소문 건널목을 건너 중림동으로 들어가는 김영철은 길을 걷다 우연히 본 골목 앞에 문득 멈춰선다. 옛날에는 서울 골목이 다 그랬다는 것. 두 사람이 걸으면 꽉 찰 듯한 좁은 골목길이지만 그래서 어딘가 정겨운 그 골목길은 그 곳이 서울역 뒤편에 있는 동네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으로 다가온다. 

제목처럼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하는 전부지만, 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려는 건 동네만이 아니다. 그저 지나치듯 바라보면 특별할 것 없는 조금 오래된 동네의 풍경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풍경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그 곳에 있다. <김영철의 동네한바퀴>는 그 사람들을 찾아간다.

만리시장에서 35년간 방앗간을 했다는 주인아저씨는 일일이 손으로 짜내는 참기름, 들기름을 찾는 손님들에게 담아준다. 세월의 더께가 앉아 있는 그 집을 찾는 손님들은 “이 집은 뭐든 맛있다”며 들기름을 사간다. 김영철은 어렸을 때 그 앞을 많이 뛰어다니며 놀았다고 술회한다. 그 때도 아마 그 방앗간은 거기서 고소한 냄새를 동네 한 가득 뿌려 놓고 있었을 게다. 

시간이 멈춘 듯한 노포 성우이용원은 3대에 걸쳐 총 90년 동안이나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 집에서 60년째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아저씨는 그 옛날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방식 그대로 지금도 손님을 맞는다. 슬쩍 봐도 예사롭지 않은 공을 들이는 이발은 물론이고, 물뿌리개로 머리를 감겨주고 말가죽에 날을 세워 하는 면도가 보기만 해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16살 때 배웠지만 하기 싫어 방황을 했었다는 그일. 하지만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며 쌓아온 경력은 이제 미국, 에콰도로에서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만들었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서 만난 수제화 장인은 발의 본을 직접 떠서 일일이 손을 두드리고 바늘로 꿰어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신발을 지금도 만들고 계셨다. 한 켠에 쌓여있는 손님들 발의 본을 떠놓은 것들을 보니 어째서 사람들이 그 곳을 찾는가가 이해된다. 양 발의 크기가 다른 분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이 기성화를 억지로 신으며 불편을 감수했던 걸, 아저씨는 그 발에 딱 맞는 신발을 만들어 편하게 해주신다. 손님들이 좋아해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아저씨의 말에서는 장사라는 단어로는 채울 수 없는 마음이 느껴진다.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이 생기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난 동네에는 스타가 된 구멍가게 아주머니도 있었다. 능숙하게 영어를 하며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슈퍼 아주머니는 찾은 손님들과 찍은 사진들을 가게 벽면에 가득 붙여 놓았다. 장사가 아닌 그 외국인들과의 추억이 만들어지는 공간. 이미 SNS로 알려진 그 곳은 외국인들이 꼭 찾아가는 ‘성지’가 되어 있다고 한다. 어둑해져가는 동네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외국인들이 마치 집처럼 편안하게 슈퍼 앞에 둘러앉아 까르르 웃는 모습이 정겹다. 그들이 슈퍼에서 느낀다는 푸근함은 어쩌면 그 아주머니의 정 때문이 아닐까. 

<김영철의 동네한바퀴>는 빈티지의 가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낡으면 싹 밀어내고 새로운 걸 세우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조금씩 시간의 더께가 얹어진 곳이 우리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김영철은 그 아주머니가 소박한 누룽지 선물 하나를 건네며 흘리는 눈물에 마음이 뭉클해졌을 게다. 이 프로그램은 동네만의 따뜻함이 있는 건 그 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네의 한 모퉁이를 비추는 불빛 같은 사람들이.(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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