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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남산의 부장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새삼스러운 비감 이거 갱스터 무비 혹은 스파이 무비 아냐. 아마도 이 영화를 우리네 현대사를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게다. 총이 등장하고, 도청은 물론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팽팽한 권력 대결이 있고 정점에서 그 대결구도를 이용하는 독재자가 있다.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 같은 한 나라의 중차대한 정책들을 결정하는 이들이 등장하지만 그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마치 갱스터 무비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욕설이 난무하고 총을 꺼내 머리에 대고 위협하기도 하며 몸싸움을 벌인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미국 측 인물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에게 ‘갱 영화’ 운운하는 대목은 그래서 흥미롭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에서 총이 일상..
천문’, 최민식과 한석규의 브로맨스만큼 먹먹했던 건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끈끈했던 관계를 브로맨스에 가깝게 그린 작품이다. 브로맨스를 넘어 로맨스에 가깝다는 관객들 반응처럼 이들이 보여주는 서로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우정과 신의 그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성 출연자가 거의 없고 중년을 훌쩍 넘긴 남성들의 이야기로만 채워지지만 때론 가슴이 설레고 때론 먹먹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영화. 관노로 태어나 하늘과 별을 보는 걸 좋아했지만 고개 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땅만 보고 살았던 장영실의 천재성을 한 눈에 알아보고 세종은 함께 누워 하늘과 별을 보자고 한다. 세종은 왕의 자리가 늘 아래를 내려다보기만 해야 하는 자리라서 올려다볼 수 있는 하늘이 좋..
‘백두산’ 충분한 볼거리·미약한 스토리, 그럼에도 이병헌과 하정우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했다? 우리 재난영화 소재로 이만큼 좋은 게 있을까. 그건 단지 화산이 폭발해 도시를 잿더미로 만드는 그런 재난만 있는 게 아니라,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 정세와 거기에 끼어드는 미국, 중국의 개입 같은 복잡한 상황들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영화 은 그래서 그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요한 건 화산 폭발과 지진과 여진 등으로 무너지는 건물 같은 블록버스터급 CG를 제대로 소화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유치한 B급 재난 영화가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우려는 시작한 지 단 몇 분 만에 쉽게 해결해버린다. 우리에게 익숙한 강남역에 건물이 무너지고 아비규환이..
‘시동’, 한 발 뒤로 물러선 마동석이어서 더 좋았던 건 마동석은 마동석을 연기한다는 말이 있다. 또 마동석은 하나의 장르라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마동석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그의 존재감이 작품 전체를 장악한다는 뜻일 게다. 물론 그건 좋은 의미지만 마동석에게도 또 작품에도 반드시 좋을 수만은 없다. 결국 작품이란 여러 배우들이 골고루 보여야 그 울림이 커질 수 있고 마동석 자신도 자신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야 배우로서도 더 확장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 은 마동석을 대단히 현명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관객들이 ‘마동석 영화’라고 부르는 작품에는 늘 기대하는 것들이 있다. 손바닥 하나에 붕붕 날아가는 악당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물론 에도 그런 장면이 ..
넷플릭스가 바꾸는 영화의 풍경들 2020년 골든글로브상이 발표한 후보들을 보면 단연 넷플릭스의 선전이 눈에 띈다. 특히 영화는 도드라진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 노아 바움백 감독의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이 영화 작품상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오른 것. 드라마 부문 작품상 다섯 편 중 세 편이 넷플릭스 영화라는 건 지금 세계 영화판에 넷플릭스가 가진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건 이들 작품들이 가진 새로운 특징들이다. 사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특징은 극장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점점 더 효과에 집중하고 실감나는 영상과 음향을 강조하면서 거기 걸리는 영화들도 그 특징에 맞게 변화한 면이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그래..
천만 예약 ‘겨울왕국2’, 진취적 스토리와 퇴행적 독과점의 양면 영화 는 개봉과 함께 어쩌면 일찌감치 1,000만 관객 돌파를 예약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개봉한 지 10일도 안돼서 무려 760만 관객(11월30일 기준)을 돌파했다. 2013년 개봉했던 이 애니매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겼던 걸 떠올려보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일일게다. 따라서 가 1,000만을 돌파한 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렇게 된 건 가 이미 전편에서 드러냈던 것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불어넣은 색다른 공주이야기에 대한 해석이 폭넓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고, 거기에 디즈니 특유의 뮤지컬 무비가 갖는 감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 보면 물론 전편의 ‘Let it go’를 뛰어넘는 노래..
‘날씨의 아이’의 흥행실패, 과연 시국 때문 만일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전작이었던 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370만 관객이라는 흥행을 거둔 감독이다. 국내에는 이미 그 작품 때문에 그의 전작들이었던 이나 등 또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 투자한 영화사측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가 첫 주말에 약 33만 관객을 동원한 것에 적이 실망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관계자는 공식 입장문까지 내놨다. 공식 입장문의 주요 내용을 보면 에 비해 의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지금의 냉각된 한일관계 때문이라는 것이고, 이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이 토로되어 있다. 물론 지금의 이런 시국이 이 작품의 성패에 영향을 준 건 사실일 게다. 아무래도 일본 영화라는 사실이 주는 막연한 부담감(?) ..
아놀드 슈와제네거, 제임스 카메룬 그리고 린다 해밀턴 1984년 처음 등장했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는 이 레전드가 될 영화의 신호탄이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미래에서 온 인간과 터미네이터의 대결이라는 이 흥미진진한 설정에 확실한 아우라를 부여한 건 터미네이터로 등장했던 아놀드 슈와제네거였다. 그 정도로 부서지고 깨지면 끝날 법한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계속 해서 공격하는 터미네이터라는 캐릭터는 당대의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제대로 본 궤도에 오르게 된 건 1991년 제작된 였다. 레전드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놀라운 스케일의 액션이 CG와 더해져 풍부해졌고, 스토리도 탄탄해졌다. 무엇보다 1탄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던 터미네이터가 이제는 유일한 미래의 희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