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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마’, 고보결과 김태희의 육아공감이 더욱 감동적인 건

 

그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아이 돌보기에 바쁘다. 육아라는 것이 그렇다. 잠깐 고개 돌리고 나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게 육아지만, 안 해본 사람은 그걸 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서우 엄마 오민정(고보결)이 그렇다.

 

그런데 오민정은 친엄마가 아니다. 흔히 ‘계모’라 불리기도 하는 새엄마다. 그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애썼고 그래서 간호사가 됐지만 조강화(이규형)와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진짜 서우엄마’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육아의 현실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할까. 그렇지만 아이가 어질러놓은 걸 치우면서도 그 아이를 보는 오민정의 눈빛은 사랑 가득이다. 계모라는 표현에 우리가 갖게 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오민정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편견이자 선입견에 불과하다.

 

그런 서우의 새엄마 오민정을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고 옆에서 모두 봐온 차유리(김태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아이가 걱정되어 주변을 매돌다가 차츰 오민정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육아만 하느라 자기 생활이 없는 그가 맨날 혼자 있는 게 걱정된다. 고사리를 좋아하지만 남편이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 해먹지 않는 오민정이 안쓰럽다.

 

차유리는 친한 언니인 고현정(신동미)에게 오민정에 대한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언니 내가 태어나서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고마워한 적은 없거든. 난 다 봤잖아. 옆에서 다. 난 죽어서도 그 사람한테 이 빚 다 못 갚아.”

 

<하이바이 마마>는 죽었던 차유리가 살아 돌아와 49일 간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는 죽은 자를 잊지 못하는 절절한 가족들의 마음과 그 가족 주변을 계속 맴돌며 지켜보는 망자의 시선이 겹쳐진다. 죽음을 경계로 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 담기는 것이니 어찌 먹먹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조강화가 새로 결혼한 서우의 새 엄마 오민정과 차유리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보던 친모와 계모의 그런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조강화가 오민정을 만나 미소 짓는 걸 보며 차유리는 너무나 기뻐한다. 오민정이 자신의 딸 서우를 그토록 챙겨주는 걸 보며 그는 너무나 고맙고 미안해한다.

 

이 드라마에는 자신보다는 타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조강화는 차유리를 잊지 못한 채 살아왔지만 막상 그가 살아 돌아와서도 오민정이 서우의 엄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차유리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동시에 오민정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이다. 이것은 차유리의 엄마 전은숙(김미경)도 마찬가지다. 딸이 살아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딸 입장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하이바이 마마>가 전형적인 이야기 틀을 벗어난 신선한 지점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육아를 통해 차유리와 오민정이 공감하는 대목은, 친모니 계모니 하는 가부장적 사고관의 틀을 깨고 여성이라는 공통된 입장에서의 색다른 연대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거 알아요? 동화에 나오는 계모는 다 못됐어. 왜 다 못됐어? 이을 계 어미 모. 엄마를 잇는 엄마... 근데 다 못됐어.” 술에 취해 오민정이 계모를 그렇게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쏘아붙이자, 다음 날 어린이집에 출근한 차유리는 ‘콩쥐팥쥐’, ‘심청전’, ‘백설공주’, ‘장화홍련전’ 같은 동화책들을 가져와 원장에게 이런 책들은 치워야 한다고 한다.

 

그 책이 뭐가 잘못됐냐고 묻는 원장에게 차유리는 이렇게 말한다. “애들의 상상력을 가두는 책들요. 새엄마는 나쁘다 괴롭힌다 친엄마 없는 애들은 다 불쌍하다. 뭐 이런 사고방식을 애들한테 세뇌시키는 거잖아요. 계모는 다 싸잡아서 나쁜 년 만들고.” 친엄마와 새엄마의 편견을 깬 차유리와 오민정의 끈끈한 관계가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되게 만들어주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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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상처, ‘그 남자의 기억법’의 멜로가 독특해지는 이유

 

남다른 기억 능력을 가진 이가 그려나가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일까.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은 잘 나가는 방송국 앵커 이정훈(김동욱)과 SNS 팔로워 860만명이 넘는 연예인 여하진(문가영)의 만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먼저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된다.

 

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정훈이 진행하는 ‘뉴스라이브’에 여하진이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에 의해 생겨난다. 늘 그렇듯 까칠하게 여하진의 일관성 없는 행동을 지적하는 이정훈에게 여하진이 별 생각 없이 툭 던진 말 한 마디가 방송 사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정훈의 죽은 첫 사랑 정서연(이주빈)이 자주 했던 “나는 복잡한 게 싫다. 그냥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세면서 살고 싶다”는 말이었다.

 

순간 정서연의 말을 떠올려 생방송 중 멍해지는 바람에 생겨난 방송 사고는 그러나 평소 평판이 좋은 이정훈이 아니라 악플이 많았던 여하진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이정훈의 질문에 화가 나서 밖으로 뛰쳐나가 잠시 방송이 끊어진 것이라 소문이 난 것. 그렇게 된 게 미안해 최희상(장영남) 국장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이정훈과 여하진은 다시 만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스캔들로 이어진다. 화가 난 여하진은 대놓고 이정훈과 좋은 만남을 갖고 있다고 언론발표까지 해버린다.

 

이처럼 ‘그 남자의 기억법’은 첫사랑을 잃고 마음을 닫아버린 이정훈과 그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는 여하진 사이의 멜로를 로맨틱 코미디의 스타일로 그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정훈이라는 색다른 캐릭터는 모든 걸 기억하는 것이 행복한 능력이 아닌 지독한 고통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인물. 망각의 능력(?)이 없는 그는 죽은 첫사랑의 기억 속에 갇혀 살아간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그저 기억의 문제를 하나 더해 그려내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건 의외로 아무런 걱정조차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여하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다. 알고 보니 첫사랑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해 이정훈을 놀라게 했던 여하진은 서연의 절친이었다. 친한 사이여서 나눴던 말들이 불쑥 불쑥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 이정훈을 놀라게 했던 것.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여하진은 정서연에 대한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어떤 지울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고, 그 감당할 수 없는 상처가 여하진으로 하여금 정서연과 관련된 기억을 지워버렸던 건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정서연의 죽음은 어딘지 여하진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바로 거기에 여하진의 망각의 이유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그 남자의 기억법’이 담고 있는 멜로가 흥미로워지는 건, 정서연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정훈과 여하진의 기억이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정훈은 그 순간 하나하나를 낱낱이 기억하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면, 여하진은 그 기억을 지워버린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고 있다. 그 어느 것도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두 사람이 그 기억을 매개로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과정은 어쩌면 치유의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지점에서 이 드라마는 멜로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 어떤 거대한 상처를 어떻게 마주하고 보듬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 남자의 기억법’이 단지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의 경쾌함을 담은 드라마가 아니라, 의외로 진중한 문제의식이 담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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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에서 ‘감빵생활’과 ‘응답하라’가 모두 보인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캐릭터 맛집은 명불허전이다.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정평이 나있던 것처럼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은 이번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첫 회에 중심에 선 인물은 ‘알고 보니 율제병원 회장 아들 안정원(유연석)이었다. 물론 그와 함께 5인방으로 오랜 친구로 지내온 이익준(조정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 그리고 채송화(전미도)가 소개됐지만, 회장 아들이면서 병원을 물려받기보다는 숨어서 어려운 환자를 돕는 키다리아저씨면서 동시에 친구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안정원의 이야기가 메인이었다.

 

사실상 안정원의 이런 남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이자 색깔이라는 걸 첫 회는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진 2회에서는 율제병원의 에이스인 채송화의 면면이 보다 자세히 소개됐다. 환자를 위해서는 자신이 집도를 하는 게 맞지만, 그 집도를 먼저 맡게 된 상사의 위신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채송화라는 의사의 인물됨과 함께 소개됐다.

 

전공의 때부터 신던 신발을 10년 간이나 계속 신고 다녔다는 채송화. 실습 나온 쌍둥이 전공의들이 의사가 된 사연은 묘하게 그 신발과 함께 채송화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쌍둥이 전공의들은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 의사 때문에 자신들도 그런 의사가 되려 이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쌍둥이가 기억하는 건 그 의사의 신발이었다. 그 때 그 의사는 펑펑 울면서 “자신이 꼭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그들에게 말했다는 것.

 

물론 드라마는 쌍둥이가 말한 그 의사가 채송화인지 아닌지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10년 간이나 그 신발을 신고 다닌 채송화가 그 의사라는 심증을 갖게 되고, 그가 그 신발을 그렇게 오래 신은 것이 그 때의 그 다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병원 내 에이스로 환자들을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동시에 조직생활에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인물이 바로 채송화였다.

 

안정원에 이어 채송화의 이야기를 중심에 세웠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엉뚱하고 유쾌한 이익준과 후배의사들에게 까칠하지만 친구들을 남달리 챙기는 김준완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이지만 먼저 채송화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내보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인 양석형의 이야기들을 깨알같이 채워 넣는다. 여기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전이되어 다시 병원을 찾은 채송화의 친구 같은 환자들의 에피소드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 풍성해진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 PD의 전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응답하라> 시리즈가 모두 보인다.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만나는 무수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는 저 감방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러면서도 5인방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늘 추구해왔던 세계를 이번에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건 어쩌면 이들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믿게 만드는 이유일 게다. 색다른 공간의 색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들을 다루는 방식은 이른바 신원호-이우정 표라고 해도 좋을 법한 일관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원호-이우정 표 드라마의 핵심적인 힘은 결국 캐릭터에서 나온다. 한 인물만 봐도 매력적인데, 그런 인물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또 이들이 엮어가는 관계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면서 감옥, 병원 같은 특정 공간을 통해 그려내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새롭게 제시되는 가치관이 커다란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마법처럼 그 세계에 매번 빠져드는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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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사막 같은 시간에도 꽃을 피우고 정원을 만드는 건

 

“사막 같던 그 시절에 네가 나타나면서 나는 정원이 되었거든.”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학 온 해원(박민영)의 학창시절은 사막이었다. 수군대는 목소리들과 냉소적인 시선들 속에서 시들어가던 사막 같던 그 시절에 갑자기 나타난 오영우(김영대)가 내민 손짓 하나는 그에게 단비가 되어주었다. 학교 최고의 킹카였던 오영우가 던진 작은 관심은 해원에 대한 다른 이들의 시선 또한 조금씩 걷어 내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총동창회 모임에서 다시 만난 오영우에게 해원은 선 긋는다. 그건 열여덟 살 때의 일이고, 고마운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지금 은섭(서강준)이 있기 때문이다. 해원은 오영우를 만나 학창시절 그 사막 같은 시간을 바꿔준 존재가 있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고, 지금 그런 존재가 바로 은섭이라는 걸 깨닫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영우의 물음에 해원은 답한다.

 

“따뜻한 사람은 있어. 옆에 있으면 난로 위 주전자처럼 따뜻한. 사실 나는 내가 추운 줄도 몰랐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까 알겠더라구. 내가 참 많이 추웠었구나.”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해원의 은섭에 대한 마음을 날씨와 온도에 비유해 전한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평이할 수 있는 남녀 간의 멜로에서 좀 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카페를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만히 손전등을 들고 나와 해원의 앞길을 비춰주며 “어둡다”라고 한 마디 해주는 은섭의 행동은, 사사로운 남녀 간의 감정을 담아낸 것이면서 우리네 삶과 사랑에 대한 은유적 행동처럼 그려진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홀로 걸어가는 것 같은 우리네 삶이 아닌가. 그런 외로운 길 위에 누군가 손전등을 비춰주고 함께 걸어가 주는 것 그것이 있어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혹여나 울퉁불퉁한 시골길에 넘어질까 걱정되어 튼튼한 신발을 내주고는 별거 아니라는 듯 신고 다니라 말하고, 해원이 가는 길에 꺼진 가로등에 남몰래 전구를 갈아 끼워 불을 켜주고, 손에 새겨넣은 작은 나무 그림을 예쁘다고 해주고, 우울해하는 이를 위해 기분이 나아지는 일을 마련해주고, 하다못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놓는 일처럼 은섭이 해원에게 해온 행동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것들이었다.

 

인적이 드문 시골, 그래서 더욱 춥게만 느껴지는 겨울이지만 그 곳에 옛 추억을 찾아 총동창회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깜깜한 어둠 속이어서 더더욱 빛나는 불빛들이 켜지는 그런 풍경들은 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건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봄이 왔어도 마음이 겨울일 수밖에 없는 시절에 우리를 사막이 아닌 정원으로 만드는 건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온기일 테니 말이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여러모로 코로나19로 겨울을 버티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촉촉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드라마다. 차갑고 어두운 시간들일수록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고 손전등을 들고 나설 일이다. 우리가 봄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나눌 수 있을 때 봄은 어김없이 올 것이니. 우리 마음의 날씨가 좋아지면 언제든 반드시.(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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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과 전석호, '킹덤'을 보면 '하이에나'가 달리 보이는 두 배우

 

주지훈과 전석호는 언제부터 이런 찰진 콤비가 됐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두 사람은 법무법인 송&김에서 각각 윤희재(주지훈)와 가기혁(전석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로 돌아온 <킹덤>에서도 두 사람은 이창(주지훈)과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로 콤비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이에나>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건 윤희재지만, 그의 친구이지만 어딘지 그가 잘 되는 것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가기혁의 역할도 눈에 띈다. 윤희재가 정금자(김혜수)와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서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의 진전을 통해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내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 가기혁과 심유미(황보라) 같은 감초들의 웃음과 두 사람 사이에도 벌어지는 엉뚱한 멜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런 사정은 <킹덤>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창궐한 좀비떼들과 대결하며 숨 쉴 틈 없는 긴장을 유발하는 이창의 액션이 전면에 펼쳐진다면 그 속에서 숨 쉴 틈을 열어주며 웃음을 유발하는 조범팔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주지훈과 전석호는 각각의 필모그라피만 봐도 이제 연기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지훈의 경우 영화 <신과 함께>나 <암수살인>으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활짝 열어놓은 후 <킹덤>에 이은 <하이에나>로도 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물론 주지훈은 과거 KBS드라마 <마왕>에서부터 잠재력을 보였지만, 최근의 연기를 보면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적당히 유연해진 연기와 독한 악역까지 다채로워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석호도 2014년 <미생>의 하대리 역할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후 <굿와이프>,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왔다. 전석호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까칠한 악역에서부터 허술한 감초 역할까지 그 폭이 넓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자기만의 독보적 영역을 세울 수 있었다는 건 이 배우가 꽤 준비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주조연의 균형 잡힌 캐릭터가 보다 대중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극의 힘을 부여한다면, 이를 적절히 누그러뜨리는 조역이 있어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숨 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지훈과 전석호의 <킹덤>과 <하이에나>에서의 콤비는 주목되는 면이 있다.

 

주인공 역할로 서온 주지훈의 배우로서의 성장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특히 주목되는 건 전석호의 미친 존재감이다. 그는 적당히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때론 그걸 뒤집어 소름 돋는 반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주조해 보여주곤 하기 때문이다. 충무로와 드라마판에 정평이 나 있는 미친 존재감 연기자들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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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25 11:18 BlogIcon 티비다시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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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이 마마’가 그리는 유족의 눈물, 떠난 자의 눈물

 

사람이 저 세상으로 떠나도 그 흔적은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살아있었다면 함께 갔을 수 있는 여름캠프의 무정한 예약 알림이 더 허전하게 다가오고, 생일만 오면 여전히 남아있는 떠난 자의 SNS에 그리움의 마음을 꾹꾹 눌러 적는다. ‘내 친구, 내 마음의 언덕, 나의 차유리, 유리야... 유리야... 보고 싶어.’

 

그러면서도 살아가기 위해서 그 아픔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괜스레 거울을 닦고 욕조를 청소하며 안하던 고스톱 게임을 한다. 주방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마치 기억을 지워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하지만 그 슬픔은 지워지지 않는다. 아마도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바로 이 부분에서 기획된 드라마일 게다. 그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보겠다는 것.

 

그 위로의 방식이 독특하다. <하이바이 마마>에는 겹쳐질 수 없는 두 세계가 겹쳐져 있다. 마치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산자와 죽은 자들이 겹쳐져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에는 산 자들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죽은 자들이 함께 등장한다. 그들이 떠나지 못하는 건 남은 이들에 대한 걱정과 회한 때문이다.

 

오래도록 회장님 운전기사로 일하다 죽게 된 한 아버지는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떠나지 못했다. 오랜 병환으로 사망한 한 어머니는 딸 또한 투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앞에서 죽어서도 발을 동동 굴린다. 차유리(김태희)도 마찬가지다. 그는 딸 서우(서우진)를 안아보지도 못한 채 사고로 사망했다. 졸지에 죽음을 맞이한 유리는 남은 가족과 친구들의 슬픔을 본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남은 자들은 떠난 자들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행복한 결혼식이 다가와도 평생을 힘겹게만 살다 간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슬픔이 더 커진다. 투병하는 딸은 통증에도 진통제 없이 잘도 버틴다. 그것은 자신의 욕심으로 어머니가 힘들게 버티다 돌아가신 것에 대한 스스로 내리는 벌 같다. 그는 통증이 올 때마다 엄마는 더 한 것도 버텼을 것이라며 버텨낸다. 유리가 떠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려 애썼던 남편 강화(이규형)는 차 안에서 통곡하며 눈물을 흘린다. 유리의 엄마 은숙(김미경)은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가족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유리의 아빠 무풍(박수영)은 장례식장에서 한 밤 중 애끓는 슬픔에 통곡한다.

 

그런데 그냥 봐도 슬픈 이 장면들을 이 드라마에서는 떠난 자들이 지켜본다. 그건 마치 누군가의 숨겨진 내밀한 아픔을 뒤에서 우연히 듣게 될 때 느끼게 되는 슬픔이다. 아마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색다른 이 드라마만의 설정이 아니었다면 이런 장면은 마치 눈물 뽑아내려는 신파처럼 여겨졌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눈물을 뽑아내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산자의 눈물과 죽은 자의 눈물을 교차해 그 소통의 과정을 통해 남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려는 것일 뿐.

 

결혼식을 앞두고 점점 슬퍼하는 딸을 보며 먼저 떠나간 아빠는 마음이 아파진다. 그래서 차유리에게 부탁해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그 편지 속에서 아빠는 평소 하던 대로 “괜찮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이 고생스러웠지만 그 삶 속에서도 아빠는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러니 안쓰러운 아빠가 아닌 파이팅 넘치는 아빠로 기억해달라며, 딸이 해줬던 임플란트를 잘 지니고 떠난다고 말한다.

 

그 소통의 지점에 <하이바이 마마>가 굳이 산 자와 죽은 자를 공존시키는 판타지의 목적이 담겨진다. 외면하려 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버텨보려 해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이별’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무력할 수밖에 없다. 다만 떠난 자도 저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계실 거라는 믿음으로 위로하며 우리는 그저 살아갈 뿐이다.

 

<하이바미 마마>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가 된 건 유족의 눈물만이 아닌 떠난 자의 눈물까지 같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 서로의 눈물이 연결해주는 소통의 지점을 판타지를 통해서나마 담아내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건 무력한 이별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별에 대한 위로로.(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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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가 보여주는 선악, 갑을보다 직업적 성공 찾는 인물들

 

액면으로 보면 이들은 쓰레기 같은 인물을 변호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이 이기기를 바라게 된다. 이건 단순히 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이 하는 행동이나 선택에도 그만한 납득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를 보다 보면 관점에 따라 얼마나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가를 실감한다. 그간 우리네 드라마에서 꽤 많이 등장했던 검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을 볼 때면 검거된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도덕도 윤리도 없이 돈이면 다 되는 악당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이에나>의 주인공들인 윤희재(주지훈)와 정금자(김혜수)가 변호사로 등장하자 이제는 검사들이 이들을 몰아붙이는 악당들처럼 보인다.

 

그것도 윤희재와 정금자가 변호해야 하는 D&T 손진수(박신우) 대표는 정금자의 표현대로 “쓰레기” 같은 인물이다. 엄청나게 많은 퇴사자들은 모두 손진수가 퇴근도 없이 일을 시키며 직원들을 착취해왔고, 일종의 ‘가스라이팅(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증인으로 나선 김영준(한준우)의 다이어리에는 손진수의 그런 행위들에 대한 것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고 특히 개인정보 도용을 지시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대로 법정에 간다면 손진수의 유죄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만큼 손진수는 선악으로 봐도 악당이었고, 갑을관계에서도 갑질을 하는 오너였다.

 

그런데 윤희재와 정금자는 바로 이런 악당이자 갑질하는 인물을 변호해야 하고, 무죄를 받아낸 후 D&T 상장까지 성사시켜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윤리적인 차원에서 또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보면 처벌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드라마는 그런 윤리나 사회정의보다는 윤희재와 정금자가 처한 직업적 상황에 더 집중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 미션을 성사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라도 해도 변호해야 한다는 것.

 

결국 정금자는 손진수가 쓰레기라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이 소송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렇게 해온 갑질들 때문에 김영준이 앙심을 품었을 수 있고 그래서 그가 쓴 다이어리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정금자는 자살한 직원의 대화 내용을 확보해 틀어줌으로서 김영준이 개인정보 도용을 한 범인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즉 손진수가 쓰레기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 도용을 한 범인은 따로 있다는 걸 밝혀낸 것.

 

<하이에나>가 손진수 같은 인물을 승소시키는 윤희재와 정금자의 공조를 다루고, 또 그 이야기에 우리가 몰입하게 되는 건 왜일까. 그것은 도덕교과서에 나올 법한 윤리적인 차원의 이야기들이 실제 현실과는 그만큼 거리가 멀다는 걸 드러내주면서, 이 살벌한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직업적 성취나 성공이 개인에게는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말해준다.

 

또한 악연으로 이어져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며 입장 차를 보이던 윤희재와 정금자가 함께 사건을 맡게 되고 그 공동의 목표로 인해 공조하는 이야기 또한 그렇다. 조직에서 함께 성공시켜야 하는 목표는 종종 개인의 입장 차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기 싫어도 해야하고 개인적 가치에 어긋난다 해도 조직은 그걸 회피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에나>가 그리는 현실은 훨씬 더 치열하게 다가온다. 윤희재도 정금자도 섣부른 정의감을 내세우지 않는 프로들이다. 그곳이 일단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금자가 손진수를 찾아가 김영준을 그만 밟으라 으름장을 놓는 건 이런 직업적 선택과 달리 윤리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윤희재와 정금자의 선택과 행동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건 그것이 우리네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막연한 정의감이 주는 판타지가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 개개인의 윤리적 선택이 달라도 일의 세계에서는 때때로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걸 <하이에나>는 윤희재와 정금자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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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2’ 이 시국이어서 더 의미심장해진 이야기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2가 돌아왔다. 시즌1이 방영된 지 1년 2개월만이다. 사실 우리에게 이런 휴지기를 갖고 이어지는 시즌제 드라마는 낯설 수 있지만, <킹덤2>는 충분히 그 기다림을 상쇄시켜줄 만큼의 가치를 보여줬다. 완성도 높은 대본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연출 그리고 더 깊어진 연기들이 ‘조선 좀비’의 귀환에 충분히 환호할 수 있게 해줬다.

 

시즌1의 이야기는 죽었다 살아난 왕으로부터 지율헌으로 어떻게 좀비 창궐의 역병이 전파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대감 조학주(류승룡)는 이 모든 일들의 진원지로 권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죽은 왕을 생사초로 되살리는 악의 근원으로 등장했다. 세도가들이 제 핏줄에 집착할 때 학정과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들은 역병에 감염된 인육을 나눠 먹음으로써 조선 좀비의 서막이 열린다.

 

낮에는 마룻바닥 밑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밤이면 밖으로 나와 사정없이 피와 살을 탐하는 좀비들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이를 막기 위해 동래로 간 세자 창(주지훈)의 백성을 구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한편 이 역병의 원인을 찾아내려는 의녀 서비(배두나)는 그것이 생사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하지만 시즌1 마지막에는 낮에도 밖으로 나와 공격하기 시작하는 좀비들이 등장하면서 햇볕이 아닌 기온과 관련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시즌2는 방어막을 만들고 떼로 몰려드는 좀비들과 전쟁에 가까운 사투를 벌이는 창과 그를 돕는 안현대감(허준호)을 위시한 사람들의 대결로 문을 연다. 스케일은 훨씬 더 커졌다. 그 많은 좀비들이 한꺼번에 기이한 소리를 내며 몰려오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도망칠 차도 없는 조선시대라는 특수한 시공간은 피와 살이 튀는 백병전으로 좀비들과 싸우는 액션들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이렇게 사정없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좀비떼들은 어딘지 측은하고 불쌍한 느낌마저 준다. 그건 배고픔의 욕망만이 남은 민초들의 처참한 현실을 온 몸으로 표현해내는 존재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좀비떼들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다.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끔찍하게 다가오는 건 이렇게 좀비떼들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감께서는 미천한 백성들을 위해 싸우셨소? 난 아닙니다. 내가 지키려고 한 건 이 나라의 근간인 왕실과 종묘사직이에요. 그 일을 위해선 난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조학주의 이 말은 왕실이니 종묘사직이니 하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정권을 쥐려는 개인적 야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그는 핏줄에 집착한다. 후계를 정하는 일도 적통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핏줄에 집착하고 정치적 야심을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은 그래서 피에 굶주린 좀비들보다 더 무섭다. 결국은 이들의 욕망에 의해 선량한 백성들조차 굶주린 좀비가 되어버린 것이니 말이다. 이처럼 <킹덤>은 조선시대에서 벌어진 가상의 사건을 다루지만 수백 년 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 은유 속에 담아내고 있다.

 

전혀 예상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마침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최고 경보 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한 시국인지라 <킹덤> 시즌2의 이야기는 더 의미심장해지는 면이 있다. 도대체 이 사태에서 진짜로 무서운 일들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무섭고, 심지어 이런 사태까지 이용하려는 인간은 더더욱 무섭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태의 확산을 막고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이들이 있다는 건 <킹덤> 시즌2가 전하는 절망 속의 희망일 게다.

 

물론 <킹덤> 시즌2는 말미에 이런 일들이 또 다시 벌어질 거라는 걸 예고했다. 당장의 사태가 진정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준비하고 대비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킹덤> 시즌2가 전하는 희망의 가능성이다. 전 세계를 뒤흔들어버린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놓지 않는 것처럼.(사진:넷플릭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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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유연석의 일상선택, 기대감 커진 이유

 

또 다른 의학드라마인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제목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율제병원이라는 종합병원이 등장하고 주인공들도 의사들이며 환자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그러니 의학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전작이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감옥 소재의 장르물처럼 보이면서도 전혀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첫 회부터 그 색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율제병원 회장 아들인 정원(유연석)이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정원은 첫 회에 부친상으로 자신이 병원 회장 막내라는 사실이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드러난다. 병원에서는 회장을 대신할 인물로 줄줄이 신부, 수녀의 길을 간 형들 누나 대신 5남매 중 막내인 정원을 꼽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다. 그는 그 자리를 주종수(김갑수)에게 선선이 내주며 대신 VIP 병동의 운영과 관리를 맡겨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정원이 그렇게 한 건 VIP 병동에서 막대한 수익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수익은 이미 키다리아저씨로 병원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는 환자를 돕고 있는 데 보태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VIP 병동을 위한 의사들로 의대 동기들인 익준(조정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를 거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한다. 즉 정원은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이나 부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애초 신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줄줄이 형과 누나가 신부, 수녀가 되면서 자신은 의사가 됐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환자의 사정에 몰입하는 자신이 의사와는 맞지 않는다 한탄하고 매해 신부인 맏형(성동일)을 찾아와 “때려 치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럴 때마다 형은 듣는 둥 마는 둥 음식에만 관심을 쏟으며 심드렁하게 말해준다. “1년만 더 해보라”고.

 

정원의 이런 성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려나갈 이야기가 흔한 의학드라마들의 클리셰와는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네 의학드라마들은 크게 두 가지 사안들을 소재로 다룬 바 있다. 그 하나는 <하얀거탑>처럼 병원 내 권력 구도의 대결을 다루는 소재이고, 다른 하나는 <뉴하트>나 <닥터스>처럼 환자들과의 사연을 중심으로 다루는 휴먼드라마적인 의학드라마 소재이다.

 

하지만 정원은 권력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엄청난 수술 능력을 가진 채 환자의 생명을 구해내는 그런 의사도 아니다. 그는 다소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들과 달리 타인의 아픔을 제 일처럼 공감하는 보통 사람의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은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성향은 끼리끼리 모이게 된 정원의 친구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보이는 면들이다. 즉 VIP 병동에 의사로 스카우트 하려는 정원의 제안에 대해 ‘밴드를 다시 하자’고 한다거나, 그 밴드에서 보컬을 하게 해준다면 합류하겠다는 이들의 조건이 그렇다. 이들은 연봉 같은 현실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주 일상적인 자신들의 취미나 자잘한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신원호 PD는 감방이라는 낯선 공간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역시 일상을 살아간다는 걸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공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의 시선이 느껴진다.

 

삶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래서 굉장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가는 일이 결코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이 드라마 속 5인방 절친들이 그려나갈, 때론 쉽지 않은 병원생활 속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고, 때론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은 그래서 그 어떤 거창한 성공과 성장드라마보다 기대가 큰 면이 있다. 병원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잔잔하지만 묵직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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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성동일에게 씌운 악귀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진종현은 포레스트로 몸을 옮겨가려는 거였어.”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왜 진종현(성동일)이 운영하는 SNS회사 이름이 포레스트인지, 그 회사가 크게 된 것이 ‘저주의 숲’이라는 서비스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포레스트의 로고는 왜 나무 형상과 스티그마타의 형상을 본따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포레스트는 ‘저주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고 로고는 그 숲과 동시에 진종현, 백소진(정지소)의 손에 새겨진 스티그마타 형상의 상처가 담긴 것이었다. 진종현이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들을 프린트해 마치 열매를 달 듯 걸어놓는 나무 역시 그 상징물이었다. 진종현에게 들어간 악귀가 포레스트라는 저주의 숲으로 몸을 옮기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주의 숲에 올라온 무수한 저주의 대상들이 거기 찍혀진 동의에 의해 방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임진희(엄지원)와 정성준(정문성) 모두 그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 대상이다. 이제 한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저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그 대상 속에 임진희와 정성준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높여 놓는다.

 

사실 <방법>이 그려내는 세계는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세계의 룰을 설명하는 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탁정훈(고규필) 같은 민속학 교수 캐릭터는 중요하다. 그는 악귀가 어떻게 몸을 옮겨가고 그 대상이 인간보다는 물건이나 자연물 등에 더 깃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이 더 오래 영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탁정훈은 방법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악귀가 든 귀불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귀불 옆에서는 방법이 통하지 않지만,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귀불이 저주하려는 대상을 찾아 먼저 저주하면 귀불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단서는 저주의 숲에 올라와 있는 임진희가 백소진에게 방법을 부탁하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의 대상이 될 때 주도권을 잡아 역공을 하려는 것일 게다.

 

중요한 건 탁정훈의 이런 설명을 통해 소개되는 이 세계의 룰이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납득되는 이유다. 그것은 누군가를 방법하거나 방법을 막거나, 악귀가 들리거나 옮겨가는 그 일련의 이 세계가 가진 룰들이 우리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저주의 확산과 그 결과들을 은유하는 것처럼 설정되어 있어서다.

 

포레스트라는 회사가 SNS를 통해 ‘저주의 숲’을 운영하고, 진종현에게 든 악귀가 그 숲으로 몸을 옮겨 불특정다수를 방법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여러모로 우리네 SNS를 타고 번져나가는 혐오와 그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방법>을 그런 혐오 사회가 갖는 폭력을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방법>을 보고 있으면 그 초현실적인 대결을 통해서도 어떤 현실적인 실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안에도 존재할 수 있는 ‘저주의 숲’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 상황이 터졌을 때 저도 모르게 SNS를 통해 누군가를 방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건 어쩌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은 아닐는지.(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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