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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가 무색한 ‘슈퍼밴드’의 놀랍고 재밌는 음악실험들

 

음악이 이토록 다채롭고 재미있으며 즐거울 수 있는 것이었던가. JTBC <슈퍼밴드>를 보다보면 그간 우리가 들어왔던 음악들이 너무나 정해진 어떤 틀 안에서 뱅뱅 맴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녹음실 안에서 모든 게 계획되어 만들어진 음악들이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왔다는 것을 <슈퍼밴드>가 여지없이 깨고 있다는 얘기다.

 

디폴 같은 아티스트의 등장은 <슈퍼밴드>가 가진 이런 색깔을 정확히 보여준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주제곡을 가져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믹싱해낸 디폴은 메인 보컬 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이 얼마나 재미있는가를 음악적으로 구현해냈다. 지난 무대에서는 와인 잔에 전극을 이어 손가락을 물에 담글 때마다 소리를 내는 것으로 몽환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더니, 이번에는 가까이 장치를 가져가면 소리를 내는 신시사이저 자와 스크래치를 하면 만들어놓은 비디오 또한 효과를 내는 ‘비디오 스크래치’를 보여줬다. 그는 영상까지 직접 만들어냄으로써 음악이 귀로 듣는 걸 넘어서 비디오 아트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이 정도의 무대라면 압도적일 것 같지만, 이들과 대결을 벌인 최영진팀은 ‘Say something’을 선곡해 이찬솔의 호소력 넘치는 보컬로 승부함으로써 프로듀서 투표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첼로와 드럼이 균형 있게 받쳐주고 그 위에 이찬솔의 보컬이 얹어지면서 감동적인 무대가 만들어졌던 것.

 

물론 승패는 이렇게 갈렸지만 그것이 이들의 실력이나 성취를 가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의 다양한 결들이 있고, 다만 프로듀서들이 갖는 저마다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디폴이 음악이 얼마나 경계가 없고 재미있는가를 보여줬다면, 이찬솔은 묵직하게 음악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을 뿐이다.

 

이것은 <슈퍼밴드>가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음악 스펙트럼의 놀라운 확장이다. 생각해보면 이날 3라운드에서 아일팀이 ‘1000x’로 하현상의 감정선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피아니스트 이나우와 기타리스트 김영소의 연주에 김우성의 목소리가 얹어진 ‘Home’을 5:0으로 이겼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 승패에서 그 누가 어떤 기량의 차이나 음악적 순위를 얘기할 수 있을까. 다만 하현상의 이야기가 음악과도 어우러지게 만들어낸 아일의 노력이 조금 더 그들의 음악을 주목하게 했을 따름이다.

 

케빈오가 지금까지 해왔던 스타일을 버리고 부른 ‘Halo’가, 2라운드부터 주목받게 만든 자이로팀의 화려한 드럼 퍼포먼스까지 더해진 무대에 5:0으로 진 것도 마찬가지다. 케빈오는 새로운 실험을 한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기량을 증명했다. 물론 탈락후보가 됐지만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것.

 

이렇게 보면 <슈퍼밴드>가 갖고 있는 오디션 형식은 누가 이기고 졌는가 그 자체보다 좀 더 새로운 음악 실험들을 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처럼 보인다. 다양한 색깔의 연주자와 프로듀서, 보컬들이 새로운 조합을 가질 때마다 또 다른 음악실험들이 선보여진다. 그것은 우리가 늘상 듣던 정제된 어떤 음악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라이브로 들려지는 음악실험은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막연한 틀을 깨주고 있다.

 

음악을 순위로 듣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지 오래다. 저마다의 취향대로 찾아듣는 게 음악이고, 그래서 색다른 시도들은 유니크함 때문에 외면받기보다는 오히려 주목하게 된다. 밴드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가져와 이토록 다양한 음악적 재미들이 존재한다는 걸 실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슈퍼밴드>가 가진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진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강식당2’에 대한 반응 갈리는 까닭

 

돌아온 tvN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2>의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은 ‘아... 또 시작’이다. 이 제목에는 이 멘붕 식당을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출연자, 제작진의 고민, 걱정 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실제로 <강식당2>는 첫 회에 메뉴 선정에서부터 백종원을 찾아가 요리를 배우고 경주로 내려가 요리를 시연해보고 준비한 후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오픈하는 그 과정들을 보여줬다.

 

그 과정들은 익숙했다. 이미 <강식당> 시즌1에서 보여줬던 일련의 코드들이 거의 그대로 반복됐다. 식당 오픈이 어디 쉬운 일인가. 메뉴조차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메뉴를 정해도 요리를 거의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데, 이 식당의 사장은 ‘최고의 정성이 담긴 요리’까지 고집한다. 당장 가게 오픈하고 주문 음식 내놓는 일 자체가 커다란 미션처럼 보이는데, 거기에 최고의 정성이라니. 사장의 걱정은 깊어지고, 직원들은 힘들어지며 예민해진다. 그래서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언성이 높아진다.

 

오죽하면 민호와 피오가 아예 시즌2를 위해 주제곡을 만들어왔을까. ‘쓰담쓰담’이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이들은 멘붕 상황에 예민해져 언성이 높아지지만, “우린 원망하지 않아요”라고 노래할 거라는 의지를 담았다. 참다 참다 못한 강호동이 화를 내고, 금세 스스로 “화내지 말아요”라고 누그러뜨리는 그 모습은 <강식당2>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다.

 

이처럼 <강식당2>의 재미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에서 피어나는 화와 언성에도 자신들은 “서로 배려하는” 사람들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임을 말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실제로 오픈 당일 개수대가 누군가에 의해 흘러들어간 비트 껍질로 막혀 이수근이 ‘위기’임을 드러내고, 누가 범인인가를 찾다 그 앞에서 비트를 깎았던 강호동을 의심하는 장면에서 서서히 화의 비등점이 올라가는 강호동과 이수근의 케미가 웃음을 만든다. 결국 개수대의 망을 민호가 제거한 것 같다고 스스로 자백하는 순간,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주제가 ‘We all lie’가 흘러나오는 대목은 <강식당2>의 재미가 세세한 편집에 의해 더 강력하게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또 <강식당> 시즌1에서 메인요리인 돈가스를 준비하기 위해 밤새도록 고기를 두드렸던 상황이 웃음을 줬던 것처럼 이번 시즌2에서는 굳이 면을 직접 뽑아 만들겠다며 밤마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마치 사교댄스를 추듯 손을 잡고 반죽을 밟는 장면으로 웃음을 준다. 다음날 장사할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잠 못 자고, 예고편에서 나온 것처럼 강호동이 심지어 코피를 흘리는 장면은 <강식당2>의 스트레스와 노동강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걸 말해준다. 첫 날에만 무려 만 명이 줄을 섰다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처럼 돌아온 <강식당2>는 지난 시즌에서 보여줬던 웃음의 코드들이 여전히 비슷한 상황 속에서 빵빵 터지는 그 포인트들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캐릭터들은 이제 자신의 역할 또한 정확히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신서유기>와 <강식당> 시즌1으로 오래도록 함께 해왔으니 이제는 뭘 해도 척척 어떤 게 웃음의 포인트가 되는 지 아는 눈치다.

 

이건 마치 강호동과 이수근의 관계를 확장한 듯 보이기도 한다. 즉 늘 깐족대며 강호동에게 은근히 부아를 돋우는 이수근과, 그걸 참는 듯 보이다 결국은 폭발하는 강호동의 케미는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톰과 제리’로 정평이 나있던 관계의 재미다. 식당을 오픈한다는 ‘위기상황’은 그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감정들 때문에 이들의 치고받는 상황을 증폭시켜줬고, 그래도 결국은 ‘서로를 위하며’ 해내는 과정의 묘미까지 선사했다.

 

그래서 이런 검증된 웃음의 코드들이 첫 회부터 줄줄이 등장하는 <강식당2>는 분명 성공할 수밖에 없다 여겨진다. 실제로 첫 회 시청률이 7.8%(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런 호평만 이어질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아쉬운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 들어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또 음식 프로그램이냐”는 지적이 들려오고, 늘 비슷한 출연자들이 같은 조합으로 나오고 그 웃음의 포인트나 재미요소 혹은 스토리 또한 반복적이라는 데서 나오는 아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실제로 시즌2 첫 방으로만 보면 그 여러 재미요소들이 시즌1과 거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아쉬운 목소리들을 또 하나의 관점으로 두고 보면 ‘아... 또 시작’이라는 첫 에피소드의 제목은 달리 들린다. 그리고 이것은 나영석 사단이 만들어내고 있는 일련의 여행 프로그램과 음식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대중들의 또 다른 목소리처럼 들린다. 물론 나영석 사단의 여행, 음식 프로그램에 대해 대중들이 이제는 좀 물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건 이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이런 소재의 프로그램들을 따라하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전체적으로 여행, 음식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가 쌓인 것이고, 그것이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나영석 사단을 보는 다른 시선을 만든 것일 게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적어도 나영석 사단이라면 이제 또 다른 새로운 소재발굴이나 시도들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대중들의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뜻은 아닐까. 강호동이 만든 ‘니가 가락국수’는 분명 맛있을 게다. 하지만 더 시키면 이수근이 농담조로 “많이 뭇다 아이가”라고 말했던 것처럼, 맛있는 것도 너무 많이 먹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음식과 여행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획을 그은 나영석 사단은 이제 대중들이 원하는 또 다른 메뉴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슈퍼밴드’ 디폴, 배우 아들이라도 박수 받는다는 건

 

한 매체가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디폴이 중견 배우 박순천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보통 이런 보도가 이슈가 되는 건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연예인의 자녀’라는 사실 자체이고, 또 하나는 그것이 하나의 ‘특혜’처럼 비춰진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 대중들은 연예인 가족이 방송에 나오는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것은 일반 대중들이 방송에 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 연예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방송에 등장해 이름을 알리고 그것이 생업으로도 이어지는 그 과정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폴의 경우는 그 반응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보도에도 오히려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심지어 한 댓글은 ‘부모가 대통령이라고 해도 깔 일 없다 완전보물.’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도대체 디폴은 왜 이런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그것은 사실상 디폴이 갖고 있는 음악적 역량이 방송을 통해 이미 대중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리들을 채집해 저장한 후 그것을 하나의 건반을 두드리면 나오는 소리들로 구성한 후 음악을 믹싱해내는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보여줬다. DJ 같지만 갖가지 전자기기들을 접목해 음악으로 변환해내는 실험적인 그의 음악세계는 조이스틱으로도 연주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또 와인 잔에 물을 받아 전극을 연결함으로써 손가락으로 물을 건드릴 때마다 나는 음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독보적인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우리가 익숙히 잘 알고 있는 ‘샴푸의 요정’ 같은 곡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인 밴드 음악에도 잘 어우러진다는 걸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박순천의 아들이 아니라 오롯이 디폴이라는 이름 하나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연예인 자녀라는 사실을 밝히지도 않았고, 그런 후광효과 없이 음악이라는 분야로 자기만의 세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흔히 방송에서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걸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그들이 자신만의 능력으로 방송에 나올 만 하다는 걸 증명해내지 못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예인 가족 관찰카메라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그래서 생겨난다. 관찰카메라의 특성 상 대단한 능력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어째서 저들은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나오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연예인 가족은 그것이 이제 이점이라기보다는 넘어야할 또 하나의 장애가 된 듯하다. 자기만의 이름으로 원하는 세계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오롯이 서는 것. 그것만이 ‘부모의 후광’이라는 딱지를 떼어줄 수 있어서다. 디폴은 이런 관점에서 연예인 가족이지만 스스로 자기 영역을 개척한 ‘좋은 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이토록 재밌는 분들이... ‘유퀴즈’의 든든한 주인공들

 

어떻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이 이토록 재미있을까. 한옥 길로 유명한 종로 계동에서 촬영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첫 회에 갔었던 열쇠가게를 찾아가 다시 만난 어르신은 그 작은 가게에서 편하게 다리를 뻗고 앉아 “너무 편해 보이셨다”는 유재석의 말에 “불편한데 돈이 없으니까 편해요. 관리하려면 불편한데 없으니까 만고땡이야-”라는 유쾌한 답변으로 큰 웃음을 주셨었다.

 

당시에도 “출연료 없냐”고 물어보고 선물이라고 냄비를 받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던 어르신은 다시 뽑은 선물로 유재석 브로마이드가 나오자 극구 사양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그 웃음이 특별히 유쾌하게 느껴지는 건 어르신의 소탈함이 주는 웃음이기 때문이다. 이런 웃음은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분들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길을 걷다 건물 벽면 가득 채워진 사진에 눈이 띄어 찾아간 가게. 방송이 영 어색하신지 다소 낯을 가리시는 듯 보이는 아저씨는 의외로 ‘작은 반전’이 있는 토크를 하셔 유재석과 조세호를 배꼽 잡게 만들었다. 마침 촬영일이 어버이날이라 어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씀드렸냐고 묻자 “욕만 먹었어요. 어제 술 먹어서...”라며 갑자기 ‘술 먹는 이야기’를 자신이 꺼내놓고는 “왜 술먹는 이야기를 하냐”고 버럭 하신다. 방송을 찍으면서도 약간 귀찮아하시는 그 모습과, 퀴즈 안하겠다고 하면서 금세 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모습에 웃음이 피어난다. 퀴즈 틀리고 나서 “맞을까봐 일부러 틀린 거”라고 말하는 이상한 언변에 또 웃음이 터진다. 선물 필요 없다며 “해봐야지”하고 뽑은 노트북에 좋아하시는 아저씨의 모습. 시청자들도 기분 좋아진다.

 

점심 먹기 위해 찾은 쭈꾸미집은 맛있는 먹방과 더불어 사장님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남편 사별하고 생계를 위해 하게 된 가게. 그렇게 16년을 해오셨던 사장님은 성당 성가대를 하고 계시다고 하셨고, 그래서 즉석에서 요구한 노래에도 구성진 노래실력을 보여주셨다. 늘 밝게 웃는 얼굴에 즐겁게 사시려 노력하시는 사장님은 그러나 어버이날 자식들 생각에 금세 눈가가 촉촉이 젖으셨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즐겁게 사시려는 모습 뒤편에는 분명 일찍 돌아가신 남편의 빈자리가 있지 않았을까. 그 삶이 묻어나 있어 그 이야기는 담담해도 먹먹하게 느껴졌다.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둘이 같이 여행가서 수다 떨고 싶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행복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지나다가 찾은 타로점집에서 만난 김성주를 닮은 사장님은 타로점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잘 될 지에 대한 덕담(?)을 해주고, 유재석에게는 앞으로 20년 간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조세호에게는 연애운이 있지만 겸손하라는 말로 웃음을 줬다. 특이 이 타로점집에서의 백미는 자신이 문제를 맞힐 것인가를 점으로 쳐보는 장면이었다. 악마카드를 뽑아 “못 맞춘다”고 점괘를 얘기함으로써 맞히면 점괘가 신빙성이 없는 게 되버리고, 못 맞히면 돈을 못받게 되는 딜레마를 토로하는 사장님이 주는 웃음이라니.

 

마지막에 만난 삼청동 갤러리 과장님은 지난해 방송에 나와 독특한 언변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었다. 골목길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 곳에 사시는 과장님이 잘 아는 할머니와 즉석에서 이뤄지는 툭탁대는 이야기들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빵빵 터졌다. 결국 지난해 풀지 못했던 퀴즈를 풀어 100만원을 받자, 할머니가 반반 나누자고 하고 이를 거부하는 과장님의 모습 또한 웃음을 안겨주었다.

 

사실 이토록 재밌는 분들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될 줄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막연히 ‘사람여행’이라고 했지만, 그 보통사람들이 이토록 큰 웃음을 주고, 때론 먹먹한 감동을 줄 것이라고까지 예상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의 이야기 하나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연예인보다 더 재밌는 살아있는 이야기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가진 든든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복면키친? ‘미스터리 키친’의 너무 안이한 선택

 

이것은 MBC <복면가왕>의 키친 버전인가. SBS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은 파일럿이지만 너무 쉬운 선택들만 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블라인드 대결’이라는 형식도, 그 진행방식도 <복면가왕>의 틀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고, ‘추리+승패 판정’ 과정 또한 같았다.

 

그잖아도 음식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다. 그렇다면 음식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의 기획에는 더 색다른 시도나 새로움을 추가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은 그런 변별점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대결이라는 관전 포인트도 <복면가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고 보니 가수가 아니었다’는, <복면가왕> 초창기의 놀라움은 이제는 너무 익숙해 전혀 놀라움을 주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이 ‘알고 보니 셰프가 아니었다’는 스토리텔링이 통할 까닭이 없다.

 

또한 등장부터 이미 정체를 어느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던 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첫 회에 나와 5:0 완승을 한 빅마마 이혜정은 사실 몸 동작의 실루엣만 봐도 대충 누군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인물이다. 물론 맛평가단은 그 요리과정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평가에 있어서 이런 선입견은 들어가지 않겠지만, 이미 과정을 본 시청자들은 그가 이혜정이라는 걸 알고 있어 정체에 대한 궁금증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의아스럽게 여겨지는 건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왜 백종원이 거기 있는지 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백종원은 이 프로그램에서 대결하는 셰프들의 요리하는 손만 보고 그게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추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체 프로그램에서 그리 중요한 결정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출연자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중요한 프로그램이지만, 결국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대결의 승자가 누구일까 하는 점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백종원은 그 승자 선택에서 벗어나 있고 대신 시작점에서의 궁금증을 높이는 조미료 역할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본 대결 전에 룰을 이해시키기 위해 김성주가 대결하는 걸 보여줬지만 백종원의 역할은 전체로 보면 미미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굳이 제목에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넣었을까. 그건 어쩌면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는 증거처럼 보인다. 색다른 시도보다는 어디선가 봤던 요소들을 가져와 뒤섞었다는 느낌이 강한 이 프로그램은 요즘 잘 나가는 ‘백종원’이라는 인물도 그렇게 세워둔 게 아닐까.

 

그냥 <미스터리 키친>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백종원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프로그램이고, 그 형식도 새로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쉬운 선택들로 과연 쏟아져 나오는 음식 프로그램에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백종원을 세워두고도 이런 정도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는 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스페인 하숙’, 어째서 이 소소함에 우리는 빠져들었을까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했잖아요.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서 완전 배부른 상태에서 노래를 들었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시원한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밖에 보이는 창문에는 파란 하늘이 보이고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잖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일해야 되고 공부해야 되고 빨리 자리 잡아야 되고... 여기는 그냥 그런 것도 없이 매일 걸으면서 한 끼 먹고 이런 게 되게 행복하잖아요. 걷고 밥 먹는 것만으로도 내가 행복한 사람인데 근데 왜 이렇게 한국에서 풍족하고 좋은데서 살았으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tvN 예능 <스페인 하숙>이 만난 어느 젊은 순례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한국에서의 삶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행복이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매일 걷고 한 끼 먹고 하는 일이 행복이라는 걸 순례길을 걸으며 깨닫게 되었고,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그토록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공부해야만 했던 한국에서의 삶을 낯설게 느끼고 있었다.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다른 순례자는 그의 말에 공감하는 눈치였다.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을 찾으면 최소한 불행해지지는 않겠죠.” 그 역시 고민이 있어 이 긴 여행을 떠나온 것이었고, 지금도 그 해답을 찾고 있었다. “그냥 회사 다니고 있었는데.. 그냥 그냥 살 것 같은 그런 기분..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나온 여행인데 그 정도로는 답이 명확하게 나온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갖고 있는 걸 놓으면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 결단만으로도 그는 벌써 해답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순례자는 도대체 ‘가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얘기했다. “저는 갖고 있는 게 되게 사실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많았고 그리고 제가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 건 하나도 가진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여기 올 때는 사실은 처음에는 도피였어요. 걸으면서 잊고 싶었어요. 돌아갈 때쯤이면 뭐 하나라도 해결책이 나오겠지. 근데 제가 여기 온 다음에 제가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데 두 개 정도 일은 잘 풀렸어요. 근데 어제 한 개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나는 여기에 대해서 아무 것도 관여한 일이 없었는데...”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늘 손아귀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행복은 그 쥐고 있는 것에 비례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그걸 쥐고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이 그걸 쥐고 있지 않으면 행복이란 파랑새는 날아가 버릴 것처럼. 하지만 순례자가 말하듯 그건 착각일 뿐이었다. 자신이 없이도 될 일을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쥐고 있다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당신을 쥐고 있는 지도.

 

다시 처음 이야기를 꺼냈던 순례자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데 저는 매일 매일이 스트레스인거에요. 누구 잘되는 사람 보는 것도 힘들고 매일매일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는데.. 내 두 발로 걷고 숨 쉬고 숙소 도착해서 빨래만 해도 행복하잖아요. 밥 먹고 이러는 게 행복하다는 게...”

 

그렇다. <스페인 하숙>이 열흘 간의 알베르게를 통해 보여주려 한 건 바로 이들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것처럼 ‘행복의 소소함’이 아니었을까. 때론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지만 때론 단 한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하지만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며 매일 일어나 청소하고 요리를 준비한다. 그저 한 끼 식사이고 하룻밤의 잠자리지만, 그 한 끼 식사와 하룻밤의 잠자리는 누군가에게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잊지 못할 행복이 된다. 그러니 그 한 끼와 하룻밤은 심지어 숭고한 어떤 일이다.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하루 종일 준비하고 준비하는 그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편안해진 것은 대단한 것도 아닌 그 소소함을 위한 노력들이 진정한 행복의 실체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마지막 날 단 한 명의 손님도 오지 않자 이들은 마치 손님이 오는 것처럼 몰래카메라를 하거나 상황극을 만들며 허허 웃는다. 그리고 함께 둘러 앉아 손님을 위해 준비했던 음식을 먹는다. 손님이 많이 오거나 적게 오거나 그리 행복의 크기가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밥 한 끼의 따뜻함에 누군가의 기분 좋은 농담에 웃는 것이 어쩌면 우리네 삶과 행복의 실체라고 <스페인 하숙>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스페인 하숙>에 빠져들었던 바로 그 소소함과 위대함이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실체라고.(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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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먹3’, 이연복이 보여주는 한식보단 한국식의 가능성

 

이건 한식이라기보다는 한국식(코리안 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가 지난 시즌에 중국에서 짜장면과 깐풍기를 팔았듯, 이번 시즌에서는 미국에서 치킨에 이어 핫도그를 팔고 있다. 그런데 그 반응들이 흥미롭다. 단지 ‘맛있냐. 맛이 없냐’는 차원의 흥미로움이 아니라, 이 음식들을 현지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에 대한 흥미로움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백과사전을 들여다보면 치킨은 프라이드치킨의 줄임말로 18-19세기 미국남부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돼지나 소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닭을 요리해 먹으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물론 ‘닭튀김은 스코틀랜드-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에 전해진 스코틀랜드 전통요리’다. 이 닭튀김은 별 양념 없는 요리였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여기에 조미료와 향신료를 첨가해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었다는 것. 물론 훨씬 대중적인 이름이 알려진 건 커넬 샌더스가 개발한 양념으로 탄생한 KFC지만.

 

하지만 우리는 물론 한국전쟁 이후 미군을 통해 치킨이 유입되긴 했지만, 1970년대 식용유가 양산되면서 치킨이 본격화됐고 이미 1980년대 양념치킨이 등장했다. KFC가 1984년에 들어와 성행했지만, 최근까지 무수히 많은 치킨의 실험(?)이 이뤄지면서 한국 스타일의 치킨이 완성됐다.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연복이 내놓은 양념치킨과 간장치킨(이건 사실 깐풍기에 가깝지만) 같은 치킨은 그래서 한식이라기보다는 한국식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인들도 이 치킨을 ‘코리안 스타일 치킨’으로 받아들인다. 치킨이지만 무언가 좀 더 바삭하고 거기에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단짠 혹은 매콤달콤한 소스가 얹어져 그들이 먹던 치킨과는 사뭇 다른 맛을 내는 음식.

 

에릭이 만들어 놀이공원에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식 핫도그도 마찬가지다. 본래 핫도그는 비엔나프랑크 소시지를 사용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독일계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소시지만 먹던 방식이었는데 뜨거워 이를 싸는 빵을 더해 핫도그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식의 핫도그는 옥수수가루 반죽으로 만든 콘도그에서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형태로의 진화를 겪었다. 마치 치킨이 진화하듯 한국식 핫도그도 비슷한 진화를 겪었던 것.

 

미국으로부터 전파되어 온 음식이지만 거기에 한국식의 맛들이 개발되고 더해져서 만들어진 한국식 핫도그에 미국인들이 흥미를 느끼는 건 그것이 익숙하지만 색다른 조합이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먹힐까>의 미국인들이 그 맛이 “흥미롭다”고 표현하는 건 그래서일 게다. 바삭한 식감이 더해진데다 케찹, 머스타드에 설탕까지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내고 있으니.

 

<현지에서 먹힐까>는 프로그램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그 형식 때문에 국적을 뛰어넘어 경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어떤 지점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만든다. 물론 독특한 그 나라만의 음식문화가 있는 건 사실이고 또 중요한 일이지만, 이미 글로벌한 환경 속에서 음식의 국적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누가 원조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것이든 그 위에 저마다의 색깔을 더해 경쟁력 있는 어떤 걸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최근 들어 한류를 지칭하면서 앞에 K를 붙이는 일들이 부쩍 늘었다. K팝, K뷰티, K푸드, K패션 등등. 그런데 여기서 K는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것은 원조의 의미보다는 ‘코리안 스타일’이라는 우리식의 해석의 의미가 강하다. 이미 있었던 팝이고 화장품이고 음식이고 패션이지만 거기에서 우리식의 스타일이 더해져 독특한 색깔을 낸다는 것. <현지에서 먹힐까>는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코리안 스타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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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회 맞은 ‘개콘’, 전유성의 조언 곱씹어야하는 이유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프로그램은 없어질 수밖에 없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는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 1000회를 맞는 KBS <개그콘서트>를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유성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1000회를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개그콘서트>에 대한 기자들의 쓴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결국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나온 날카로운 현실인식이었다.

 

원종재 PD는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아” 제작진이나 개그맨들 모두 힘들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왜 추락하고 있는가에 대한 현실을 토로했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 현실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해 웃음의 코드도 달라지고 있고, 인권의식이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대부분의 개그코드를 차지하던 여성, 외모 비하, 가학, 피학 등등의 소재들을 사용할 수 없으며, 능력 있는 개그맨들과 연출자들의 이탈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그런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개그콘서트>를 보는 기자들을 포함한 시청자들 모두 내고 있는 한 목소리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과거 <개그콘서트>가 잘 될 때는 코너 하나하나가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가득 채워진 바 있고, 그 개그맨들도 유행어로 스타가 되는 일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 코너가 어디서 웃어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유튜브의 짧지만 강력한 현장형 코믹 짤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한 마디로 ‘노잼’이라고 말한다.

 

물론 실제로 최근 인권감수성이 높아지며 제약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KBS라는 공영방송의 위치는 tvN <코미디 빅리그>가 상대적으로 수위 높은 개그 코드를 자유롭게 선보이면서도 별다른 논란을 맞지 않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만든다. 작은 대사 하나나 캐릭터 하나에도 예민한 시청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 일쑤다. 그러니 어떤 개그를 짜면서 재미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런 논란의 여지들을 스스로 검열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제약을 잘못됐다 보긴 어렵다. 그건 어쩌면 지금껏 잘못 해온 코미디의 코드들을 이제야 바로잡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나오는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이를 뛰어넘는 부분에서 새로운 개그의 코드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지금의 <개그콘서트>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가가 의문일 정도로 매주 분량 채우기에 급급한 느낌이 아닌가.

 

<개그콘서트>는 딸린 식구들이 많고, 그 개그맨들이 어떤 면에서는 우리네 예능의 중요한 자원들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폐지를 얘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방치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다. 전유성의 말이 아프지만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것.

 

매주 코너들을 준비해 내놓는 이 꽉 짜인 일정 속에서 <개그콘서트>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현재의 문제들을 제대로 직시하고 새로운 동력을 찾아낼 수 있는 휴지기를 가지는 일은 어쩌면 향후 더 오래도록 <개그콘서트>가 시즌을 거듭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고 그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프로그램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 1인 미디어 시대에 무대개그 형식이 과연 지금도 어울리는가를 고민해야 하고, 인권감수성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는 시대에 바람직한 웃음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숙고해야할 시점이다. 이런 고민과 숙고를 위한 준비과정이 지금의 <개그콘서트>에는 절실하다. 단지 1000회에 과거 레전드 코너들을 소환해 “그 때는 좋았지”하는 향수에 젖어 있다가는 진짜 고사할 수 있으니.(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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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밴드’, 밴드 음악의 진수, 음악 실험이 이렇게 즐겁다니

 

그래 이것이 밴드 음악의 진수였지.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를 보다 보면 새삼 떠오르는 생각이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마치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세련된 현재 버전 같은 그런 느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클래시컬한 악기와 밴드가 실험적으로 어우러지는 무대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음악적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밴드 오디션이라니.

 

물론 이미 KBS에서 <톱밴드> 같은 밴드 오디션을 치른 바 있지만, 그것과 <슈퍼밴드>는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완전히 다르다. <톱밴드>는 완전체 밴드들이 나와 오디션 무대에서 대결을 벌이는 형식이라, 경연의 대결구도가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하지만 밴드 음악처럼 자유분방하고 스타일도 다른 음악을 동일선상에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무엇보다 완전체 밴드가 등장해 끝까지 함께 간다는 구조는 우승한 밴드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다양한 밴드 음악의 묘미를 들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슈퍼밴드>는 완전체 밴드가 아니라, 저마다 다양한 악기를 다양한 분야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다양한 스타일로 노래하는 보컬들을 모이게 만들고 그들이 스스로 조합을 해 밴드를 구성해가는 과정을 오디션 형식으로 담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비유하면, <톱밴드>가 이미 완성한 그룹 퀸의 무대를 계속 보여주는 반면 <슈퍼밴드>는 퀸이 만들어지기 전 로컬 밴드에 프레디 머큐리가 만나는 그 과정을 담는 식이다.

 

이 과정을 <슈퍼밴드>는 한 번에 보여주지 않고 1라운드, 2라운드 식으로 나누어 여러 조합을 경험하면서 차츰 하나의 밴드로 구성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본선 1라운드에서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아일이 드럼 김치헌, 색소포니스트 김동범, 기타리스트 박지환과 함께 방탄소년단의 ‘봄날’을 불렀을 때의 느낌은 기타리스트 김영소, DJ 노마드, 첼리스트 홍진호와 함께 앤드 시런의 ‘Castle on the hill’을 불렀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전자가 깔끔한 모던락의 느낌으로 재해석했다면 후자는 훨씬 더 감성적인 클래식이 얹어져 아이리시 락을 듣는 느낌을 줬다.

 

또한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지만 록을 좋아하고 또 하고 싶어 했던 이나우가 2라운드에서 채보훈과 정광현 같은 록커들과 어우러져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는 맛은 <슈퍼밴드>에서만이 가능한 무대가 아닐까 싶다. 록과 클래식이 어떻게 어울릴까 싶지만, 의외로 웅장한 사운드가 가능하다는 걸 이들은 오아시스의 ‘Stop crying your heart out’을 편곡해 들려주는 것으로 입증했다. 특히 클래식 피아노 위에 신디사이저를 놓고 클라이맥스에서 신디사이저와 병행해 연주를 해낸 이나우의 변신은 밴드의 실험 정신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슈퍼밴드>가 그 구성적인 힘만으로도 조금씩 시청자들을 밴드 음악의 묘미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즉 첫 무대에서 각자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악기와 음악을 들고 나와 피아노에서부터 기타, 첼로, 드럼 등등 밴드를 구성할 음악적 요소들을 소개하고 그 요소마다의 매력을 보여준 후, 본선 1라운드에 가서 이들의 조합을 통한 밴드 음악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그렇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각각의 악기의 묘미를 먼저 느낀 후, 밴드 음악을 들으면 그 뭉쳐진 음악 속에서도 저마다의 악기 소리가 새삼 달리 들리는 걸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프로듀서들은 ‘심사평’이 아니라 ‘감상평’을 한다고 했고, 오디션이라 어쩔 수 없이 당락이 결정되지만 그것은 우열이 아닌 취향일 뿐이라고 했다. 그만큼 저마다의 기량이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모였고, 그들은 이런 저런 조합의 음악 경험을 통해 차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승자가 누가 될까는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됐다. 다음에는 어떤 조합의 밴드가 나와 어떤 새로운 음악적 실험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지가 궁금할 뿐. 그것이 <슈퍼밴드>에 자꾸만 입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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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담은 ‘눈이 부시게’, 부산 어르신들의 거친 손만으로도

 

부산으로 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시작부터 심상찮았다. 김해공항에서 광안리로 가는 택시. 택시기사 어르신은 70년차 부산 토박이인데다 27년 째 택시를 운행하고 계셨다. 차 안에서 오래 있다 보면 스트레스가 있으실 것 같다는 유재석의 질문에 “직업인데 어쩔 수 있습니까”라고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어르신에게서 삶의 이력이 묻어났다. 손님이 없어 힘드시다는 어르신은 그 흔한 여행은 물론 서울을 가본 적도 없다고 하셨다. 그 작은 택시 안에서 많은 이들을 태워줬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여행한 적은 없었다.

 

어느 골목에서 쉬고 계시다 유재석과 조세호를 보고 반가워하시는 이상희, 김길자 어르신들과 마침 또 그 길을 지나다 토크 대열에 합류하신 김부연, 강애순 어르신들은 모두 동네 언니 동생하는 친구들이라고 했다. 깡깡이 일을 하다가 다치셨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시는 이상희 어르신은 다리에 깁스 같은 붕대를 하고 계셨는데, 지게차가 밀어 물렁뼈가 파열됐다고 했다. 수술이 안돼 15년째 그렇게 살고 계셨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어 보이셨다.

 

깡깡이는 배에 슨 녹을 망치로 때려 떼 내고 그라인더로 밀어내는 고된 작업. 그래야 그 위에 페인트를 칠해 다시 배가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한다는 그 일은 지금은 좋은 장비를 동원해 하고 있지만 예전만 해도 목숨 걸고 하는 일이었다. 앉아있기도 아슬아슬한 난간에서 하루 종일 비 오듯 땀을 쏟으며 일을 하고 내려오면 “아 살았구나”하고 안도했다고 그 일을 무려 38년 했다는 강애순 씨는 말했다. 강애순 씨 남편 박대환 씨는 그 일이 힘들고 당시만 해도 “깡깡이를 참 천하게 생각했다”고 말씀하셨지만, 유재석의 말대로 몸으로 땀 흘려 버는 돈은 ‘귀한 돈’이라고 할만 했다.

 

배가 높아 겁이 났고 그래서 항상 위를 보며 작업을 하곤 했다는 강애순 씨가 보여준 깡깡이를 했던 망치는 그간 어르신이 해왔던 노동의 강도를 잘 보여줬다. 계속 고쳐쓰다 새 머리를 사서 끼워 쓰던 그 망치와 어르신이 하루 종일 쥐고 있었을 손때 묻은 망치 자루에서 세월이 느껴졌다. 그 거칠어진 손이 어찌 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서트로 들어간 ‘아무리 생각해도 청춘시절 도둑맞은 거 같다. 어느새 다 지나가고 노인이 되었구나. 정말 애달픈 인생이다’라고 적으신 김부연 할머니의 시화 중 한 구절이 새삼스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당시에는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리 고생하고 살았다는 이상희 어르신은 엄마가 한 번 와서 보고는 속병이 나서 고생한다고 다시는 안 왔다고 했다. 아마도 고생하는 모습을 보기가 속병이 날 정도로 힘들어서였을 게다. 살기가 힘들어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찾아갔다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 이상희 어르신의 주름 가득한 얼굴에서 그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맏이지만 제일 못살고 고생하는 딸을 위해 마음을 많이 써주셨다는 어머니에 대해 강애순 씨는 지금이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와서 하루만 나랑 같이 있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셨다. “한 시간만이라도 살아오신다면 엄마한테 실컷 좀 안기고 싶다”는 강애순 씨의 목소리에서 촉촉한 물기가 느껴졌다.

 

부산에서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를 쓰시는 어느 미용실 최금실 원장님은 첫 봐도 흥이 넘치시는 밝음과 청산유수의 언변으로 유재석과 조세호를 배꼽잡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10대부터 연령대별로 줄줄이 말씀하시는 ‘영상편지 전문가(?)’의 놀라운 상황극이라니. 하지만 그 연령대별로 내놓은 영상편지 속에서는 최금실 원장님의 삶 전체가 묻어났다. 즉석에서 시키는 노래도 척척 하시는 원장님이었지만, 유재석이 슬쩍 꺼내놓은 원장님의 손에서는 역시 쉽지 않은 노동의 흔적이 묻어났다. 마치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행복미용실 원장을 보듯, 염색약 때문에 손톱 끝이 까맣게 된 원장님의 손.

 

갑자기 인터뷰를 한다는 말에 머리도 손도 엉망이라면서 저어하시던 선박 전기 수리 일을 해오신 이상연 사장님은 그 곳에서만 40년 간 이 일을 해오셨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이 고향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온 부산에서 더 오래 사셨다는 사장님의 손은 말씀대로 새까만 하루의 고단함이 검게 묻어 있었다. 수리를 하기 위해 세계 안 다닌 데가 없다는 사장님은 젊어서는 그 힘들다는 외양선을 12년 간이나 타셨다고 했다. 배멀미에 쓸개즙까지 토해내며 버텨내셨고, 그렇게 일하러 다니느라 서른 살 먹은 아들과 30년 중에 겨우 한 8년을 같이 살았다는 사장님은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었다.

 

사장님이 사모님에게 불러주는 김종환의 ‘백년의 약속’에는 남편의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내가 선택한 사랑의 끈에 나의 청춘을 묶었다. 당신께 드려야 할 손에 꼭 쥔 사랑을 이제야 보낸다. 내 가슴에 못질을 하는 현실의 무게 속에도 세상이 힘들 때 너를 만나 잘해주지도 못하고 사는 게 바빠서 단 한 번도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아버지의 영상편지를 받은 장성한 아들은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사랑합니다”라며 “다시 태어나도 아버지의 아들, 아니 딸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애교도 많이 피우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맞게 된 어버이날. 세상 모든 어버이들의 거친 손은 위대하다는 걸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간 부산의 어르신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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