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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유기농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이젠 뮤지컬도 유기농(?) 시대인가. 세계 최초 유기농 뮤지컬을 주창한 ‘총각네 야채가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뮤지컬은 현실에 치이면서도 좋은 야채와 과일을 소비자들에게 전하겠다는 꿈으로 야채가게를 낸 다섯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왜 처녀도 아저씨도 아줌마도 아닌 굳이 ‘총각네’ 야채가게였을까. 그것은 ‘총각’이라는 이미지가 갖는 독특한 성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언가 열정에 가득 차 있고, 꿈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배고프지 않은 그 젊음. 하지만 늘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을 또한 온몸으로 느끼며 때론 좌절하고, 때론 엇나가는 그 젊음의 굴곡. 그래도 순수함을 잊지 않고 초심을 지키려는 젊음의 건강함 같은 것들이 그 단어 하나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야채가게가 갖는 두 가지 의미, 즉 건강과 상품이라는 두 가치는 총각들이 갖게 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즉 좀더 값싸게 좋은 야채와 과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건강한 마음은 이 젊음들에게는 이상이지만, “그래도 장산데...”하는 마음에서 남는 상품을 팔고자하는 욕망은 현실이다. 그러니 ‘총각’과 ‘야채가게’는 그렇게 잘 맞는 궁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유기농 뮤지컬’이라는 말은 단지 이 뮤지컬의 내용이 좋은 야채와 과일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뮤지컬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들, 예를 들면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와, 그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세트들, 그리고 그 위를 가득 메우는 대규모 인원들의 군무 같은 것들과는 이 뮤지컬이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화려한 무대의 장면들에 넋을 잃고 보다가 극장 문을 나설 때 무언가 허전함이 남았던 기억. 그 허전함의 실체는 어쩌면 뮤지컬의 본 맛(그 뮤지컬만의 내용이나 형식)보다 조미료 맛(뮤지컬이라면 흔히 떠올리는 코드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새로움은 별로 없고 그다지 메시지도 없는 뮤지컬이 화려함이라는 포장을 뒤집어쓰고 명품 뮤지컬로 둔갑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가 유기농인 점은 바로 그런 포장을 걷어냈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소박한 야채가게로 시선을 낮추자, 뮤지컬은 볼거리를 넘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뮤지컬은 젊은이들의 꿈과 현실, 세상에 대한 지켜야할 것과 지켜지지 않는 현실, 상품논리와 대결을 벌이는 먹거리의 문제 같은 많은 이야기들을 그 총각들을 통해 보여준다.

볼거리와 화려함보다는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뮤지컬이 ‘총각네 야채가게’다. 이 뮤지컬은 또한 극작가이자 방송작가, 그리고 연극배우인 이재국 작가가 만든 청춘스토리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풋풋함이 살아있는 ‘총각(?) 뮤지컬’이지만, 한편으로 기존 뮤지컬에 익숙했던 분들에게는 밋밋한 맛을 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나치게 설명적인 부분들이 어떤 지점에서는 의미과잉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조차 이 뮤지컬의 어떤 제스처로 읽혀질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무래도 유기농이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맛보다는 의미를 찾게 되는 그 말.

Posted by 더키앙

백설공주 이야기,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예쁜 공주가 나와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를 기다리는 이야기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백설공주 이야기는 이제 어린 아이들마저도 하품을 할 정도의 컨텐츠가 되었다. 지금은 못생겨도 당당하고 능력 있는 피오나 공주가 차라리 박수를 받는 시대. 능력 없이 오로지 예쁜 외모만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 백설공주는 시대착오적인 컨텐츠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이후 백사난. 본래 표준말은 난쟁이지만 작가가 난장이라 표현함)’는 어떤 식으로든 본래 동화의 재해석을 요구한다.

가장 흔한 동화로 가장 특별한 사랑을 전하는 연극
이 2001년부터 무려 8년 동안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백사난’이 원작 동화에서 선택한 것은 공주가 아니라 난쟁이다. 일곱 난쟁이 중에서도 가장 작은 막내이자 벙어리인 반달이를 그 중심에 세우자 이야기는 왕자 공주 같은 높으신 분들에서 아주 낮은 곳으로 내려온다. ‘백사난’이 거기서 발견한 것은 왕자와 공주 같은 표피적인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좀더 깊고 보편적인 인간애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왕비의 음모로 난쟁이들이 사는 안개숲에 들어온 백설공주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왕비는 계속해서 백설공주를 죽이려 한다. 그 때마다 백설공주를 사랑하는 막내 반달이가 나서서 그녀를 구하는데 마지막 저주를 풀기 위해 데려온 왕자와 깨어난 공주가 결혼을 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반달이는 끝내 자신의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죽고, 안개꽃 속에 묻힌다는 이야기. 작고 말도 못하지만 가장 큰 사랑을 한 반달이의 이야기는 그다지 복잡하고 무언가 대단한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이 연극이 어린이극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단순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웬 일일까. 이 어린이극에 차츰 어른들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왠만한 복잡한 사연의 이야기에도 끄덕 없던 그들이 연극의 말미에 가서는 함께 간 아이의 손을 잡고 대책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된 것은.

대사보다 강한 동작의 진정성, 몸으로 표현하다
그 이유는 이 연극이 대사보다는 동작으로 마음을 표현하는데 있다. 말 못하는 반달이가 백설공주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추는 춤은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렬하게 진심을 전해준다. 따라서 이 연극의 진짜 힘은 백설공주 스토리의 재구성에 있다기보다는 연출의 힘에 있다. 액자식으로 구성된 형식 상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이 마치 그림동화책을 읽어주듯 마임과 춤과 노래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 연극은 그 몸의 언어가 가진 진정성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준다. 몸의 언어는 말의 내용이 담은 앙상함을 넘어서 그 행위 자체에 마음이 깃들기 마련이다.

단순한 천 조각 몇 개로 바다에 빠진 백설공주를 구해내는 반달이를 표현하고, 등장인물들이 몸으로 만들어낸 계단과 바다를 지나 공주를 구할 수 있는 장미요정의 눈물을 찾아가는 과정은 하나의 짧은 무용처럼 그려진다. 이러한 말보다는 동작으로 그려주는 연출은 그대로 글자보다는 그림으로 감동을 주는 그림동화책 같은 효과를 준다. 가장 인상깊고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은 마치 글자 가득한 페이지를 읽고서 넘긴 다음 페이지에서 보게된 양면 가득한 그림이 주는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어른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 것은 바로 이 천진난만하게 보이는 연출이 가진 단순함과 순수함이다.

사회적 약자, 미(美) 그리고 자연
게다가 이 연극은 시점을 공주에서 난쟁이로 낮춤으로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끌어낸다. 연극 속에서 인간들은 난쟁이를 못살게 굴었고 그래서 안개숲 속에 숨어살게 된 것. 하지만 그 숲에 들어온 백설공주를 두고 난쟁이들은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난쟁이들은 자신들의 집을 깨끗이 치워준 공주의 착한 마음씨를 보고 함께 살자고 한다. 이를 통해 외모(피부색이나 장애 같은)를 통한 편견을 가진 인간들과 마음을 쳐다보는 난쟁이들이 대비된다. 난쟁이들 중에서도 막내, 게다가 말조차 못하는 달님이가 주인공인 점은 이 연극의 낮은 곳에 대한 깊은 애착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 연극은 미(美)를 지키려하는 예술에 대한 상징으로도 읽을 수 있다. 백설공주는 바로 미의 상징이며, 난쟁이가 ‘땅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황금을 찾아내 갈고 닦아 아름다운 보물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일을 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인간의 추악함을 상징하는 왕비가 바로 그 미를 없애려하는 자이며, 난쟁이는 그 미를 구하려는 존재로서의 예술가로 그려진다. 결국엔 안개꽃밭이라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감으로써 이 예술가는 다름 아닌 자연 그 자체로도 읽혀진다. 개인적인 욕망으로 채취하려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주는 자연.

‘백사난’의 이 다채로운 시선들은 보여지는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강변하기보다는 습자지에 빨려드는 물기처럼 보는 이의 온 몸으로 흡수된다. 연극의 끝자락에서 눈물을 흘렸다면 그것은 스며든 물기가 어느새 당신 가슴 가득 차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동화의 힘이기도 하다. 그 순수한 동화의 세계 속에서 잊고 있었던 단순하지만 위대한 사랑을 발견하게 하는 연극, ‘백사난’을 보고 나오는 길, 어쩌면 당신의 마음 속에는 그토록 사랑스러운 난쟁이가 안개꽃 숲에서 춤을 추고 있을 지도 모른다.

Posted by 더키앙

‘진짜 진짜 좋아해’, 두시간 반짜리 추억여행

불이 꺼지고 부분 조명이 떨어지는 곳에 한 연사가 등장하더니 7,80년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고서는 난데없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한다. 모두 기립! 하는 그 소리에 관객들은 저마다 킥킥대며 일어나 태극기를 바라본다. 그 상황을 이해하기 힘든 젊은 관객들은 이 진풍경이 신기하기만 한 모양. 앉은 채 이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집단적인 동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의 시작은 이처럼 보다 적극적인 관객들의 동의를 요구한다. 저녁 6시가 되면 애국가가 흘러나오며 모든 국민이 멈춰 서야만 하고, 극장에 가서도 영화를 보기 전에 반드시 일어나 애국가에 대한 예의를 표해야하던 그 옛날의 국민의례란 지금 이 시대의 눈으로 바라보면 웃음이 터질 만큼 말도 안 되는 상황일 것이다. 그것은 70년대 개발독재를 살아왔던 중장년층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 중장년들을 위한 헌사
하지만 이미 그 어두운 시대의 터널을 지나온 자들의 여유랄까. ‘진짜 진짜 좋아해’의 도입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의례조차 이제는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어버렸다. 억압의 기억조차 이러할진대 그 억압 속에서 숨통을 틔게 해주었던 대중문화에 대한 기억들이 오죽할까. 새마을운동이다, 수출목표 달성이다 하며 쉴 새 없이 살아가던 당대의 일꾼들, 지금의 중장년층들에게 당시 뮤지컬이란 호사 중에 호사였을 터. 그네들이 향유했던 문화의 기억은 오히려 저자거리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유행가나, 심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던 청춘영화 한 편이 더 가까울 것이다.

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가 77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와 같은 해 발표된 혜은이의 노래를 뮤지컬 속으로 가져온 것은 바로 그 중장년들에 대한 헌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여가가 사치였던 그들에게 바치는 두 시간 반 짜리 추억여행. 스토리 위에 음악을 만들어내는 뮤지컬과 달리, 노래를 중심에 세우고 부수적으로 스토리를 끼워 넣는 대부분의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받는 ‘손 안대고 코 풀었다’는 비판은 이 뮤지컬에서도 그 혐의를 벗기가 어렵지만, 굳이 그렇게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그저 흘러나오는 당대의 음악 속에 또 그 조금은 구닥다리의 이야기(이것은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그렇다)를 보면서 너무 바빠 잊고 살아왔던 과거의 추억과 조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닐까.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적 코드들과 유행가
고고음악이 흘러나오는 롤러스케이트장, 청춘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빵집, 정동의 마이하우스, 백마역의 화사랑, 통행금지, 양평 보트장, 조다쉬 청바지와 케리부룩 숙녀화, 교복, 장발단속, 통기타, 버스 안내양, 흥얼대던 맛동산 노래, 봉황기 고교야구대회, 교회와 그 종탑 등등. 추억을 끄집어내는 시대적 코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잊었던 청춘의 기억들은 새삼스러워진다. 여기에 스토리와 묘하게 연결되면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그 자체로 즉각적인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벗님들의 ‘당신만이’는 인물들 간의 사랑의 감정이 피어날 때 흘러나오며 그 아릿한 감성을 전해주고, 전영록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는 통행금지와 맞물리면서 당대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풀어낸다. 윤시내의 ‘열애’는 그 진지한 분위기가 사랑의 열병에 달뜬 인물과 만나면서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고, 혜은이의 ‘진짜 진짜 좋아해’는 프로포즈 장면과 딱 들어맞는다. 물 흐르듯이 스토리 전개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듣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관객 속에 있던 그 무언가를 꺼내주는 뮤지컬
그리고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 순간이 바로 이 뮤지컬이 도달하려는 지점이다. 이 뮤지컬은 7,80년대의 상황을 보여주기보다는 뮤지컬을 보러 온 관객들의 마음 한 구석에 뽀얀 먼지를 쓰고 있던 당대의 앨범을 스스로 열게 만든다. 늘 일에 지쳐 무엇에 쫓기듯이 살아오면서 정작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데는 인색했던 그네들에게 뮤지컬은 더 신나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라고 등을 떠민다. 그 때의 무채색 노동의 기억들 속에서 순간 순간 빛나던 총천연색의 향수 어린 추억들을 끄집어 내놓고는 그것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시간임을 증명해 보여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춘의 기억이다. 강압적으로 머리가 깎이고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어야 하고, 치마 길이가 짧으면 단속에 걸리던 시절이었지만,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릴 만큼 아름다웠던 청춘. 누구에게나 한번쯤 열병처럼 다가왔던 첫 사랑의 기억. 지금은 주름진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때는 장난기 많고 반항적이던 친구들과의 추억. 처음 국민의례에서 쭈삣대던 당신이 어느새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벌떡 일어나 함께 합창을 하게되는 건 가진 건 없어도 그것 하나면 충분했던 당신의 청춘을 그 지점에서 만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 감상 포인트
- ‘거침없이 하이킥’의 OK해미, 박해미와 연기는 물론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와 웃음을 주는 박상면, 그리고 허리케인 블루의 김진수, ‘며느리 전성시대’의 이필모 같은 쟁쟁한 배우와 개그맨이 춤추고 노래하며 애드립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 송골매의 메인보컬이었던 구창모가 음악감독을 맡아 수십 곡에 달하는 7080 유행가들을 선별했다. 트로트에서부터 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다.
- 가만히 앉아 감상만 하는 뮤지컬은 No! 익숙하고 흥겨운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등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뮤지컬이다.
(사진 : (주)트라이프로(www.tripro.co.kr/jinja) 제공)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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