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963)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752)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340,062
Today443
Yesterday2,449

‘배가본드’에 담긴 무척이나 씁쓸한 우리네 현실

 

“국가의 명령이다.”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차달건(이승기), 고해리(배수지)와 함께 비행기 폭탄테러의 증인인 김우기(장혁진)를 보호하려 사투를 벌이던 기태웅(신성록)은 국정원장의 그 말에 갈등하기 시작한다. 지원을 빙자해 투입된 암살조 앞에서 차달건과 고해리 그리고 김우기가 죽을 위기에 처했음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국가의 명령’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과연 국가의 명령인가. 국가를 호명해 개인적 치부와 권력을 잡으려는 이들의 비뚤어진 욕망인가.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두고 존엔마크사 제시카 리는 경쟁사인 다아나믹사 기종의 민항기를 테러해 여론을 자사에 유리하게 돌리려 하고, 이것은 국정원 내부의 민재식 국장(정만식), 국방부 정책실장 박만영(최광일) 그리고 쉐도우로 불리며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윤한기 민정수석(김민종)까지 연관되어 있다. 게다가 대통령 정국표(백윤식)나 홍순조 국무총리(문성근)는 사실상 이런 일들을 방조하다시피 한다. 앞에서는 국민을 호명하며 눈물까지 흘리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러니 국가의 이익이란 저들의 말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심지어 비행기 테러로 자국민들이 아이들까지 사망했지만 진상규명 같은 건 애초 저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것들이다. 대신 어떤 것이 정치적 이득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고, 어떤 것이 저들의 돈과 권력에 유리한가만을 저들은 판단한다.

 

<배가본드>는 이런 국가 수뇌부와 국정원까지 연루된 게이트를 다루는 액션 장르의 드라마지만, 그 밑그림으로 과거 정권들이 만들어냈던 현실들을 환기시킨다. 이명박 정권 시절의 BBK사건 의혹 같은 권력을 통한 개인적 치부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스모킹건이 됐던 비선실세 그리고 당시 벌어졌던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들이 묘하게 <배가본드>의 밑그림 안에 녹아 있다. 거기에는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른바 ‘나쁜 짓들’이 떠오른다.

 

“당신은 나라에서 월급 받잖아. 난 세금 내는 사람이고. 내 문제고 내가 해결할 일이야. 내 조카가 죽었으니까.” 김우기를 데리고 입국하는 배 위에서 차달건은 고해리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는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월급 받는 사람은 그 주는 사람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그의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에게 월급 주는 사람은 과연 국가인가. 아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다. 그래서 차달건의 이 대사는 스스로 가진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건 그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문제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저들은 국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존재들인 것. 그 이야기를 들은 고해리가 현실을 이해한다면서도 내놓은 답변에는 이들이 조금씩 이런 사실을 몸소 깨달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 맞아. 난 공무원이고 우리 엄마랑 동생도 부양해야 돼. 근데 다음번에도 이런 일 생기면 어떡할 건데? 그 때도 공무원이니까 국가에서 나쁜 짓해도 모른 척 못 본 척 그래야 하는 거네? 훈이하고 훈이 친구들 우리 아빠 고광철 대령님이 저 위에서 다 보고 있는 거 아는데. 하늘에서 보고 있는 거 내가 다 아는데. 근데 어떻게 무섭다고 나만 도망쳐. 이번에 국민들한테 제대로 알려줄 거야 나쁜 시키들 나쁜 짓 다시 못하게.”

 

사실 우리네 현실에서 국민들이 국가라는 이름에 갖는 인상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그건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주기보다는 국민을 호명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했던 권력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억울한 죽음조차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주지 않는 국가 앞에 어떻게 신뢰와 지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배가본드>에서 돈키호테처럼 차달건과 고혜리는 국가와 싸우게 되었다. 그건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이 죽을 위기를 매번 넘기고 점점 저 부패한 권력의 실체를 까발리기 위해 다가가는 그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차달건의 일갈이 속 시원해지는 건 국가의 명령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는 우리 시대의 지엄한 정서가 깔려 있어서다.

 

“국가를 위해서 불철주야 수고 많으십니다. 뭐야 윤한기 민정수석도 와계시네? 야 기태웅이 정의로운 척 혼자 다 하더니 거기 붙어먹으니까 살만 하냐? 민재식 국장 야 넌 욕도 아깝다. 니들 다 엿 됐어 이 새끼들아! 내가 곧 박살내러 갈 거거든!”(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나의 나라’, 양세종의 아픔과 그 아픔을 바라보는 설현

 

세상에 설현의 연기에 가슴이 울컥해지다니. 어쩌면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의 시청자들은 적이 놀랐을 것 같다. 죽은 줄만 알았던 서휘(양세종)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한희재(김설현)의 눈은 한껏 커졌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희재가 안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서휘가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할 때, 한희재가 피 묻은 칼을 쥔 서휘의 손을 붙잡는다. 두 손을 꼭 쥔 손에 한희재가 그간 마음에 품어왔던 그리움과 연정, 걱정 같은 감정들이 묻어난다. 그리고 한희재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이 짧은 장면은 시청자들 또한 울컥하게 만든다. 그건 그 한희재의 시선에 서휘의 참혹한 운명이 담겨지기 때문이다. 서휘가 그간 겪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라. 가장 친한 동무였던 남선호(우도환) 때문에 사랑하는 동생을 두고 전장으로 나가야 했고, 요동 정벌군으로 나선 전장에서도 그는 오지 않는 지원군들에게 버려졌다. 그들은 지원은커녕 척살당할 위험 속에서 살아나왔다.

 

그렇게 살아 돌아와 자신을 전장을 내보낸 남선호의 아버지 남전(안내상)을 찾아가지만, 거기서 기억을 잃어버린 동생 연이(조이현)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이를 볼모로 자신을 수족으로 삼으려는 남전 앞에서 서휘는 동생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랑하는 한희재 역시 그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을 위한 삶은 없고 오로지 주변인들을 위한 삶만이 놓여 있으며, 그것도 칼이 난무하는 사지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그가 감당해야 하는 삶이다.

 

그 누구도 그 삶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심지어 동무인 남선호조차 그를 이용하려 하지만, 유일하게 단 한 사람만이 그 아픈 운명을 들여다보고 눈물을 흘려준다. 바로 한희재다. 모두가 죽었다고 말할 때도 믿지 않고, 애써 외면하려 하는 그를 붙잡아 세운다. 한희재가 서휘를 잡아 세우는 그 짧은 장면이 특히 먹먹해지는 건 바로 그 장면 하나에 담긴 이런 많은 이야기들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연기는 연기자의 연기력만으로 빛을 보는 건 아니다. 물론 베테랑 연기자들이야 제 아무리 엉성한 캐릭터를 갖고 와도 스스로 해석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좋은 연기는 그걸 받쳐주는 대본과 캐릭터를 만났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의 나라>는 이제 배우라 불러도 될 법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설현에게는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다. 한희재라는 캐릭터가 그의 연기 가능성을 끄집어내 줬으니 말이다.

 

한희재라는 캐릭터는 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가는 능동적인 여성이다. 특히 신덕왕후 강씨(박예진)를 보좌하는 모습에서는 대사 하나하나에도 매력적인 카리스마가 엿보인다. 남전과 팽팽한 기싸움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어린 세자를 바라는 건 비단 전하 뿐만은 아닌 듯싶다”며 남전의 야심을 정면에서 건드리며 “친절한 곁을 경계하십시오”하고 말하는 장면이나, “널 치마정승이라 부른다지”하고 남전이 말하자, “대감을 갓 쓴 왕이라 부른다더이다”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한희재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건 이를 소화해내는 괜찮은 김설현의 연기와 더불어 <나의 나라>라는 작품의 스토리 속에서 그 대사 하나하나가 캐릭터에 매력을 부여해서다. <나의 나라>에 김설현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간 너무 외모로만 부각되어 왔던 김설현이 아닌가. 하지만 그 선입견이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배우의 노력과 괜찮은 작품이 만나서 가능해진 일이다. 모쪼록 이 경험이 앞으로도 그에게 중요한 자양분이 되기를.(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하루’, 상투적인 스토리에 지쳤다면 이만한 드라마가 없다

 

마치 작가의 머릿속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평범한 학원물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갑자기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은단오(김혜윤)는 엉뚱한 상황 속에 자신이 옮겨져 있는 걸 발견한다. 여기서부터 이 드라마는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학원 로맨스물의 틀을 깨기 시작한다. 그 곳이 사실은 현실이 아닌 순정만화 속 세상이라는 게 밝혀지고, 딸깍 소리와 함께 다른 상황에 들어와 있는 걸 자각하게 된 건 은단오(김혜윤)에게 의식이 생겨서란다.

 

조금은 황당한 설정이지만, ‘비밀’이라는 제목의 만화 속에서 은단오가 주인공이 아니라 조역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드라마는 동력을 갖게 된다. 사실상 만화작가가 그려나가는 남녀주인공인 오남주(김영대)와 여주다(이나은)의 들러리로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깨닫게 된 것. 은단오는 그 운명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변화시켜보겠다 마음먹는다.

 

순정만화 속 세계라는 설정이지만 이들이 고등학생들이고 대부분의 사건이 학교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은 의식을 갖게 되고 변화를 꿈꾸는 은단오라는 인물의 안간힘에 의미심장한 상징성을 부여한다. 매일 같이 입시지옥의 현실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네 학생들의 삶이 그 순정만화 속 지극히 상투적이고 틀에 박힌 삶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 속에서 의식을 갖게 되고 자각하게 된 은단오의 운명을 거스르려는 이야기는 이런 현실적인 울림으로 다가온다.

 

흥미로운 건 의식을 갖게 된 인물이 은단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순정만화 ‘비밀’의 서브 남자주인공인 이도화(정건주)도 은단오처럼 자신이 만화 속 세계에 던져져 있다는 걸 알아채고, 은단오가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운)는 심지어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였지만 은단오에 의해 자신을 자각하고 이 상투적이고 틀에 박힌 세계를 함께 바꿔나가려 한다.

 

이름도 없고 말도 없는 하루 앞에 계속 “내 이름은 단오야 은단오”를 말하고 자신들이 함께 이 상투적인 순정만화 속 이야기를 바꿔보자고 말하면서 하루는 점점 변화한다. 말없던 인물이 말을 하기 시작하고, 단오에게 늘 상처만 주는 약혼자 백경(이재욱)과 대립하기도 하며 단오와 함께 조금씩 이 세계를 바꿔 나간다.

 

하지만 그렇게 조역과 엑스트라가 주어진 순정만화 속 운명대로 가지 않고 의지를 갖고 행동하게 되면서 이 세계의 스토리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를 이미 알고 있는 진미채(이태리)는 하루에게 그렇게 하면 엑스트라인 그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라고 경고하지만, 계속 은단오와 함께 세계를 바꾸려한 하루는 결국 사라져버리고 만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전형적인 학원로맨스 순정만화를 가져와 그 정해진 주조연과 이야기 속에서 조연과 엑스트라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틀에 박힌 이야기와 대결한다는 흥미로운 변주를 보여준다. 웹툰 원작이 갖고 있는 통통 튀는 상상력이 돋보이지만 고전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만화 속 세상과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 인물들이니 작가가 그려내는 운명대로 어쩔 수 없이 움직이면서도 갑자기 얼굴을 바꿔 그 상황이 한심하다고 말하는 단오의 모습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드라마 인물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이 낯선 세계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 중심축을 잡아내며 설득시키는 건 다름 아닌 은단오 역할의 김혜윤이 보여주는 놀라운 연기력이다.

 

이미 <스카이캐슬>을 통해 그 연기력이 만만찮다는 걸 예감했지만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김혜윤이라는 연기자가 얼마나 통통 튀는 매력과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소화해내는 연기자인가를 보여준다. 자칫 뻔하고 다소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학원로맨스가 그의 활력 넘치는 연기로 생기를 얻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우리가 늘상 학원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 등을 통해 봐왔던 그 틀에 박힌 구도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해준다. 또 의식을 갖고 자각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대비효과는, 의식 없이 입시지옥과 취업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조연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나아가 뻔하디 뻔한 드라마의 스토리와도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낸다.

 

그저 학원 로맨스겠거니 하고 넘길 드라마가 아니다. 드라마를 좀 봤다는 시청자들이라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드라마이고, 무엇보다 상투성을 깨는 이야기에서 통쾌함마저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물론 그건 김혜윤 같은 이 낯선 세계의 여행에 빠져들게 만드는 연기자가 있어 가능한 일이지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동백꽃’처럼, 보다보면 살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있다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의 위협 때문에 결국 옹산을 떠나려는 동백(공효진)이는 이삿짐을 싸기 위한 박스가 있냐고 조심스레 떡집 아주머니 김재영(김미화)에게 묻는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주머니는 얼굴이 어둡다. 돌아가려 하는데 아주머니가 동백을 부르고 무언가 한 가득 채워진 박스를 건넨다. “언니 여기 뭐가 많이 들었는데...” 아주머니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여기 뭐가 들었다고 그랴. 그냥 아무 소리 말고 그냥 가져가. 그 홍화씨는 관절에 좋아.”

 

박스를 들고 가는 동백에게 준기네 엄마인 박찬숙(김선영)도 슬쩍 박스에 담은 마음을 전한다. “동백아 우리집서도 어 박스 가져가.” 야채가게 아줌마 오지현(백현주)도 박스를 잔뜩 들고 오더니 말한다. “동백아! 박스는 배추박스가 제일 커.” 저마다 박스를 챙겨들고 나타나는 옹산 동네사람들을 보며 동백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그간 자신을 편견어린 시선을 바라봐 힘겹게 만들기도 했지만, 대놓고 욕을 하면서도 “김치는 가져가라”고 말하는 옹산 사람들에게서 동백은 따뜻한 정을 느낀다. 문짝에 떡하니 붙여놓은 ‘옹산 이웃 여러분 지난 6년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라는 글귀에 동백의 진심이 담기는 이유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다보면 까불이라는 희대의 연쇄살인범이 있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어쩐지 옹산 같은 곳에서라면 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어딘지 시골마을이 갖는 편견과 선입견 게다가 금세 구설수에 오르게 만드는 소문들이 살기에 불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뒤끝 없고 무엇보다 없는 삶을 너무나 잘 알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순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특히 그렇다.

 

이 부분은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들에게만 집중된 이야기가 아니라, 거기 함께 살아가는 단역들의 삶들 또한 주인공처럼 따뜻하게 그려내는 시선. 그래서 결국은 그 동네가 가진 훈훈함이 전해지고, 드라마를 보는 일이 마치 그런 동네에서의 한 시간을 보내며 힐링하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이 드라마가 가진 강력한 매력의 원천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남는 드라마들의 대부분은 이상하게도 그 동네가 떠오른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많은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JTBC <눈이 부시게>의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수다를 떨던 혜자네 행복미용실이 있던 동네가 그렇고, tvN <나의 아저씨>의 퇴근 후 술 한 잔에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리고 무엇보다 약자를 위해 모두가 출동하는 따뜻한 정을 느끼게 했던 후계동이란 가상의 동네가 그렇다.

 

이렇게 동네 자체가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란 결국 거기 사는 여러 사람들의 훈훈한 온기들이 소외되지 않고 전해졌다는 뜻이다. <동백꽃 필 무렵>은 그래서 이 훈훈함과 더불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훨씬 더 입체적인 드라마가 되고 있다. 주인공 한두 명의 존재감만을 집중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거기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OTT 블록버스터 시대, 드라마 ‘동백꽃’이 찾아낸 틈새

 

사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방영되기 전까지 KBS 드라마는 심각한 위기였다. 심지어 KBS 같은 공영방송에서 굳이 상업적인 드라마 출혈 경쟁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론까지 생겨났다. 그도 그럴 것이 KBS 드라마는 장르물 같은 새로운 트렌드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편성했지만, 연거푸 실패를 거듭했다. 2~3% 시청률에 머무는 드라마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동백꽃 필 무렵>은 이런 위기의 KBS 드라마의 상황을 단번에 뒤집어 버렸다. 첫 방에 6.3%(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서서히 시청률 상승이 이어지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드라마는 14.5%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모든 드라마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게다가 화제성도 뜨겁고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떻게 이런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걸까.

 

<동백꽃 필 무렵>은 최근 이른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가 열리면서 드라마에 있어서 점점 강박으로 다가오고 있는 대작, 물량공세, 볼거리, 세련된 장르물 같은 그 흐름에서 모두 벗어나 있는 작품이다. 그건 오히려 그 흐름의 정반대를 보여준다. 대작이라기보다는 소소한 작품이고, 물량공세를 했다기보다는 대본과 연기, 연출에 충실한 작품이다. 볼거리라고 해봐야 옹산이라는 가상의 동네의 따뜻한 시골 풍광 정도다.

 

게다가 세련된 장르물과도 거리가 멀다. 마치 농촌드라마를 보는 듯한 구수한 사투리에 정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가득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물론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이라는 캐릭터를 투입해 멜로에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효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이 드라마는 스릴러 장르라기보다는 휴먼드라마에 가깝다.

 

<동백꽃 필 무렵>은 그 소외된 이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라는 드라마의 메시지와 똑같이, 이런 조금은 규모가 작아 소외된 드라마라도 무엇보다 절절한 진심을 전하는 드라마에 대한 응원이 담겨 있다. 따라서 <동백꽃 필 무렵>의 성취는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OTT 시대에 글로벌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OTT 시대에 어울리는 글로벌한 작품으로 tvN <미스터 션샤인>이나 SBS <배가본드> 같은 대작 드라마들이 기획되는 게 당연하다 여겨지곤 하지만, 결코 대작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동백꽃 필 무렵>이 찾아낸 틈새는 보여준다. 글로벌을 얘기할 때 오히려 로컬에 충실하고 인물에 더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글로벌한 공감대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걸 <동백꽃 필 무렵>은 예감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넷플릭스에서 투자해 제작된 <좋아하면 울리는> 같은 드라마도 결코 물량 공세나 볼거리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보다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드라마가 전하려는 진심어린 메시지, 그리고 그걸 구현해내기 위한 충실한 대본, 연출, 연기의 완성도가 오히려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동백꽃 필 무렵>은 KBS라는 공영방송의 플랫폼에도 최적화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어정쩡한 장르물보다는 휴먼드라마가 훨씬 KBS 고정시청층에 소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지지’가 메시지로 채워져 있어 이 드라마는 폭넓은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동백꽃 필 무렵>은 OTT 시대를 맞아 ‘규모’에만 집중하는 드라마의 시선을 한 번쯤 재고해보게 만들고, 이 변화의 시기에도 저마다의 플랫폼에 맞는 시도 또한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OTT 시대, 채널은 백화점보다 전문점이 되어야 산다

 

새롭게 방영되고 있는 OCN 토일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은 겨우 2%대 시청률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대중들의 보편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말하긴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의 거짓말>은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스릴러가 엮여져 있어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야기를 놓치기 십상인 드라마다. 이건 기존 TV 시대의 드라마 시청 패턴과는 다르다. 차라리 영화에 가까운 몰입을 요구하는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이라는 모호한 제목은 도대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알아채기가 어렵다. 한 저명한 정치인이 사고로 위장된 채 죽음을 맞이했고, 그 사위가 실종되었다. 그 죽은 정치인의 딸이자 실종된 자의 아내인 김서희(이유영)는 남편을 살리고 싶다면 아버지를 대신해 국회의원이 되라는 협박메시지를 받고 원치 않은 선거에 나서게 된다.

 

한가롭게 시골로 내려가 지내려던 조태식(이민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위는 처음에는 이 사건을 귀찮아 하다가 점점 모든 게 거짓으로 위장되어 있다는 의심을 품으며 사건 깊숙이 들어간다. 실종된 김서희의 남편과 사망한 그의 아버지가 사건을 당하기 전 함께 호텔에 묵으며 무언가를 계획했었고, 그들의 사건에 정치적 적들이 개입되었을 거라는 심증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 드라마는 그 사건으로 무얼 얘기하려는 걸까.

 

<모두의 거짓말>은 이제 하나의 패턴이 되어 어느 정도의 고정적인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른바 OCN표 드라마의 색깔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OCN드라마는 대부분이 스릴러와 추리가 더해진 장르물들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OCN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무비 드라마’를 시도해왔고, 최근에는 ‘드라마틱 시네마’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걸기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타인은 지옥이다>나 <트랩>이 ‘드라마틱 시네마’라는 타이틀로 방영된 드라마들이다. 3번째 드라마틱 시네마는 <번외수사>라는 작품으로 역시 OCN이 추구하는 스릴러 장르가 이어질 전망이다. 과연 이게 드라마가 맞아 하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유혈이 낭자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쏟아져 나오며, 그래서 때론 19금을 거는 일이 잦기는 하지만 바로 그래서 OCN은 채널의 색깔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시즌제로 만들어진 <보이스>나 <구해줘> 같은 드라마는 그래서 미처 어디서 하는 드라마인지 확인하지 않고도 딱 OCN표 드라마라는 걸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됐다. 다소 잔인하고 자극적인 스릴러와 장르물이지만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연출이나 대본에 있어 완성도가 높고 게다가 죽고 죽이는 이야기 속에 저마다의 선명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넷플릭스 같은 거대 공룡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경험한 시청자들이라면 OCN표 스릴러가 저 해외의 스릴러들과 비교해 전혀 빠지지 않는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예를 들어 <손 더 게스트> 같은 작품은 미드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토속적이지만 해외에서도 보편적으로 통할 한국적 스릴러의 맛을 보여준다. <타인은 지옥이다>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제 막 열리고 있는 OTT 시장으로 채널들이 전반적인 위기상황을 맞고 있지만 OCN만큼은 여기서 빗겨나 있다 말하기도 한다.

 

OTT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 채널들이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보면, OCN이라는 채널이 하나의 답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제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채널이 차려놓고 모든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끌어 모으겠다는 건 점점 무모한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대신 한 가지에 충실한 전문점들이 콘텐츠 맛집으로 세워질 때 오히려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OCN표 드라마는 향후 채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나의 나라’, 역사적 인물만큼 양세종과 우도환이 주목된다는 건

 

최근 사극은 역사의 무거운 옷을 벗은 지 오래다. 그래서 심지어 로맨스 판타지가 사극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서 사극이 갖고 있는 무게감도 사라져버렸다. 가벼운 로맨스 사극은 그래서 사극이라기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사극 버전처럼 보이는 면이 생길 정도다.

 

이런 달라진 상황 때문일까.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는 특별한 사극으로 다가온다. 그간 사극이 역사를 따라가는 정통사극으로 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여기서 벗어난 퓨전 혹은 판타지로까지 가는 극단적 현상을 보이는 와중에 이 작품은 역사와 상상력의 균형점을 적절히 맞춰내고 있어서다.

 

역사는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려 말 조선 초의 ‘개국 시기’다. 이성계(김영철)가 위화도회군을 통해 정권의 실세로 등장하고, 이로써 조선 개국이 이루어질 시점이 갖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저마다의 욕망’이 이 사극에는 그래서 어른거린다. <나의 나라>는 이성계가 주창하는 적폐 청산과 새로운 나라에 대한 욕망이 담겨지고, 여기에 만만찮은 호적수로 등장하는 그의 아들 이방원(장혁)과의 팽팽한 대결구도 또한 들어가 있다. 결국 드라마는 역사 속 이성계의 개국과 훗날 실세로 등장할 이방원이 거행할 왕자의 난의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나의 나라>는 이 드라마만이 전하는 상상력의 확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말선초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휘(양세종), 남선호(우도환) 그리고 한희재(김설현)이라는 젊은 인물들의 욕망을 더해 넣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팽형을 당했다는 사실로 누이 서연(조이현)을 보살피며 핍박을 받아온 서휘와, 어려서부터 그를 도와온 친구지만 남전(안내상)의 서얼이라는 이유로 어머니는 자결하고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남선호(우도환)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엇갈린 운명이 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 적절히 연결되어 있다. 또한 이 사이에 얽혀든 한희재라는 인물과의 운명적인 사랑까지.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남선호로 인해 서휘는 모든 걸 잃고 요동정벌군으로 끌려가고, 결국 위화도 회군이 결정되면서 이성계는 그 정벌군들을 모두 척살하라 명령한다. 그 명령을 받고 정벌군을 죽이러 들어갔던 남선호가 서휘를 다시 만나는 상황은 이들 간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구성해냈다. 결국 선호는 서휘를 구하고, 서휘는 죽을 위기에 처한 선호를 구해낸다.

 

한편 사랑하는 서휘가 자신이 모아온 정보에 의해 정벌군으로 끌려가게 되자 기방에서 나와 홀로 힘일 키우겠다 마음먹은 한희재가 훗날 신덕왕후가 될 강씨 부인(박예진)을 찾아가 함께 죽을 위기를 넘기는 과정도 역사적 사실 속에 작가가 더해 넣는 상상력의 재미가 아닐 수 없다. 한희재는 그렇게 강씨 부인의 마음을 얻어 복수를 위해 힘을 갖겠다는 자신의 욕망에 한 걸음 다가간다.

 

위화도 회군으로 이성계가 정권을 잡고 집으로 돌아온 서휘는 누이 동생 서연이 죽은 줄 알고 남전의 집을 찾아가지만 거기서도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서연이 오빠가 끌려갈 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채 남전의 집에서 딸처럼 살아가고 있던 것. 결국 서휘는 그것이 자신을 부리기 위한 볼모라는 걸 알아채고, 남전의 집에서 발견한 문양이 죽은 아버지의 갑옷에서 나온 종이 속 문양과 같다는 걸 통해 아버지의 운명과 자신의 운명이 겹쳐지고 있다는 걸 예감한다. 어쩌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남전이 이용하다 버림으로써 생겨난 일일 수 있다는 것.

 

<나의 나라>는 여말선초의 역사적 사실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제목에 굳이 ‘나의’라는 관점을 부여한 것처럼 역사 바깥에 상상력으로 세워놓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저마다의 욕망들이 흥미롭게 부딪치고 있다. 오랜만에 사극에서 보게 되는 역사와 상상력의 균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역사가 주는 진중한 무게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극적 사건들이 남다른 흥미로움을 주는 건 바로 그 균형 때문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정반대로 가는 ‘천리마마트’, B급의 반격인가

 

“인생 토너먼트 탈락자. 팔린 들 어떠하리, 안 팔린 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와 같이 맘 편하게 팔아보세.” 갑자기 ‘수라묵’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시세의 세 배나 되는 가격의 묵을 마트에서 파는 걸 반대하는 문석구(이동휘) 점장에게 정복동(김병철) 대표는 뜬금없이 ‘하여가’를 패러디한 시조 글귀로 그렇게 말한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있다고 문석구는 말하지만, 정복동은 팔리니 안 팔리니 걱정 말고 맘 편하게 팔아보라 한 것.

 

그런데 이 얼토당토않은 정복동의 지시는 엉뚱하게도 천리마마트에 또 다른 대박을 안겨준다. 늘 싸게만 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묵 제조업 사장님이 세 배의 가격을 쳐주겠다고 하자, 가격이 아닌 최고의 품질을 가진 묵을 만들겠다 결심하고 결국 가업의 비기였던 ‘수라묵(임금님이 먹고 빠져버렸다는)’을 내놔 세 배 가격에도 대박을 쳤던 것. 심지어 외국인들까지 몰려들어 천리마마트는 문정성시를 이뤘고, 정복동은 대통령 표창까지 받게 됐다.

 

이것은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현실이라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하면 최저가격을 맞출 것일까만을 고민했을 게다. 실제로 대형마트에 가서 우리가 늘 발견하는 건 자신들의 매장이 가장 싸다는 주장들이 아닌가. 하지만 천리마마트는 정반대로 간다. 차라리 망하기를 작정한 듯 보이지만, 그런데 의외로 장사는 대박이 난다.

 

이런 일은 천리마마트로 좌천되어 정복동 대표가 오면서부터 계속 벌어지는 일들이다. 말도 안 되는 이들을 정직원으로 모두 채용하고, 그잖아도 적자에 허덕이는 마트에 최대한 비용을 아끼지 말라고 정복동은 지시한다. 문석구는 그 때마다 현실적으로 그건 안 되는 일이라고 말리지만 모든 일들은 의외로 잘 풀리고 심지어 대박이 난다.

 

물론 이런 일은 현실에선 결코 벌어지지 않는 일이다. DM그룹 같은 대기업이 아예 대놓고 방치하고 있는 자그마한 마트는 그냥 내버려둬도 망하는 게 현실일 게다. 하지만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는 이 마트를 망하게 하기 위해 권영구 전무(박호산)와 김갑(이규현)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권영구 전무는 문석구에게 본사 발령을 미끼로 정복동을 배신하라 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정복동은 또 의외로 그럴 수 없다 말하고, 권영구가 자신 아니면 정복동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때 둘 다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말로 혼란에 빠뜨린다.

 

<천리마 마트>의 이런 황당함은 B급 정서가 담긴 병맛 코미디에서 나온다. 이 드라마는 이른바 A급들이 말하는 전형적인 서사나 캐릭터 또는 전형적인 성공방정식을 모두 무시해버린다. 저 상황에서는 반드시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철저히 반대로 행하거나 선택하면서 그런 전형적 사고를 무너뜨린다. 그러면서 그런 선택으로도 오히려 대박나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아마도 우리는 가진 자들이 내세우는 그들의 법칙이나 상술에 지쳤던 게 아닐까.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그 황당함에 저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고 있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게 생존경쟁이고 이쪽이 아니면 저쪽이며, 누군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선택들이 난무하는 현실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보니, “이런 들 어떠하리 저런 들 어떠하리”라 말하는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B급 정서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게 아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동백꽃’이 까불이라는 사회적 공포를 활용하는 방식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옹산에 들어와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하며 아들을 부양하는 미혼모 동백(공효진)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여러 차례 범인을 검거하며 경찰이 된 황용식(강하늘)의 멜로가 주요 스토리다. 도서관에서 본 후 첫 눈에 반해 동백을 따라다니며 구애하는 황용식을 애써 밀어내다 대책 없는 그 돈키호테식 직진에 결국 동백은 마음을 열고 이제 달달한 관계가 시작되려던 참이다.

 

그런데 드라마 첫 장면에 들어가 어딘지 불안감을 만들었던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마의 그림자가 달달한 멜로에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다. 까멜리아의 벽에 낙서로 쓰인 ‘까불지 마라’는 글귀가 어떤 불안감을 주더니 이제 벽면에 커다란 글씨로 ‘까불지 말라고 했지.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너를 매일 보고 있다’고 쓰인 경고 메시지에 동백은 애써 강한 척 했던 그 면모마저 무너져 내렸다. 자신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 버텼지만 아들 필구(김강훈)마저 위험해질까 두려운 동백은 “옹산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까불이라는 존재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분위기는 달달한 멜로에서 소름끼치는 스릴러가 덧씌워졌다. 물론 까불이를 잡겠다고 옹산 사람들을 만나 탐문수사를 하는 황용식과 마을사람들의 엉뚱함은 여전히 유쾌한 웃음을 주지만, 이제 공개적으로 경고를 해대는 까불이의 섬뜩한 메시지는 시청자들도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는 임상춘 작가는 동백과 황용식의 구수하고 달달한 멜로에 까불이라는 섬뜩한 존재를 끼워 넣었을까. 그건 먼저 멜로가 갖는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드라마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인다. 황용식이 경찰이라는 사실과 동백이 까불이의 연쇄살인에서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라는 사실은 두 사람의 멜로가 이 사건 해결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지점이다.

 

사실 황용식이 동백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졸졸 따라다닌 것도 바로 그 까불이라는 공포의 존재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게다가 이제 황용식은 두려움에 옹산을 떠나려는 동백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까불이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멜로에 이만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데 까불이라는 설정은 그만큼 효과적이었다는 것.

 

또한 그간 친근했던 마을 사람들 중 까불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누가 까불이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이미 시청자들은 다양한 저마다의 추리를 내놓고 있다. 동백의 가게에서 일하는 향미(손담비)가 까불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향미가 다른 의도로 실제 까불이를 흉내내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오랜만에 갑자기 돌아온 동백의 엄마(이정은)도 의심스럽고, 까멜리아에 CCTV를 달아주었던 철물점을 운영하는 흥식(이규성)도 시청자들의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누가 까불이인지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런 관심과 궁금증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 드라마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까불이라는 존재를 끼워 넣은 건 이 드라마를 그저 사적인 멜로에만 머물게 하고 싶지 않았던 뜻이 있지 않을까 싶다. 까불이가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그 정감 넘치던 옹산 사람들을 하나하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었다.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은 보는 대상을 이토록 다르게 보게 만든다. 이것은 <동백꽃 필 무렵>이 동백과 황용식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공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어려서는 고아로, 나이 들어서는 미혼모에 술집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동백은 한 평생을 편견과 선입견의 굴레 속에서 살았다. 그래서 잔뜩 주눅 든 채 살아가는 동백에게 다가온 황용식의 사랑은 그저 사적인 사랑을 넘어 그 편견과 선입견을 깨주는 공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자신과 달리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편견과 선입견의 시선을 보내는 걸까. 그건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까불이라는 존재는 바로 그 불안감이 만들어내는 편견과 선입견의 시선을 구체화해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불안의 근거일 수 있는 까불이만 사라지면 사라져버릴 비뚤어진 시선들인 셈이다. 그래서 모두가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가운데 황용식이 그 까불이를 잡겠다 나서는 그 대목은 동백에 대한 사랑이면서, 그 불안감과 거기서 비롯되는 편견, 선입견에 맞서는 공적 정의의 의미를 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과 황용식의 사랑이야기를 여타의 멜로와 달리 절절하게 보게 된 건, 그 사적 멜로에 공적 의미들이 담겨 있어서였다. 편견 때문에 자신의 소중함을 폄하하며 근근이 버텨내며 살아가던 동백에게 그 소중함과 귀함을 일깨워주는 사랑. 이 작품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절묘한 작가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tvN도 어쩔 수 없나, 기획은 좋은데 내용은 영

 

애초 기대감은 꽤 컸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기대감이 꺾이더니 이내 배신감이 느껴진다. 최근 tvN에서 주중에 방영되고 있는 두 드라마, <위대한 쇼>와 <청일전자 미쓰리> 이야기다. 그간 어느 정도 완성도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된 tvN 드라마지만, 이 두 작품을 보다보면 tvN도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대한 쇼>는 시작이 괜찮았다. 위대한(송승헌)이라는 승승장구하던 젊은 정치인이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 때문에 ‘국민패륜아’가 되어 낙마하고, 다시 정치일선에 복귀하기 위해 자신의 딸이라며 나타난 한다정(노정의)과 아이들을 부양하는 ‘정치쇼’를 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물론 그 정치쇼는 점점 진짜 가족의 면면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지만.

 

정치쇼와 가족 소동극을 엮어 지금의 달라진 대안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또 중간 중간 미혼모 문제나 낙태, 학교 내 집단 따돌림 문제 같은 사안들을 담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위대한 쇼>는 어딘지 이야기가 진척되어간다기보다는 적당한 위기와 쉬운 해결을 반복하는 지지부진함으로 빠져들었다. 공천을 받느냐 못받느냐 하는 상황과 한다정이 친딸이 아니라는 일종의 ‘출생의 비밀’ 코드 같은 걸로 한 회가 채워진다. 코미디라고 해도 그 내용에 있어서는 치열해야 할 텐데 드라마가 너무 한가롭다는 느낌마저 든다. 결국 기대감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청일전자 미쓰리>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애초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해도 직장 내 말단 경리직원 이선심(이혜리)이 사장이 되어 벌어지는 시원한 반전 코미디 드라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시작되자 이 드라마는 갑질에 망하기 일보직전에 처한 청일전자 사람들의 짠내 가득한 이야기로만 채워진다. 그저 착하기만 한 선심이 이 위급한 회사를 의외의 능력을 발휘해 살려낼 거라는 기대감을 갖기도 어렵게 됐다.

 

그나마 믿고 있던 유진욱 부장(김상경)도 결국 사표를 썼다. 그는 다시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사표를 쓰게 되는 과정이 한 회로 거의 채워졌다. 무언가 새로운 반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또 그렇게 한 회가 지나가는 걸 보며 애초 <청일전자 미쓰리>라는 드라마를 오인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건 사이다 코미디가 아니라 고구마만 가득한 지지부진한 드라마라고.

 

어째서 tvN처럼 괜찮은 기획력의 드라마들을 계속 포진해온 채널에서 연달아 이런 드라마들이 나오게 된 걸까. 그건 기획만 괜찮고 내용은 그걸 따라가 주지 못하는 시스템의 문제는 아닐까 싶다. 물론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 기획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그 기획도 결국 작품으로 내용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운 일이다.

 

애초의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감이 나아가 배신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일 게다. tvN 드라마가 그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기획만이 아닌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내공 있는 작가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2~3% 정도로 평타를 치는 시청률이 나온다고 만족할 일이 아니라.(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