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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숙’ 유해진, 열심히 하는데 잘 안 풀리는 분들을 위해

 

물론 실제 본격적으로 알베르게를 연 건 아니지만, 엄밀히 말해 tvN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연 하숙집(?)은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아니다. 오픈한 첫 날 단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와 ‘임금님 밥상’을 차려준 바 있고, 다음 날 외국인 손님까지 더해져 갑자기 여섯 명이 들이닥쳤지만 그것도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일요일, 전날 잔뜩 봐온 장으로 더 많은 손님이 오길 기대했지만 결국 달랑 두 명의 손님을 받은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은 손님이 오지 않자 괜스레 문을 살피고 문밖에 나왔다가 광장까지 가서 혹여나 순례자가 올까 둘러본다. 한 명이라도 더 오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터덜터덜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유해진은 역시 어딘가 헛헛한 마음에 문밖까지 나온 차승원을 만나고는 “역시나”라며 아쉬운 마음을 특유의 허허하는 웃음으로 지워낸다.

 

손님은 둘뿐이지만 정성을 다하는 차승원은 저녁 준비에 들어가고, 시간이 남은 유해진은 마침 동네 산책을 나서는 손님들에게 가이드를 자청한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조깅을 하고 산책을 하면서 발견했던 아름다운 길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그 순례길을 처음 출발할 때 같은 길에서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며 이어진 두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길에서는 처음 만나서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두 번째 만나면 이야기를 하다 세 번째 만나게 되면 친한 친구가 된다고 했다. 손님이 없어 헛헛했을 유해진은 산책 가이드를 끝내며 손님들에게 자신이 더 배우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아마 그건 진심이었을 게다.

 

<스페인 하숙>에서도 그렇지만 과거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도 유해진은 어딘가 잘 안 풀리는 가장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과 부부 같은 케미를 만든 유해진은 매일 아침 낚시를 나가는 그에게 기대하는 차승원을 번번이 실망시키곤 했다. 물고기가 생각보다 잘 안잡혀서다. 그래서 물고기가 좀 더 잡히게 되면 바다에 던져놓은 망에 물고기를 넣어두고 그걸 ‘피시뱅크’라고 불렀다. 나중에 한 마리도 못 잡는 날에는 그 피시뱅크에서 물고기를 꺼내 하루의 생색이라도 내려는 심산이었다.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은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하숙집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청소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또 손님들이 불편한 곳은 없나 세심하게 챙기고, 어디서 주워다 모은 나무로 부족한 집기들을 뚝딱뚝딱 만들어준다. 그리고는 그것이 이케아를 본 따 토종 브랜드 이케요(IKEYO)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입만 열면 허허로운 아재개그를 쏟아낸다. 처음에는 그게 뭐가 재밌을까 싶지만 한참 듣다보면 왠지 중독성이 있는 아재개그다. “이케요”처럼 생각할수록 웃음이 번지는. 이런 유해진의 아재개그가 그의 캐릭터가 되고 또 웃음을 주는 이유는 그가 보여주는 ‘어딘가 잘 안 풀리는’ 일들을 아재개그처럼 ‘돈 안 드는 몇 마디’로 웃어넘기려는 긍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유해진이 우리 같은 서민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중요한 이유다. 뭔가 잘 안되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다음 날이면 또 새벽부터 일어나 오늘은 잘 될 거야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모습. 그것이 보통의 서민들이 매일 같이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과 무에 다를까.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데 잘 안 풀리는 분들에게 유해진의 아재개그는 그래서 그저 웃긴다기보다는 웃어주고픈 마음을 갖게 만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골목식당’, 지역 가니 이런 토속적인 맛이

 

이 정도면 솔루션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맛집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돼지찌개집을 찾은 백종원은 “여긴 할 게 없다. 나 여기 솔루션 하러 안 온다. 밥 먹으러 오는 거다”라고 말했다.

 

지난주 방영됐던 것처럼, 서산 해미읍성의 ‘장금이’라 불리는 손맛의 돼지찌개집은 역시 재차 방문한 백종원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전날 너무 극찬했던 건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어리굴젓에 마음을 뺏겨서라고 했지만, 다음 날 찾아 맛본 비빔밥과 순두부찌개도 역시 대만족했다.

상반되게도 사장님은 내내 “자신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떨린다”고 얘기했지만, 요리에 있어서는 거침이 없었다. 매일 반찬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데서부터 이 사장님이 가진 요리에 대한 욕심이 느껴졌다. 맛 좋은 음식을 내놓기 위해서는 재료 비싼 거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아재 입맛으로 백종원이 캐릭터가 자신과 겹친다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새 출연자인 정인선 역시 어리굴젓의 맛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그 곳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묻던 중 4월까지는 실치국을 끓인다는 이야기에 백종원이 만들어보라고 하자 즉석에서 실치를 주문해 국을 끓여냈다. 이 역시 백종원과 정인선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굳이 힘들게 소머리국밥 할 게 아니라 실치국을 끓여도 될 법 하다고 백종원은 말했다.

 

흥미로운 건 돼지찌개집 사장님이 보여주는 상당히 ‘충청도’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잘 못해유”하면서 뭐든 척척 해내고, “자신 없어유”하면서 맛나게 음식을 내놓는 모습. 물론 사장님의 고향은 전라도라고 했고 그래서 음식 맛 손맛이 남다른 것이었지만,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충청도의 매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은근함이 있었다. 느린 듯 하지만 막상 무얼 하면 재빠르게 해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은근함의 매력이라니.

 

물론 이번 서산 해미읍성 편에서 곱창집과 쪽갈비 김치찌개집은 생각보다 문제들이 많이 노출됐다. 곱창집은 곱창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곱 손실이 많이 생겼고, 육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에서도 물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곱 자체가 녹아 구울 때 빠져나오는 결과를 만들었다. 백종원은 하나하나 그 과정들을 되짚으며 문제점들을 찾아내 보여주었다.

 

또 쪽갈비 김치찌개집은 허리와 무릎이 안 좋아 혼자 일하는 게 버거웠던 탓인지 ‘위생문제’가 심각했다. 물론 음식도 문제였다. 고기를 재울 때 육수를 사용해 상할 위험을 더 높은 일이나, 주방이 가진 위생상태를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나 모두 경험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조목조목 지적을 당한 사장님은 “부끄럽다”며 눈물을 보였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점들을 많이 가진 식당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돼지찌개집 같은 ‘준비된 식당’이 있어 백종원도 시청자도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편에서 돼지찌개집을 통해 프로그램이 얻은 건, ‘지역이 가진 토속적인 재미’를 그 사장님 캐릭터를 통해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게 아닐까. 이번 편에서는 어딘가 충청도의 은근한 맛이 느껴진다. 백종원처럼 밥 먹으러 굳이 찾아가고 싶을 만큼.(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스페인 하숙’, 별거 없어도 충분히 행복한 건

 

“짐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버려라.” tvN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온 한 청년은 불쑥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저녁을 먹는 그들 옆에 앉아 그들이 겪은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유해진은 그 말에 반색한다. 늘 아재개그식의 유쾌한 말장난이 입에 붙은 유해진이어서였을까. 그 청년이 툭 던진 유머가 섞여 있지만 의미심장한 그 말에 특히 반색한다.

 

그 청년이 그 말을 꺼낸 건, 또 다른 순례자가 “가져왔던 패딩을 버렸다”는 얘기를 해서다. 길을 걷기 위해서 배낭을 꾸리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배낭 가득 이런 짐 저런 짐들을 채워왔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앞으로 걸어 나가는 걸 힘들게 하는 버거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건 어쩌면 우리의 삶의 모양일 게다. “너무 많은 두려움을 들고” 살아가기 때문에 더 많은 짐에 버거워지는 우리의 삶.

 

유해진에게 형이라 부르며 순례길 도전을 해볼 생각은 안 해봤냐는 한 청년의 질문에 유해진은 “늘 생각했지만 용기를 못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단을 하고 해야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결단을 못 내리는 것이나, 용기가 필요하다 말하는 건 그만큼 내려놓아야할 짐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자 이 순례길을 걸어온 청년들이 한 마디씩 그의 용기를 북돋는 이야기를 건넨다. 순례길을 걷는 분들 중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많다고 하고, 어느 방명록에서는 ‘60살에 왜 사서 고생이냐고? 니들이 이 맛을 알아?’라고 적힌 글을 봤다며 “진짜 멋있었다”고 말해준다. 또 한 분은 ‘익숙해진 고통’을 이야기한다. 처음 길을 나섰다 3일 만에 이건 아니라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하지만 차츰 고통이 익숙해지고 ‘조그만 걸어볼까’하던 것이 20일 째 걷고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고통이 삶의 또 한 부분이라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고통을 겪을 일을 지레 짐작하며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은 역시 짐이 되어 우리네 삶 자체를 버겁게 만든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적응을 하면서 앞으로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이들은 순례길을 걷는 것만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스페인 하숙>은 지금껏 나영석 사단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우연히 조우하는 출연자들의 사연이나 리액션을 그다지 많이 담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 주는 감동은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지만, 그렇다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이 왜 그 길을 걷게 되었는가 같은 저마다의 사연은 애써 담으려 하지 않는다.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유해진에게 왜 그런 걸 묻지 않냐고 했을 때 유해진이 했다는 말이 걸작이다. “누구나 고민이 있어서 오는데 물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는 것.

 

유해진의 답변에 담긴 바로 이 지점은 <스페인 하숙>이 가진 편안한 거리감과 그래서 그 길을 걷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상황을 투영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그것은 순례길을 걷는다는 행위를 그대로 닮았다. 그 길을 걷는 이들은 그 속사정을 굳이 다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걷는다는 같은 행위 속에서 누구나 서로를 공감하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나라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고 해도. 배낭 하나 달랑 매고 걷는 길. 그 하나에 우리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듯이.

 

그래서 <스페인 하숙>은 그 곳을 찾는 순례자들의 사연과 리액션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온전히 하루를 준비하는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배정남의 그 정성이 가득한 마음에 집중한다. 비록 10인분을 준비해놓고도 세 분만 찾아와 음식이 남더라도, 그렇게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쓴다는 그 행위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중요한 행복감이 아니겠나.

 

대단할 것 없다. 산다는 건. 저마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길을 나선 것이고, 무거우면 버리고 가면 되는 것이다. 고통은 피할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우린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어느 집에서 작지만 누군가의 정성어린 식탁에 초대하게 되면 느껴지는 행복감. 화려한 음식의 포만감이 아니라 투박해도 거기 얹어진 따뜻한 마음이 주는 엄마 뱃속 같은 편안함과 풍족함. 그리고 누군가에게 밥 한 끼와 따뜻한 잠자리를 대접하기 위해 그렇게 온전히 마음을 쓰는 일. 그게 삶의 행복이 아니냐고 <스페인 하숙>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솜씨에 인성까지, '골목식당' 백종원도 빠져들 정도라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충남 서산 해미읍성 어느 골목길로 백종원이 우산을 들고 식당을 찾아간다. 이제 13번째 골목을 맞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시그니처가 된 풍경. 본래 얼굴을 숨기려 마치 영화 <킹스맨>처럼 우산을 들게 됐던 것이지만, 봄비가 내리자 그 우산은 그 풍경에 딱 어울리는 자연스런 소품이 되었다. 이런 날이면 왠지 낮술이라도 한 잔 걸치고픈 마음이 인지상정. 백종원이 찾아간 돼지찌개집 역시 그런 마음에 딱 맞춘 음식들을 내놨다.

 

직접 찾아가보기 전까지 백종원은 반신반의했다. 일단 메뉴가 너무 많은 게 신뢰감이 가지 않은 이유였다. 소머리국밥 하나만 해도 제대로 하려면 전문점을 해야 될 터였지만 여기에 돼지찌개에 냉면부터 갖가지 다양한 계절메뉴까지 메뉴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슬쩍 슬쩍 반말과 존칭을 넘나드는 사장님은 화면으로만 봤을 때는 섬세할 것 같지 않은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장금이’로 불린다는 별명 또한 어딘지 은근히 반발심을 만들 수밖에.

 

하지만 이 모든 건 선입견이자 편견이었다. 백종원이 가게 문을 들어서자 여장부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수줍어하며 90도로 인사하는 사장님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게다가 별 기대 없이 소머리국밥과 돼지찌개를 주문하는 백종원을 반색하게 만든 건 반찬으로 떡 하니 올라온 어리굴젓이었다. 비싸서 반찬으로 내놓기 어렵지 않냐는 백종원의 물음에 사장님은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 그러면(가격 따지면) 되냐?”고 반문했다. 그 한 마디에 사장님의 음식과 손님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담겨 있었다. 백종원은 음식을 평가하기 전 어리굴젓 하나만 갖고도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고 말했다.

 

자부심으로 좋은 재료만 쓴다는 이런 사장의 음식이 맛이 없을 리 만무했다. 소머리국밥도 미리 삶은 고기를 진공 포장해 잡내가 생기지 않게 준비해놓고 있었고, 국물도 제대로 였다. 이름이 특이한 돼지찌개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함께 끓여 찌개로 내놓는 것이었는데, 백종원은 이를 단박에 알아보고 “그럼 김치찌개 아니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서 돼지찌개라고 이름 붙였다고 설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나온 돼지찌개를 보니 그렇게 이름 붙여야 될 정도로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냥 대충 이름을 붙인 게 아니라 진짜로 음식에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았기에 붙여질 수 있는 이름이었다.

 

백종원은 어리굴젓에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먹어보며 맛있다고 했고, 그 김치 맛 덕분에 돼지찌개에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맛이 난다고 말했다. 마침 비도 내리고 있어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는 백종원은 결국 ‘장금이’라는 별명을 인정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칭찬에 정작 이를 상황실에서 모니터로 보고 있는 사장님은 쑥스러워 했다. “괜히 그러시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장님에게서 겸손함이 느껴졌다.

 

보통 조리실의 위생상태를 점검하며 뭐 잘못된 건 없나 찾곤 했던 백종원이지만, 엉뚱하게도 그는 이 집의 다른 반찬은 없나 찾고 있었다. 김치냉장고에서 찾아낸 도라지무침과 파김치를 먹어보고는 “왜 이 반찬은 안 내놓으셨냐?”고 투덜대기도 했다. 사장님은 그런 반찬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순간 사장님이 하는 장사의 철학이 언뜻 엿보였다. 그저 장사가 아니라 마치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듯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든 음식과 반찬을 그 때 그 때 맞춰 내놓는 것. 아마도 이런 집이라면 손님들은 훨씬 더 편안한 정 같은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준비된 집이라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 이미 솔루션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음식 맛있고 재료 아끼지 않으며 청결상태도 좋은 데다 사장님의 따뜻한 인성까지 있으니 손님이 오지 않는 건 알려지지 않아서일 뿐이니 말이다. 이미 봄비 내리는 날 백종원을 낮술 ‘땡기게’ 한 음식점으로 알려진 이상, 이제 잘 될 일만 남았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스페인하숙’, 차배진의 대접에 시청자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까닭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 다섯 시 유해진은 일어나 현관 문 앞에 떨어진 낙엽들을 쓴다. 가끔 스트레칭을 해가며 낙엽을 쓸고 그는 청소를 시작한다. 복도와 계단, 다이닝룸과 세탁실 등등 구석구석을 물걸레질 하고 카페트까지 들어 올려 그 밑까지 청소한다. 비슷한 시간에 차승원은 일어나 손을 씻고 아침을 준비한다. 전날 미리 만들어두었던 김치전 반죽을 꺼내놓고, 역시 미리 끓여두었던 된장국도 데워놓는다. 계란 한 판이 다 들어간 두툼한 계란말이도 만들어 놓고, 혹여나 부족할까 만두도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게 튀겨놓는다. 역시 일찍 일어난 배정남은 차승원의 손발이 되어 척척 그를 돕는다. 간이 맞는지 맛을 보고 “끝내준다”고 리액션을 해줘 차승원을 웃게 만드는 건 덤이다. 

 

tvN 예능 <스페인 하숙>을 보면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 이른바 ‘차배진’이 얼마나 부지런하게 움직이는가를 알 수 있다. 새벽잠은 아예 없는 것인지 마치 경쟁하듯 일찍 일어나고, 저마다 뭘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일을 한다. 일의 영역도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 차승원은 주방을 맡고 유해진은 ‘이케요(IKEYO)’라는 토종 브랜드를 내도 될 법한 보수(?)는 물론이고 청소와 손님 응대를 맡는다. 특정 역할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아 일이 가장 많아 보이는 배정남은 차승원의 보조로서 손님 대접에 정신없는 멘탈까지 챙겨준다.

 

<스페인 하숙>은 이들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섬에서 유유자적 세 끼 챙겨먹고 힐링하던 <삼시세끼>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들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이 즐거움의 이유는 뭘까. 그건 누군가를 챙겨주고 대접해주는 그 마음이 갖게 되는 즐거움이다. 

 

아마도 밥벌이 때문에 혹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야 하고 또 하루 종일 이 일 저 일 뛰어다니며 해야 한다면 그걸로 즐거움을 갖기란 어려울 게다. 시쳇말로 “즐기면서 일하라”고 말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하지만 <스페인 하숙>의 일은 이런 밥벌이나 현실과는 뚝 떨어져 있는 일이다. 

 

외국인 손님이 갑자기 들이닥쳐 부랴부랴 그들의 입맛에 맞게 간장양념 돼지불고기를 준비하고 맵지 않은 계란국을 만들어 내놓는 차승원을 보며 즐거워지는 건 일의 차원을 넘어서 있는 진짜 손님을 대접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다. 샤워할 때 벗어놓은 옷에 물이 튄다는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옷을 넣을 수 있는 양동이에 프라이버시를 위한 뚜껑을 만들어 샤워실에 비치해놓는 유해진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올 때 마치 귀한 친구라도 온 듯 반가워하는 배정남의 기분 좋은 호들갑은 어떻고.

 

<스페인 하숙>이 굳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가서 하숙집을 연 건 우리가 현실에서는 좀체 경험할 수 없는 ‘일의 차원을 넘어서는 손님 대접’의 상징적인 풍경을 자연스럽게 잡아낼 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그 먼 길을 오롯이 두 다리로 걸어오는 순례자들이란 어찌 보면 현실에서 하루하루를 매일 힘겨워도 걸어 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저마다의 고민들이 있지만, 적어도 걸을 때만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라는 어느 순례자의 말처럼 힘들어도 앞으로 나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어쩌면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삶의 여정에서 대단한 건 아니지만 따뜻한 밥 한 끼와 편안한 하룻밤 잠자리가 주는 위안은 얼마나 큰 것인가. <스페인 하숙>은 그래서 스페인의 어느 알베르게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하숙을 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극진히 대접하며 자신들은 정작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도 즐거운 모습들이 ‘숭고한 느낌’마저 전해준다. 그것이 어쩌면 힘들고 긴 여정에서 우리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우리에게는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기도 하는)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스페인하숙’, 마음까지 푸근한 차승원의 한 끼와 유해진의 금손

매일 먹는 밥 한 그릇이지만, 어떨 때는 그 한 그릇이 남다른 포만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스페인 이역만리에서 수십 킬로를 빵을 씹어 먹으며 며칠씩 걸어온 순례자들이라면 어떨까. 그들에게 느닷없이 제공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제육볶음, 된장찌개는 남다른 포만감을 주지 않을까. 단지 배가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지는 포만감.

tvN <스페인 하숙>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어느 작은 마을에 ‘한국식 스타일’로 알베르게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뜻은 아마도 그런 마음의 포만감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알베르게에 굳이 ‘스페인 하숙’이라고 우리 식의 이름을 떡하니 붙여놓고 하숙집 특유의 정감을 더해놓은 건 그래서일 게다. 실제로 그 한글 푯말을 보고 찾아와 리셉션에서 유해진을 마주한 한 우리네 순례자는 “여기가 한국인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 하숙’은 그래서 유해진이 새벽이면 일어나 ‘아침마다’ 조깅을 하며 마주하는 이국의 작은 마을 풍광이나, 차승원과 배정남이 그 날의 식단을 위해 마을로 나가 장을 볼 때를 빼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하숙집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해진의 유쾌한 너스레나 차승원의 아끼지 않고 퍼주는 음식에 고향의 인심이나 정 같은 게 느껴져서 더더욱,

특히 차승원이 하루 종일 준비해서 내놓는 밥 한 끼는 너무나 정성이 느껴져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첫 날 ‘스페인 하숙’을 찾은 한국인 순례자의 저녁 한 끼를 마치 임금님 밥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 그렇다. 한국에서 가져온 엿기름 티백을 이용해 디저트용 식혜를 만들고,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제육볶음과 된장찌개에 쌈 채소, 직접 만든 쌈장까지 정성이 담겼다. 후식으로 커피는 물론이고 식혜와 과일 그리고 파이까지 내주는 차승원의 모습에서 기분 좋아지는 건 그것이 장사가 아니라 ‘손님 대접’의 마음이 느껴져서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안치고 미역을 불려 고기로 국물 맛을 낸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내고, 아침식사를 주문하지 않은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잼을 바른 빵에 치즈와 계란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정성스런 도시락을 챙겨준다. 그건 우리네 하숙집에서 느껴지던 남다른 풍경처럼 다가온다. 일이기도 하지만 마치 진짜 엄마처럼 하숙생들을 챙겨주기도 하는 한 끼 밥상에 담긴 푸근함 같은.

유해진은 하숙집의 전형적인 아저씨 모습이다. 뭐 불편한 건 없나 살피고 고장 난 거나 없는 걸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그런 아저씨. ‘이케요(IKEYO)’라고 이케아를 패러디해 붙인 유해진이 만든 DIY 물건들은 투박하지만 그의 손길이 닿아 어딘지 파는 물건과는 다른 정감이 느껴진다. 식기건조대가 부족하다는 말에 물이 밑으로 빠질 수 있게 나무로 결까지 만들어 넣는 세심함이 그렇고, 그럭저럭 쓸 수는 있지만 어딘지 허술한 물건에서 오히려 느껴지는 편안함이 그렇다. 그를 ‘금손’이라 부르는 건 맥가이버처럼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손길이 닿은 물건의 특별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장사가 아니라 대접을 하는 차승원의 한 끼나,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자신이 직접 만들어내는 유해진의 금손은 바로 <스페인 하숙>이 그 먼 곳까지 가서도 우리식 하숙의 푸근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거기에는 자본의 세상에서 살면서 우리가 늘 겪는 거래의 현실을 벗어나, 인간과 인간이 오롯이 마주하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지친 순례자에게 정성을 다하는 대접에 우리가 느끼는 흐뭇함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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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숙’, 믿고 보는 유해진·차승원에 배정남까지 더해지니

유해진은 유쾌했고 차승원은 따뜻했으며 배정남은 엉뚱했다. 이렇게 저마다 개성이 다른 세 사람이지만 그 조합은 최강이었다. 유해진 특유의 아재개그로 탄생한 ‘차배진(차승원, 배정남, 유해진)’이라는 세 사람의 지칭이 입에 착착 달라붙듯이, 이들의 조합은 우스우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재미를 주었다.

나영석 사단의 새 예능 프로그램 tvN <스페인하숙>은 유해진과 차승원 조합이 말해주듯 <삼시세끼-어촌편>의 연장선 위에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면들이 섞여 있었다. 색다를 수밖에 없는 건 그 공간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점 때문이고, 그 곳에서 그 길을 걷는 여행객들에게 따뜻한 한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하숙집을 운영한다는 미션 때문이다. 

이것은 섬마을에 들어가 자신들끼리 지내는 일상을 담아냈던 <삼시세끼-어촌편>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익숙함이 느껴지는 건 이미 <삼시세끼-어촌편>을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차승원과 유해진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고스란히 이 프로그램에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른바 ‘주방팀’과 ‘설비팀’으로 나뉘어 주방은 차승원이 맡고 설비는 유해진이 맡는 그 역할 분담이 그렇다. <삼시세끼>에서 그랬듯 뭐든 척척 맛난 요리로 만들어내는 차승원과 뭐든 필요한 건 맥가이버처럼 뚝딱 만드는 유해진의 익숙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면모들이 보여졌다. 

스페인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직접 구입한 재료들로 제육볶음을 만들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차승원은 역시 시원시원하면서도 섬세한 특유의 요리 실력을 보여줬다. 그가 만든 요리를 처음 맛본 배정남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해진은 아재개그를 입에 장착한 주방팀의 하청업체로서 ‘이케요(?)’를 설립했다. 식기건조기가 부족하다고 하자 나무를 자르고 이어 붙여 금세 만들어내는 유해진에게 차승원은 “역시 금손”이라고 치켜 올렸다.

배정남은 막내로서 차승원의 요리를 열정적으로 돕지만, 금세 체력이 방전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낯선 이국마을사람들과도 금세 친해지는 친화력을 보였다. 스페인의 하숙집이기 때문에 그곳 현지인들과 교류해야 하고 또 찾는 손님들과 어우러져야 하는 그런 부분들을 배정남은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우습고 따뜻한 조합이 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하숙집과 너무나 잘 어울렸던 건 그 길과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부여하는 남다른 ‘엄숙함’과 ‘진지함’ 같은 것들과의 어우러짐 때문이다. 이들의 유쾌함과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어떻게든 손님들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챙기려는 그 마음은 굳이 그 멀고도 먼 길을 걷는 이들을 둥지처럼 넉넉하게 보듬어주는 느낌을 주었다.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도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 위해 고행을 자초하는 순례길. 사람들은 그 순례길을 걷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서로를 껴안아준다고 한다. 물어볼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길을 걷는다는 그 행위는 마치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똑같은 버거움으로 공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스페인하숙>에서 첫 손님의 등장에 호들갑을 떠는 ‘차배진’의 모습을 보며 우리들의 마음도 흐뭇해진다. 그건 그 길 위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을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고픈 그 마음과 같을 게다. 

실로 복잡하고 때론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게 만드는 세상이다. 그런 길을 반복적으로 오고가던 이들이라면 저 먼 나라로까지 날아가 고행하듯 걷는 길이 어째서 우리의 마음을 잡아 끄는가가 이해될 것이다. <스페인하숙>은 그런 마음들이 오고간다. 차승원의 따뜻함과 유해진의 유쾌함 그리고 배정남의 엉뚱하지만 금세 가까워지는 친화력이 낯선 곳을 힘겹게 걷는 이들을 꼭 껴안아주는 그런 순간들이 벌써부터 우리를 훈훈하게 만드는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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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들’, 최희서 울린 일본 시민단체 봉선화 그 먹먹함의 실체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의 군대와 경찰, 유언비어를 믿은 민중들에 의해 많은 조선인이 살해당했다. 이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인권의 회복과 양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며 이 비를 건립한다.” 어느 조용한 주택가에서 찾은 추도비의 문구를 읽어나가던 최희서는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목소리가 떨리더니 결국은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을 터였다.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의 역할을 연기하며 당시 관동대지진 때 벌어졌던 조선인 학살과 이에 항거했던 청년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던 그였기에 이 자그마한 공간에 마련된 추도비의 의미는 남달랐을 거였다. 게다가 그건 우리가 아닌 ‘봉선화’라 불리는 뜻이 있는 일본 시민단체가 사유지를 사서 마련한 추도비였다.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부의 행보를 볼 때마다 느꼈던 분노와 답답함이, 모든 일본인들이 다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말해주는 추도비를 통해 발견되는 순간,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을 터다.

MBC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이 ‘한반도편’을 하면서 일본까지 날아간 이유는 결국 거기서 다시 발견하게 되는 우리네 역사 때문이었다. 결국 문근영을 뜨겁게 눈물 흘리게 만든 제주 4.3사건의 이야기에 이어 일본으로 간 <선을 넘는 녀석들>은 이른바 ‘의거로드’를 걸으며 일본의 심장부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던졌던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영친왕의 저택이었던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을 찾아가 그 안내판에 단 한 줄도 남아있지 않은 영친왕에 대한 이야기에 분노하고, 히비야 공원에서 벌어졌던 3.1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조선유학생들의 2.8 독립선언 이야기에 먹먹해졌다. 설민석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해주는 김원봉과 김지섭 의사, 이봉창 의사의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벗어나 실제 되살아난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역사란 결국 현재 다시 들여다보고 기억해내는 것으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가.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재해지역이나 전쟁 철거지 등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을 대상으로 한 관광)’을 표방하며 우리네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그 삶을 느껴보는 <선을 넘는 녀석들>이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다. 물론 <무한도전>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어찌 보면 <선을 넘는 녀석들>의 이러한 역사 소재 예능은 <무한도전>이 해왔던 그 계보를 잇는 느낌이다.
설민석이 출연해 우리네 역사를 되돌아봤던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특집이나 ‘배달의 무도’편에서 유재석과 하하가 찾아갔던 하시마섬 이야기의 감동이 <선을 넘는 녀석들>을 통해 다시금 이어지는 듯하다. <무한도전> 이후 토요일 저녁에 볼 예능 프로그램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그나마 그 계보를 잇는 듯한 <선을 넘는 녀석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
반드시 기억해야할 아픈 역사를 직접 찾아가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선을 넘는 녀석들>은 확실한 명분과 의미 그리고 여정이 갖는 재미까지 담아내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성취는 그래서 그간 <무한도전>이 만들어냈던 수많은 아이템들과 기획들이 MBC 예능에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팬들은 여전히 <무한도전>이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그 계보를 잇는 프로그램들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선을 넘는 녀석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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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가 만드는 독특한 관계망, 그 끈끈함

일주일 내내 전현무와 한혜진의 결별 이야기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동시 잠정하차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성인 남녀가 만나 사귈 수도 있고, 또 헤어질 수도 있는 일에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계속 회자되고 있는 건 어딘가 좀 과한 느낌이다. 

물론 <나 혼자 산다>의 주축이었던 두 사람의 하차가 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심각한 수준의 파장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윤균상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방영분은 향후 잠정적으로 전현무와 한혜진이 하차한다고 해도 이 프로그램이 끄떡없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역적>에서 홍길동 역할로 선 굵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윤균상. 하지만 일상에서는 전혀 다른 고양이들의 윤집사가 그의 진짜 모습이었다. 훤칠한 키가 어딘가 강인한 인상을 주는 윤균상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들 앞에서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다. 사실 이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이것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 발톱과 털을 깎아주고 매일 하는 운동이라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 모습은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지만, 여기에 더해지는 편집과 스튜디오에서 덧붙이는 이야기들은 이것을 독특한 예능의 웃음으로 만들어낸다. 계단 오르는 운동을 보이기 전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예인들의 몸 만드는 장면을 전제로 슬쩍 편집해 넣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예능화’는 쉽게 가능해진다.

그리고 어느 카페에서 윤균상이 만난 이준혁과 심희섭과의 수다는 과거 <역적>을 찍었을 때의 이야기들과, 밀리터리 덕후인 이준혁의 엉뚱한 유머가 뒤섞이며 편안한 재미를 준다. 취미라고 보기에는 과한 듯 모형 총을 가방 가득 갖고 나타난 이준혁이 군대에서 먹는 비상식량과 맛다시 같은 걸 꺼내놓는 장면에, 마치 방문판매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더해지자 그 상황 자체가 우습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윤균상이 마치 친형들처럼 따르는 이들과의 따뜻하고 편안한 관계가 보는 이들마저 흐뭇하게 만든다. <역적>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그 때의 장면들도 떠올리게 할 만큼.

요리보다는 조리를 잘 한다는 윤균상이 라면에 햄, 소시지 그리고 마라 소스를 넣은 부대찌개를 끓여내고, 소면을 삶아 골뱅이와 맛다시를 버무려 내놓은 안주에 찾아온 친구들과 술 한 잔 곁들인 수다를 떠는 장면도 그렇다. 그건 우리 누구나 한번쯤 하는 일상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러니 저 반짝반짝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이 우리와 똑같은 일상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공감대가 생겨난다. 

술만 마시면 노래를 부른다는 윤균상이 그 노래 부르는 장면을 화면으로 보며 창피해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은 관찰카메라가 잡아내는 일상에 자신도 모르는 모습이 담긴다는 걸 보여준다. 술에 취해 노래 부르고 들을 때는 그토록 좋았던 그 순간들이 영상으로 들여다보자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낸다. 그 민망한 순간을 스튜디오에서 MC들이 공유하며 함께 괴로워하는(?) 장면에 웃음이 터지는 건 그래서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요해진 건 시청자들이 그 출연자들에게 느끼는 친밀감이다. 멀리 떨어진 어떤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는 존재를 들여다본다는 그 지점은 <나 혼자 산다>가 갈수록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윤균상처럼 한번 슬쩍 나와 그 일상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이제는 마치 친구 같은 친밀함을 갖게 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이면 다음에 또 만나고픈 아쉬움을 갖는 것. 

전현무와 한혜진의 잠정 동반 하차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나 혼자 산다>가 잘 될 거라는 건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잠시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유지되는 관계의 지속성 때문이다. 이처럼 이 프로그램에는 어느 순간 조금 편안해졌을 때 다시 돌아와 근황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윤균상 편을 보면서 이 인물이 언젠가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를 이어갈 거라는 예감처럼,(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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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한혜진의 사진을 통해 공감하는 실제

한혜진은 왜 그간의 20년 이야기를 꺼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치솟았을까.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모델 생활 20주년을 기념해 김원경과 함께 하와이로 즐거운 셀프 화보 촬영을 한 한혜진이 인터뷰를 하다 갑자기 울컥해버릴 줄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20년 간 함께 모델 일을 하며 싸우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으며 또 서로를 다독이고 때로는 자극을 주는 경쟁자 역할을 해왔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김원경의 눈시울은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한혜진이 함께 지낸 20년 동안 늘 “자극을 주는 존재”였다고 했다. 그래서 힘든 일이지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혜진은 자신이 했던 일들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며 결코 즐길 수만은 없었던 그 20년을 되짚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을 “껍데기로 일을 해내는 직업”이라고 인정하며 “내가 노력을 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고 했다. 얼굴이 알려져 “어떻게 저런 얼굴로, 조건으로 모델 일을 해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했다며, 그래도 “우리 엄마는 나를 이렇게 잘 낳아줬는데, 여자로서, 딸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여자친구로서” 힘든 점이 있었다고 솔직한 속내를 말했다.

이번 여행이 셀프 화보 촬영이라는 건 우리가 모델 하면 생각하는 그 화려함과 즐거움 이면에 얼마나 치열한 노력들이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김원경은 작은 침대에서 같이 자며,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밥을 먹고, 메이크업부터 의상, 소품, 사진 촬영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하면서 “힘든 와중에 중간 중간 뭉클했다”고 했다. 그건 어쩌면 모델로서의 삶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0년 경험이 쌓여 있는 두 톱 모델의 노하우가 있고,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으니 셀프 화보 촬영이라고 해도 척척 해낼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 화보를 찍는 그 과정은 결코 사진처럼 우아한 것만은 아니었다. 날씨를 늘 신경 써야 하고, 풍광에 맞는 의상을 준비해야 하며 힘들거나 자칫 위험해 보여도 짐짓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모델 일은 카메라 앞에 설 때보다 어찌 보면 그러기 위해 자신을 부단히 준비시키는 과정이 더 힘든 일이었다. 한혜진의 모친은 수영복 화보 촬영이 있는데 저도 모르게 식사를 하던 한혜진이 제 손을 때리며 방으로 들어가 굶는 걸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다.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탄탄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아픈 몸에도 운동을 빼놓지 않은 그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한혜진을 보게 되는 건 그 결과물인 사진이다. 그 사진 속에서 그는 당당하고 우아하며 때론 즐거워만 보이는 모습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곡절들이 담겨져 있기 마련이다. 마치 하와이 해변에서 패들 보드 위에서 찍힌 멋진 사진 뒤에는 올라서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그들의 모습이 감춰지듯이. 

한혜진과 김원경의 울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울컥해진 건,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일 게다. 어떤 일을 오래도록 한다는 건 그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문득 사진을 꺼내 봤을 때, 겉으로 보기엔 그저 즐거운 모습처럼만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진 울컥하는 치열함을 보게 될 때 느껴지는 그 감정을 우리는 한혜진의 사진을 통해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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