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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 데이 앰버서더로 활동하면서

이런 저런 노트 활용에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나무에 쏟아지는 햇살이 축제 같아

그 이미지를 활용해 두 가지 버전의 포스터를 제작해봤습니다.

 

 

 

이건 전에 창경궁에 가서 찍은 사진인데요. 그 사진을 S펜으로 간단히 잘라내서 그 위에 포스터 문구를 넣어봤습니다.

 

이건 모노톤으로 살짝 바꿔 봤고요...

 

이건 색감이 이번 축제와 어울리는 것 같아 작업해봤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세상에 없던 축제의 주인공' 같은 개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갤럭시 노트 데이 행사는 오는 1월22일 오후 8시반부터 시작됩니다.

행사 내용이 흥미로운데요, 장진 감독이 총 준비했다는 이번 쇼의 콘셉트는 '크리에이티브쇼'입니다. 춤과 노래, 여러장르의 퍼포먼스르 결합한 크리에이티브 콜라보 공연 (퍼포먼스: 비보잉,팝핀 등)이 있을 예정이구요, 지역별로 출연진이 주인공이 되어 퍼포먼스팀과 함께 꾸려가는 형태의 공연이 준비되고 있다고 하네요.

 

감독역 : 차승원(서울), 이동욱(부산), 오지호(광주)

주인공역 : 서인국(서울), 임슬옹(부산), 정진운(광주)

 

갤럭시노트 체험관에서는 직접 그려보는 '티셔츠 디자인', 초상화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및 게임 준비되어 있고요, 갤럭시노트 갤러리에서는 갤럭시노트 콜라보레이션 작품과 노트 창작물 등의 전시가 있을 예정이라네요.

 

갤럭시노트데이 당일 아래 URL에서 갤럭시노트데이를 생중계로 만나 보실 수 있답니다.
http://www.samsung.com/sec/galaxynoteday

 

 

 

Posted by 더키앙


공감 없는 상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승승장구'(사진출처:KBS)

최근 이른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애정남'이 대세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줄임말인 '애정남'. 도대체 뭐가 애매하다는 것이고, 그는 또 그걸 어떻게 정해준다는 얘기일까. 먼저 간단한 몇 가지 애매한 상황을 제시해보자.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먹다가 마지막 한 개가 남았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그냥 버리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덥석 먹자니 좀 그렇고. 또 누군가를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스킨십은 언제부터 해야 상대방이 당황하지 않을까. 이런 애매한 상황은 너무 사소해보여서 안 보이는 것뿐이지 사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지하철에 앉아 가는데 할머니와 임산부가 동시에 탔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양보를 해줄 것인가. 하다못해 영화관에서 팔걸이는 어느 쪽으로 해야 옆 사람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사실 너무 소소한 일이라 이런 고민은 전혀 쓸 데 없어 보인다. 실제로 남은 음식을 누가 먹든, 팔걸이를 어떻게 하든 '애정남'이 늘 코너에서 말하듯 '쇠고랑을 차거나 경찰이 출동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건 정말 쓸 데 없는 고민에 지나지 않는 걸까. '애정남'이 건드린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왜 이런 자잘한 것들은 고민의 대상에 끼워주지 않는 걸까. 꼭 쇠고랑을 차거나 경찰이 출동하는 지극히 공적이고 법제화된 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중요한 의제로 제기될까. 왜 우리가 늘 생활하는 사소한 일상들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걸까. 그걸 조금만 심각하게 얘기해도 좀스러운 사람 취급을 하는 걸까. '애정남'이 열어놓은 것은 바로 이 거대담론들에 의해 가려지거나 소외되었던 자잘한 일상들의 소중함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 따위 거대담론들이 도대체 내 살림살이를 얼마나 낫게 해주었는가 하는 냉소적인 시선도 들어있다.

거대담론들은 늘 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우리에게 던져져왔다. 거기에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어디 이런 상명하복식의 혹은 일방통행식의 거대담론으로 굴러가는 시대인가. 이제 우리는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엮어서 세상을 만들어가려 한다. 선거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공약들이 공염불이 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온 유권자들은 이제 '우리들만의 소중한 약속'이 더 중요해졌다. 그 실천 가능한 것들이야말로 어쩌면 실제로 세상을 변하게 하는 힘이라는 걸 깨달은 탓이다.

물론 '애정남'은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그런 코너가 아니다. 이것은 개그다. 이런 자잘한 이야기들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애정남'이 이런 애매한 상황에 내리는 일종의 지침이나 해법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마지막에 하나 남은 음식은, 밑반찬일 경우에는 아무나 먹고(리필이 가능하기 때문에), 육류는 집게를 가진 사람이 먹으며(일한 사람이 먹는다), 나머지 기타 음식은 돈 내는 사람이 먹는다는 식이다. 하지만 '애정남'이 건네는 답은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이 상황들이 곤란하고 애매하다는 것을 똑같이 공감한다는 것 그 자체다. 그 상황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고 "맞아 맞아"하고 공감하며, 일종의 해답을 찾으려는 그 노력 자체에 수긍하고 동조하게 되는 것. 이른바 '공감 개그'라고 불리는 '애정남'이 갖고 있는 대단한 경쟁력의 실체다.

따라서 '애정남'의 힘은 대중들이 현재 어떤 가려움을 갖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능력에 있다. 지난 추석 다음 아고라에 애정남이 올린 글은 그 단적인 사례다. 추석이나 명절에 시댁에 가는 것을 좋아할 며느리가 몇이나 있을까. 제사 지내고 나면 친정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애정남'은 그런 며느리들에게 "추석 당일 차례를 지내고 아침 먹고 설거지가 끝나는 순간 출발입니다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며느리를 탐탁찮게 여길 수 있을 시어머니에게도 한 마디 공감어린 충고를 곁들였다. "잘 생각하세요. 시어머니들. 이게 지켜져야 따님도 빨리 볼 수 있는 겁니다잉." 이 글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내용을 따다가 쓴 기사에 무려 천 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고, 그 내용도 대부분 "공감 백프로"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좀스럽고 어쩌면 곤란해서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속내를 애정남이 살짝 끄집어내는 순간, 빵 터지는 웃음과 함께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해졌던 것. 물론 이렇게 인기발언을 제 맘처럼 해주는 '애정남'에 대한 애정도 더 깊어졌다.

사실 '개그콘서트'에서 이런 현실 공감을 바탕에 깔고 있는 개그는 '애정남'뿐만이 아니다. '생활의 발견'이나 '불편한 진실'도 모두 현실에서 지나쳤던 일상을 가져와 공감을 바탕으로 웃음을 주는 소위 '공감개그'들이다. 하지만 이들 개그들과 '애정남'은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이 현실에 대한 태도다. '생활의 발견'이나 '불편한 진실'은 그 부조리한 일상의 현실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것이라면, '애정남'은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상황에서 해야 할 지침(?)을 준다. 물론 애정남의 말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쇠고랑을 차지는' 않는 일이지만 '서로 지킴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행동을 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그저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약속"이라는 걸 강조한다. 여기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우리들만의'라는 한정이다. 저들의 쇠고랑 차고 경찰 출동하는 거대담론이 있다면, 우리들만의 자잘한 상황 속에서의 아름다운 약속이 있는 셈이다.

'애정남'이 구획하는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약속'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왜 이 개그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누군가 정해놓은 것들 속에서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대중들은 언제부턴가 저 스스로 약속을 정하고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국가나 세계가 주창하고 따르기를 바라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비록 작고 소소하다고 하더라도 나와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는 것. 물론 이 개그 속에는 저들의 법칙으로 구획되어 좀체 바뀌지 않는 단단한 세상에 대한 소심한 복수가 들어있지만, 그 안에는 또한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대안도 들어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약속'은 무엇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동어반복일 지 모르지만 그것은 바로 '공감대'다. '애정남'이 애매한 상황에 던지는 지침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느 사안에 대해 특별히 수사적인 설변이 없어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 어찌 보면 상식적일 수도 있지만, 세상이 지키지 않아 더더욱 돋보이는 그런 상식. 마음과 마음의 교감 혹은 동감. 거기서 생겨나는 동류의식. 이런 것들이 이 작은 코너 속에서는 번뜩인다.

마케팅이 단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라면 아마도 '애정남'이 주는 교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이제 상품보다는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 문화라는 것은 바로 '애정남'이 보여주는 그 공감이라는 장치를 통해 만들어지고 공유되고 전파되는 것이다. 만일 공감이 없다면 문화도 없다. 그러니 이를 확대해서 얘기하면 공감 없는 상품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아마도 마케팅의 기본일 것이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나 공감하게 한다는 것이 그다지 달리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미는 약간 다르다. 공감은 단순히 물건 하나에 심어진 이미지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좀 더 총체적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을 만드는 회사나 장인의 진심이 더 중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만일 그 진심을 대중들이 공감하게 된다면, 상품 판매는 특별한 프로모션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게 될 테니 말이다. '애정남'은 바로 그런 달라진 대중들의 시선을 슬쩍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문화 마케팅 시대, 콘텐츠가 서말이도 꿰어야

'댄싱 위드 더 스타'(사진출처:MBC)

최근 들어 해외 포맷을 들여와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그 전위에는 케이블이 있다. '프로젝트 런웨이 KOREA', '도전! 수퍼모델 KOREA', '러브스위치', '트라이앵글', '순위 정하는 여자', '코리아 갓 탤런트', '탑기어 코리아'. 모두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으로 일정료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해외 프로그램의 포맷을 가져와 만든 프로그램. 일단 해외에서 검증받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적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은 몇 차례 시즌을 거치며 충분한 존재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KOREA'는 2009년 시즌1을 내보낸 후 시즌3까지 방송되며 '일반인 서바이벌 리얼리티의 원조'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실적도 좋아서 '도전! 수퍼모델 KOREA', '러브스위치' 모두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물론 지상파도 해외 포맷을 가져와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케이블만큼은 아니다. 이것은 지상파와 케이블의 사정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케이블의 자체제작은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났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그 비중이 상당히 적었다. 하지만 tvN 등의 케이블이 자체제작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자체 제작 비율이 높아졌고, 그러자 시청자들 역시 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꽤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케이블이라고 할 지라도 리스크는 여전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검증된 해외 포맷을 들여오는데 케이블이 좀 더 적극적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외 포맷을 가져와 만든 프로그램의 성공확률에 있어서도 지상파보다는 케이블이 유리하다. 케이블은 성격상 어느 정도 마니아층을 겨냥한다. 그만큼 보편성보다는 차별적인 점, 즉 특수성이 용인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포맷을 가져올 경우에 그 이질적인 분위기는 지상파로서는 어딘지 보편성이 부족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시즌1을 끝낸 MBC의 '댄싱 위드 더 스타'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BBC에서 포맷을 사와 만든 이 프로그램은 금요일 밤 줄곧 10% 대의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지만 춤과 노래, 거기에 스타들의 스토리가 엮어진 강력한 포맷이라는 걸 염두에 두면 오히려 저조한 시청률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해외 포맷 프로그램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매뉴얼이 가진 이중적인 성격 때문이다. 사실 포맷 수입의 핵심은 바로 이 매뉴얼이다. 이 방송 프로그램의 룰이자 툴인 매뉴얼 속에는 구체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이 들어가 있다. 사실상의 노하우인 셈이다.

하지만 이 매뉴얼이 '바이블'이라고까지 불리는 것은 거꾸로 그만큼의 완고함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댄싱 위드 더 스타'를 연출한 임연상PD는 실제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초기 전체 춤 레퍼토리를 정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진통이 있었다는 얘기다. 또 조금만 매뉴얼 바깥으로 나가려고 해도 절대 허용하지 않는 BBC측 때문에 힘겨웠다는 것. 이것은 특히 지상파처럼 보편성을 추구하는 방송에서 해외 포맷을 수입한 프로그램이 왜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거두면서도, 그 이상의 성취를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준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영국에서 포맷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 적용됐을 경우 여러 가지 문화적인 간극을 만들어낸다. 댄스 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 차이 때문이다. 영국은 파티문화 속에서 춤에 대해 그만큼 자연스럽지만, 우리는 정서적으로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매뉴얼의 토씨 하나만 달리 해도 난리를 치는 포맷 수입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댄스 스포츠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영국 매뉴얼 그대로 만드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의 한국적인 요소를 끼워 넣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해외 포맷을 수입해 만들어본 경험 또한 일천한 상황에서는 이것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시즌1을 통해 이 시행착오를 제대로 겪은 셈이다. 임연상 PD는 "시즌1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것이 시즌2에서는 어떤 결실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향후 시즌2는 그러면 좀 더 한국적인 상황을 반영할 것이냐는 질문에 임연상 PD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시즌2는 오히려 원작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왜 그럴까. 이유는 매뉴얼이 그만큼 정확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저런 변화를 무리를 해서라도 시도를 해봤지만 그다지 효과도 없었고, 점점 진행될수록 왜 BBC측이 매뉴얼대로의 진행을 고집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는 것. 노하우는 역시 노하우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다지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운데 왜 자체 제작을 하지 않고 굳이 해외 포맷을 사와서 만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수 있다. 단지 좀 더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이것은 과연 '손 안대고 코 푸는' 식의 안이한 태도일까. 굳이 돈까지 써가면서 해외 포맷을 사와 한국 상황에 맞춰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만드는 것이 편의주의적인 발상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방송사의 또 다른 계산이 들어가 있다. 해외 포맷을 굳이 사오는 것은 물론 그것이 방송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향후 콘텐츠 수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매뉴얼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매뉴얼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매뉴얼이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매뉴얼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물론 방송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매뉴얼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댄싱 위드 더 스타'나 여타의 해외 판권 수입 프로그램들이 이런 매뉴얼을 경험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이 향후 방송이 나가야할 길로서 콘텐츠 매뉴얼 사업은 그 핵심적인 것이 사실이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콘텐츠를 매뉴얼화해 수출하는 등의 다각적인 사업화가 필요하지만 이것을 백업해주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무한도전'은 그나마 캐릭터 사업 등 몇 가지가 런칭 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포맷의 수출이다. 실제로 관심을 가지는 해외의 방송사들이 많지만 중요한 건 매뉴얼이다. 수출을 하려고 해도 매뉴얼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누가 그걸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의 방송사들은 조금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가수다' 같은 콘텐츠에 대한 해외 판권 수출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이 역시 매뉴얼 작업이 만만찮은 일인 건 분명하다. 사실 '나는 가수다'는 현재 방송에서조차 룰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이 일본에 판권 수출을 한다면 그 부가이익은 생각보다 엄청날 수 있다. 해외 판권 수출은 단순히 방송제작을 허용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수익배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는 가수다'의 수익은 음원수익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세계 2위 음반시장인 일본에서의 파급력은 놀라울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모두 매뉴얼을 작업할 수 있는 제반조건이 방송사에 마련될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방송사들은 그 가능성을 깊이 인식하는 눈치다. 결과적으로 미디어에 의해 지구촌화될 미래에 콘텐츠는 그 핵심적인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 매뉴얼에 대한 새로운 집중은 이제 우리가 문화로 먹고사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이 즈음에서 콘텐츠의 생산만큼 중요한 것이 그것의 다각적인 사업화다. 앞으로 다가올 콘텐츠 시대에 이 노하우는 어쩌면 우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

Posted by 더키앙


한류가 글로벌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

한때 박진영은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미국시장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철저한 '미국화'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그랬다. 당시에는 우리 음악은커녕 우리나라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미국 대중들에게는 거의 없었을 때니까. 그래서 박진영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의도적으로 국적을 내세우지 않았다. 원더걸스 또한 그런 현지화 전략에 맞춰 주변에서부터 차근차근 차트로 진입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박진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창기 SM엔터테인먼트가 보아를 일본에 진출시킬 때 그녀를 한국인이 아니라 코스모폴리탄으로 포장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당시 보아는 영국에서도 몇 개월을 살았고, 뉴욕에서도 살았으며, 그래서 영어도 잘하고 일본어도 잘하며 노래도 잘하는 천재소녀로 이미지 메이킹되었다. 결과는 일본에서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과연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면 박진영이나 원더걸스, 그리고 보아가 같은 방식을 취했을까. 아닐 것이다. 현재 K팝이 과거의 그것과 확연히 다른 점은 가사의 언어일 것이다. K팝은 우리 언어로 불려진다. 그것은 국내나 해외나 마찬가지다. 파란 눈에 노란 머리를 갖고 있는 유럽인들도 한국말로 춤까지 곁들여가며 K팝을 부른다. 만일 그것이 영어나 일어였다면 어땠을까. 그 감흥이 달랐을 것이다. 한국어라는 그들에게는 이국정서의 언어가 주는 판타지가 K팝에는 분명 스며있다.

이미 소셜 네트워크 같은 매체의 확장으로 지구촌화되어버린 시대가 가져오는 감성은 K팝의 성공에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한다. 이제 그들은 그들 것과 비슷한 게 아니라 그들 것과는 다른 우리의 콘텐츠를 요구한다. 이것은 다양성의 요구 때문이다. 이제 이질적인 것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이 되었다. 따라서 K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해외의 콘텐츠들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 것을 잘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진영의 '미국화' 주장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의 K팝의 성공은 외국인들의 눈과 귀에 맞출 일이 아니라, 그들의 눈과 귀가 K팝에 번쩍 뜨이게 하는 것에 있다는 걸 말해준다.

따라서 지금 국내의 음반제작사들은 전략 자체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이미 더 이상 수익을 얻을 게 없는 국내 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애초부터 해외를 겨냥한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다면, 이제는 그 포커스를 오히려 국내에 더 맞추는 추세다. 국내시장에서의 주목과 성공이 거꾸로 해외에서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여기에는 위성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국내의 방송이 해외에도 생중계되는 달라진 네트워크가 전제로 깔려있다. KBS ‘생방송 뮤직뱅크’는 KBS월드를 통해 금요일 전 세계 74개국에서 동시에 생중계 된다. 물론 방송이 나오지 않는 곳이라도 소셜 네트워크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방송 콘텐츠들은 어디든 날아간다. 그러니 굳이 해외시장 개척 같은 거창한 일에 투자하기보다 차라리 ‘뮤직뱅크’에 나가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글로벌이 아니라 글로컬(글로벌+로컬)이 효율적인 시대다.

이것은 드라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한류 한류 하지만 우리 드라마가 미드를 흉내 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렇게 블록버스터들은 우리가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미드를 따라가기가 어렵다. 반면, 우리 정서나 문화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류나 멜로는 그런 점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다. 여기에는 일본을 포함해 미국, 유럽 같은 서양에는 발견하기 어려운 우리 만의 끈끈한 정서가 숨겨져 있다. 이 사랑과는 또 다른 가족적이며 정(情)적인 감성은 같은 멜로를 그려도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신드롬을 만들었던 것에 바로 전후세대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그 따뜻함(배용준의 미소로 대변되는)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 '미남이시네요'와 '매리는 외박중'으로 일본에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것은 장근석의 그 아기 같은 미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 미소에 '미남이시네요'나 '매리는 외박중'이 다루고 있는 K팝적인 소재들이 어떤 상승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것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류 드라마의 양상 역시 마찬가지다. '시크릿 가든'이나 '커피 프린스 1호점' 같은 작품들이 파란 눈에 금발의 아주머니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쿨한 사회일수록 더더욱 그리워지고 희구하게 되는 그 정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하루의 피곤한 일상에서 집으로 돌아와 어딘지 위안 받고 싶은 마음으로 TV를 켜면 온통 쏟아져 나오는 게 '캅 콘텐츠(cop contents)' 같은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미국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왜 거기 우리네 로맨틱 코미디들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 그 이유를 쉬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성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콘텐츠의 성공이 예측가능한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벌어진 한류는 예측 가능한 결과들이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현재 일본에서 불고있는 장근석 신드롬이 여러모로 배용준 신드롬을 그대로 닮아있다는 점은 그다지 좋은 징조가 아니다. 배용준의 ‘겨울연가’나 장근석의 ‘미남이시네요’는 모두 국내에서는 시청률이 저조했지만(물론 둘 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겨울연가’ 이후 10여 년의 한류의 흐름이 있었지만 여전히 돌발적인 사건으로 한류가 생겨났다는 거다.

여기에는 시청률 산정 기준이 만들어내는 착시현상이 들어가 있다. 지금의 시청률 산정기준은 TV 주시청층인 중장년층의 시청률에 거의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즉 세대적인 고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콘텐츠는 TV는 물론이고 인터넷이나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 시청률 잣대가 광고비와 연계해서 제작을 압박한다면 나올 수 있는 콘텐츠는 불을 보듯 뻔한 것들일 것이다. 따라서 최근 쏟아져 나오는 눈앞의 시청률에 목매는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한류 드라마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글로컬이 통하려면 이 국내와 해외 사이의 착시현상을 없애줄 수 있는 내부적인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콘텐츠만이 아니라 모든 글로컬 시장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는 ‘세계 진출’이 목표였다. 그래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유럽에, 중국에,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우리 상품은 현지화 전략에 따라 그네들의 문화에 맞춰 코딩되었다. 현지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그네들의 문화를 배웠고, 그 문화에 적합한 사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유효한 얘기다. 그 곳은 분명 외지이고, 우리는 그들에게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즉 아무리 잘 해도 결국 우리는 이방인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물건을 잘 팔아도 우리는 남이다. 그러니 물건을 잘 팔면 팔수록 그래서 시장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이 이방인에 대한 반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필요한 것은 그들의 것을 따라하는 현지화 전략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것을 어떻게 하면 지역시장의 왜곡 없이 세계와 나눌 수 있는가 하는 ‘투명한 소통체계’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문화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상품이 아닌 문화가 도달할 때 한 지역과 다른 지역 사이의 소통은 더 원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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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사진출처:mnet)

요즘 방송가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히 열풍이다.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면 나올수록 점점 더 많이 언급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슈퍼스타K'다. 마치 '슈퍼스타K'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범처럼 굳어져 가는 형국이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던 것을 케이블이라는 한계점을 오히려 역발상으로 활용하여 하나의 전범을 만들어낸 '슈퍼스타K'. 최근 들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도대체 '슈퍼스타K'의 성공은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걸까.

그 첫 번째는 편성의 역발상이다.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피해가야 할 편성 시간대로 인식되곤 했다. 주5일 근무제로 금요일부터 주말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시청률은 평소의 반으로 뚝 떨어진다. 과거 SBS는 이 빈 땅(?)을 차지하려고 금요일에 두 시간 연속으로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는 파격을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결국 드라마 편성은 폐지되고 좀 더 캐주얼한 교양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메웠다. 한 때 MBC는 이 빈자리를 'MBC스페셜'이라는 말랑말랑한 다큐멘터리로 채워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지상파의 금요일 평균 시청률은 10%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을 바꾼 것이 바로 엠넷의 '슈퍼스타K2'다. 작년 시청자들은 금요일밤 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때론 울컥 감동까지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TV앞에 모여들었다. 케이블 사상 전무후무한 14%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금요일의 시청 패턴까지 흔들어놓았다. 굳이 그저 그렇게 편성된 지상파를 보느니 완성도 높은 케이블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일반인들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슈퍼스타K2'가 한창 전국을 열풍으로 몰아갈 때, 톱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했던 '청춘불패'마저 시청률에서 참패했다는 사실은 케이블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슈퍼스타K2'의 효과는 케이블들의 금요일 공격(?)으로 이어졌다. OCN에서 금요일 밤 12시에 방영되었던 '야차'는 드라마판 '슈퍼스타K'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았던 드라마. 첫 회에서 최고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케이블이라서 가능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에 영상과 대본에 있어서의 완성도를 더했기 때문이다. '야차'는 미드 '스파르타쿠스'의 감각적인 영상을 조선시대 버전으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살점이 날아가고 피가 튀는 장면들조차 지극히 자극적이지만, 그 자극적인 장면들을 영상에 담는 방식은 대단히 미적이었다. tvN에서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되었던 '원스 어폰어타임 인 생초리'는 김병욱 사단이 만들었다는 입소문을 타고 첫 방송에서 분당 최고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또 시즌8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갖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도 금요일 밤 11시 tvN에서 방영되었다.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인데다, 다큐드라마라는 독특한 형식도 이례적인 이 드라마는, 케이블 특유의 확실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시즌8의 첫 방 시청률은 역시 2.19%. 과거 1% 넘기기 힘들던 케이블 시청률을 생각해보면 대단히 높은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슈퍼스타K2'의 성공과 그 후로 이어지는 효과들은 케이블만이 가진 강점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어찌 보면 틈새전략처럼 보이는 이 케이블의 지상파 침공은 언제든 지상파의 빈 자리를 노린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지상파가 금요일 밤이라는 시간대에 전전긍긍할 때, 케이블이 그 빈자리를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그 틈새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금요일은 다른 요일과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시청자들에 의해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시간대다. 관성적인 시청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콘텐츠 경쟁력이 있다면 오히려 기회의 시간대가 되는 셈이다. 이것은 지상파에도 똑같은 기회로 작용한다. 'MBC스페셜'이 다큐로서는 예외적으로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차지하고 있고, '아마존의 눈물'은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도 금요일이라는 시간대가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슈퍼스타K2'에 고무되어 현재 MBC가 편성한 '위대한 탄생'이 금요일에 들어있는 것은 다분히 '슈퍼스타K2'가 각인시켜 놓은 금요일 오디션 편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이 케이블에 의해 재인식된 금요일은 곧 시작될 '슈퍼스타K3', '위대한 탄생' 시즌2, '기적의 오디션', '도전자'가 모두 경쟁을 벌이는 최대 편성 격전지가 되었다.

하지만 '슈퍼스타K2'의 성공은 단순히 틈새를 노리는 편성전략에만 있지는 않다. 케이블로서 가질 수 있었던 이점들을 '슈퍼스타K'는 십분 활용했다. 이른바 케이블의 역발상이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리얼리티TV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21세기에 들어서 이미 검증받은 형식이다. '빅브라더' 같은 일반인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리얼리티쇼가 한 줄기라면, 다른 줄기는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브리튼즈 갓 탤런트'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 줄기였던 셈이다. '리얼리티쇼'는 국내로 들어오면서 한국적인 변용이 이뤄졌다. 즉 사생활 노출에 있어서 일반인들보다는 그래도 더 심정적인 허용이 가능한 연예인이 출연하는 캐릭터쇼로 둔갑한 것.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형식으로 지금껏 예능의 대세를 이뤄왔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한참 후에나 국내에 도입되었다. 그것도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케이블 채널들이 자체 제작을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좀 더 끌기 위해 이 리얼리티TV 형식들을 더 과감하게 도입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이것은 케이블이라 허용되는 선정성도 한 몫 했다. 일반인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외국식의 리얼리티쇼도 방영되었으니까. 이 경우에는 저예산을 들이면서도 좀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리얼리티TV의 또 한 줄기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르다. 오디션 과정에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지원자가 몰리고 그 공개경쟁을 치러야 하는 이 형식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하지만 이 비용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이 먼저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형식을 실험할 수 있었던 것은 간접광고가 케이블에서는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전면에 로고와 상표를 드러낸 노골적인 자동차 광고와 음료 광고가 반복적으로 보여지고, 그 유명한 '1분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온 것도 다 이 간접광고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슈퍼스타K'의 성공은 바로 이 케이블만이 가진 이점으로 의표를 찌르는 틈새를 공략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지상파들은 그 성공을 바라보며 씁쓸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미 검증된 형식이지만 만만찮은 제작비는 애초부터 이런 형식의 시도 자체를 거론하는 것조차 안타까운 일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난해 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지상파에도 공식적으로 간접광고가 허용되었다. 물꼬가 터진 것이다. 올해 갑자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 봇물은 바로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물론 '슈퍼스타K2'의 경이적인 성공을 단 한 가지 요소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음악이 갖고 있는 본연의 힘과 그 음악을 세대적으로 배려하는 섬세한 연출,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를 보는 것처럼 구성해놓은 무대 그리고 차츰 성장해가는 인물들의 스토리, 또 외적으로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경쟁심리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케이블이라는 채널의 특성을 역발상으로 삼았던 점이다. 지상파보다 훨씬 더 강한 자극의 허용과 그 속에서 케이블만이 자유롭게 해온 실험정신이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지극히 상업적이면서도 그것이 용인되는 케이블에 대한 대중들의 감성이 녹아 있다. '슈퍼스타'는 그저 탄생한 게 아니다. 케이블이라는 매체에 의해 충분히 계산되어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변방에서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역발상으로 중심을 차지해버린 '슈퍼스타K'의 특별한 성공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그 시사하는 바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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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사진출처:토일렛픽쳐스)

우리에게 80년대란 무엇일까.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일렬로 도열해 있는 전경들. 그들과 대치해 있는 학생들, 시민들. 일촉즉발의 상황. 그리고 급기야 뒤엉켜버리는 그들. 수배되어 쫓기는 대학생과 그 와중에도 안타깝게 싹트던 청춘의 사랑.... 이들이 그려내는 풍경들일까. 강압적으로 통제된 세계 속에서 저마다 숨통이라도 트기 위해 어두운 지하 카페에서 술과 음악에 빠져들거나, 혹은 억압에 반항하듯 밤새도록 방탕(?)한 춤을 추었던 기억일까. 광주 민주화 운동을 초반에 겪은 80년대는 시대적으로만 보면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에게는 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담하기까지 한.

그러나 이것은 사진처럼 찍혀진 현실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기억을 통과해 덧붙여지고 각색된 추억의 그림이 아니다. 기억이란 우리가 겪었던 그 힘겨운 삶과 고통스런 시간들마저 달콤한 추억으로 바꾸어놓는 기묘한 생물이 아닌가.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찾아간 나이든 중년이 막상 그 첫사랑을 대하고 추억을 늘어놓자, 상대방이 그건 내 얘기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왜곡현상을 잘 말해준다. 기억은 생존을 위해 우리의 기억을 바꾸고, 심지어는 지워버리기도 한다. 삶이 기억의 연속이라고 볼 때, 절대로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고통스런 기억은 삶 자체를 고행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이를 절묘하게도 바꿔버린다. 기억을 추억으로.

추억이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몇 년 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했던 '화려한 휴가'에서 전경들과 시민들의 긴장된 대치상황과 이어진 끔찍한 참상이 과거 그대로의 현실이라면, 영화 '써니'의 그것은 현재의 주인공에 의해 재구성되고 재해석된 추억이다. 그래서 전경들과 시민들의 대치상황 속에 배경음악으로 엉뚱하게도 Joy의 'Touch by touch'가 흘러나오고, 그 뒤엉킨 아비규환 속에 난데없는 써니파 7공주와 소녀시대파 7공주의 패싸움이 겹쳐지는 장면들이 가능해진다. 살벌했던 과거의 기억은 이 달콤한 시간의 왜곡을 거쳐 발랄한 추억이 된다. 8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 잿빛 기억의 시대를 순식간에 바꿔놓는 이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통쾌한 웃음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당시 청춘들의 숨통을 틔워주던 고고장에서 단골메뉴로 올라왔던 그 음악, 'Touch by touch'라니. '써니'가 위치한 유쾌한 지점은 바로 이 장면 속에 거의 모두 압축되어 있다.

영화는 현재 중년이 된 나미(유호정)가 여고시절 써니파 7공주의 리더였던 춘화(진희경)를 병원에서 만나면서 시작한다. 말기암인 춘화는 죽기 전에 써니파 7공주들이 보고 싶다 말하고 나미는 그녀들을 찾아 추억의 여행을 떠난다. 특별할 것 없는 뻔하디 뻔한 '영화는 사랑을 싣고'류의 스토리인 셈이다. 하지만 '써니'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당대를 살아왔다면 겪었을 만한 공감대 가는 이야기들을 줄줄이 풀어놓는다. "설마 불치병은 아니겠지?"하는 물음에 "얼마 못산대."하는 드라마의 클리쉐 앞에 병실이 온통 뒤집어지는 풍경은 위안 없던 시절 드라마에 푹 빠져 살던 서민들의 씁쓸하지만 우스꽝스런 삶을 공감가게 포착하고, 패싸움에서 기가 눌리자 뒤돌아서며 괜스레 "젊음의 행진 보러 안가냐?"하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당대의 코드들이 우리의 추억을 자극한다.

특히 80년대라면 꼭 있었을 법한 캐릭터들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다. 늘 고등학교라면 존재하던 18대1의 신화로서 진덕여고 의리짱 춘화(강소라)가 있고, 외모에 집착하는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김민영), 욕으로 싸우는 욕쟁이 진희(박진주), 문학소녀 금옥(남보라),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복희(김보미) 그리고 누구나 꿈꾸었을 하이틴 잡지 표지모델 수지(민효린)가 있다. 영화는 이 어디선가 누구나 한번쯤 봤음직한 캐릭터들에, 당대의 코드들인 나이키, 교복자율화, '젊음의 행진'이나 '영11' 같은 TV 프로그램,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소피 마르소 등등 추억의 그림들을 덧붙여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처럼 굳이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코드들만으로 관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추억을 끄집어내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써니'는 타자의 이야기에서 이제 관객들 자신의 이야기로 전화된다. 물론 추억이라는 필터를 낀 청춘의 달콤 상큼한 이야기로.

무엇보다 '써니'에 깔리는 음악은 이 영화가 전해주는 추억 불러내기 효과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Joy의 'Touch by touch'는 물론이고, 나미의 '빙글빙글'이나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보니엠의 ‘Sunny'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 또 소피 마르소가 주연했던 영화 '라붐'의 주제가로 리차드 샌더슨의 'Reality'가 이 영화를 오마주해 흘러나오는 장면은 '써니'라는 추억 열차를 타는 마법의 열쇠 역할을 한다. 음악만큼 즉각적으로 추억과 접점을 만들어주는 장르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은 또 얼마나 이성을 무장해제시키며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가.

입소문을 타고 점점 흥행을 향해 달려가는 '써니'의 성공은 추억이 어떻게 하나의 달콤한 상품으로 만들어지는가를 잘 보여준다. 굳이 어떤 특정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그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것만으로 추억은 저 스스로 상품을 구성해낸다. 즉 추억 상품은 물론 과거라는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든 게 만들어져 나오는 완제품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 것으로 재조립되는 조립품이란 얘기다. 또한 이 상품의 저변은 완제품일수록 줄어들고 조립품일수록 늘어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써니'는 이 저변을 넓히기 위해 심지어 '7공주'가 가질 수 있는 여성들만의 공감대라는 틀마저 깨버린다. 여성의 시선이 아니라 남녀를 떠난 인간이라는 보편적 시선을 담아놓은 것이다. 그래서 '써니'는 출연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여성이지만 남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추억 상품이 된다.

물론 추억 상품은 늘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지만, '써니'가 보여주는 것처럼 최근 들어 더 늘고 있는 추세다. 이것은 아마도 새로운 구매계층으로 중년층이 부각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세시봉' 열풍이 확인한 것처럼 이 시대의 중년층들은 각박한 청춘의 시기를 지나 중년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자신들의 문화 찾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 이 중년층은 세대적으로 보면 기묘한 위치에 서 있다. 개발시대를 살았던 장년층과는 달리 젊은 생각과 교류하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추억상품에는 과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공존한다. 'UV신드롬 비긴즈'가 80년대 풍의 음악과 현재의 페이크 스토리 문화를 공존시키듯, '써니' 역시 추억과 현실을 동시에 병치해서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이 독특한 문화상품의 세대적 접점이 생겨난다. 과거의 세대에게는 향수를 주지만 현재의 세대에게는 '(과거와 접목된) 새로움'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기억의 재조립으로서의 추억은 그래서 세대를 뛰어넘는 폭넓은 타깃을 갖는 문화상품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추억의 트렌드가 상품으로서나 소구층으로서나 시사하는 바는 단지 대중문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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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바꿔놓은 산업의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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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사진출처:SM엔터테인먼트)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주목받고 이른바 욘사마 신드롬까지 이어지는 데는 몇 년 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한류 콘텐츠는 유통 시스템을 따라 움직여야 했다. 즉 마켓에 나와 매매협상을 통해 해외 각국의 방송국이나 에이전시와 계약이 먼저 맺어지고 이것이 다시 현지 방송국의 편성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해외의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2의 한류를 이끌고 있는 K-POP의 전파 속도는 거의 실시간이다. 이른바 SNS라는 마법의 램프는 K-POP 스타들을 전 세계의 팬들과 직접 소통하게 해주고, 또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K-POP의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고, 각종 쇼 프로그램의 동영상까지 실시간으로 지구 구석구석까지 운반한다. 국내 최대 음반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는 "독이던 인터넷이 약으로 변했다"는 한 마디로 이 놀라운 상황을 표현했다. 즉 음원의 불법 복제로 인해서 음반시장 전체가 위기국면을 맞았던 상황에서 이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그 길을 따라서 한류 콘텐츠가 거의 실시간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자 K-POP의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우선 전체적인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소셜 네트워크는 기획사가 직접 대중들에게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인들이 그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스스로 전파해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콘텐츠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한류로서 전 세계에 어필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가 좋다면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의 가능성을 미리 타진해 볼 수 있어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후에 방문해서 음반을 출시한다든지 하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달라진 마케팅 방식의 변화는 이른바 지금껏 '해외진출'로 대변되는 현지화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한때 박진영은 한류라는 말 자체가 한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이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한류'라고 우리가 아무리 외쳐봐야 궁극적으로 그것이 해외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미국시장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철저한 '미국화'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비의 월드투어, 원더걸스의 미국진출 등은 그 대표적 사례.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주장은 K-POP의 한류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현재 K-POP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우리말로 된 노래 그 자체에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한국의 가수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커버 그룹들도 많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그들이 경연해 보이는 K-POP의 춤과 노래를 다시 동영상으로 담아 유튜브 같은 곳에 다시 올림으로써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어설프게 한국가수가 미국가수들을 따라하기보다는 한국가수 그대로의 개성적인 모습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해외진출'이라는 말도 무색해지게 되었다. 이제 진출이 아니라, 방문하는 형식이 되는 것이다. 카라가 일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음에도 그저 국내로 돌아와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 시공간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K-POP의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글로벌하게 움직이는 신한류에서 이제 국적 개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되지 않는다. 대신 중요해지는 건, 신한류로 대변되는 그 문화의 차별성이다. 최근 일본의 아무로 나미에의 베스트 코라보레이션 앨범에 애프터스쿨이 참여한 것은 이러한 이제는 폭발적인 K-POP의 분위기와 더불어 국경을 넘는 합작이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임을 암시한다. 이 앨범은 그동안 아무로 나미에가 게스트로 참가했던 곡들을 정리하고 모은 것으로서 AI&츠지야 안나, 카와바타 카나메, 야마시타 토모히사 등의 일본 내 인기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애프터스쿨이 참여했다. 한편 J-POP에서 흑인음악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는 m-flo는 그 멤버구성이 독특하다. 재일교포3세로 한국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VERBAL과 일본인 Taku. 즉 그룹 자체가 글로벌(?)한데, 그래서인지 휘성, 보아, 알렉스 등의 K-POP가수들과 합작앨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힙합으로 대변되는 음악적인 문화적 유대감이지 국적이 아니다.

이런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건 역시 국내 K-POP 그룹이 가진 탈국적성이다. 필리핀에서 활동한 교포가수였던 2NE1의 산다라 박, 미국 국적으로 2PM 멤버였던 박재범 등, 해외교포 영입은 물론이고, 이제는 아예 외국인 멤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2PM의 닉쿤이다. 닉쿤은 중국계 태국인으로서 태국에서는 현재 국민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여성 그룹으로서 f(x)의 빅토리아와 엠버, 미스A의 지아와 페이 같은 중국계 멤버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다국적화는 해외진출에 있어서 K-POP 그룹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외국그룹으로서의 '그들'이 아닌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자국그룹으로서의 '우리들'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이러한 국적을 뛰어넘는 전략적 제휴는 그룹 내 멤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POP이 가진 독특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노하우 역시 태국이나 타이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연예기획사들과 함께 전략적 제휴를 하게 하는 동인이다. 이것을 통해 국가를 뛰어넘는 상생의 시너지가 창출되고 있다.

물론 지금 현재는 트위터나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머물러 있지만, 여기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일반화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K-POP의 콘텐츠가 가요에만 머무르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 같은 다양한 주변 장르들과 섞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음반 기획사들이 앞 다퉈 드라마나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 것 역시 바로 이런 변화의 단초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K-POP이 외연을 넓혀가는 현상은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가진 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K-POP이 가진 음원 자체의 매력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좀 더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회자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간 뮤직비디오가 이 콘텐츠 역할을 해왔다면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로 좀 더 공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즉 이 과정은 K-POP이 음악이라는 분야에만 갇혀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K-POP이 가진 가장 큰 영향력은 한류로서의 문화전파가 되겠지만, 실질적인 의미로서의 산업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소녀시대가 인텔의 아시아권 모델로 발탁된 것은 그런 점에서 여로 모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네 K-POP이 가진 글로벌 규모의 경제가치를 실질적으로 인정했다는 말이면서, 또한 한류 콘텐츠 자체가 온라인을 통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한류 K-POP은 지금 음악에서 문화로 문화에서 산업으로 그 지형도를 넓히고 바꿔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K-POP의 변화는 달라진 매체와 그로 인한 문화의 변화라는 점에서 산업에 시사하는 바도 클 것이다.
(이 글은 'Chief Executive'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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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은 안티 없는 개그맨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독설의 시대에도 늘 배려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개그 스타일 덕분이다. 게다가 성실하다. 그가 출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보면 그 성실성이 말 그대로 뚝뚝 떨어진다. 웬만하면 포기할 것 같은데도,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도전하고 노력한다. 최근 유재석의 이런 배려와 성실함의 자세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가 '무한도전'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마련된 동계올림픽 특집이다.

물론 이 특집의 전반부는 몸 개그의 전시장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주어진, 높이 90미터의 스키점프대를 전원이 오르는 미션은 우스꽝스럽던 분위기를 일시에 가라앉혔다. 반쯤 올라가면 자꾸 미끄러져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되돌아오는 그 '시지프스'의 미션은 차츰 반복되면서 어떤 도전에 대한 의미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단연 돋보인 건 유재석 리더십이었다. 그는 단련된 체력(예능인에게 체력은 성실성의 증거이기도 하다)으로 단번에 정상에 올라섰지만, 좀체 오르지 못하는 동료들을 위해 다시 줄을 잡고 밑으로 내려오는 배려심을 발휘했다. 체중 때문에 힘겨워 하는 정준하를 끌어올리고, 나이 탓에 급 저하된 체력의 박명수를 끌어올린 후, 계속 낙오하는 길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아이젠이 헐겁다고 하자 자신의 아이젠을 풀어 던져주었고, 이미 힘이 빠져 더 이상 오를 수 없을 상태에 이르자 급기야 자신이 뒤에서 밀어주겠다며 줄을 놓고 맨 밑으로 다시 내려갔다. 맨 처음 올랐던 유재석이 다시 맨 밑에서부터 올라 길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장면은 깊은 감동을 연출했다. "이러다 둘 다 떨어져요"하고 미안해하는 길에게 유재석은 "포기한다고만 하지 마라"며 독려했고, 두려워하는 길에게 "나만 믿으라"며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결국 그들은 모두 줄을 잡게 되었고, 그러자 나머지 동료들이 그 줄을 잡아 끌어올렸다. 정상에 모두 함께 선 그들은 미션 완료에 환호성을 질렀다.

사실 이건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미션은 가상의 놀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건 보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나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놀이가 아니라 일이다. 이 입장 차는 시청자들과 출연자들 사이에 분명 어떤 괴리감을 만든다. 도대체 저런 놀이에 왜 저렇게 목숨을 걸까, 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일로서 접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놀이적인 미션에서조차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유재석의 모습은 그 놀이 이상의 의미를 도출해낸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가상의 놀이가 마치 하나의 우화처럼 바뀌면서 거꾸로 현실을 반추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병과 배고픔에 ‘남은 밥’이라도 달라는 쪽지를 남긴 채 저 세상으로 떠난 고 최고은 작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작년 말 숨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고 이진원씨 같은 우리 사회에서 함께 가지 못한 이들이 차차 이 우화와 겹쳐지면서 어떤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더디 가도 함께 가자"는 메시지다.

유재석 리더십이 우리에게 상기시킨 건 바로 이것이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방송을 보면 유독 그의 이런 리더십이 돋보인다. 그는 스스로 독주하는 법이 없다. 늘 함께 출연한 출연진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예능 출연이 어색한 이들이 출연했을 때 그는 일단 스스로가 먼저 무너져 긴장을 풀게 한 후 상대방의 입을 열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토크를 주도해가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더 몰두하면서 그 이야기 속에 숨겨진 재미를 콕콕 집어내 다시 곱씹어준다. 그냥 훌쩍 지나가버렸을 지도 모를 이야기를 그가 다시 끄집어내 웃음의 요소로 전환시키기 때문에 흔히 그의 개그를 가리켜 '복기개그'라고도 부른다.

이 복기개그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그와 함께 출연한 이들은 대부분 쉽게 어떤 캐릭터를 갖게 되곤 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유재석의 공이다. 방송출연이 뜸했던 박미선이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후 줌마테이너로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유재석의 배려 덕분이다. 물론 이것은 유재석 당사자에게도 경쟁력을 만들어주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개그를 계속했다면 어쩌면 그는 일찍 고갈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먼저 하는 그의 태도는 출연진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다채로움을 그에게 안겨주었다.

최근 일어난 중장년 세대의 귀환을 알리는 '세시봉 신드롬'에도 잘 들여다보면 유재석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세시봉을 처음 소개한 곳이 바로 '놀러와'였는데, 이 프로그램 특유의 편안함과 세대 통합적인 분위기는 다름 아닌 유재석이 창출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나이든 세대의 연예인들이 토크쇼에 얼굴을 들이밀지 못했던 건, 그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토크쇼가 이들 원로들을 지나치게 추켜세움으로써 프로그램에 권위적인 느낌마저 들게 만드는 수직적인 풍경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원로들이 나와도 수평적인 토크를 유지시키려는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공적에 대해서 추켜세우면서도 예능의 맛을 살리기 위해 치고 들어갈 때는 들어가는 그 태도는 사실 출연한 원로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들이다. 지나치게 추켜세워지는 순간, 소통이 단절되면서 어떤 권위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시봉 특집은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장이 되었다. 그들의 옛노래를 들으며 악동 이하늘이 눈물을 흘리는 풍경은 세대를 넘는 공감의 순간을 대중들에게 안겨주었다.

지금을 흔히 '공감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부르짖던 시대를 지나 이제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것도 이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창의력이다. 기술과 기술, 기술과 문화, 문화와 산업 등이 서로 통섭하는 창의적인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이 창의력은 바로 공감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과 타인이 가진 것을 서로 공감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그 접점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세계가 열리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유재석 리더십의 핵심이다. 그가 가진 토크의 노하우다.

한 기업의 창의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다. 그것은 그 기업의 회의를 참관하는 것이다. 사실 회의는 많이 하지만 저마다 각기 자기 주장만을 하는 회의가 부지기수고, 심지어 회의가 회의적(?)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회의 바깥에서부터 이미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격 토크에 들어가기 전 마치 몸을 풀듯 툭툭 얘기를 던지고 서로 맞춰보는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말하기보다는 들어주는 걸 먼저 하고, 혼자 가기보다는 함께 가려는 유재석 리더십은 이 공감의 시대에 기업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공감하고 공존하려는 분위기를 가진 기업이, 분류하고 생존하려는 분위기를 가진 기업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 유재석이 그토록 롱런하는 것처럼.
(이 글은 'Chief Executive'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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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에서 과정으로, 특별함에서 일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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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 탭송'을 들고온 슈퍼스타K 4인방.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2010년 대중문화에서 가장 큰 사건은 뭘까. 많은 이들이 '슈퍼스타K2'를 꼽는다.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시청률이다.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2%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하는 케이블 프로그램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청률 차이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다른 시청 패턴에서 비롯된다. 지상파가 일상이라면, 케이블은 선택이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6번에서부터 넓게 보아 13번이라는 숫자 안에 들어오는 방송들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데 길들여져 있다. 그 바깥으로 리모콘을 돌리는 건, 꽤 '선택적인 행동'이다. 따라서 '슈퍼스타K2'가 기록한 15%는 대단히 선택적이고 능동적인 대중들의 구매행위(?)가 만들어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대중들을 이토록 능동적으로 선택하게 했을까.

그 첫 번째 이유로 '슈퍼스타K2'가 방영되던 금요일이라는 특정한 시간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상파들에게 이 시간대는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일상적인 시청패턴으로 굴러가기 마련인 지상파에게 있어, 잠재적인 고객인 시청자들을 TV 멀리 떨어뜨리는 주5일 근무제는 시청률 최대의 적이었다. 하지만 케이블은 사정이 달랐다. 좀 더 선택적이고 능동적인 취향을 가진 시청층을 포획하고 있는 케이블로서는 금요일이 '기회의 시간'이었다. 지금도 대체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금요일에 편성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아무리 기회의 시간이라도 그걸 채워줄 핫(hot)한 아이템이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슈퍼스타K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특성들이 그 놀라운 성공의 두 번째 이유가 되어 주었다. 같은 시간대에 KBS에서 방영된 ‘청춘불패’가 ‘슈퍼스타K2'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가장 케이블적인 아이템으로서 일반인들이 출연해 경합을 벌이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성 아이돌들이 등장하는 ’청춘불패‘를 압도했다. 물론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들이 어른거린다. 스타와 일반인이라는 이 대결구도 속에서 중요한 점은 '만들어진 것'과 '만들어져 가는 것'의 차이다. 아이돌 스타가 전자라면 오디션 과정을 거치는 일반인들은 후자다. 결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공유하는 것. 게다가 이 과정에는 바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선택이 포함된다. 그래서 허각 같은 대중들에 의한, 대중들을 위한, 대중들의 스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대중문화의 트렌드에 민감한 마케터라면 이 일련의 과정들을 매혹적으로 바라봤을 지도 모른다. 이것은 작금의 상품구매 패턴에도 어쩌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단서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탭 브랜드 이미지 모델로서 ‘슈퍼스타K' 4인방을 세운 것은 조금은 놀라운 일이다.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이 지금 가장 대중문화에서 뜨거운 인물 중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껏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주모델들은 당대의 톱 셀러브리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효리나 김연아, 손담비 같은 이미 대중들에게 확고한 이미지로 자리한 스타들과 ’슈퍼스타K' 4인방은 여러모로 다르다. 여기에는 갤럭시 탭이라는 상품이 기존의 핸드폰들과는 다른 이미지 전략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기존 핸드폰들은 늘 셀러브리티를 추구했다. 최고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제시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갤럭시 탭처럼 이제 스마트하고 보다 능동적인 대중들의 활용에 의해 가치가 덧붙여지는 상품은 ‘최고로 만들어진 상품이미지’보다는 ‘최고가 되어가는 상품의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거기서 배출된 4인방은 이 이미지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갤럭시 탭의 캠페인송인 이른바 '슈스케 탭송'의 뮤직비디오는, '슈퍼스타K'의 스토리를 그대로 재연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은 어느 날 갤럭시 탭의 미션을 받게 된다. 허각은 파트를 나누고 편곡을 하고, 존박은 랩을 만들고, 장재인은 무대의상을 그리고 강승윤은 안무를 구상해서 콘서트를 준비하라는 미션이다. 이 미션 수행 과정에서 갤럭시 탭이 도구로 사용된다. HD화상통화로 서로의 의견을 듣고, 길을 찾고, 피아노를 치고, 패션 매거진을 검색하고, 동영상으로 춤을 분석하고, 사전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미션을 완수하고 콘서트를 끝낸다. 갤럭시 탭의 다양한 기능들과 일상에서의 활용을 미션 형식으로 짧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화룡점정으로 깔리는 내레이션, "우리의 미션은 끝났지만 우리의 꿈은 지금부터다"와 캐치프레이즈 '이제 새로운 꿈을 탭하다.' 즉 '꿈'이라는 키워드로 '슈퍼스타K' 4인방과 갤럭시 탭을 연결시키고, 무료한 일상을 탈출해 꿈을 실현시켜주는 도구로서 갤럭시 탭을 부각시킨 것.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슈스케 탭송'이 4인방의 음색에 맞춰 네 가지 버전으로 불려진다는 점이다. 속 시원하게 질러주는 창법의 허각은 록 버전을, 감미로운 선율로 녹여내는 존박은 R&B 버전으로, 상큼하고 발랄한 목소리의 장재인은 경쾌한 스윙 재즈 버전으로 그리고 톡톡 튀는 강승윤은 일렉트로닉 댄스 버전으로 탭송을 부른다. 그리고 이 네 버전은 온라인상에서 투표 이벤트를 통해 최고를 가리게 된다. '슈퍼스타K'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나 네 가지 버전을 통해 경합을 벌이는 '슈스케 탭송'의 소비과정은 전체적으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전 삼성전자의 캠페인송과는 차별화된다. 이효리나 손담비가 불렀던 애니모션이나 아몰레드송 같은 노래들은 캠페인송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이다. 즉 가수들의 활동을 그대로 재연했던 것. 그런 점으로 보면 '슈스케 탭송'은 '슈퍼스타K'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수 활동을 재연해내고 있다.

'Life is Tab'. 갤럭시 탭의 이 슬로건은 여러모로 '슈퍼스타K'가 지향하는 '낮은 시선'을 닮아있다. 탭과 일상을 같은 위치에 놓는다는 것.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늘 옆에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탭. 그러니 이 슬로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로 왜 '슈퍼스타K' 4인방이 선택되었는지는 자명해진다. 그들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노래하다가 꿈을 키웠고 그 꿈이 자라 슈퍼스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4인방과 슈퍼미디어를 꿈꾸는 갤럭시 탭. 어딘지 잘 맞는 조합이 아닌가. 상품과 톱스타가 선망의 대상으로 이미지화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좀 더 대중 가까이 내려와 일상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

'슈스케 탭송'으로 만나게 된 '슈퍼스타K' 4인방과 슈퍼미디어를 꿈꾸는 갤럭시 탭은 이 이벤트처럼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연 '슈퍼스타K' 4인방은 '슈스케 탭송'으로 세간의 뜨거운 반응을 다시 얻게 될까. 갤럭시 탭은 이 노래를 통해 대중들의 꿈을 이뤄주는 슈퍼미디어로 우뚝 설 수 있을까. 4인방이든 탭이든, 이들의 '슈퍼스타K'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글은 'Chief Executive'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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