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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머니?’, 사교육을 다루는 이 프로그램의 양면성

 

MBC 예능 <공부가 머니?>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첫 방송에 나온 임호네 가족의 이야기는 충격과 안타까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대치동에 사는 임호네 아이들 삼남매가 다니는 학원 수만 34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수치지만, 아이들 엄마는 그것이 그 곳에서는 일상사라고 말한다. 대치동에서는 어느 집에서나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고, 자신은 그걸 겉핥기식으로 하는 정도라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대치동이라는 곳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을 전전하고, 집에서도 계속 찾아오는 방문교사들과 학습지를 풀고 밤늦게까지 숙제를 해야 했다. 숙제가 많은 날에는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나이는 이제 고작 9살, 7살, 6살이었다.

 

한창 뛰어 놀 나이지만 주말에도 거의 집에서 숙제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었다. 놀라운 건 둘째 아이가 수학에 재능을 보여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아이는 아는 문제를 일부러 틀리기도 했다. 빨리 숙제를 끝내면 연달아 또 다른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잘 하지만 아이가 수학을 제일 싫어하게 된 건,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수학공부를 더 집중해서 시킨 탓이 컸다.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대신 아이들은 항상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었다. 첫째 아이는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싫어하는 수학을 할 때는 몹시도 지겨워했고, 쉴 틈 없이 찾아오는 방문교사 때문에 저녁밥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첫째로서 동생들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 힘든 상황을 속으로만 삭이며 감내하고 있었다. 아동심리전문가는 이 아이가 거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찰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의 이런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솔루션을 내놨다. 아동심리전문가 양소영 원장은 아이들의 성향을 자세히 파악해 알려줬고, 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얘기해줬다. 자녀를 명문대 5곳 동시 수시합격 시켰다는 교육 컨설턴트 최성현은 34개의 학원을 11개로 줄이며 교육비를 65%나 줄이는 시간표가 제공됐다.

 

하지만 솔루션 과정에서 선행학습에 대해서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진동섭과 최성현은 의견 대립이 있었다. 진동섭은 선행학습이 결국은 아무 소용도 없다고 주장했고, 최성현은 그래도 결국은 상대적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행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런 의견충돌은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양면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사교육이 문제라는 것처럼 관찰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고발하는 듯 보였지만, 또한 한 편으로는 그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대치동에서는 다 저렇게 한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또한 그런 남다른 교육열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처럼도 보인다는 것.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그 목표가 오로지 대학으로만 다루는 한계도 보였다. 공부는 성적을 위한 어떤 것이고, 그것이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라는 걸 전제한 듯한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결국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임호의 아내는 대치동 상황에서 너무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모두가 어린 아이 때부터 학원을 다니고 거의 노는 시간 없이 숙제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모습은 너무나 가혹해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그렇게 몰아세우게 된 건 엄마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은 과연 이런 불안감을 제거해주고 있을까. 혹여나 이 엄마가 대치동의 상황 속에 빠져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처럼,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공부가 머니?>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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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초보 피자집과 경험자 중화떡볶이집을 가른 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언젠가부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식당과 어딘지 불편함을 주는 식당을 병치해 가며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여수 꿈뜨락몰의 경우 양식집처럼 모범적인 식당으로 시청자들을 좋게 해주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꼬치집처럼 나중에는 아예 분량 자체가 편집된 불편한 식당을 동시에 보여주는 식이다. 서산 해미읍성의 장금이네 백반집이 백종원도 시청자도 찾고픈 식당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곱창집이나 쪽갈비 김치찌개집은 마지막엔 해피엔딩이었지만 과정은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드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이렇게 모범 식당과 이른바 ‘빌런 식당’을 병치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정서적 색깔이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간 것이라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식당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방송을 찍어나가는 과정에서 식당마다의 색깔을 좀 더 분명히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이런 극과 극의 식당들이 보이게 된다. 지난 번 방영되었던 ‘여름 특집’에서도 포방터 시장의 기분 좋은 얼굴들이, 이대 백반집의 불편한 얼굴들과 병치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천 대학로편에서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식당은 이른바 길쭉한 피자를 메뉴로 가진 롱피자집이다. 애초 별 기대가 없이 찾아갔지만 모든 요리 방식이 기계적으로 똑같을 정도로 기본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롱피자집 사장은 백종원을 웃게 만들었다. 물론 대단한 실력자도 아니고, 가게를 연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집이지만, 롱피자집 사장의 ‘융통성 없음’은 마치 프랜차이즈로 보면 모범식당에 해당했다. 레시피를 줘도 제 맘대로 바꾸는 집들이 많다는 백종원의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이런 기본에 충실하다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게다.

 

하지만 롱피자집 사장이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건 그 솔직함에 있다. 그 기본 위에 새로운 피자를 시도해보라는 미션에 ‘카레 피자’를 준비했다는 사장은 그 이유로 검색해보니 카페 피자가 없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럴 리 없다고 했고, 알고 보니 ‘커리 피자’라고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나오는 게 바로 그 피자였다. 카레도 처음 해본다는 그 피자가 맛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과 솔직하게 이게 모두 처음이라고 그 미숙함을 드러내는 모습에 백종원은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 이번 편에서 어딘가 불편함을 주는 가게는 바로 중화떡볶이집이다. 지난 번 백종원이 시식을 한 후 너무 기름을 많이 넣어 느끼하다고 해서 개선해 내놓은 떡볶이. 느끼함을 조금 줄었지만 사장은 자신의 레시피를 쉽게 꺾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그간 자신이 꽤 많은 시도들을 해왔다는 걸 백종원에게 어필하며 갈등하고 있었다. 백종원이 하는 말에 “근데...” 하고 토를 다는 듯한 방송의 편집은 이 사장이 고집 센 인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사실 이해되는 면이 있었다. 롱피자집처럼 오래도록 레시피 연구를 하거나 고민을 하지 않았던 초보의 입장에서는 어떤 조언들도 모두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꽤 오래도록 요리에 대한 자신만의 고민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그것을 바꾸는 일이 쉬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이처럼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백종원의 솔루션이 꼭 필요한 집과 그것을 절실하게 원하는 집이 전자라면, 고민을 나름 해 와서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고 여기지만 그게 사실은 대중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걸 잘 인정하지 못하는 집이 후자다. 예를 들어 지난 원주미로시장에서 멕시칸 요리를 선보인 타코집은 요리 선생이 사장님이라 솔루션 과정에서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물론 결국 솔루션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중화떡볶이집 사장은 백종원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조금 뜨문뜨문 봐왔는데, 방송이 나간 후 비판적인 댓글들이 쏟아져 계속해야할 지를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백종원은 마땅히 지적받아야 할 것들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조언이 정답이 아닌 자신의 의견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결국 선택은 본인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오래 고민한 이들이라 솔루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장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솔루션이든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솔루션을 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방송이라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식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자신의 모습이 방송에 어떻게 비춰질까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솔루션 과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 또한.(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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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선뜻 길거리로 나선 유재석의 용기가 준 선물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서울 독서당로에서 만난 중3 준혁군은 성적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밝게 웃는 얼굴에 무슨 그림자가 있을까 싶었지만 준혁군에게도 남다른 아픔이 있었다는 게 슬쩍 드러났다. 본래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겨 포기했다는 것.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긴 하지만 성적은 바닥권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방학이라 학원에 다니는데, 공부가 잘 되지 않아도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란다.

 

이 날의 공식 질문은 ‘자신이 많이 하는 척’이 무엇이냐는 것. “숙제하는 척을 많이 한다”는 준혁군은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공부 이야기를 꺼내려다 말을 바꿔 “많이 사랑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준혁군의 착한 심성이 엿보였다. 공부만 잘 하면 뭐할까. 저런 심성이 없다면 별 소용도 없을 텐데. 유재석과 조세호는 오랜만에 조언을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며 자신들이 언제 펜을 놓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경쟁하듯 털어놨다. 유재석은 공부만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건 아니라고 조언해줬다. 그 자신이 증명하고 있듯이.

 

준혁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가 다음 토크 상대로 섭외되었다. 그런데 이 누나들은 준혁군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토크를 마치고 가는 준혁군에게 마치 친누나들처럼 손을 흔들어주었다. 타인이지만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치 친 동생이나 된 것처럼 정이 느껴지고 새삼 그 사람의 가치가 들여다보이기 마련.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는 바로 현장에서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힘을 경험했다고 보인다.

 

너무나 친한 절친으로 눈빛만 봐도 친자매처럼 친하다는 걸 알겠는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의 이야기도 보석 같았다. 어머니가 요양원을 하고 있어 요양사 자격증을 따 그 곳에서 함께 일한다는 정글라라씨는 그 곳에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분들을 떠나보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고 그럴 때면 “좀 더 자세히 살피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대만에서 4년째 유학중이라는 임진희씨는 제일 힘든 게 엄마 요리가 생각날 때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먹먹해졌다. 대만에도 명절이 있는데 대만 친구들이 다 집으로 갈 때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는 것.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항상 잘 있는 척, 아무 걱정이 없는 척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화상통화를 할 때는 항상 좋은 곳, 즐거운 곳에서 한다고. 그 마음이 또 반짝반짝 빛났다.

 

한남동 테일러샵에서 만난 최용국 사장은 범상치 않은 창업의 과정을 털어놨다. 본래는 직업군인이었는데, 어느 날 패션에 관심을 갖고는 본격적으로 테일러 일을 배웠다는 것. 아마도 총을 더 많이 들었을 그는 그 후로 바느질을 하는 걸 그토록 즐기고 있는 자신이 놀라웠다고 한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그는 모임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바로 그 부분이 가장 큰 장점처럼 보였다. 평탄한 어떤 삶은 아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아 제 궤도에 올라 있는 최용국 사장 같은 인물을 본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시즌1을 할 때만 해도 퀴즈를 내고 맞히면 100만 원을 타가는 그 형식이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유퀴즈 온 더 블럭>을 계속 보다 보니 이런 퀴즈 형식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길거리에서 만나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눈물을 흘려주고 누군가를 걱정해주기도 하는 보석 같은 분들에게 100만 원을 드리는 게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제발 퀴즈 좀 맞춰라 하며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고마운 건 세상에 이토록 많은 좋은 사람들과 위대한 분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방송이 포착해온 건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다. 삶의 시간들은 저마다 그만한 무게와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구나 만나 조금 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나눠보면 놀라운 특별함이 발견된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유재석과 조세호가 선뜻 길거리로 나서고 낯선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던 그 용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의외로 크게 돌아오고 있다. 100만 원으로 값어치를 모두 말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사람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같이 펀딩’, 가치 있는 일에 방송이 할 수 있는 것들

 

김태호 PD가 내놓은 MBC 새 주말예능 <같이 펀딩>에 출연한 유준상은 트렌드를 읽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들을 많이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간대 타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최근 다시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라 <같이 펀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놨다. 그건 사실이었다. 첫 회 시청률이 겨우 3%대(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최고시청률을 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15% 시청률과의 격차는 뚜렷했다. SBS <집사부일체>의 6%대와도 격차가 분명했고.

 

하지만 시청률이 전부는 아닐 게다. 만일 가치로만 따진다면 <같이 펀딩>이 하려는 일들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보여주는 육아예능보다 훨씬 높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첫 회에 유준상이 갖고 온 첫 아이템은 이른바 ‘태극기함 프로젝트’다. 국경일이면 당연히 태극기를 게양하던 시절이 무색하게 최근 들어 태극기를 거는 곳을 찾기가 힘겨워진 상황으로부터 유준상은 어떤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태극기함이 있어 늘 태극기를 보관하고 국경일에 꺼내 게양하던 그 때의 기억을 소환하고, 집집마다 태극기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던 것.

 

프로그램은 태극기함의 존재 가치를 위해 먼저 태극기의 의미부터 되짚은 시간을 가졌다. 북한산 진관사를 찾아간 유준상은 설민석을 통해 태극기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에 얽힌 이야기는 그 먹먹함에 유준상 역시 눈물을 뚝뚝 흘릴 수밖에 없었다. 모진 고초를 겪어가며 독립운동을 해왔지만 한국전쟁으로 모든 사료들이 소실되면서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초월 스님. 하지만 지난 2009년 진관사 칠성각에서 보수공사 도중 나온 보자기 하나가 그 놀라운 스님의 독립운동 궤적을 드러냈다.

 

독립운동 기사가 들어있는 신문들이 담겨 있던 그 보따리는 태극기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일장기 위에 덧대고 태극기를 그려 넣은 것이었다. 그 붓길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는 초월 스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모두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

 

방송을 통한 이 같은 가치의 공유는 그 태극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고, 유준상이 하려는 태극기함 프로젝트에도 힘을 실어 주었다. 실제 펀딩에서 단 10분 만에 목표를 달성했고, 추가수량을 포함한 1만 개의 태극기함 펀딩 역시 방송 마감 후 30분 만에 완료됐다. 최종적으로 1차 펀딩 달성률은 무려 4,110%에 달했다.

 

<같이 펀딩>이 흥미로워지는 건, 방송이 현실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이다. 사실 방송이라고 하면 그저 방송으로서의 재미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방송이 가진 힘은 현실을 실제로 바꾸기도 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어떤 현실을 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치의 공유’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누구나 공감하는 가치를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계속 던질 수 있다면 그것은 방송 프로그램의 재미 차원을 넘어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미 펀딩을 엄청난 수치로 초과달성한 <같이 펀딩>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시청률보다 더 큰 가치의 공유라는 성과를 얻었으니.(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캠핑클럽’, 어째서 이효리가 대체불가인지 알겠네

 

어쩌면 이렇게 이 시대에 딱 맞는 예능의 맛을 낼 줄 알까. JTBC 예능 <캠핑클럽>을 보다보면 이효리가 실로 관찰카메라 시대에 제 물을 만났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빵빵 터지는 웃음에서 가슴 먹먹해지는 진심어린 눈물까지, 이효리가 있어 가능하다는 걸 발견하게 되니 말이다.

 

울진 구산의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하루는 이효리가 있어 다이내믹해진다. 캠핑 5일차에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하고픈 일을 할 때, 이효리가 가만 있지 못하고 홀로 바쁘게 이 일 저 일을 하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유를 사러 매점에 갔다가 쓰레기봉투와 장작까지 사서 낑낑대며 돌아오는 이효리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건 바로 자신이었다는 걸 토로하는 장면은 웃음과 동시에 어떤 의미까지 더해준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다들 요가를 하거나 잠깐의 낮잠을 청하는 그 시간에 홀로 무거운 서프보드를 들고 바다로 가려 애쓰는 모습은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웃음을 줬다.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한 약속과 이진을 불러 도움을 요청하고픈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효리가 그렇고, 그런 이효리에게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라고 웃음 섞인 타박을 하는 이진의 모습이 그렇다.

 

자꾸만 이진을 부르는 이효리는 나중에는 그러면서 자꾸 자신을 의식하고 쳐다보게 될 거라고 말하고, 실제로 멀리 바다까지 서프보드를 들고 나가는 이효리를 쳐다보는 이진의 모습에 미소 짓게 되는 것도 그렇다. 거기에는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이들이 이제는 점점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보드를 타고 바다까지 나가려 하지만 바람 때문에 자꾸만 엉뚱한 데로 오게 되자 포기하고 해변가에 앉은 이효리에게 다가온 옥주현이 오랫동안 나누지 못했던 속내를 드러내는 대목 역시 이효리 특유의 편안함과 진솔함이 있어 가능했던 일일 게다. 이효리가 잘 되고 있는 게 너무 좋으면서도 엄마가 비교할 때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는 것. 그렇게 괴로웠지만 나중에는 이효리가 잘 될수록 감사함을 느꼈다며 옥주현은 눈물을 보였다. 이효리는 그런 옥주현을 ‘대단하다’ 생각했다는 속내를 전했다. “나는 너를 보며 어떻게 뮤지컬 분야에서 저렇게 잘하게 됐지? 대단하다 하고 생각했다”는 것.

 

이런 분위기는 이미 경주 ‘화랑의 언덕’에서 해돋이를 보며 이진과 함께 이효리가 앉았던 그 순간에도 보여진 바 있다. 늘 쾌활하게 웃고,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며 그걸 바꿀 수 없다는 걸 받아들임으로써 한껏 편안해진 이들은 그렇게 깔깔 웃다가 어느 순간 속에 있는 어떤 못했던 말들을 꺼내놓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건 이효리 스스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 진솔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캠핑카 차체에 빔 프로젝트로 과거 핑클의 영상을 보며 거기 나오는 자신들의 모습을 “꼴보기 싫다”며 자아 비판하는 분위기. 한껏 꾸미던 과거의 모습에서 이제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꺼내놓는 그런 분위기가 <캠핑클럽>에서는 공기처럼 떠다닌다. 한 때 화려한 무대 위의 주인공이었지만 누구든 그 무대를 내려와 제 자리로 돌아오면 거기서 자신의 본 모습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는 걸 <캠핑클럽>은 보여주고, 그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위로와 위안을 준다.

 

관찰카메라 시대의 예능 프로그램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성만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건 결국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진솔한 모습과 함께 그 속에서 웃음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이효리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대체불가 예능인이 아닐까 싶다. 웃음부터 눈물까지 다 되는.(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놀면 뭐하니' 김태호가 그토록 꿈꾸던 예능이 예술이 되는 세계

 

이번엔 음악 릴레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릴레이 카메라가 슬쩍 보여준 바 있던 체리필터 드러머인 손스타에게 드럼을 배우는 유재석의 얼떨떨한 모습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건 ‘유플래쉬’라는 <놀면 뭐하니?>의 또 다른 ‘확장 아이템’의 밑그림이었던 것.

 

그저 어린아이가 첫 걸음을 떼듯 처음 든 스틱으로 유재석이 어색하지만 만들어낸 몇 개의 비트를 노트북에 담아 유희열과 이적에게 들려준 김태호 PD는 그걸 바탕으로 음악을 제작했으면 한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다만 그 방식을 릴레이 카메라처럼 ‘릴레이 방식’으로 해달라는 것.

 

마치 <영재발굴단>처럼 유재석을 ‘드럼 지니어스’로 소개하고, 그가 만들어낸 초보적인 비트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곡가와 연주자 프로듀서의 손을 거쳐 음악을 만든다는 그 아이디어에서 역시 핵심은 ‘확장’이었다. 어찌 보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보잘 것 없는 소스로 시작하지만 어마어마한 아티스트들의 손을 거치며 그것이 어떤 놀라운 결과물로 변신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작게 시작한 소소한 일을 큰 일로 벌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태호 PD는 이 프로젝트를 유재석의 단독 연주회로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른 소스들은 영상으로 대치하고 유재석만 단독으로 무대에 올려 드럼을 치는 연주회를 시도하겠다는 것. 유재석은 그 의도에 당황하고 어이없어 했지만, 바로 그 지점은 이 예술적인 프로젝트가 예능과 만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애초 <놀면 뭐하니?>가 릴레이 카메라 형식의 실험적인 시도를 했던 의도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확장’이었다. 유재석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다양한 사람들로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지금껏 예능이라는 영역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이 포착되게 하는 것. 그 거대한 그림은 하나의 예술 프로젝트처럼 보이는 면이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는 그렇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지만 거대하게 연결된 관계들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랄까.

 

릴레이 카메라가 그 연결되어 확장 가능성이 충분한 세계에 대한 확인이라면, 이번 이른바 ‘유플래쉬’로 시도되는 음악 릴레이는 그 세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이다. 예를 들어 음악을 그 위로 던져 넣으면 다양한 인물들이 개입되어 시작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협업의 작품’이 가능하다는 것.

 

만일 ‘유플래쉬’의 음악 릴레이가 흥미로운 과정을 더해 놀라운 결과로 이어진다면, <놀면 뭐하니?>는 이 ‘확장시키는 세계’ 위에 뭐든 던져 넣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로 나타나는지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게다. 때론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세계의 확장이 될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실험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우리 사회가 가진 진면목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게다.

 

또한 이 확장되고 연결된 세계가 결국은 자연스럽게 보여줄 ‘위계 없는 세상’의 풍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음악이라고 하면 특정한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유재석 같은 초보도 참여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이번 ‘유플래쉬’가 보여주듯 말이다. 위계로 나눠지는 세상이 아니라 연결되고 확장되는 세상. 그것이 아마도 <놀면 뭐하니?>를 통해 김태호 PD가 실험해보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건 어쩌면 김태호 PD가 그토록 꿈꾸던 예능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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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정우성이 산골에서 발견한 불편한 과정의 즐거움

 

커피 한 잔을 내려 먹기 위해 정우성은 아마도 이런 불편한 과정을 감수하지는 않았을 게다. 어쩌면 버튼 하나 누르면 뚝딱 만들어지는 에스프레소를 편안히 아침마다 즐겼을 지도. 하지만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에서 정우성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먼저 장작으로 불을 피워야 했다. 그렇게 피워놓은 불 위에 솥뚜껑을 뒤집어놓고 그 위에 생두를 부어 검게 익혀질 정도로 손수 로스팅을 하고, 만들어진 원두를 식힌 후 맷돌에 갈아 가루를 냈다. 그리고 면포를 놓고 그 위에 갈아놓은 원두를 넣은 후 끓인 물을 주전자로 조금씩 흘려 커피를 내렸다.

 

버튼 하나면 뚝딱 마실 수도 있는 도시에서의 커피와 일일이 생두를 원두로 만들고 이걸 갈아서 물로 내려 마시는 산골에서의 커피. 그 맛의 차이를 경험해보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알 것 같다.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맛이 없을 리가. 얼음을 가득 채운 컵에 담아 아이스커피로 마시는 그 맛은 입보다 몸이 반응할 것 같다. 설사 전문 커피숍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맛이 떨어질 진다해도 체감하는 맛은 더 좋을 게다. 왜?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직접 경험한 맛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애초 시작될 때부터 갖고 있던 기획의도다. 뭐든 사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도, 하나하나 직접 따거나 키우거나 만들어서 해먹는다는 것. 사실 산골에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에 정우성 같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삼시세끼’만 챙겨 먹으라는 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1박2일> 시절 무수한 복불복을 통해 끼니를 거르거나 야외취침을 해오던 미션 홍수와 비교해보면 이건 차라리 휴양에 가까워 보이니까.

 

하지만 그 삼시세끼를 산골에서 장작으로 불을 직접 피워가며 솥에 밥을 하고 찌개를 만들어먹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은 미션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너무나 편리하게 완비되어 있는 주방 시스템에 적응해 있고, 필요하면 뭐든 사다 먹거나 배달해 먹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다. 그래서 염정아도 윤세아도 말한다. 여기서는 아침 먹으면 점심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잠자기 전에 아침에 뭐 먹을까를 고민한다고. 그것만 내내 고민하다 보니 다른 고민은 없어지더라고.

 

생각해보면 <삼시세끼>는 도시에서의 우리의 삶이 편리하고 빨리 모든 걸 처리함으로써 여유 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착각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사실 우리는 그 편리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여유를 생각보다 즐겨본 적이 있었을까. 빈 시간들은 무언가 또 다른 일과 고민으로 채우기 바빴고, 편리함의 이유로 과정이 사라진 결과만 경험하는 삶은 어딘가 우리를 소모되게 만들진 않았는지.

 

밭에서 감자를 잔뜩 캐서 한 박스 당 1만5천 원씩을 받아 번 6만 원으로 장터에 나가 장을 보는 마음도 그래서 다르게 다가온다. 카드로 척척 그어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사서 먹던 도시에서의 생활과 달리, 노동으로 땀 흘려 번 6만 원은 천 원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물론 도시에 적응되어 있는 우리의 입맛이 나영석 PD가 <삼시세끼>의 기획의도로 생각한 것과는 다른 도회적인 음식들에 출연자들을 빠뜨리곤 하지만, 소시지 하나를 먹어도 직접 숯불에 구워먹는 맛이 같을 수는 없다.

 

이 <삼시세끼>의 본래 본질에 충실한 이번 산촌편을 보다보면 염정아나 윤세아, 박소담, 정우성 같은 누가 봐도 도시남녀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어째서 이 산골과 의외로 잘 어우러지고 남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너무나 도시적인 이미지의 그들이 산골에서 밥 한 끼를 해먹는 일은 그 과정들을 하나하나 경험하는 새로움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은 재미요소로만 머무는 게 아니다. 몸소 키우고 재배해 만들어 먹는 과정들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잃고 있던 것이 바로 그 과정이었다는 걸 깨닫게 만드는 면이 있어서다. 비가 촉촉하게 내린 산골에서 가마솥에 밥만 해놓고 깍두기 하나만 놔도 얼마나 기분 좋은 한 끼가 될 수 있을까. 노동의 과정을 경험하는 일은 그 결과를 만끽하게 만든다. <삼시세끼> 산촌편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염정아와 정우성 같은 배우들이 산골에서 밥을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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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따러가세’ 한과 흥 넘나들며 어디든 노래방으로 만드는 송가인

 

“송가인이어라-”라는 말 한 마디에 길거리에선 환호가 터져 나온다. 어디든 송가인이 가는 곳은 순식간에 노래방이 되어버린다. 그 곳이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광안리 해수욕장이든, 아니면 부산의 산토리니처럼 보이는 호천마을의 노래교실이든, 심지어 떠나기 전 서울역 광장이든 아니면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이든 상관없다.

 

이른바 송가인 신드롬을 확인하는 건 TV조선 <뽕따러가세>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미스트롯>으로 이름을 알린 송가인이지만, 트로트의 주 소비층만이 그의 팬층의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도 부산 광안리에 나타난 송가인을 확인하고는 반색하고,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기 바쁘다. 아버님 혹은 어머님이 좋아하는 송가인이지만, 그 아이들도 자연스레 송가인을 호감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된 건 송가인이 트로트하면 떠올리는 어떤 경계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한이 잔뜩 묻어나는 ‘한 많은 대동강’과 흥이 한껏 오르는 ‘어머나’나 ‘황진이’를 부르다가 갑작스런 신청곡으로 들어오는 ‘걱정말아요 그대’ 같은 곡들도 그는 특유의 국악 발성으로 구성지게도 풀어낸다.

 

사실 우리네 가요에서 국악 발성을 기반으로 노래하는 가수나, 혹은 이른바 ‘뽕끼’라고 부르는 특유의 정서를 담는 곡들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인기를 끈 바 있다. 송가인은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가요들을 부른다. 그것이 모두 송가인이라는 한 가수의 목소리로 합쳐지는 걸 보면서 우리는 트로트가 기성세대들만 소비하는 음악 장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뽕따러가세>를 보면 송가인이 노래만이 아니라 요즘 같은 리얼리티 기반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타고난 인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는 언제 어디서건 어떤 연령대의 인물이건 상관없이 순식간에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론 귀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때론 진지하게 가슴을 후벼 파는 먹먹한 상황을 넘나든다. 그게 어떻게 그리도 빠르고 자연스럽게 전환될까 싶지만, 한과 흥을 순식간에 넘나드는 국악의 면면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물론 <뽕따러가세>에는 조금은 과한 설정들이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광안리 해수욕장에 가서 우연히(?) 만나게 된 보디빌더 남성들 사이에 둘러싸여 ‘어머나’를 부르는 송가인의 모습이 그렇고, 마침 그 자리에 온 수상모터를 즐기는 동호회와 한 자리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렇다. 물론 송가인의 인기가 워낙 높아 그런 상황들이 딱딱 맞아떨어지게 벌어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게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송가인이기 때문에 이런 과한 설정들도 술술 넘어가는 면은 분명히 있다. 특유의 털털함과 흥 많은 모습이 더해지면서 뭘 해도 좋게 보이는 마법을 송가인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외든 실내든 어디를 가도 노래방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장면이 송가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뽕따러가세>는 로고에서부터 노래가 나올 때 자막까지 의도적으로 노래방의 화면을 그대로 구성해 넣음으로써 송가인과 함께 노래방에서 노래를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노래는 노래방에서 듣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러운 가창력이다. 분위기는 노래방처럼 털털하고 넉넉한데 귀호강을 하게 되는 노래의 풍경들.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가 길거리에서 마구 아무하고나 어우러지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송가인 신드롬은 바로 이 위계 없이 노래 하나로 우리 모두를 흡족하게 만드는 송가인 특유의 모습에서 나온다. 함께 어깨춤을 추게 만들고 함께 눈물짓게 만드는.(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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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 2대째 칼국수집보다 6개월 된 피자집 칭찬한 까닭

 

아마도 편집의 힘이 크겠지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부천 대학로편은 반전의 연속이다. 이번 편에 참여한 가게는 중화떡볶이집, 닭칼국수집 그리고 롱피자집이다. 예고로 슬쩍 봤을 때는 어딘지 닭칼국수집이 가장 공력이 있어 보이고 그 다음이 중화떡볶이집 그리고 마지막이 롱피자집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인 건 불맛을 넣었다는 중화떡볶이집은 불쇼를 연상케 하는 요리 풍경이 어딘지 화려해 보였고, 닭칼국수집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2대째 하는 집이라는 설명이 만만찮은 공력의 소유자처럼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게에 비하면 롱피자집은 이제 오픈한 지 6-7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 창업자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백종원이 그 가게들을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음식 맛을 보고 가게를 둘러보며 보여준 반응은 정반대였다. 먼저 중화떡볶이집의 ‘해물 떡볶이’는 백종원이 과거 자신이 시도했던 떡볶이 맛이라 익숙해했지만 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 느끼한 맛이 난다고 했다. 실제로 상당한 기름이 들어간 그 떡볶이는 처음에는 윤기가 나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기름기가 너무 도드라져 보였다.

 

게다가 이 집은 메뉴가 너무나 많았다. 무려 30여 가지의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던 것. 홀에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는 걸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메뉴였다. 백종원은 이 메뉴들을 줄줄이 읽어보더니 고속도로 휴게소가 떠오른다고 했다. 떡볶이 하나를 주력으로 하고 튀김 정도만 더해도 될 법한 데 너무 다양해 특색이 없다는 것.

 

닭칼국수집은 2대째 가업을 물려받아 하는 집 치고는 너무 기성품을 많이 쓰는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그건 어머니대로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이란다. 그러니 우리가 2대째라고 하면 막연히 굉장한 공력이 있을 거로 생각한 건 착각이라는 걸 닭칼국수집은 보여줬다. 백종원은 한 마디로 “맛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찾아가기도 전에 별로 일거라 생각했던 피자집에서 백종원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이제 장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대치가 거의 없었던 것. 하지만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백종원은 거기서 ‘기특한 면’을 찾아냈다. 이전 사장님으로부터 가게와 레시피까지 모두 인수해서 하는 장사치고는 기본을 잘 지키고 있었던 것.

 

백종원은 요리 좀 한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른바 ‘개발해서 하는 집’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그건 ‘기본을 잘 지켜줘서’란다. 물론 그건 맛이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었다. 배운 대로 그대로 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보여서라는 것. 백종원은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이 집 같은 점주는 ‘우수점주’라고 표현했다. “프랜차이즈도 일부는 조리법 가르쳐주지만 일부는 소스를 드려도 그걸 마음대로 해석해서 하는 분들도 많다.”는 백종원은 “어설프게 음식 배워서 자기 음식 만드는 분들보다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맛도 맛이지만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번 부천 대학로의 피자집은 잘 보여줬다. 대를 이어 하는 집이라고 해도 맛이 없을 수 있고, 이제 겨우 6개월을 한 집이 오히려 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그건 공력의 차이가 아니라 ‘기본을 지키려는 우직한 성실함’에서 나오는 거라는 것. 그 기본 위에서 백종원이 살짝 얹어주는 노하우가 향후 어떤 일취월장을 만들어줄지 실로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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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 이효리와 ‘골목식당’ 백종원, 공통점은 진정성

 

지금 예능의 블루칩이라면 단연 백종원과 이효리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이효리는 JTBC <효리네 민박>이 큰 성공을 거둔 후 이번에는 <캠핑클럽>으로 돌아왔다. 시청률은 아직 4%대(닐슨 코리아)지만 초반이라 향후 높은 화제성과 함께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백종원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해 어언 1년 반 동안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최고시청률이 10%대를 넘어섰고 화제성도 매주 방영 후 갖가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높다.

 

한 때 예능하면 떠올리던 인물들은 주로 MC들이었다. 이를테면 유재석이나 강호동, 이경규, 신동엽, 김구라 등등.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스타 MC들의 예능에서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물론 유재석은 여전히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같은 프로그램으로 지금의 새로운 예능 트렌드에 적응해가고 있고, 강호동 역시 JTBC <한끼줍쇼>나 <신서유기>, <강식당>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경규는 채널A <도시어부> 같은 프로그램으로 저마다의 예능지분을 지켜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존재감이 과거만하다 말하긴 어렵다.

 

이효리와 백종원이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되는 블루칩이 된 건 무엇 때문일까. 두 사람은 그 방송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지만 공통되는 지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이효리가 <효리네 민박>에서도 또 <캠핑클럽>에서도 대중들의 호감을 얻고 있는 건 스스럼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캠핑클럽>은 핑클 멤버들이 14년 만에 모여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함께 여행하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여행 그 이상의 것이 있을까 싶지만, 이효리는 있는 그대로의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갱년기를 이야기하고 배란일을 말한다. 물론 농담이지만 그 솔직함의 수위는 확실히 높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끝이 아니다. 이효리는 이진과 함께 해돋이를 보며 한 때 자신의 인간관계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혼자 다니는 걸 더 익숙하게 생각했던 이효리지만 나머지 세 명의 멤버들이 모이는 모습에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는 것. 이효리의 솔직한 이야기에 이진도 마음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자신의 직설적인 모습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곤 했었다며 미안했고 고마웠다는 것. 두 사람 모두 눈가가 촉촉해지는 이런 순간은 결국 이효리의 남다른 진정성에서 비롯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으로 과거 찾았던 식당들을 다시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보인 백종원의 진정성도 화제가 되었다. 그저 한 번 방송에서 미담이 되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찾아가 여전히 잘못된 것은 끝까지 바로 잡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심지어 이대 백반집의 배신 앞에서 분노와 함께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에서는 이것이 그가 말했듯 그냥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이라는 걸 드러내주었다.

 

이효리와 백종원이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된 상황은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가짜가 아닌 진짜를 원한다는 것. 그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방송에 임하는 것이다. 이건 과거 캐릭터쇼 시절에 캐릭터라는 가면 뒤편으로 물러나곤 하던 MC들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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