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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도 피할 수 없었던 ‘비밀의 숲’의 문제

 

자동차 수리에 제대로 된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보험사에는 제대로 돈을 청구하는 이른바 ‘가짜 청구’ 범죄. 하지만 그 업체 사장이 그 지역의 국회의원 아들이다. 진영지청 차명주(정려원)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하지만 국회의원의 줄을 타고 저 위에서부터 서서히 압력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검사장이 직접 전화해 김인주(정재성) 진영지청장에게 사건 무마를 명령하고, 그래도 계속 수사를 이어가는 차명주까지 만나 청탁을 한다. 담당검사가 차명주에서 이선웅(이선균)으로 바뀌지만, 또다시 차명주로 바뀌더니 그는 검거된 이들을 무혐의로 풀어준다.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국회의원 아들은 수배가 풀리자 유유히 귀국한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지금껏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검사들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다뤄왔지만, 그래도 검찰 내부의 비리 문제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었던가 보다. 물론 코미디 설정이 들어 있고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있어 그 무게감이 다르지만 그래도 <검사내전>에 등장한 검사장까지 개입된 사건 무마 청탁 이야기는 꽤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동차 부품을 갖고 장난을 친 범죄가 아닌가. 그 부품 하나만으로도 자칫 많은 인명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검사내전>은 이 문제를 다루면서 마침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김인주 진영지청장의 인사이동 가능성을 더해 넣는다. 지청장에서 검사장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려준 후, 전주쪽을 이야기하는 검사장으로 인해 은근히 기대하는 김인주 지청장을 보여준다. 인사이동이라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니 마치 군대 말년 병장처럼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조심해야 하는 진영지청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검사장까지 개입된 범죄가 등장하면서 김인주 지청장과 진양지청 검사들은 모두 고민에 빠진다.

 

사실 <검사내전>이 그리려고 하는 ‘검사도 사람’이라는 메시지 때문인지 초반 검사장을 꿈꾸는 김인주와 이를 도우려 조심하는 진양지청 검사들의 이야기는 다소 ‘검사들의 변명’처럼 보이기도 했다. 외부에서 보면 청탁 비리로 보일 수 있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저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 검사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걸 그간 드라마가 그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오해였다는 게 드라마 말미에 밝혀진다. 그 범법자들을 모두 검거하기 위한 작전으로 김인주 지청장과 조민호(이성재) 부장검사 그리고 차명주 검사가 이선웅을 속여 가며 일을 꾸민 것. 결국 사건이 그대로 무마되는 줄 알고 귀국하던 국회의원 아들은 공항에서 검거된다. 하지만 이로써 김인주 지청장이 꿈꿨던 검사장의 꿈은 날아간다. 그는 웃으며 자신이 읽고 있었던 전주 관련 자료들을 버린다. 그리고 드라마 첫 장면에 나왔던 것처럼 낚시터에 앉아 한가로이 낚시를 한다.

 

<검사내전>이 다룬 이 에피소드는 검사장 같은 높은 지위가 가진 힘이 있지만 검찰의 진짜 힘은 일선에서 뛰는 검사들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검찰 내 비리에 대한 뉴스들을 많이 접하고 최근 들어 국민들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는 ‘검찰개혁’ 문제를 염두에 두고 보면 과연 이처럼 검사들이 자신의 꿈이나 성공을 포기하고 소신을 선택할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드라마였다. 검찰 내 비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그것은 지위체계 안에서 촘촘히 연결되어 도무지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처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서부지검 차장검사(유재명)가 검찰 개혁을 하려 나서며 검찰 비리의 그 첫 발이 아주 사소한 밥 한 끼로부터 비롯된다는 걸 통찰한 부분은 이런 비리가 일상에서부터 조금씩 엮어진다는 걸 드러낸다.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그저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 날 따라 내가 안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 해도 기꺼이.”

 

<검사내전>은 검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드라마지만, 그 일상에 슬쩍 틈입해 들어오는 유혹들이 적지 않다는 걸 드러내주기도 한다. 거대한 비리도 그 처음 시작은 ‘밥 한 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 윗선의 명령을 어기고 소신을 지키는 것으로 진양지청 같은 한직으로 물러나 있는 그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더욱 그렇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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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부2’, 한석규 같은 사부와 성장하는 안효섭과 이성경

 

보통 금요일을 우리는 ‘불금’이라 부르지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돌담병원의 금요일은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이라 불릴 정도로 아비규환이 되는 요일이다. 유독 사고들이 많아 갖가지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눈치 챘다시피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이라는 부제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따온 것이다. 그만큼 죽었다 복창해야 하는 정신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고라니가 갑자기 나타나 생긴 버스 사고 때문에 외국인 공연단 사람들이 큰 부상을 입고 들어오고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약을 먹인 후 스스로 뛰어내려 동반자살을 하려던 가족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온다. 또 일반 감기약을 과다복용해 의식이 없는 아이까지 응급실에 실려 오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정신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 상황을 케어해야 하는 서우진(안효섭)은 동반자살 가족 때문에 과거 자신에게도 벌어졌던 가족동반 자살시도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굳어버린다. 김사부(한석규)는 자살시도를 한 아빠를 살피하고 했지만 서우진은 왜 죽으려 한 사람을 굳이 살려야 하냐고 거부한다. 트라우마 때문에 서우진은 그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에 응급실을 떠나버린다.

 

급하게 두 환자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취과 의사도 부족하고 수술과 서포트를 해줘야 할 서우진과 차은재도 아직 도착하지 않자 김사부는 고민에 빠진다. 마침 김사부에게 경쟁의식을 느낀 박민국(김주헌)이 돌담병원 원장직을 수락하기로 마음먹고 마취과 의사를 지원해주고, 서우진과 차은재가 나타나 수술이 시작된다.

 

다행스럽게도 서우진과 차은재는 그 수술을 통해 트라우마 극복에 한 걸음을 내딛는다. 서우진은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아빠를 성공적으로 수술하고, 차은재는 수술방 트라우마를 넘어서 끝까지 서포트를 해낸다. 아직 밝혀진 건 아니지만 김사부가 차은재에게 건넨 약은 ‘플라시보(위약)’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믿음을 주기위해 플라시보를 써서 트라우마를 이겨내게 하지 않았을까.

 

<낭만닥터 김사부>는 사실 그 제목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거의 담겨있다. 낭만과 닥터와 사부가 그 키워드다. 사실 우리네 사회에서 배울만한 어른은 점점 판타지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물론 숨은 어른들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신문지면을 채우는 건 어른보다는 흔해빠진 꼰대들이다.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꼰대가 아닌 진정한 사부가 될 수 있는 어른을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그 사부의 모습은 물론 ‘낭만적’인 것이지만, 그래서 각박한 현실에 더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의학드라마이면서도 <낭만닥터 김사부>가 다르게 보이는 지점은 바로 ‘우리 시대의 사부 혹은 어른’을 이야기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진정한 사부가 있어야 현실에 상처 입은 청춘들도 트라우마를 넘어 성장할 테니.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은 그래서 다른 의미로도 들린다. 모두가 불금을 즐길 때도 저렇게 사투를 벌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래서 그 금요일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사부들이 있고 그 사부들과 함께 성장하는 청춘들이 있어 그게 가능하다는 그런 의미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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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초 겪는 '김사부2' 실제 모델과 옷 벗은 '검사내전' 원작자

 

월화드라마 안에 우리네 현실이 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가 우리네 의료계가 가진 자본화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면, tvN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치열한 입시교육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그려낸다. 한편 JTBC <검사내전>은 검사하면 떠올리는 정의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나 부패한 적폐의 양극단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런 인간적인 풍경들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본 일부 권력형 검사들과의 대비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결국 프레임 안에서는 일상의 검사들을 다루지만 시청자들은 그 프레임 바깥의 시끌시끌한 ‘검찰개혁’이라는 사안을 염두에 둔다는 사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최근 특히 주목받게 된 건 김사부의 실제 모델인 이국종 교수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다. 병원장의 욕설 내용이 공개되면서 쏟아낸 이국종 교수의 날선 비판들이 연일 화제가 되었다. 결국 고초를 겪으며 외상센터장을 떠나 일반의로 돌아가겠다 선언한 이국종 교수에게 대중들은 씁쓸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거대 자본화되어 있는 병원들이 내세우는 수익의 문제와 생명을 다뤄야 하는 병원의 본질이 부딪치는 지점을 <낭만닥터 김사부2>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로 그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국종 교수 사태를 통해 <낭만닥터 김사부2>에 더더욱 실감을 느끼고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에 빠져들게 됐다.

 

<블랙독>은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건드렸다 하면 터지는 입시교육 소재 콘텐츠 중 하나다. 이미 JTBC <스카이캐슬>이 그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우리네 입시교육의 현실을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을 가진 인물을 통해 극화한 이 작품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블랙독>도 그 연장선이 있다. 대치고등학교에 들어온 한 기간제 교사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선택과 자신을 위한 선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이야기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리얼리티를 끌어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교육의 다양한 현실들을 그려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내전>은 최근 “검찰개혁은 사기극”이라는 날선 글을 남긴 채 사퇴한 김웅 검사 원작의 드라마로 “검사도 사람”이라는 걸 그려내는 작품이다. 물론 드라마 방영 중 김웅 검사의 이런 발언이 드라마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는 그 발언이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이 보여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검사내전>이 그리고자 한 건 저 뉴스에 등장하는 검사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용히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선 검사들이 더 많다는 것. 아마도 그건 사실일 게다. 그래서 <검사내전>은 그 내용만으로도 뉴스 속 검사들을 에둘러 비판하는 지점이 있었다. 최근 김웅 검사의 발언은 그 스스로를 뉴스 속에 등장시킨 면이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드라마가 현실을 얘기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드라마들이 담는 현실은 더 촘촘해졌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든 취재를 통해서든 리얼리티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를 보면 현실이 더 잘 보인다. 월화드라마에 의사, 교사, 검사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네 대중들이 가진 갈증들이 거기 묻어나기 때문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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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남북 경계 넘는 판타지 멜로가 주는 설렘의 실체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에서 이제 헤어져야 하는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 윤세리는 혹시 선을 넘어 저기까지만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묻는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걷고 싶은 두 사람. 하지만 리정혁은 군사분계선을 가리키며 “여기선 한 걸음도 넘어갈 수 없소”라고 말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윤세리. 남과 북의 거리는 그토록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한 걸음이면 넘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만큼 먼 것은 남북으로 갈라지며 만들어진 마음의 거리다. 리정혁은 그 마음의 거리를 한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좁혀버린다.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 리정혁과 윤세리는 그렇게 마주하며 이별의 키스를 나눈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보여준 이 키스신을 보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재작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던 그 장면을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김정은 위원장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분계선을 슬쩍 한 걸음 넘어갔던 그 장면. 단 한 걸음이지만 그 한 걸음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이 군사분계선을 한 걸음 넘어 들어와 윤세리와 이별을 나누는 장면은 그래서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이별 장면 그 이상의 울림을 남긴다. 남북 간의 경계 사이에 서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한 걸음’의 의미가 훨씬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랑의 불시착>의 남북을 넘어서는 로맨틱 코미디는 리얼리티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현실성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북한의 언어나 현실 상황들에 대한 사전 취재와 고증이 철저히 이뤄진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돌풍 때문에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가 하필이면 북한 총정치국장 아들 리정혁과 인연이 맺어지고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은 실제로 벌어지기 어려운 하나의 판타지다. 시청자들은 그러나 남북 간의 현실로 인해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개연성보다, 그 현실을 뛰어넘어 벌어졌으면 하는 판타지에 더 빠져들고 있다. 기꺼이 리정혁과 윤세리의 동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이 판타지가 허용되면서 <사랑의 불시착>은 그간 우리가 많이 봐왔던 멜로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심지어 가족드라마의 소재들조차 새롭게 다가오게 만든다. 이를테면 리정혁의 아버지 리충렬(전국환)이 아들과 떼어놓기 위해 윤세리를 납치해 집으로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시퀀스는 전형적인 ‘예비 시부모를 만난 예비 며느리’의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을 납치해온 리충렬이 리정혁의 약혼녀인 서단(서지혜)의 아버지일거라 오해한 윤세리가 상황을 설명하며 리정혁을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는 대목은 리충렬과 그의 아내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반대하는 부모 앞에서 윤세리를 향한 마음을 토로하는 리정혁과 그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는 윤세리의 이야기도 또한 그렇다. 그런 상황들은 멜로나 가족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결혼 반대하는 부모와 그를 감복시키는 남녀의 시퀀스들이지만, 이들 사이를 가로막는 것이 남북한 체제라는 사실은 이 소재 자체를 다르게 느끼게 만든다. 남녀 간의 관계를 담은 사랑의 이야기지만, 그것이 남북 간의 관계에 대한 염원을 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까지 윤세리를 마중하기 위해 리정혁과 함께 나온 부대원들은 어느 빈 집에 잠시 머물며 그 곳이 북한산이 보일 정도로 남한과 가깝다는 걸 이야기한다. 몇 시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다. 그 빈 집에는 아마도 멀리 간 아들을 기다리며 어머니가 기도했던 정한수가 놓여진 자리가 그대로 있다. 그 아들은 어쩌면 남쪽으로 월남했을 지도 모른다. 잠시 떠났던 걸음이 수십 년 동안의 이별이 되었을 지도.

 

그 짧은 거리를 밤눈도 좋은 리정혁이 괜스레 길눈이 안 좋다며 빙빙 도는 그 마음에서 윤세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이별을 그리고 있는 그 장면은 아주 오래 전 누군가 그 길을 걸어 금세 돌아올 거라 떠났다 지금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리정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말하며 윤세리를 끌어안는 장면이 더 심쿵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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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빌런 오정세 뼈 때리는 남궁민의 일갈

 

포장마차에서 권경민(오정세) 상무는 백승수(남궁민) 단장에게 소주 한 가득에 맥주를 살짝 채운 술을 권한다. 술을 받지 않자 권경민이 말한다. “술 못해? 술 못하는 구나. 아직 애네. 애야.” 백승수는 좋은 사람하고 마셔도 쓴 걸 내가 왜 마시냐고 대꾸한다. 그러자 권경민은 인생의 쓴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 인생 평탄하게 살았구나? 이게 뭐가 써. 인생이 훨씬 더 쓰지. 인생이 얼마나 쓴 지 알면 이게 달어. 어?” 그러면서 건넸던 술을 자신이 마셔버린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권경민은 악역이다. 백승수 단장이 만년 꼴찌팀인 드림즈의 시스템 개혁을 통해 우승을 꿈꾸고 있을 때 권경민은 그 야구팀 해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노골적으로 백승수에게 그를 단장자리에 앉힌 게 그의 흥미로운 이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승 후 팀 해체를 계속 겪었던 백승수의 이력. 권경민은 적당히 하다 팀을 해체시키기 위해 백승수를 그 자리에 앉힌 것.

 

하지만 백승수는 생각이 다르다. 해체하더라도 우승을 해야 한다 생각한다. 이런 백승수를 권경민은 싸가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시키면 군말 없이 따라주는 게 부하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고강선(손종학) 드림즈 사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백승수는 권경민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또 권경민이 그를 궁지로 몰아 내보내려 할 때 반격을 가하기도 한다. 권경민은 백승수를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기며 하대하고 위기에 빠뜨린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그는 악역이지만, 드라마는 그 역시 재송그룹 내에서 백승수와 다를 바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걸 보여준다. 권일도(전국환) 재송그룹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시키는 일에 고분고분 따르고, 하는 일 없이 군림하고 하대하는 권일도의 아들 권경준(홍인)에게도 자신이 사촌형이지만 뭐라 하지 못하는 처지. 권경준이 떨어뜨린 라이터를 주워주기도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는 능력이 있지만 권일도의 친아들이 아니고 조카라는 점 때문에 자신을 낮추며 살아간다.

 

권경민은 백승수에게 “왜 그렇게 말을 안듣냐”고 묻는다. 그러자 백승수는 “말을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하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라고 말한다. 백승수는 한때 말을 잘 들은 적이 있지만 그 때를 후회한단다.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들을. 그런데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잘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그는 야구에 빗대 우리네 사회의 갑을로 구분된 부조리한 시스템에 뼈 때리는 소리를 던진다. “누군가는 3루에서 태어나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뭐 그럴 필욘 없지만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보기 좀 민망하죠.”

 

그 한 마디는 권경민의 마음을 뒤흔든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주곤 있지만 달라지는 건 없는 현실을 그 역시 느끼고 있어서다. 그는 결국 참고 눌러왔던 권경준에 대한 분노를 터트린다. 자신을 은근히 하대하고 자신과 그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걸 대놓고 말하는 권경준을 두들겨 패며 “형네 아버지가 아니라 작은 아버지라고 해야지”라고 일갈한다.

 

<스토브리그>는 조직에서 벌어지는 갑을관계와 그로 인한 부조리한 일들이 권경민 같은 한 사람의 악역 때문이 아니라는 걸 이 시퀀스를 통해 보여준다. 그건 선민의식을 가진 고용인들에 의해 종용되는 상명하복으로 이뤄지는 시스템과 거기에 항거하지 않고 침묵하며 따르는 고용자들의 구조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 시키는 대로 따라한다고 나아지지 않는 현실. 백승수는 부당한 것들에 부딪치기로 결심했던 것.

 

이 시스템 구조의 관점으로 보니 악역인 권경민 또한 연민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는 물론 부하직원들에 군림하며 명령해온 갑질 상사지만 그 역시 이 시스템 구조에서 누군가에 의해 갑질 당하는 을이기도 하다는 걸 볼 수 있어서다. 결국 시스템이 문제이고, 그걸 깨치기 위해서는 그저 따르기보다는 부딪쳐야 한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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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쉽지 않지만 빠져 볼 수밖에 없는 이유

 

tvN 새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은 ‘경제’라는 만만찮은 소재를 다룬다. BIS(국제결제은행)가 어떻고 신자유주의니 정부의 관여니 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니게임>이 다루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건, 어쩌면 우리가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열심히 잘 살고 있다가도 순식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일이 저 ‘경제’ 때문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던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IMF 시절, 갑자기 주거래은행이 문을 닫아 버리자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이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이혜준(심은경)의 아버지는 바로 그 일을 겪었다. 2002년은 월드컵 당시 마치 IMF의 터널을 통과한 듯 들뜬 분위기였지만 이혜준의 아버지는 여전히 그 터널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걸 바라본 이혜준이 악착같이 공부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사무관이 된 건, 다시는 아버지 같은 그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뜻에서였다.

 

이혜준의 아버지가 죽고 그를 거둬준 고모네의 사정은 서민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꼬끼오진이라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만옥(방은희)과 그 남편 진수호(김정팔)는 죽어라 일하지만 삶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진수호는 그래서 투자를 통해 한 방에 역전을 꿈꾸지만 그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한 방의 역전이란 거꾸로 그만한 리스크를 안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만옥 가족이 등장하는 건 향후 이 드라마가 그려나갈 금융스캔들 속에서 서민들이 어떤 직격탄을 받게 되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된 걸 본 이혜준은 과연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갈까.

 

하지만 현실적인 키를 쥐고 있는 건 정책결정권자들이다. 정인은행 문제에 대해 팔아야한다는 소신을 밝혀버린 채이헌(고수) 덕분에 차기 금융위원장이 유력하게 된 허재(이성민)는 국가경제에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 여기는 인물. 그는 IMF 때 실무팀 막내로 참여하면서 힘없는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가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가 금융위원장이 되는 걸 채이헌의 아버지이자 최고 경제학자로 국가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해온 채병학(정동환)이 반대하고 나선다. 철저한 신자유주의 신봉자인 채병학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허재와 대립한다.

 

허재는 자신의 소신을 어떻게든 밀고 나가 관철시키려는 인물로 채병학과 의견대립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그를 벼랑에서 밀어버린다. 그는 허약한 국가 경제의 체질 자체를 바꾸고 부실한 기업들은 정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밀어붙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인다. 뜻은 의미가 있지만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는 상황. 정인은행 매각의 뜻을 드러낸 채이헌은 그와 같은 길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과연 그 동거가 계속 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혜준이라는 의외의 복병(?)이 존재한다.

 

이처럼 <머니게임>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경제정책 결정에 대한 저마다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이 부딪치고 대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경제 문제는 서로 얽혀 있어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희생되기도 한다. 그러니 입장 차이에서 발생하는 대결이 마치 게임처럼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게임을 게임으로만 볼 수 없는 건 거기에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갑자기 터져버린 금융위기에 언제나 피해를 보는 건 서민들이었다. 결정은 정부가 하고 그 결정에 의해 서민경제는 하루아침에 망가진다. 그걸 이제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머니게임>의 복잡해 보이는 경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책 하나에 휘청대는 서민경제의 그 작동방식이 못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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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억지 사이다보다 현실 공감 택한 검사드라마

 

학교폭력에 자식이 휘말렸다. 그런데 그 부모가 검사다. 과연 그 검사는 자식을 위해 아는 연줄의 힘을 쓸까. 대부분의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라면 그 부모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할 수 있는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라도 그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게다.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다르다.

 

이선웅 검사(이선균)는 자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건에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는다. 조민호 부장(이성재)과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가 관할서에 연줄이 있다며 도와주겠다 했지만 그 도움을 받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경찰서에서 직업을 묻는 경찰관에게 이선웅은 검사가 아닌 “회사원”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일선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해 지울 수 없는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을 봤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쉽게 사죄하고 용서를 이야기하지만 피해자는 결코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이선웅은 보게 된다. 그러니 자식의 잘못을 덮기보다는 그 잘못이 얼마나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됐는지를 아이가 알기를 바란다. 그는 아이에게 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아빤 지훈이가 뭘 잘못한 건지 그리고 그 친구한테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꼭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고.”

 

<검사내전>은 자식문제나 육아문제 같은 현실문제들에 있어서 검사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워킹맘 오윤진(이상희)이 육아에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상황은 여성이어서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드러낸다. 점심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던지는 남자들의 농담이 가진 성차별적 인식은 검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가 맡은 성폭력 사건이 무죄 판결나자 심지어 같은 여성인 차명주(정려원) 또한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 “애 키우면서 공판검사 하는 거 힘들면 하기 힘들다고 하세요. 내가 감안하고 볼 테니까.”

 

이선웅이 맡은 사내 성폭력 사건 또한 여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을 드러낸다. 우연히 복도에서 부딪칠 때 스킨십이 있었다는 이유로 홍종학(김광규)이 마치 피해자를 ‘꽃뱀’보듯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뒤늦게 취직해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남자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 담배도 배우고 함께 술도 마셨지만 그러면서 남자들이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것. 피해자의 진술은 우리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어야 하는 여성들이 겪는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낸다.

 

<검사내전>에는 엄청난 연쇄살인이나 납치사건 같은 사건들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사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이 드라마가 짚어내는 건 그런 사건들만큼 우리네 일상에 닿아있는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사건들이 결코 작은 사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슬며시 들어와 우리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대한 일들일 테니 말이다.

 

<검사내전>은 이런 사건들을 검사들이 다루는 저 바깥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 역시 겪는 사건으로 그려낸다. 법을 집행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때론 흔들리면서도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려 애쓴다는 것.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드라마다. 억지 사이다보다는 현실 공감을 택한 검사 드라마라고나 할까.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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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리얼리티에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지랄하네... 이 씨.. 선은 니가 넘었어!” 연봉 협상에서 백승수 단장(남궁민)을 오라가라 하고 룸싸롱에 불러 술을 무릎에 부어버리는 무례한 행동을 한 서영주(차엽)에게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은 잔을 던져 깨버리고 그렇게 일갈한다. 그 순간 백승수는 깜짝 놀라지만 나오자마자 이세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선수 다칠만한 행동은 하지 마십쇼.”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어째서 이렇게 펄펄 나는가를 잘 보여준다. 상당한 취재가 들어가 있어 프로야구 세계의 깊은 뒷얘기들이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 빨려 들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적재적소에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요소들을 채워 넣는다.

 

매번 그 역할은 백승수가 해왔지만, 의외로 연봉 협상 이야기에서 사이다를 안겨준 건 그와 함께 다니던 이세영 운영팀장이었다. 지난 회 마지막 장면에 그가 서영주에게 던진 “선은 니가 넘었어!”라는 한 마디는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걸 크러시’ 엔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연봉 협상에 있어서 갑자기 복병으로 등장한 악역은 다름 아닌 스카우트팀에서 비리로 쫓겨난 고세혁(이준혁)이었다. 그는 에이전시를 꾸려 의도적으로 드림즈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대리하겠다고 나선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연봉을 제시해 백승수를 곤란하게 만든 것. 여기에 권경민 상무(오정세)가 갑자기 전체 연봉 예산의 30%를 깎겠다고 하면서 백승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만년 꼴찌팀 드림주의 모기업인 재송그룹에서도 구단을 해체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상황. 연봉 삭감 같은 카드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이러한 프로야구 뒤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오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이야기로만 전개하지는 않는다. 그 위에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사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더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것.

 

백승수 단장은 그 사이다 캐릭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다른 팀 단장들과 의도적으로 만나 트레이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소문이 선수들 귀에도 들어가게 만든다. 결국 고세혁을 연봉협상 대리인으로 내세우던 선수들도 불안해진다. 자신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게 되면 거기서는 주전으로 뛸 수 없을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가족이 이사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환기시킨 후 백승수 단장은 이세영과 한재희(조병규)와 팀 플레이를 통해 각각 선수들을 설득해 연봉협상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백승수 단장은 그게 끝이 아니다.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전체 연봉 예산 30%를 삭감해 선수들을 모두 불편하게 만든 권경민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스스로 연봉을 자진반납하겠다는 기사를 내는 것으로 모기업인 재송그룹에도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만들고 결국 주가 하락까지 벌어지게 만든 것.

 

이처럼 <스토브리그>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사건의 소재로 펼쳐 놓지만 그 해결점은 백승수 단장 같은 판타지 캐릭터에 의해 속 시원한 결말로 이어지게 한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가진 ‘단짠’의 적절한 균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난관을 백승수 앞에 펼쳐놓는다. 그가 스카우트한 길창주(이용우) 선수의 인터뷰가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전략분석팀에 입사하게 된 동생 백영수(윤선우)가 취업 비리로 보도된 것. “단장실로가서 짐 싸 이 새끼야!” 이렇게 외치는 권경민 상무는 또다시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든다.

 

결국 단장직을 내려놔야 될 상황에까지 몰리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지금껏 봐왔던 백승수의 행보들을 통해 또 기대하게 된다.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놀라운 해법을 들고 나타날 것인가를. <스토브리그>의 힘은 현실이 주는 고구마와 이를 훌쩍 넘어서는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사이에서 나온다. 우리가 백승수라는 인물은 물론이고 이세영이나 한재희 같은 인물의 마력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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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패다’, 윤시윤이어서 가능했던 코믹 스릴러의 맛

 

후반에 이르러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2.9%(닐슨 코리아)까지 올랐지만 끝내 3%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한 채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종영했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이 작품의 성취는 결코 적지 않다. 지금껏 스릴러라고 하면 어느 정도 정해진 형식적 틀이라는 게 있었지만 이 작품은 그런 틀에서 과감하게 빠져나와 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는 독특한 맛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마의 다이어리를 주운 채 기억을 잃어버린 육동식(윤신윤)이 깨어나 자신을 연쇄살인마라고 여기며 벌어지던 해프닝은 진짜 살인범인 서인우(박성훈)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국면 전환을 만들어낸다. 육동식이 자신을 연쇄살인마라 여기는 초반부가 코미디로 그려진다면, 후반부로 오며 서인우가 육동식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모두 뒤집어씌우는 상황에서는 스릴러가 점점 강력해졌다.

 

결국 육동식은 자신이 진짜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며 감옥에까지 들어가게 돼서야 비로소 그게 모두 서인우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반격. 육동식과 심보경(정인선)이 공조해 서인우와 대결하는 과정은 쫄깃한 스릴러의 맛을 선사했다. 드라마 한 편에서 이렇게 웃음과 긴장감이 오갈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성취는 분명히 있었다고 여겨진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이 코믹스릴러라는 독특한 퓨전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착하다’는 선이 가진 힘이다. 사실 우리네 현실에서 선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여겨지는 건 악이라고 느껴질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육동식은 늘 호구로 불리며 당하는 삶을 살아왔고 그 삶이 싫어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가 연쇄살인범이라 착각하면서 누군가를 살해하겠다는 마음은 끝내 벌어지지 않는다. 저들에게는 ‘호구’라 불렸지만 그가 갖고 있는 선한 마음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결국 그 선한 마음이 무가치로 폄하되곤 하는 우리네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육동식이 그 다이어리를 갖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심보경은 그의 ‘선한 마음’이 더 비극적인 상황들을 만들지 않았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다. 누군가에게 당하며 심지어 호구로 불리는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어쩌면 살만해질 수 있다는 것.

 

이 작품의 성취에서 상찬할 수밖에 없는 건 연기자들의 호연이다. 특히 윤시윤은 싸이코패스의 살벌한 웃음과 함께 순간 허당으로 바뀌는 표정 연기로 이 작품이 가진 코믹 스릴러라는 장르를 가능하게 해줬다. 순간적으로 섬뜩한 얼굴에서 금세 천진무구한 얼굴로 바뀌는 그 연기가 더해져 드라마의 이질적인 장르가 따로 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던 장칠성 역할의 허성태가 보여준 연기변신도 한 몫을 차지했다. 물론 싸이코패스 악역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낸 서인우 역할의 박성훈도 빼놓을 수 없다.

 

낮은 시청률은 아마도 이 작품이 가진 파격적인 시도가 낯설게 느껴져서였을 게다. 스릴러의 긴장감과 코미디의 이완이 오가는 이 작품이 우리가 늘상 봐오던 그런 드라마의 색깔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참신한 시도가 있어야 드라마가 장르적 문법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지대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성취는 그런 의미에서 결코 적지 않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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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의 여자’, 조여정과 ‘동백꽃’ 후광만 남은 드라마 되어간다는 건

 

점점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 99억이라는 돈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 가히 점입가경이다. 돈 가방이 정서연(조여정)의 손에서 이재훈(이지훈)에게로 또 윤희주(오나라)에게 가더니 다시 김도학(양현민)으로 갔다가 레온(임태경)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결국에는 홍인표(정웅인)에게 가게 됐다. 사실 이야기가 너무 들쑥날쑥 이고 돈 가방을 두고 벌이는 쟁탈전이 마치 예능 프로그램 게임하듯 돌아가다 보니 이젠 어디로 가도 그다지 감흥이 없다. 어쩌다 KBS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는 이 지경이 된 걸까.

 

돈 가방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죽어가고 처음에는 주먹질을 하던 액션이 이제는 버젓이 총질을 하기 시작했다. 국내 장르물들도 이제 심심찮게 총을 쓰는 경우들이 적지 않지만, <99억의 여자>에서 갑자기 총이 등장해 서로 쏘고 맞고 피하는 장면들은 어딘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불법 도박사이트가 연관된 조폭들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총질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차량 사고에 불까지 붙어 전소되는 상황에서도 그 흔한 경찰차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개연성이 떨어지고 자의적으로 굴러가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억지로 이야기를 끼워 맞추다 보니 연기 잘하는 연기자들도 때론 난감하게 보일 때가 많다. 돈 가방을 찾아 차를 타고 추격하던 정서연이 엉뚱하게 총에 맞아 피 흘리고 있는 레온을 발견하고 그를 외면하지 못한 채 병원에 데려가는 상황은 그렇다 쳐도, 총에 맞은 레온이 뺑소니를 당했다는 말을 믿는 정서연이나 그렇게 피 흘리면서도 난감하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 레온도 생뚱맞기 이를 데 없다. 그건 향후 레온이 자신을 구해준 이가 다름 아닌 자신이 죽인 백승재(정성일)의 이복동생이라는 걸 알게 하기 위한 작가의 무리한 설정이다.

 

아마도 작가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전이 어떤 놀라움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주려면 그만한 촘촘한 개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연성 없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틀기 시작하면 반전이 아니라 그저 급한 전개가 되어버린다. 시청자들은 전혀 몰입하고 있지 않은데 작가만 저 앞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막장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다. <99억의 여자>는 어째서 그 길을 따라가게 됐을까.

 

애초 <99억의 여자>는 꽤 기대감을 만들어준 게 사실이다. 처음 2회 정도까지는 그랬다. 적어도 정서연이라는 여자가 처한 상황에 공감 가는 바가 있었고 그 연기를 다름 아닌 최근 ‘기생충’으로 뜨거워진 조여정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시간대 전작이었던 <동백꽃 필 무렵> 만들어낸 후광효과도 적지 않았다. KBS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조여정이라고 해도 또 <동백꽃 필 무렵>의 후광을 입고 있다고 해도 작품이 따라주지 않으면 졸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99억의 여자>는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정서연의 캐릭터가 흔들리는 건 치명적이다. 남편 홍인표의 상습적인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게 정서연이 집을 나선 이유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돈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이야기가 복잡하게 꼬였고 어쩌다 보니 정서연과 홍인표가 나란히 앉아 함께 돈 가방을 뺏기 위해 공조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물론 돈에 대한 욕망이 인물을 그렇게까지 변화시킨 것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휘둘리거나 흔들리면 그에 대한 연민이나 공감대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99억의 여자>는 조여정과 <동백꽃 필 무렵>의 후광만 남은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연기자들은 그나마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만, 대본과 연출은 대략난감이다. 작품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어떤 명 연기자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는 증명해주고 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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