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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악귀’에는 왜 청년 자살귀, 객귀 이야기가 등장할까 나이 칠순의 어르신들만 남은 마을 백차골. 그 곳을 찾아간 산영(김태리)과 해상(오정세)은 마을에 객귀(길에서 횡사한 귀신)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르신들도 하나둘 세상을 등져 점점 유령마을이 되어가는 백차골에서는 객귀가 사람에 붙는 걸 막기 위한 당제를 준비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힘에 부치고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이 행사를 굳이 할 필요가 있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이장(이용석)은 매년 당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어째서 이 마을에 객귀들은 이토록 넘쳐나게 된 걸까. SBS 금토드라마 가 가져온 객귀 이야기와 이를 몰아내기 위해 한다는 ‘허제비 놀이’ 서사에는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 그건 바로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백차골 같은..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이번 생의 인연은 얼마나 소중한가 “애경아. 잘 버티고 살아줘서 고맙다.” tvN 토일드라마 에서 반지음(신혜선)은 새삼 김애경(차청화)이 자신이 죽은 후 홀로 힘겹게 버텨냈을 삶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한다. 전생을 기억하는 반지음에게 김애경은 17회차 인생에서 삼촌과 조카로 만났던 인연이다. 당시 삼촌 김중호였던 반지음은 어린 조카만 남긴 채 죽었다. 그리고 19회차 인생에서 환생한 반지음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애경을 찾아 자신이 바로 삼촌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그걸 증명했다. 두 사람은 그래서 나이과 성별을 훌쩍 뛰어넘는 색다른 관계를 보여줬다. 나이가 어린 반지음이 나이 지긋한 애경에게 하대를 하고, 애경은 그런 지음에게 “삼촌”이라 부르며 인생사 어려운 일들을 털어 놓..
‘낭만닥터 김사부3’, 유연석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바뀐 돌담병원 공기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왜 죽는 줄 알아? 보폭 때문이 아냐. 황새를 쫓겠다고 종종 거리고 달리다가 방향을 잃기 때문이야. 방향을 잃는 순간 모든 게 끝이거든. 이 세상에서 사부님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 한 사람 뿐이야. 괜히 그 걸음을 쫓겠다고 정신없이 달려가지 마. 다음엔 손이 아니라 다른 걸 잃을 수도 있어.” SBS 금토드라마 에서 돌담병원으로 돌아온 강동주(유연석)는 그에게 반기를 드는 서우진(안효섭)에게 그렇게 일갈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위급한 환자를 향해 달려가는 것만이 의사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신마저 위험할 수 있는 붕괴 현장에도 뛰어들었다가 손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던 서우진이었다. 서우진은 ..
우도환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사실 차가운 이미지가 강해 주인공보다 악역이 어쩐지 더 잘 어울리는 것만 같던 우도환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의 우도환은 완전히 다르다. 이 작품 속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왜인지 모르게 슬프고 먹먹해진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할 때면, 그 속에서 활활 타고 있을 불길을 억누르고 있다는 게 느껴져 가슴 아프다. 에서 우도환은 건우라는 역할을 통해 완전히 다른 연기의 영역을 보여줬다. 사실상 을 눈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전적으로 이 건우라는 ‘착함’이 캐릭터화한 인물에서 나온다. 물론 건우와 함께 끝까지 밀고 나가는 우진이라는 캐릭터의 힘도 만만찮고, 그 역할을 연기한 이상이의 연기변신도 우도환만큼 박수 받을 만하..
‘나쁜 엄마’, 웃기면서 울리는 배세영 작가 필력에 모두가 인생연기 “진영순이 너 나와! 너.. 어떻게 나한테 이랴. 어떻게 나한테 끝까지 이랴. 나 미친 년 만들어놓고 어딜 간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나는 인정 못햐. 야 요즘 세상에 죽을병이 어딨어? 아니, 못 고치는 병이 어디 있어! 그러니까... 당장 가서 고쳐 와 이년아! 너 아무 데도 못가 이년아. 그러니까 내 옆에서 평생 나랑 싸워야지, 이년아, 이년아.” JTBC 수목드라마 에서 영순(라미란)이 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씨(서이숙)는 영순의 멱살을 잡고 화를 낸다. 그런데 그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목소리는 감정을 주체 못해 떨린다. 아들 삼식(유인수)이가 도둑질에 감방까지 갖다 와 영순의 아들 강호(이도현)와 늘 비교되는 걸..
‘낭만닥터 김사부3’, 단순 대결 넘어서자 생겨난 새로운 세계 SBS 금토드라마 가 이전 시즌들과 달라진 점은 뚜렷한 빌런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즌1과 시즌2의 도윤완(최진호) 거대병원 원장 같은 빌런이 시즌3에는 없다. 심지어 시즌2에서 김사부(한석규)와 날을 세웠던 박민국(김주헌)은 시즌3에서는 돌담병원장이 되어 김사부와 뜻을 같이 하는 인물이 됐다. 시즌3에 빌런처럼 보이는 인물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돌담 외상센터장으로 오게 된 차진만(이경영)이다. 김사부와 젊은 시절 라이벌이었고, 차은재(이성경)의 아버지인 차진만은 그러나 빌런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다. 김사부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낭만’을 이야기하는 의사라면, 차진만은 환자만큼 의사도 중요하고 또 절차나 매뉴얼, 원칙..
‘범죄도시3’의 액션과 웃음은 극장에 최적화되어 있다 마동석이 돌아왔다.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된 마동석이다. 가 지난해 엔데믹 분위기에서 천만 관객을 넘어선 작품이 됐을 때, 이미 마동석이라는 브랜드는 어느 정도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는 마동석에게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캐릭터로 풀어낸 작품이 됐으니 말이다. 마동석에게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시원시원한’ 사이다 액션과 덩치와는 상반되게 귀엽게 느껴지는 캐릭터에서 나오는 빵빵 터지는 웃음이다. 도 바로 이 관전 포인트들을 정확히 겨냥했다. 광수대에서 신종 마약 범죄를 추적하면서 그 배후인물인 주성철(이준혁)과 야쿠자 리키(아오키 무네타카)와 대결하게 되는 것이 의 스토리다. 마동석에게 관객이 원하는 건 굉장히 복잡한 서사도 아니고, 따라서..
이것이 ‘낭만닥터 김사부3’의 맛, 동시다발로 터지는 사건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앙심을 품은 군인이 군내에서 총기 사고를 내고 부상을 입은 채 도주한다. 마침 비번이던 서우진(안효섭)이 마주친 그 군인을 돌담병원으로 데려오고, 군부대에서 총기 사고를 당한 병사들도 이송된다. 아마도 보통의 의학드라마라면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풍경으로 한 2회 분량의 에피소드를 채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SBS 금토드라마 는 다르다. 이 사건 위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또 다른 사건들이 겹쳐진다. 마침 박은탁(김민재)을 과거 괴롭혔던 불량한 이들이 병원을 찾고, 박은탁을 협박하며 마약성 약물을 달라고 요구한다. 차은재(이성경)는 총기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병사를 수술하면서, 아버지이자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