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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싱어게인', 오디션 이젠 유무명을 가리지 않는 건

 

tvN의 포크 오디션 프로그램 <포커스>에 유승우가 나왔을 때 그 오디션에 참가한 다른 출연자는 "혹시 이거... 축하무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럴 법한 상황이다. 이미 <슈퍼스타K4>에서 톱6에 들었던 가수고, 정규 앨범 2장과 4장의 미니 앨범, 12장의 싱글앨범은 물론이고 다양한 OST로도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가수가 아닌가.

 

그런 그가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아 당락이 결정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건 포크라는 통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는 그 장르를 통해 초심을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아마도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승우 같은 출연자가 나오면 "반칙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올 법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오히려 반색하는 분위기다.

 

<포커스>에는 유승우 말고도 이미 유명한 가수들이 다수 그 무대에 올랐다. 인디나 다운타운가에서 이미 유명한 가수들이 그들이다. 무소속프로젝트에서 우승한 밴드 동네, JTBC <슈퍼밴드>에 나와 독특한 보이스컬러로 유명해진 기프트, 카더가든의 피처링부터 <미스터 션샤인> OST에도 참여했던 오존, 3년 간 앨범 8장을 발매하며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들의 지지를 받는 김수영 등등. 이렇게 이미 유명한 가수들이 오디션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런 분위기는 JTBC <싱어게인>에서도 발견된다. '무명가수전'이라고 기치를 내걸고 있고 그래서 가수 이름이 아니라 '몇 호 가수'로 불리며 무대에 올라오는 이들은 그러나 노래를 듣고 나면 무릎을 칠 정도의 유명가수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 러브홀릭의 메인보컬이었던 지선이 그렇고 재주소년 박경환, JTBC <팬텀싱어3>에 나왔던 연어장인 이정권, 자전거를 탄 풍경의 김형섭, SBS <K팝스타> 출신 최예근, 뮤지컬 배우 쏘냐, <SKY 캐슬> OST로 유명한 하진, 크레용팝 초아 등등. 얼굴은 낯설지만 노래만 들으면 단박에 떠오르는 출연자들이 줄줄이 무대를 잇는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무명가수들 중에 독보적인 보이스와 매력으로 주목을 끄는 이들이 등장한다. <싱어게인>에서 통기타 하나로 한영애의 '여보세요'를 자기만의 스타일과 편곡으로 소화해낸 63호 가수나 박진영의 'Honey'를 마치 밀당하듯 맛깔나게 부른 30호 가수가 그렇고, <포커스>에서 레드벨벳의 '배드 보이'를 편곡해 부른 송예린이나 밴드 양반들의 보컬로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록 버전으로 부른 전범선 같은 가수가 그렇다.

 

하지만 이들 무명가수들과 더불어 이미 잘 알려준 유명가수들까지 오디션에 함께 올라오는 건 작금의 달라진 가요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때문에 설 무대가 없어진 것도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미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유명해졌다고 해도 무명가수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현실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게 이 변화된 분위기 속에는 녹아 있다.

 

나아가 무명과 유명 혹은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 또한 여기에는 들어가 있다. 이제 유튜브 등을 통해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프로 뺨치는 이들이 나오고 있는 시대다. 그러니 아마추어들의 무대로 여겨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프로들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들이 서는 일이 그다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저 경쟁만을 내세우고 그래서 누가 1등을 하느냐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그 형식을 차용해 음악에 집중하려는 경향은 유무명을 가리지 않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음악은 어쩌면 더더욱 필요해졌지만, 실제 가수들이 설 무대가 없어졌고 그래서 이를 접할 관객들의 기회도 사라진 현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래서 그 형식을 빌어 다양한 음악들이 설 자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무명 가수들을 구분하지 않고.(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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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있다'와 '가짜사나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이거다

 

보통 군사 훈련은 지시하는 자와 따르는 자가 나뉘어 있다. 물론 아주 조금 교관이 시범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교관은 지시하고 교육생(훈련생)들은 이에 따른다. 거기에는 이른바 상명하복, 군기 같은 군대식 규율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바로 이 지점은 군대 훈련을 소재로 담는 프로그램들이 갖는 가장 큰 불편함이다. 육체적 고통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자율적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타율과 강압에 의한 것인가 하는 지점.

 

tvN <나는 살아있다>는 시작 전부터 이 프로그램이 '군사훈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대신 이 프로그램은 '생존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습득시켜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끈 박은하 교관은 방영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는 살아있다>는 '여자판 <가짜사나이>'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후, "<가짜사나이>는 일반인들에게 특수부대의 훈련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나는 살아있다>는 일반인들에게 생존에 대한 지식과 기술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물론 박은하 교관이 알려주는 생존 기술 역시 군 특수부대의 훈련에서 나온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재난 생존에 있어서도 멘탈 강화와 기본적인 체력 단련은 필수적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살아있다>는 처음 도심생존에서 불을 피우거나 물에 빠진 차에서 탈출하고 또 불이 난 건물에서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는 '생존법'을 알려주며 그 차별점을 보여줬지만 바다로 나가 자연에서의 생존법을 알려주는 대목에서는 몸의 근육을 풀어주고 기초체력과 정신력을 강화해주기 위한 방식으로서 목봉 체력단련 같은 군사훈련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 마지막으로 무인도에서 출연자들끼리 생존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전 멘탈을 강화하기 위해 한 듯한 바닷물에서 하는 훈련은 가학성 논란을 일으켰던 <가짜사나이2>의 영상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초반 <나는 살아있다>의 차별점에 반색하던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결국은 유사한 군대예능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산악 생존 훈련'에서 6인의 교육생들이 2인1조로 10kg 쌀 포대를 지고 1052m 마산봉 고지를 오르는 과정에서 박은하 교관이 교육생들과 함께 20kg 쌀 포대를 혼자 지고 오르는 모습은 <나는 살아있다>가 가진 차별점을 몸소 보여준 면이 있다. 말로 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도 도전에 함께 참여하는 건 군사 훈련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 중간 쉬는 지점에서 헬멧 교관이 등장해 장기자랑(?)을 보여준다거나, 교관과 교육생이 허벅지 씨름 같은 게임을 통해 실내 취침과 야전에서의 취침을 결정하는 모습도 군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여장군 김민경이 허벅지 씨름으로 교관을 간단하게 이기고, 교관이 룰대로 야외 취침을 하는 장면은 이 생존 훈련에 담겨진 자율성을 잘 드러낸다.

 

군대(혹은 군사훈련)를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가장 의아하게 여겨지는 건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교관들이 어째서 자신들은 그 훈련에 몸소 참여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말로 명령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하며 그것이 멘탈 훈련의 하나라고 변명하는 방식은 실제 군대에서도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구악이다. 들여다보면 훈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훈련 방식들이 과거의 군대 방식의 상명하복 구조를 그대로 갖고 있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이 문제라고 여겨진다.

 

야전에서의 생존법은 아무래도 군사 훈련에서 더 효과적인 노하우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노하우가 효과적이라고 해서 일반 대중들이 모두 군사 훈련의 방식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똑같은 훈련도 보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박은하 교관이 직접 교육생들과 함께 도전에 참여하는 그런 방식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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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의 미덕,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질문은 사실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이런 질문을 못 던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철학적인 문제이고, 하나의 답을 제시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이 질문을 주제로 가져온다는 지난주 예고에 드는 느낌은 부담감이 아니라 기대감이다. 어떤 이들이 출연해 무슨 이야기로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삶에 대해 저마다의 답변을 들려줄까에 대한 기대감. 다소 어려운 주제도 이렇게 쉽게 풀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만의 강점이다.

 

그 강점은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데서 나온다. 즉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지만 고시원 생활에 지쳐 스물일곱 살에 고향 옥천으로 내려왔다가 덜컥 6년 째 정착하게 된 이종효 카페 사장의 이야기는 그가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공식질문에 답한 "사계절이다"라는 말에 딱 부합되는 것이었다.

 

그 사계절 동안 긴 장마, 태풍이 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꽃이 피는 봄과 찬란한 여름 아름다운 가을 그리고 따뜻한 겨울이 있다는 것. 지쳐 내려온 고향에서 아버지를 따라 딸기농사를 공부했다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른 길을 찾던 중 카페를 차려 또 다른 인생을 열었다는 이종효 사장의 이야기는 바로 삶의 사계절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 초대 손님으로 출연한 정신과 전문의 김지용은 그 공식질문에 "어쩌다"라고 답했다. 지난 회의 주제이기도 했지만 그가 '어쩌다'라고 답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그것이 그 분들의 탓이 아니라는 것. 그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때론 어쩌다 다시 좋아지는 그런 시기가 온다는 것. 정신과 전문의로서 들려줄 수 있는 삶에 대한 통찰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아마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릴 듯 싶은 월호 스님은 '아바타'라는 개념으로 집착을 버리라는 말씀을 전했다. 인간이 불행해지는 이유가 행복해지려 하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답을 내놓은 스님은, 불가의 가르침 속에 담긴 것처럼 행복이 아닌 안심(편안한 마음)을 추구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나도 너도 우린 모두 아바타'라는 말로 우리가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했다.

 

IMF 외환위기 때 1억으로 156억을 번 강방천 회장은 남다른 경제관념과 투자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피력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엉뚱하게도 "쌀 때 사는 것"이라는 답변을 농담처럼 내놓은 강방천 회장의 이야기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그만의 소신이 담겨 있었다. 그저 주식만을 보는 게 아니라 그것이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일상을 봐야 한다는 것. 거기에 성공적인 투자의 열쇠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공유의 등장은 아마도 유재석과의 친분이 가장 컸겠지만 그 역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변으로 에릭 핸슨이 쓴 시를 들려줬다. 류시화 시인과의 통화를 통해 그 시를 알게 됐다는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로 시작하는 그 시는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으로 끝을 맺는다.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주인공으로 남다른 이미지를 가진 그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공유가 보여준 모습은 공지철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소탈하고 내성적인 모습이었다. 그가 들려준 시의 이야기가 더더욱 묘한 울림을 준 건 누군가에 보여지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그와 진짜 자신이 다르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배우라는 직업을 긍정하는 그의 모습과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 때문에 특정한 인물군을 통한 주제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스토리텔링 되고 있다. 그 주제는 때로는 삶과 죽음을 질문할 정도로 진지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질문의 무게에 질식되지 않고 발랄한 웃음과 어우러질 수 있는 건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해지는 답변을 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답들을 통해 다양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주는 위안과 공감은 충분하니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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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이 담아내는 코로나 시국의 요식업계 변화들

 

"배달이 지금 장난이 아니죠. 일반 식당이 배달을 주력으로 바꾼 데도 많고... 배달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배달이 그전에는 배달에 대한 컴플레인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 배달을 하고 나면 리뷰 관리를 잘 해야 돼요." 코로나 시국 때문에 식당들이 비대면을 고민하면서 점점 늘고 있다는 배달 이야기를 꺼내며 백종원은 이제 리뷰 관리, 별점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별점테러'라는 용어처럼 얼토당토않은 배달후기들도 등장한다는 것.

 

배달이 많아진 요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고객들의 평가와 후기가 더욱 민감해진 현실을 반영해 소개한 엉뚱한 후기들은 백종원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실소하게 만들었다. 본래 치즈볼을 3개 주는데, 사람이 넷이라며 4개 주실 순 없냐고 주문했는데 3개가 와서 살짝 삐졌다는 후기나 자신이 삼선짬뽕 대신 삼선짜장을 잘못 클릭해놓고 사장님이 그걸 못 알아차렸다며 센스가 부족하다는 후기 정도는 그래도 애교수준이었다.

 

치킨 한 마리 시키면서 7명이 먹으니 좀 많이 달라거나, 치킨 핫 크리스피를 시켜놓고 뜨겁다는 뜻의 핫이 아니라 맵다는 뜻의 핫이라 실망했다는 후기, 심지어 파워블로거라며 갖가지 요청사항을 넣으며 은근히 압력을 넣는데다, 나아가 다른 식재료 심부름을 같이 시키는 비상식적인 주문까지 있었다. 그것이 비상식적이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별점테러'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친절하게 응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전국의 요식업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 식당들을 담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당연히 그 현실의 변화들을 투영해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가정시장편에서 배달에 대한 소재들을 담아낸 건 그래서 주목된다. 황당한 고객들의 요청사항이나 배달후기를 알려주며(다음에는 사장님들의 황당한 대응도 소개한다고 한다)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후기와 별점이 상식적으로 운용되기를 바라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담겼다.

 

또한 이번 사가정시장편에는 아예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김치찌개집이 소개되고, 솔루션이 제공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달음식 베스트에서 한식으로는 김치찌개가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체크하고, 그 집을 찾아간 백종원은 배달음식에 어울리는 솔루션을 내놓기도 했다. 즉 김치찌개 전문점으로서 특화된 찌개 메뉴를 하나 더 내놓을까 아니면 찌개는 그대로 맛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특징적인 사이드 메뉴를 개발할까를 고민하는 이 집 청년들에게 백종원은 사이드 메뉴를 추천하며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즉 배달음식으로서 김치찌개를 특화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김치찌개를 시키면서 또 다른 찌개를 같이 시키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김치찌개를 기본으로 하고 이 집만의 특징적인 사이드 메뉴(반찬 포함)를 고민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선택을 할까 갑론을박하던 청년 사장님들은 백종원의 명쾌한 설명에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다음 주 예고편에는 무려 28종의 반찬을 준비해놓은 모습이 등장해 반색하는 백종원의 모습이 예고됐다.

 

사실 코로나 시국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거리두기는 요식업계로서는 엄청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이들 음식점들을 살려내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 달라진 시국에 요식업계의 변화를 적극 반영해 담는 노력은 시청자들에게도 또 요식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더 깊은 관심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싶다. 또한 배달이라는 새로운 비대면 문화를 맞이하고 있는 대중들이나 요식업계 종사자들 모두가 바람직한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접근방식이 아닐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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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야구 말구', 스포츠와 예능 모두 잡은 박찬호와 이영표

 

KBS <축구 야구 말구>는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는 스포츠 예능들과 비교해보면 '미니멀'한 느낌을 준다. 일단 출연자와 기획이 단출하다. 박찬호와 이영표. 두 사람이 간단하게(?) 훈련을 받은 후 전국에 있는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한 수 배우는 것이 그 콘셉트다.

 

생활체육을 모토로 가져왔던 KBS <우리동네 예체능>과 비교해 보면 <축구 야구 말구> 스케일이 훨씬 작다. 하지만 스케일이 작다고 해서 그 재미 역시 적은 건 아니다. 모든 걸 줄이고 대신 박찬호와 이영표에 집중하기만 해도 의외로 빵빵 터지는 재미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물론 그 제목은 축구, 야구가 아닌 생활체육을 지향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지만, 박찬호와 이영표가 첫 만남에 야구를 앞에 쓸 것이냐 아니면 축구를 앞에 쓸 것이냐는 두고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결국 논리로는 답이 나올 수 없어 공기로 대결을 벌여 이영표가 이기는 바람에 제목이 그렇게 정해졌지만, 이들의 묘한 경쟁과 대결구도는 이 프로그램이 느슨해지지 않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레전드는 역시 다른 분야에서도 통하는 게 있는 것일까. 놀랍고도 흥미로운 건 박찬호와 이영표가 처음 배웠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습득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친 이형택은 곧바로 두 사람이 랠리를 벌이는 걸 보고 감탄하고, 박찬호가 투구하듯이 서브에 스핀을 넣는 모습에 "레전드는 다르다"는 걸 토로한다. 배드민턴을 가르친 이용대는 수박을 셔틀콕으로 수박을 깰 수 있다며 그걸 실제 보여줌으로써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더 놀라웠던 건 박찬호도 이영표도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었다.

 

탁구를 가르치러 온 유승민은 보통 6개월은 해야 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척척 해내는 박찬호와 이영표에 놀라고, 10점을 잡아주고 한 경기이긴 했지만, 두 사람이 복식으로 한 경기에서 지고는 그들의 남다른 운동 능력을 칭찬했다. 관찰력이 남다른 이영표는 금세 습득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남다른 투지를 가진 박찬호는 안 되도 여러 시도를 통해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

 

두 사람만 서 있으면 어딘지 딱딱할 것 같은 분위기를 오마이걸 승희가 중간에 자리에 부드럽게 해주고, 마치 여동생처럼 이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찐 리액션을 더해준다. 그러니 그 현장의 놀라움이 승희의 표정과 말, 비명소리(?)에 고스란히 묻어 전달된다.

 

그런데 이들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초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재미와 의미를 선사한다. 물론 박찬호는 예전부터 예능 나들이를 해온 바 있고, 이영표도 최근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힘들게 하는 후배 캐릭터로 웃음을 준 바 있다. 하지만 <축구 야구 말구>에서 이들의 케미는 스포츠선수로서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진진함을 안긴다. 선배로서 깍듯하지만 경기에 있어서는 가차 없는 이영표와 시작부터 '투 머치 토커'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말을 쏟아내지만, 밤에는 꼭 일기를 쓰고 아침에는 명상을 하는 모습에서는 그만의 삶에 대한 방식들이 묻어난다.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최근의 예능들은 웃음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한다. 박찬호가 명상 도중 승희에게 들려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자신에게 했다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에는 그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을 걸어왔다는 걸 느끼게 해 보는 이들의 찡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3회까지 특훈을 마친 이들은 이제 다음 회부터는 지역의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 레전드들이 생활체육 고수들과 벌이는 대결이 일단 기대되고, 그들이 그 여정을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과 벌이는 해프닝에서 묻어날 소소한 재미와 삶의 의미들이 궁금해진다. 진정 박찬호와 이영표의 스포츠는 물론이고 일상에서의 매력을 이만큼 잘 끌어내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나 싶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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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무명을 공유하자 만들어진 찐 가수들의 무대

 

JTBC <싱어게인>에서 45호 가수 윤설하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기에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나이의 소유자였다. '최고령 무명가수'로 소개된 그는 자신이 '김창완과 꾸러기들'에서 같이 활동했던 가수라는 걸 밝혔다. 아마도 중년의 시청자들이라면 당시 통기타를 둘러맨 청년들이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를 부르던 모습을 금세 떠올렸을 게다.

 

노래는 기억하지만 가수는 낯설다. 이건 <싱어게인>이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그 특징에 딱 어울리는 윤설하는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어딘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하면서도 이 무대에 오르게 된 이유는 심사위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치매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면서 어머니가 "너는 TV에 언제 나오니?"라고 하시는 말씀에 어머니가 기뻐하시길 바라며 무대에 섰다는 것이었다.

 

통기타 둘러매고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한 윤설하가 부른 노래는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내 속엔-"하는 그 목소리가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맑게 장내에 울려 퍼졌다. 화려한 테크닉 따위는 전혀 없이 그저 툭툭 불러내는 노래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건드렸다. 노래를 듣던 이승기는 눈물을 보였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숙연할 정도로 노래에 몰입했다. 도대체 이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건 다름 아닌 윤설하라는 가수의 삶이 얹어져 있어 담담하게 툭툭 던지는 노래에도 남다른 감흥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가사 하나도 달리 들렸고, 떨림이 느껴지는 청아한 목소리에도 삶의 무게가 더해졌다. 그것은 '시간의 가치'였다. 오래도록 시간이 얹어져 낡아지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의 공력들이 더해져 깊어지는 것. 우리가 '빈티지'라고 부르며 옛 것을 올드한 것이 아닌 힙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지금의 레트로 문화가 그의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싱어게인>은 무명이라는 하나의 공유지대를 통해, '찐 무명'으로 진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가수들을 발견해내는 무대이면서, 동시에 노래만 들으면 그 때로 우리를 돌아가게 할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지만 그 곡을 부른 이들은 누군지 모르는 가수들을 현재로 소환해내는 무대를 세워 놓았다. 통기타 하나로 한영애의 '여보세요'를 자기만의 스타일과 편곡으로 소화해낸 63호 가수나 박진영의 'Honey'를 마치 밀당하듯 맛깔나게 부른 30호 가수 처럼 찐무명이지만 이미 스타탄생을 예고하는 가수들도 등장하지만, 전주만 들으면 비 내리는 곳을 뛰어가야 할 것 같은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른 '자전거를 탄 풍경'의 가수나, "Almost paradise-"로 시작하는 도입부분만 들어도 떠오르는 <꽃보다 남자>의 OST를 부른 가수도 등장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슈가맨>이 더해진 느낌이랄까.

 

흥미로운 건 조금 나이든 가수들이 등장해 부르는 옛 노래에 대해 젊은 심사위원들이 나이가 있는 심사위원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노래를 듣는다는 점이다. 즉 당대를 살았던 심사위원들은 그 때 스타일로 부르는 노래가 자칫 올드하게 들리지 않을까 우려하며 듣는 반면, 젊은 심사위원들은 그것을 '힙하다' 여기며 듣는다는 것. 이 지점 역시 지금의 뉴트로에 담긴 옛 것에 대한 달라진 감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실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참 다양한 형식 실험을 했고, 그 장르도 다양하게 선보인 바 있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 하면 어딘지 뻔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무명'이라는 하나의 공유지대를 가져와 새로운 목소리를 발견해내는 오디션의 본래 색깔과 옛것을 힙하게 다시 소환해내는 레트로 감성을 엮어냄으로써 신선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와 미래(의 스타탄생을 예고하는 기대감)가 현재의 무대 위에 어우러지는 색다른 경험. 그것이 '싱어게인'의 묘미가 아닐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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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 덕분에..'놀면'이 김치원정대에 담은 메시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뜬금없이 다시 모인 신박기획의 세 사람 유재석, 정재형, 김종민은 어리둥절해 했다. 환불원정대 프로젝트가 끝이 났고, 그래서 이들의 신박기획도 잠시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지난주만 해도 유재석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으며 김종민은 그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단 일주일만에 다시 유재석을 만난 김종민은 황당해하며 특유의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잠시 후 나타난 정재형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신박기획의 부캐 정봉원에 빠져나오지 못한 정재형은 여전히 유재석에게 존칭을 버릇처럼 썼고, 자신이 작곡한 곡에 대한 미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본캐로 돌아와 깍듯하게 존댓말을 하는 유재석을 오히려 낯설어하는 모습이라니.

 

이렇게 다시 모인 그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김장을 담가 그간 고마웠던 분들에게 나눠주는 일이었다. 김장 재료들만 잔뜩 놓인 방에 들어간 그들은 한 번도 담가보지 못한 김장을 제작진 눈치를 봐가며 담았다.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온 데프콘은 심지어 김치를 먹지 못한다고 해 과연 이들이 김장을 제대로 담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만들었다

 

사실 김장 담그는 일이 주어졌지만 그것만큼 프로그램에 재미를 준 건 이들의 빵빵 터지는 토크였다. 어디든 유재석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을 꺼내놓는 데프콘은 과거 <1박2일>을 같이 했던 김종민에게도 같은 욕심을 꺼냄으로써 웃음을 줬다. 시종일관 입에 뭘 자꾸 집어넣는 김종민과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를 믹서로 가는 것도 잘 못하던 유재석. 이렇게 모든 게 낯선 김장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가며 김치 모양이 되어가는 과정이 워낙 케미가 잘 맞는 이들의 수다와 잘도 버무려졌다.

 

김종민이 끓여낸 라면과 방금 만든 김치를 곁들여 한껏 먹방을 보인 이들은, 그간 <놀면 뭐하니?>의 여러 미션들에 참여했던 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붙인 통에 김치를 일일이 담았다. 그렇게 한 통 한 통 채워진 김치들은 고마운 분들에게 전해졌다. '환불원정대'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과 이상순, 은비(제시), 실비(화사), '싹쓰리' 비룡(비)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

 

그 김치가 전해지는 과정은 그간 <놀면 뭐하니?>가 걸어왔던 길을 반추하게 만들었다. '유플래쉬'의 유희열, 이적, '뽕포유'에서 유산슬이 만났던 펭수, '닥터유'의 박명수와 '인생라면'에서의 정준하, 하하 그리고 '맛있는 녀석들', 하프에 도전했을 때 만났던 정혜순 하피스트, '방구석 콘서트'에 참여했던 김광민 등등. 그간 있었던 일들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걸 '김치원정대'는 보여줬다.

 

사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시작한 부캐 놀이가 점점 확장하면서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유재석 1인에게 집중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김치원정대를 통해 <놀면 뭐하니?>는 그 성과에 유재석 주변에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다는 걸 전하고 있었다. 그들이 있어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도들이 이어질 거라는 기대를 남기며.(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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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미만 출입금지', 관찰카메라란 이런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이 2회 분량으로 담아낸 <60세 미만 출입금지>는 60대의 독거여성 세 명의 셰어하우스 한 달 살기를 담았다. 사는 곳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른 세 사람. 62세 사공경희씨는 결혼을 하지 않은 미스로 지금껏 홀로 살아왔고, 65세 김영자씨는 함께 가족과 살아오다 이제 혼자 산지 두 달째를 맞이했다고 한다. 반면 영자씨와 나이가 같은 이수아씨는 13년째 혼자 살아오며 어딘지 삶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토로한다. 가족도 친구도 점점 사라졌다고.

 

첫 날 셰어하우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어색하기가 이를 데 없다.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한 달을 지내고 나서는 거의 친자매이자 평생 친구 같은 정을 느끼는 사이가 된다. 이들은 60세 이상, 여성, 독거라는 공유지점을 갖고 있어 금세 친해진다.

 

사실 관찰카메라 형식을 하고 있지만 <60세 미만 출입금지>는 너무나 편안하게 흘러가는 일상들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세 사람이 함께 와인을 마시는 장면에서 제대로 코르크를 따지 못해 안으로 밀어 넣으며 깔깔 웃는 모습은 여느 관찰카메라 프로그램에서라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이 프로그램에 보는 이들이 미소 지을 정도의 감흥을 준다. 그것은 60세 이상, 여성, 독거라는 공유지점이 그 웃음 하나에도 남다른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어딘지 대장역할을 하는 영자씨와 그 관계 자체가 너무나 소중해 잘 받아주는 수아씨 그리고 똑 부러져 보이는 모습에 동생으로서 언니들을 잘 챙겨주는 경희씨. 소소한 셰어하우스의 일상들 속에서 이들이 왜 이런 성격을 갖게 됐는가도 조금씩 드러난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혼자만 갖고 있었던(어쩌면 가족들에게도 하지 않았던) 속내 이야기들을 이들을 풀어놓는다.

 

큰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이들을 위해 이혼은 안했지만 사실상 남편과 따로 살며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는 영자씨는 그래서 엄마처럼 나서서 리더역할을 하고 있었고, 어려서부터 가족들도 다 서울로 가고 혼자 남아 아버지와 전학까지 가면서 친구도 없어져 점점 말을 못하게 된 것이 자아로 형성되었다는 수아씨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하지만 그게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밤이면 TV를 켜놓고 잔다고. 물에 들어가는 것도 또 병원에 혼자 가는 것도 무서워하는 경희씨는 언니들이 있어 든든해한다.

 

<60세 미만 출입금지>가 관찰카메라 치고는 너무나 담담하지만 그러면서도 남다른 삶의 의미와 진한 감동을 주는 건, 나이 들어 혼자 사는 삶이 함께 하게 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긍정적인 변화야 영향을 극적으로 담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자씨는 이 경험을 통해 '말 없이 기다려주는 것'을 이 새 친구들을 통해 확실히 배웠다고 했고, 수아씨는 엉망진창이라 여겼던 삶 속에서 자신이 점점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경희씨는 언니들과 함께여서 수영도 하고 병원에서 검진도 받을 수 있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그 길을 가게 됐다.

 

이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압권인 순간은, 함께 지내기로 한 한 달이 훌쩍 지나버리고 그 마지막 날 평상에 세 사람이 누워 별을 보는 장면이다. 영자씨와 수아씨는 서로 얼굴을 보고 손을 매만지며 소녀들 같은 우정을 드러냈고, 경희씨는 그 언니들과 어우러져 든든해하는 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른바 관찰카메라 전성시대다. 방송을 틀면 어디서나 관찰카메라가 누군가의 일상을 비춘다. 그런데 관찰 예능들을 보면 점점 그 수위는 높아지고 자극은 강해진다. 아마도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이끌어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시대에 들어와 있어서인지 <60세 미만 출입금지>가 보여주는 관찰카메라는 이 어지러운 자극 속에서 담담하게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느낌마저 제공한다. 이런 것이 본래 관찰카메라가 아니었던가. 그저 엿보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우리가 삶을 공감하고 어떤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지금의 관찰예능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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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담아낸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위한 헌사

 

어쩌다 보니 유명해졌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마련한 '어쩌다' 특집은 어느 날 갑자기 화제의 인물이 된 이들을 초대했다. '운명'과 '우연' 사이에서 어떤 걸 더 믿느냐는 이날의 공식 질문에서 여기 출연한 인물들은 '우연'을 더 믿을 수밖에 없는 '어쩌다' 유명해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유명해진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가를 만나서 찬찬히 들어보니 그걸 우연이라 말하긴 어려웠다. 이들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첫 인물로 등장한 자기님은 독특한 졸업사진으로 SNS에서 화제가 된 정상훈 교사였다. 마치 아기처럼 학생에게 안겨 찍고, 고목나무에 매미 붙어 있듯이 학생에게 착 달라붙어 찍고, 심지어 신부 여장을 하고 찍은 졸업사진들. 보기만 해도 빵 터질 수밖에 없는 사진들 속에 정상훈 교사가 있었다. 또 수학여행이나 축제 장기자랑에서 춤을 춰 학생들의 환호성을 받는 선생님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처음부터 그런 선생님을 좋게만 보지는 않았지만(물론 나중에는 달라졌다고 한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3 학생들을 오래 맡다보니 학생들이 가장 즐거울 수 있는 졸업사진 찍는 시간에 좀 더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게 해주고 싶었다는 것. 축제를 위해 춤을 연습하기도 한다는 선생님은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미 준비된 분이었다. 졸업생들이 찾아올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는 선생님은 언제든 연락하라며 졸업한 학생들이 자신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SS501 'U R MAN', 바다 'MAD', 제국의 아이들 'Mazeltov' 등 다수의 수능금지곡을 작곡한 한상원 작곡가 역시 그 결과가 모든 작곡가들의 바람이기도 하겠지만 누군가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기고픈 곡을 써온 것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수능금지곡이 아닌 공부에 도움이 되는 곡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촬영장을 흥으로 가득 채워버린 이른바 'BTS 여고생'으로 불리는 조회 수 700만의 주인공 김정현양은 그가 그렇게 유명해진 것이 마침 그 때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틀어주신 선생님과 거기 맞춰 춤을 추게 된 자신을 찍어 올려준 친구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느껴지는 건 김정현양이 늘 긍정적이고 열정 넘치게 모든 일들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1학년 1,2학기를 모두 4.5만점으로 과톱을 하고 있다는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인싸가 된 건 바로 그 열정적인 삶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출연한 조규태, 조민기 부자의 사연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안중근 의사 공판 속기록을 일본 경매에서 낙찰 받았다는 조규태씨는 그 투자가치를 보고 아들에게 물려 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도 아들도 이런 중요한 사료가 자신의 집 금고에 들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에 국가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기증 방법을 몰라 청와대에 택배로 보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청와대 초청을 받기도 했었다고 했다.

 

남다른 아들 사랑이 느껴지는 아버지는 소장 중인 문화재 20여 점을 추가 기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끔한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제가 뭐 애국자도 아니고 그냥 국민의 한 사람인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친일파 후손들이 있잖아요. 왜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런 권력을 누려야 되고 호의호식을 해야되는지 저는 이해를 못하는 사람인데 우리나라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안 그렇잖아요. 다 어려우시잖아요." 유재석은 아버지의 이런 일이 돈으로는 매길 수 없는 일들을 아들에게 유산으로 주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다 유명해진 사람들을 주제로 삼아 마련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었지만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저 '어쩌다'는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은 먼 미래를 계획하려 한 건 아니지만 대신 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그것이 결실이 되어 어느 날 툭 그들 앞에 떨어졌을 뿐. 그래서 이 날 방송은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분들을 위한 헌사처럼 보였다. 그런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에 대한.(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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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빌리지', 일하는 사람 따로 누리는 사람 따로 라는 건

 

"그래. 나는 어차피 그런 걸로 너한테 큰 도움이 못돼. 한 달 뒤에 한 번 와볼 테니까 그럼 알아서 사람을 쓰든가 해가지고 해봐." KBS <땅만 빌리지>에서 김구라는 김병만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갔다. 땅만 빌려 놓고 아직 아무 것도 없는 양양의 바닷가가 보이는 곳. 그 곳에 김병만이 꿈꾸고 있는 건 입주자들(연예인들)의 로망이 담긴 세컨드 하우스를 짓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집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트렌드에 발맞춰, 집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원하는 집을 짓겠다는 콘셉트는 참신하다.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집을 직접 짓고픈 욕망들도 커진 요즘이다. 시청자들로서는 김병만 소장(?)을 필두로 이들이 땅만 있던 곳에 집을 짓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로망을 건드리는 대리만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3회까지 방영된 분량을 보면 집을 짓고 있는 건 김병만과 그 후배이고 먼저 온 김구라, 유인영, 윤두준과 후에 합류한 이기우, 효정, 그리는 그걸 그저 누리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애초 이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세컨드하우스의 콘셉트를 대충 스케치로 그려준 바 있다. 거기에 맞게 김병만이 후배와 함께(물론 다른 전문인력들도 투입되었다) 하나하나 집을 지어가고 있었던 것.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창 집을 짓고 있는 와중에 태풍이 강타해 침수피해를 겪은 것. 물이 차버린 마을은 자재들까지 모두 침수되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결국 그 물 속에 뛰어들어 자재들을 꺼내오고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빼낸 후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쳐 조금씩 마을에 애초 입주자들이 꿈꿨던 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문한 입주자들은 반색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집들이 지어지고 있어서였다.

 

물론 향후에는 어느 정도 지어진 집에 입주자들이 저마다 제 손으로 무언가를 짓고 채워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처음부터 집 짓는 과정 자체를 함께 입주자들이 하지 않는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땅만 빌리지>의 콘셉트는 세컨 하우스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꿈꿨던 집을 손수 짓는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하는 사람은 일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걸 누리기만 하는 모습은 방송으로서는 그리 보기 좋은 장면들은 아니었다. 특히 김병만의 후배 개그맨으로 실제 집을 짓는데 옆에서 함께 노력해온 김정훈을 방송이 전혀 비춰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그림자 노동'을 보는 듯한 불편함을 줬다.

 

중간에 김구라가 나서서 누구냐고 묻고 그래서 KBS 26기 개그맨으로 서태훈과 동기라는 정도가 나왔을 뿐, 그가 김병만과 함께 어떤 일들을 거기서 했는지는 3회 분량 동안 단 몇 초도 나오지 않았다. 김병만이 뚝딱 즉석에서 만들어낸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송용 피크닉 테이블'에서도 김정훈은 앞에 앉아서 뒷사람을 가리는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그런 역할을 했다. 공식적인 출연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집을 짓는 과정에서 그 노동을 함께 한 이를 이렇게 배제할 수 있을까.

 

<땅만 빌리지>는 꿈꾸던 세컨 하우스를 짓고 마을 공동체를 만든다는 현 대중들의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기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들어가는 노동을 제대로 비춰주고 있는가는 아쉬운 점이다. 자신의 노동이 들어간 집의 가치를 더욱 끌어냈어야 했고, 누군가의 노동이 들어갔다면 그걸 감추기보다는 드러내줬어야 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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