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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칠순의 알츠하이머 박인환도 꿈을 꾸는데

 

"날이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나 화창한데, 내가 왜, 도대체 왜, 엄마 아버지 나 어떡해요." 칠순의 어르신의 입에서 나오는 '엄마, 아버지'라는 말은 그 자체로 짠하다. 그건 순간 이 어르신의 70년 인생이 가진 무게가, 저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목소리를 통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겨울 때 우리는 모두 저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되어 부모님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덕출(박인환)처럼.

 

칠순의 나이에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추는 덕출을 보는 주변의 시선은 '주책'이다. 나이 들어 '춤바람' 났다는 소문까지 들려온다. 발레연습실에서 채록(송강)이 그 아름다운 동작으로 새처럼 가볍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덕출은 순간 자신을 초라하게 느낀다. 늙고 볼품없는 자신이 꿈이라며 하고 있는 발레가 실로 '주책'은 아닐까 싶어진다. 덕출이 발레라는 꿈을 꾸는 일은 그래서 청춘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일이다.

 

게다가 덕출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다. 그건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꿈을 향해 나가는 그에게는 더욱 더 큰 좌절감을 주는 판결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꿈을 지워내고 살았던 삶이 그의 한 평생이었고, 이제야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알츠하이머라니. 그건 꿈이 아닌 자신이 지워지는 병이 아닌가. 이보다 큰 절망이 있을까.

 

하지만 덕출은 기승주(김태훈)가 데리고 간 김흥식 발레단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휠체어를 탄 무용수의 아름다운 발레를 보면서, 발레가 육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서툰 동작이지만 정성껏 배운 대로 자기 느낌을 담아 발레를 선보인 덕출은 무용수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건강한 몸이 아니어도 발레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발레가 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기승주가 덕출에게 말하는 '자기만의 발레'라는 표현은, 이 드라마가 단지 발레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드러낸다. 젊건 나이 들었건, 건강하건 병이 들었건, 누구나 어떤 꿈을 꾸는데 있어서 '자기만의 발레'를 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덕출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칠순의 알츠하이머 어르신도 '자기만의 발레'를 할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나빌레라>에서 덕출이 하는 말 한 마디, 동작 하나가 감동적인 건, 툭 던져져 나온 말 한 마디와 눈앞에서 보이는 어설픈 동작 하나에도 이 어르신의 칠순의 삶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이 '자기만의 발레'는 덕출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연기자 박인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칠순의 이 연기자가 발레복을 입고 발레를 배우는 역할에 도전한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나. 이제는 가족드라마의 평범한 아버지 역할로 자리하고 있는 노배우의 발레 연기라는 새로운 도전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그래서 무용수들 앞에서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발레 동작들을 하나하나 선보이는 이 노배우의 연기는 덕출이라는 인물의 도전을 그 누구보다 절절하게 전해준다. 굉장히 고난도의 점핑이나 회전 같은 게 전혀 없는, 작은 손 동작 하나만으로도 이토록 아름다운 발레를 표현할 수 있다니. 박인환의 연기에서는 그의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 덕출이 발레 동작 하나에 자신의 삶을 담아내듯.(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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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악랄하게.. '빈센조'·'모범택시' 다크히어로 전성시대

 

어떻게 하면 더 악랄하게 응징할 수 있을까. 최근 장르물 서사는 '선한 히어로'보다 '악랄한 히어로'의 전성시대다. 이들 다크히어로들은 인면수심의 악당들을 법이 아닌 그들의 방식으로 처단하고 응징한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의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가 그렇고,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의 무지개운수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그렇다. 도대체 무엇이 악당 잡는 악당들, 다크히어로 전성시대를 열었을까.

 

<빈센조>의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가 바벨그룹과 대적하는 방식은 마피아의 방식 그대로다. 그는 변호사이긴 하지만 법을 정의구현의 방법으로 쓰지도 않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가 힘없는 약자들을 위해 싸우다 살해되고, 그의 딸 홍차영(전여빈)이 그 뒤를 이어 바벨그룹과 싸워나가지만, 차츰 홍차영도 또 약자들(금가프라자 사람들이 그렇다)도 빈센조의 방식을 따르게 된다. 납치하고, 협박하고, 고문하고 늘 갖고 다니는 지포라이터로 싹 다 불 질러 버린다. 급기야 어머니가 살해당하자 빈센조는 이성을 잃은 채 저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우리나라에서 결코 벌어지기 어려운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이고, 작품 역시 이것이 하나의 허구라는 걸 드러내는 과장된 블랙코미디로 그려간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다크히어로의 강력한 응징에 열광한다. 그것이 비현실적인 것은 맞지만, 실제 현실이 '마피아 보다 더한' 저들만의 공고한 네트워크로 이뤄져, 법이 정의를 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청자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관피아, 검피아 같은 비아냥 가득한 신조어들이 나오는 그 지점을 이 드라마는 정확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가 더해진 다크히어로를 탄생시킨다.

 

새로 시작한 <모범택시> 역시 이 <빈센조>의 구성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범'이라는 제목에 담긴 지칭은 그 자체로 역설적이다. 사실 이 드라마 속 모범택시를 운행하는 무지개운수는 '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조직이다. 김도기는 바로 그 사적복수를 실행하는 인물이고, 장성철 무지개운수 대표는 이 조직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김도기가 하는 처단의 방식 역시 빈센조가 하는 방식과 같다. 첫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을 폭행, 구금하며 강제노동을 일삼은 젓갈공장 사람들을 김도기는 그들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써서 응징한다. 생선이 담긴 대야에 머리를 쑤셔 넣어 물고문을 하고, 흠씬 두드려 맞은 후 커다란 통에 담겨져 어디론가 보내진다. 이런 악당들이 가는 곳은 무지개운수와 연결된 낙원신용정보 대모(차지연)가 운용하는 사설 감옥이다.

 

<빈센조>와 <모범택시>는 가상의 설정을 가져오고 악당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그들을 악랄하게 처단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두 드라마 모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있다. 그것은 다소 자극적인 처단방식과 블랙코미디가 섞여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 때문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가진 자들은 바로 그 부와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러 더 큰 돈을 벌어가지만, 법은 이들 앞에 무력하다. 심지어 그 부정한 돈 아래 무릎 꿇는 모습까지 보인다. <빈센조>의 범법자들을 비호하는 법무법인 우상이 그렇고, <모범택시>에서 돈을 받고 도주한 피해자를 잡아다 다시 그 지옥 같은 공장에 돌려보내는 경찰이 그렇다.

 

선은 과연 악을 이길 수 있을까. 이 과장된 블랙코미디가 섞인 다크히어로에 대한 열광 이면에는 이런 의구심이 유령처럼 피어난다. 너무나 촘촘해지고 강력해진 데다 디테일해진 악을 이길 수 있는 건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방식뿐일지도 모른다는 참담한 현실 인식이 이들 열광에서 꿈틀대는 욕망의 실체다. 마피아를 때려잡는 마피아 변호사와 악당을 때려잡는 '모범' 택시기사가 등장한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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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이 되지 않는 길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이 종영했다. 제목처럼 괴물 같은 드라마였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빈틈없이 몰아친 드라마였고, 범죄스릴러 특유의 쫄깃한 장르적 묘미를 선사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완성도 높게 놓치지 않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괴물>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일까. 일찌감치 드라마는 연쇄살인범이 만양슈퍼 강진묵(이규회)이었다는 걸 드러냈지만, 그가 이동식(신하균)이 그토록 찾으려 했던 괴물의 진면목은 아니었다는 걸 보여줬다. 그의 뒤에는 일찍이 그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기 자식을 지키기 위해 20년간이나 이를 묵인한 채 살아온 시의원 도해원(길해연)이었고, 실제로 이동식의 여동생을 뺑소니친 후 사건을 덮어버린 한기환(최진호) 경찰청장이었으며, 이들 옆에서 수족 역할을 하며 문주시의 개발 이익을 노리던 이창진(허성태)이었다.

 

<괴물>이 특이했던 건, 이 괴물들을 추적하는 이들 역시 점점 괴물처럼 되어갔다는 사실이다. 이동식은 그래서 만양슈퍼 강진묵이 자신의 딸 강민정(강민아)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도 이를 모른 척하고 잘려진 손가락을 슈퍼 앞 평상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사체를 발견하지 못하면 손가락 열 개만으로 강진묵을 살인범으로 잡아넣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동식이 그런 덫을 놓았다는 걸 만양파출소 남상배(천호진) 소장도 또 문주경찰서 강력계 오지화(김신록) 형사도 알고 있었지만 묵인했다. 그건 법을 어기는 행위였지만 그들도 그것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동식은 이 덫을 통해 사체를 찾아내고 강진묵을 체포할 수 있었다.

 

처음 이동식과 만양파출소 사람들의 이런 이상한 관계들을 외부인의 입장으로 들여다보며 끝없이 의심했던 한주원(여진구)은 차츰 사건의 실체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들과 동화되어갔다. 그리고 남상배 소장이 살해되고 그 뒤로 이창진이 있고, 그와 자신의 아버지 한기환이 연결되어 있으며 그가 진짜 이동식의 여동생 뺑소니범이었다는 걸 알고는 그 역시 이동식처럼 괴물을 선택한다.

 

자신이 뺑소니범이라고 말하는 한기환의 녹취 파일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를 잡을 수 있는 증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주원은 이동식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한주원은 자신이 미끼가 되어 아버지 한기환을 끌어안고 지옥 속으로 떨어지겠다고 했다.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는 것. 이동식이 그랬듯 한주원도 그 길을 선택했다.

 

결국 한기환은 체포됐다. 하지만 <괴물>은 그러한 시원한 사이다 카타르시스 결말을 내지는 않았다. 마지막 순간, 한주원은 경찰을 그만 두고 처벌 받겠다고 이동식에게 말하지만, 이동식은 이금화씨 직권남용에 대한 처벌 받고 죽을 때까지 경찰로 살라 말한다. 그리고 이동식이 오히려 자신의 손에 수갑을 채우라 말한다. "강민정의 사체를 유기하고 현장을 훼손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체포 부탁드립니다."

 

물론 정상참작이 되어 이동식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한주원은 무혐의 처분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괴물과의 싸움이 끝난 후, 서로 자처해 손을 내밀어 수갑을 채우라 요구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그것은 괴물과 싸우면서도 끝내 괴물이 되지 않은 이들의 면모를 드러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들이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렇게 서로에게 수갑을 채우라며 손을 기꺼이 내밀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됐기 때문이었다.

 

<괴물>은 최근 몇 년 간 방영됐던 범죄스릴러에서도 독보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비밀의 숲>처럼 빈틈없이 이야기가 구성된 완성도 높은 작품이면서, 메시지 또한 분명했다. 게다가 엔딩에 신하균과 여진구의 목소리로 더해진 성인 실종자에 대한 고지는, 김수진 작가가 얼마나 절박하게 이 작품을 썼는가 하는 진심이 묻어났다.

 

"대한민국에서 소재를 알 수 없는 성인 실종자는 단순 가출로 처리됩니다. 그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시면 반드시 가까운 지구대 파출소에 신고 부탁드립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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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 이외에도 '괴물'이 끄집어낸 연기 괴물들

 

신하균만이 아닌 모두가 연기 괴물들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그래서 드라마 말미에 되돌아보면 그 제목이 마치 이들 연기 괴물들을 지칭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첫 회부터 끝까지 드라마의 추동력을 중심에 잡아준 신하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괴물이다. 그는 이동식이라는 피해자 가족이자 형사 역할로 범인과 사체를 찾으려는 절박한 심정을 그 눈빛 하나 표정 하나에도 담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동식의 파트너이자, 동시에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든 한주원(여진구)은 <괴물>을 이끄는 또 한 축이었다. 지극히 공적인 형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과 점점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수록 사적인 관계와 충돌을 일으키는 한주원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여진구는 너무나 생생하게 잘 표현해 줬다. 배우는 함께 하는 배우로부터 배운다고 하던가. 신하균을 만난 여진구는 그래서 그 관계의 시너지를 통해 한껏 성장하는 배우가 됐다.

 

<괴물>은 신하균과 여진구 이외에도 다양한 '연기 괴물들'을 선보였다. 다리를 저는 평범하고 소심한 인물처럼 보였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유주얼 서스펙트>급 반전 소름을 안긴 강진묵 역할의 이규회, 이동식의 절친이지만 그의 여동생을 차로 쳐 죽였다는 드러낼 수 없는 비밀과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박정제 역할의 최대훈도 이 작품이 끄집어낸 빛나는 배우들이다.

 

특히 최대훈은 <괴물>이라는 심리가 더해진 범죄스릴러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범죄에 가담하게 된 인물이면서, 그 피해자가 절친의 여동생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 그 복잡한 심리는 <괴물>이 범죄스릴러이면서도 보다 깊은 감정과 정서적 쓸쓸함 같은 걸 더할 수 있게 된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조역이지만 최대훈의 연기는 주역만큼 중요하고 도드라졌다 평가된다.

 

후반부에 들어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도해원과 이창진을 각각 연기한 길해연과 허성태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의 넘쳐나는 욕망과 자식을 향한 모성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도해원이나, 그럴 듯한 사업가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언제든 야수의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창진은, 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최강 빌런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복잡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길해연과 허성태의 연기자로서의 저력 또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신인 같지 않은 신인 최성은을 빼놓을 수 없다. 만양정육점 주인으로 실종된 엄마를 기다리는 유재이 역할을 소화해내는 최성은은, 역시 이 지역의 살풍경하고 쓸쓸한 정조를 잘 드러내는 연기를 보여줬다. 신하균, 여진구, 이규회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춰 연기하는 모습 속에서 그는 신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냈다. 아마도 그로서는 <괴물>이 연기자로서의 성장에 중요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괴물>이 이처럼 다양한 연기 괴물들을 발굴해내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가 그리는 인물들이 누구 하나 전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물들은 저마다의 비밀이나 아픈 상처 혹은 숨겨둔 욕망들을 갖고 있어 복합적이고 입체적이었다. 그러니 이를 소화해내는 연기자들의 잠재력이 인물들을 통해 끄집어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괴물>은 그래서 작품으로서도 괴물 같은 완성도를 만들어냈지만, 연기 괴물들을 쏟아낸 작품으로도 주목받는 작품이 됐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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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나이든 청춘 박인환이 젊은 꼰대에 던진 일침, 그 먹먹함

 

"한심하긴 요즘 애들은 걸핏하면 남 탓이지. 그러니까 떨어지는 거야." 어떻게든 좋은 점수를 받아 채용되고 싶어 논문을 도와주고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에 항의하는 은호(홍승희)에 대해 점장은 혀를 차며 그렇게 말한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이 한 장면은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현실의 시스템에서 좌절한 청춘들이 그 시스템을 비판하면 나오곤 하던 기성세대들의 얘기처럼 들린다. 정당한 비판이 '남 탓'이 되는 현실, 아프지만 그건 다름 아닌 우리네 청춘들이 매일 같이 부딪치는 현실이다.

 

그 한 마디가 끌어낸 씁쓸한 현실 때문일까. 그 '젊은 꼰대'에게 덕출(박인환)이란 '나이든 청춘'이 던지는 일갈이 속 시원함을 넘어 먹먹하게 다가온다. "큰 회사에서 책상 두고 살면 다 당신처럼 그렇게 됩니까? 자기 책상 하나 갖겠다고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 이용해먹고, 요즘 애들 운운하면서 꼰대짓 하냐 이 말이에요!"

 

덕출은 그 젊은 꼰대가 "어르신"이라 부르자, 그 지칭 자체가 부끄럽다 말한다.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 어른 아냐.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전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당신 같은 사람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까. 응원은 못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

 

<나빌레라>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메시지와 더불어, 어째서 이 덕출이라는 인물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이토록 마음을 사로잡는가를 잘 보여준다. 어려서 꿈꿨지만 생계 때문에 고이 접어 뒀던 발레의 꿈을 칠순의 나이에 도전하는 덕출. 그는 나이 들었지만 청춘이다. 반면 제 책상 하나 차지하겠다고 절실한 인턴들을 이리저리 이용해먹다 버리는 점주는 젊지만 꼰대다.

 

은호는 그를 따라온 채록(송강)에게 자신의 삶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만 같다고 말한다. 죽어라 달리고 또 달려도 결국 제 자리라는 것. 숨이 턱 끝까지 차는 데 앞으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중3, 고3 그리고 대졸 인턴으로 단지 상황만 달라졌을 뿐, 그는 늘 러닝머신 위를 끝없이 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은호에게 채록은 뭘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묻지만, 은호는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달리고 또 달리곤 있었지만 어디로 달려야 행복해질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출은 자신이 타다 은호에게 선물로 줬던 차를 깨끗이 닦고 또 닦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서라고 말한다. 이 할아버지는 아마도 이 청춘에게 미안한 것일 테다. 그러면서 은호를 위로한다. "다 지나가 은호야. 할애비가 지금껏 살아보니까 그래. 별별 일이 다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 다 지나가버렸어. 물론 살면서 안 넘어지면 좋지. 탄탄대로면 얼마나 좋아. 근데 넘어져도 괜찮아. 무릎 좀 까지면 어때. 내 잘못 아냐. 알지?"

 

덕출의 위로에도 기성세대의 사과와 응원이 묻어난다. 청춘들의 고군분투를 보며 그것이 다름 아닌 기성세대가 만든 현실 때문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어서다. 채록이 콩쿨에 나가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걸 옆에서 보는 덕출의 얼굴에도 그 사과와 응원 그리고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다. 넘어지고 부딪쳐 생긴 채록의 발의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고 손으로 그 고생한 발을 보듬어준다. "이렇게 고생하며 열심히 하는데 잘 될 거야." 덕담을 해준다.

 

사과하는 마음만큼 귀한 게 있을까. 거기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자신을 낮추는 예의가 담겨 있다. <나빌레라>는 사과하는 드라마다. 부조리한 현실에 내던져져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 대한 사과이며, 한 평생을 하고픈 일은 뒷전으로 한 채 가족의 생계만을 위해 희생했던 진짜 어르신들에 대한 사과다. 덕출과 채록이 함께 비상을 꿈꿀 수 있는 건, 바로 그런 서로에 대한 사과와 응원, 위로가 꺾어진 그들의 날개를 다시 솟아나게 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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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대본·연기·연출.. 올해의 드라마로 꼽아도 손색없는 이유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하균신(神)'이라 불리는 신하균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상당한 신뢰감과 기대감은 줬지만, 이렇게 16부작 드라마가 숨 쉴 틈 없이 긴장감으로 꽉 채워지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이제 단 2회만을 남기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의 시청자들이라면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게다. 이만큼 쫀쫀한 대본과 빈틈없는 연기 그리고 범죄스릴러에 아련한 슬픈 정조까지 더해 넣는 연출이 삼박자를 이룬 드라마를 본 지가 얼마나 됐던가. '올해의 드라마'라고 꼽아도 손색이 없을만한 드라마가 탄생했다.

 

범죄스릴러에서 16부라는 분량을 하나의 사건으로 꿰어 넣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형사와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범죄스릴러는 그래서 몇 개의 병렬적 사건들을 구성해 넣고 그걸 해결해가는 형사 캐릭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거 <비밀의 숲>에서 우리는 놀랍게도 한 사건만으로도 16부작을 그려낼 수 있고, 그것도 느슨함이 결코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괴물>이 20년 전 벌어진 살인 실종사건과 현재 벌어진 유사한 사건을 엮어 그 전말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밀의 숲>이 줬던 놀라운 감흥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게다가 <괴물>은 범죄스릴러라고 하면 거리가 멀 것처럼 느껴지는 '슬픔의 정조' 같은 걸 이 살벌한 범죄 속에서도 찾아낸다. 놀랍게도 시청자들 중에는 이 범죄스릴러를 보며 눈물이 터지는 경험을 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게 가능해진 건 범죄스릴러가 자극적인 사건들에 집중하다보니 놓치곤 했던,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그런 사건이 벌어진 마을 사람들이 갖게 되는 아픈 상처를 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동식(신하균)은 여동생을 처참하게 잃은 피해자 유족으로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그 상처를 보여주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그를 보는 친구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그처럼 엄마가 실종된 채 사체로 돌아오게 된 정육점 주인 유재이(최성은)의 아픔도 이동식과 다르지 않다. 이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미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슬픈 괴물'처럼 그려진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여러 부류로 보여지는 괴물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자신의 딸까지 처참하게 죽여 버리는 연쇄살인범 강진묵(이규회)이라는 눈에 잘 드러나는 괴물을 먼저 드라마는 일찍이 꺼내 보여주면서, 그 괴물 때문에 미친 듯이 실종 가족을 찾다 슬픈 괴물이 되어가는 이동식과 유재이 같은 인물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건은 강진묵이 체포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괴물들을 찾아나간다.

 

정치적 야망과 돈에 대한 욕망 그리고 권력욕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개발에만 혈안인 시의원 도해원(길해연), JL건설대표 이창진(허성태) 그리고 차기 경찰청장이 유력한 한기환(최진호) 차장이 그들이다. 놀라운 건 피해자 유족인 이동식의 멈추지 않는 수사를 통해 이들의 실체를 찾아가는 존재들이 다름 아닌 그 괴물들의 가족이거나 가족이었거나 했던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도해원의 아들 박정제(최대훈)는 엄마의 실체에 다가서고, 한기환의 아들 한주원(여진구)은 자신의 죄를 드러내면서까지 아버지의 욕망을 꺾어버리고 그 진면목을 세상에 까발리려 한다. 한때 이창진의 아내이기도 했던 이혼한 전처이자 문주경찰서 강력1팀 팀장인 오지화(김신록)는 이창진의 비리를 찾아 나선다. 이런 설정은 다분히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다 보인다. 그건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서로 결탁하고 비리를 무마하는 현실의 부조리들을 깨나가는 것이면서, 많은 현재의 문제들이 사실은 과거 부정을 저질렀던 기성세대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코 텐션을 잃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는 대본과 한마디로 '씹어 먹었다'고 말해도 될 법한 구멍이 전혀 보이지 않는 연기자들의 호연, 그리고 최백호의 'The Night'이라는 곡이 갖고 있는 처절함과 애달픈 정조를 그대로 영상 연출로도 채워 넣은 연출의 균형. 무엇보다 범죄스릴러가 자극의 차원을 넘어 우리네 사회의 개발붐과 그 이면에 무수히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비극으로까지 메시지를 채워 넣은 건 이 드라마가 거둔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드라마는 "미쳤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괴물' 같은 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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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인님', 조진국 작가가 보는 인간·공간·시간의 따뜻함

 

'작가님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MBC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의 4회 부제는 극중 인물인 오주인(나나)이 한비수 작가(이민기)에게 하는 대사를 가져온 것이다. 어딘지 결벽증에, 자존감 과잉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나르시스트처럼 보였던 한비수 작가가 알고 보니 점점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오주인이 느끼게 됐다는 것.

 

물론 이 구도는 멜로에서 늘 등장하는 코드 중 하나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음이 가게 되는 그런 관계의 발전. 하지만 뻔한 코드라고 해도 이걸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느냐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는 한비수 작가가 치매를 앓는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김호정)를 대하는 그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그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낸다.

 

한비수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는 오주인이 집 냉장고에 가득 붙여 놓았던 엄마를 위한 메모들을 문구점에서 일일이 코팅을 해 반듯하게 붙여 놓는 장면을 통해 어떤 예감을 준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그의 결벽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문구점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코팅해간 걸 보고 치매환자가 집에 있느냐며 외면하고도 싶고 골치 아프기도 하지 않냐고 말하는 아저씨에게 한비수 작가는 오주인이 들으라는 듯, "가족이 아프면 더 신경 써야지 골치 아프면 어쩌자는 거예요?"하고 따뜻한(?) 비수를 날린다.

 

한비수 작가는 어쩌다 윤정화가 자신을 죽은 남편이라 착각하게 되자, 기꺼이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함께 식물원에도 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데이트도 해주고 도와준 것에 대해 오주인이 감사함을 표하자, 한비수 작가는 도와줄 생각 같은 거 없었다며 엄마는 환자가 아니라는 의외의 말을 한다. "엄마한텐 보통 사람한텐 없는 능력이 하나 있는 거야.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 운 좋게도 그런 능력 있는 엄마를 내가 하루 빌린 거고." 그날의 말과 행동들은 어딘가 퉁명스럽게만 보이던 한비수 작가가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게 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드러나는 건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의 면면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을 조진국 작가는 인간, 시간, 공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서 찾아낸다. 한비수 작가는 퉁명스럽게 말하긴 하지만, 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놓지 않는다. 신경 쓰이고 걸리적거린다는 게 그의 표현이지만, 사실은 무관심하지 않게 그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따뜻함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치매라는 병증을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조진국 작가는 '시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한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는 지나간 과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관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오주인이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집에 깃들어 있는 과거나, 오래된 LP판을 파는 가게, 그 가게를 운영하며 그 LP판처럼 사람 좋은 아저씨로 나이든 김창규(김창완), 그를 오랜만에 찾아와 '오빠'라 부르며 순식간에 과거 청춘의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놓는 한비수의 어머니 강해진(이휘향), 그 강해진이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와 다시 만나 이어가는 우정의 이야기까지, 기억과 추억으로 덧칠해진 따뜻한 시간들이 묻어난다.

 

게다가 어려서는 오주인이 한비수가 살던 집을 그의 어머니에게 사서 들어감으로서 두 사람이 얽혀지는 관계는 다름 아닌 그 한옥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강박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한비수와,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마음을 열 듯 문을 열어두는 오주인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해하는 과정도 다름 아닌 공간으로 은유된다. 누군가 살고 있는 공간이 그 살았던 사람의 마음처럼 은유되고, 그 공간을 통해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닫혔던 그 문 속으로 타인이 들어오는 이야기로 표현된다.

 

<오! 주인님>은 전형적인 멜로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꾸만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이 드라마가 같은 상황을 그려도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 시간,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투영되어서다. 그래서 <오! 주인님>을 보다 보면 나나가 한비수를 보듯, 작품을 쓴 작가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그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갖게 될 정도로.(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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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이승기가 던지는 질문, 범죄자는 탄생하는가 만들어지는가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돌연변이 유전자입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감정을 콘트롤하는 MAOA 유전자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연쇄살인마가 되는 상위 1%의 사이코패스는 MAOA 유전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죠.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것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미래의 사이코패스 미래의 전쟁광, 미래의 연쇄살인마를 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첫 회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되돌려 보게 만든다. 유전학 박사이자 범죄학자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는 연구를 성공시킨 대니얼 리(조재윤)가 내한해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대목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새삼 가늠하게 한다. 연쇄살인마 '헤드헌터' 사건으로 사회가 들썩거리고, 심지어 정치 쟁점화되면서 사이코패스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 대니얼 리의 연구가 말해주는 건,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사회가 만든 것이 아닌 탄생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

 

바로 이 대니얼 리의 전제는 <마우스>라는 드라마가 희대의 살인마 헤드헌터 한서준(안재욱)을 검거한 후에도 계속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아내였던 성지은(김정난)은 바로 그 한서준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 범죄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해 살인을 저지르던 성요한(권화운) 역시 정바름(이승기)과 고무치(이희준)에 의해 붙잡혀 사망하게 됐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요한에게 맞아 함몰된 채 사경을 헤매던 정바름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점점 이상한 장면들이 떠오르고, 범죄자들의 생각을 읽게 되는 등의 변화를 갖게 된 것. 바른 생활 청년의 대명사처럼 살아왔던 정바름이 그렇게 변화한 건, 놀랍게도 성요한의 뇌 일부분이 그의 뇌에 이식되면서였다. 그 뇌수술은 대통령 비서실장 최영신(정애리)의 간곡한 부탁으로 교도소에 있던 한서준에 의해 이뤄졌다.

 

여기서 <마우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 바른 생활 청년이던 정바름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후,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런 변화를 이겨내고 자신의 본 모습을 지켜낼 것인가. 드라마 첫 장면에 등장했던 먹구렁이를 오히려 공격하는 마우스(쥐)라는 시퀀스는 다름 아닌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마우스의 의미였다. 그건 현재 정바름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정바름을.

 

정바름은 한서준이 자신의 뇌에 성요한의 뇌를 이식한 사실을 알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런 살의와 감정들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도소에 자청해 들어가 한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고무치가 정바름에게 왜 그랬냐고 다그치자, 갑자기 돌변하는 정바름의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만일 정바름이 자기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뇌 이식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다면 그건 그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런 이식을 결정한 자와 행한 자의 잘못일까. 사이코패스가 유전자로 인해 탄생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논쟁적이다. 범죄 역시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 대니얼 리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래서 그런 유전자를 가진 태아를 낙태시키는 방식으로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을 만드는 것처럼, 죽을 위기에 처한 정바름을 살려내기 위해(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논리 또한 개입되어 있지만)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했다는 사실은 정반대로 생명을 위해 '잠재적 범죄자'를 탄생시킨다는 논쟁적 지점을 끄집어낸다. 정바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그는 과연 진짜 사이코패스가 될까, 아니면 그걸 이겨낼 것인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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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강', 드라마 위기대처의 좋은 사례로 남은 까닭

 

웨이브에서 서비스되는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는 2회에서 6회까지의 분량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한 사유는 '출연자 이슈'로 적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주인공 온달 역할이었던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에 의한 하차를 말하는 대목이다. 결국 지수 대신 나인우가 온달 역할을 7회부터 맡았다.

 

사실 이렇게 출연자까지 교체되면서 드라마가 온전하긴 어렵다. 하지만 <달이 뜨는 강>은 생각보다 이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시청률도 8%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하고 있고, 시청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걸까.

 

첫 번째는 빠른 위기 대처능력이다.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을 때 <달이 뜨는 강>은 재빨리 나인우로 출연자 교체를 결정했고, 교체된 분량을 다시 찍어 결방 없이 방영을 이어갔다. 보통의 경우라면 일주일 정도 '결방'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지만, <달이 뜨는 강>의 이런 빠른 결정과 행동은 드라마가 위기상황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두 번째는 주인공 교체에 따라 총 20부작의 95% 촬영을 마친 작품을 사실상 재촬영해야 하는 부담을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기꺼이 감수하고 희생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지지까지 얻어냈다는 점이다. 사실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은 그의 개인적 사안일 뿐 <달이 뜨는 강>은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쪽이었다. 그래도 그 피해를 모두가 감당하겠다는 팀워크와 이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이 드라마를 다시 되살려내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세 번째는 그저 남은 분량을 나인우가 소화해내는 것을 넘어, 지수가 출연했던 분량인 1회에서 6회까지의 분량 역시 재촬영을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1회는 나인우로 대체되어 재촬영된 분량이 웨이브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제작진은 나머지 2회에서 6회까지의 분량도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촬영에 일부 배우들은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나서는 미담까지 전해졌다.

 

1회에서 6회까지의 재촬영은 사실상 해외 판권 판매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특히 1회가 먼저 재촬영된 이유는 그 도입부에서 북조와 전쟁을 벌이는 순노부 사람들과 온달, 평강의 장면들이 13회의 내용을 먼저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13회 내용을 재촬영 하면서 1회 내용 또한 자연스럽게 보강될 수 있었던 것.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의외의 호재들도 생겼다. 지수를 대체한 나인우가 오히려 온달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런 평가는 출연자 교체가 만드는 이물감을 빠르게 지워내는 효과를 만들었다. 여기에 마침 불거진 SBS <조선구마사> 사태는 오히려 <달이 뜨는 강>에는 호재가 되었다. 역사왜곡, 문화왜곡의 소지로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자극적인 <조선구마사> 사태의 반대급부로서, 다소 '순한 맛'의 <달이 뜨는 강>이 오히려 가치를 재조명받게 된 것. 이러한 의외의 호재들이 <달이 뜨는 강>이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 오히려 승승장구하게 된 네 번째 이유다.

 

사실 콘텐츠업계만큼 의외의 위기요소들이 많은 분야도 없다. 그래서 전혀 의도치 않은 어떤 위기에 의해 피어나지도 못하고 꺾어지는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빠르고 현명한 대처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기도 하는 게 콘텐츠업계이기도 하다. <달이 뜨는 강>은 그 위기대처의 좋은 사례로 남을 듯하다. 물론 아직 남은 분량들이 있고, 또 재촬영해야하는 부분도 남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들로 이어지고 있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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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발레에 담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진정한 소통

 

미안하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덕출(박인환)이 채록(송강)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이상하게도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사과처럼 보인다. 채록의 아버지 이무영(조성하)이 체벌로 감옥에 가고 그로 인해 채록의 동창이었던 호범(김권)은 자신의 꿈이었던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호범은 채록이 알바로 일하는 곳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당구장으로 배달을 시켜놓고는 돈을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늘 이 말을 던진다. "야. 이채록. 네가 잘 살면 안되지 않냐?"

 

하지만 그 광경을 보게 된 덕출이 호범에게 던진 말은 그들 가슴에 콕 박히는 '팩폭'이었다. 덕출에게 채록의 아버지가 사람 때려 감옥에 갔다고 호범이 하는 말에, 덕출은 이렇게 대꾸한다. "근데.. 채록이가 때렸어? 얘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채록이한테 이러는 건데? 안그래 학생?" 그건 사실이었다. 잘못은 채록의 아버지가 한 것이지 채록이 한 게 아니라는 것. 그런데 그로 인해 꿈을 접게 된 호범은 채록 탓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이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건, 지금의 청춘들이 겪는 치열한 경쟁과 좌절이 그들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몰아세운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는 점을 그 상황이 에둘러 그려내고 있어서다. 채록도 호범도 잘못이 없다. 하지만 호범은 그 좌절감을 채록에게 풀고 있었고, 채록은 그것조차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덕출이라는 진짜 어른의 등장과, 그가 던지는 일갈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이 시대 청춘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담겨져 있다 여겨진다.

 

죄송해요. 덕출이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어려서 접었던 발레의 꿈을 다시 펼쳐나가고, 진짜 무대에 서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걸 아냐고 하면서도 가족들의 반대에 "정면돌파"를 이야기하는 채록의 모습에서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하고픈 일 한 번 시도해보지 못한 진짜 어른에 대한 청춘의 사과가 느껴진다. 만만찮은 힘겨운 현실 때문에 그런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들을 탓하지만, 그들 역시 삶 하나를 통째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이들이어서다.

 

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꿈꾸던 발레를 다시 하려는 덕출을 가족들은 "미쳤냐"며 반대한다. 아내조차 자식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라며 발레복을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 버린다. 채록의 스승인 기승주(김태훈)는 채록에게 대놓고 덕출을 매니저로 붙인 이유가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발레하시는 게 진짜 중요해서? 나 그런 거 관심 없어. 그냥 너 위해서 이용하는 거야."

 

도대체 이 어른이 무슨 잘못을 해서 평생 하고픈 일을 단 한 번도 할 수 없게 됐을까. 그리고 이제 꿈을 향해 하려는 작은 날갯짓조차 허용하지 못할까. 그런데 이 덕출의 작은 날갯짓은 채록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내의 반대에도 끝까지 숨어서라도 발레를 할 거라는 덕출은 채록에게 자신이 진짜 무서운 게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채록아.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 번이더라. 두 번은 아냐. 내가 아홉 살 때 아버님이 반대를 하셨고 지금은 집사람이 싫어하는데 솔직히 반대하는 건 별로 안 무서워. 내가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인거지."

 

칠순의 나이에도 하고픈 발레의 꿈을 계속 이어가는 덕출의 모습은 과거사에 붙잡혀 늘 머뭇거리던 채록의 멈춰진 날갯짓을 움직이게 한다. 그는 기승주에게 콩쿨에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슬쩍 할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꺼내놓는다. "쌤은 할아버지가 발레 배우는 거 관심없을 지 몰라도 전 관심 있어요."

 

<나빌레라>가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건, 거기에 우리네 어른 세대와 청춘 세대가 서로에게 던지는 사과와 위로가 담겨 있어서다. 발레는 그걸 매개해주는 소통의 고리다. 그래서 덕출과 채록이 함께 서로를 다독이고 부축하며 발레를 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크나 큰 힐링을 선사한다. 서로의 탓이 아니라, 오히려 내 탓이라 말하며 서로를 지지해주는 그 관계야말로 단절되어 갈등마저 일으키는 세대 간의 진정한 소통의 시작일 테니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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