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드라마

공부에 미친 맑은 눈의 광인 황민현 포텐 제대로 터졌다

D.H.JUNG 2025. 2. 4.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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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그룹’, 입시 경쟁이 낳은 괴물을 통한 통쾌한 블랙코미디

스터디 그룹

모두가 대놓고 잠든 교실, 이런 애들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한심스럽다며 푸념하는 선생님 앞에 유일하게 필기를 하며 공부하고 있는 인물. 윤가민(황민현)이다. 선생님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필기하는, 누가 봐도 공부벌레로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가 하는 첫 마디는 “믿기 힘들겠지만 난 공부를 못한다”다. 무언가 열심히 푼 듯 빼곡이 등식이 적혀 있는 시험지지만 연실 빗금이 그어진다. 

 

첫 시퀀스가 보여주는 것처럼, 티빙 드라마 <스터디 그룹>은 예상을 빗겨가는 상황과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과 마음을 잡아끈다. 열심히 필기하고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했지만 늘 성적은 꼴찌에 가까운 윤가민의 어린 시절을 훑어내는 장면이 그렇다. 스스로 머리도 나쁘지 않고 모든 노력을 다하지만 늘 바닥인 그에게 과외선생님이 “너 설마 답안지 밀려 쓴 거 아니지?”하고 물을 때 피식피식 웃음이 피어난다.

 

이 정도면 아예 공부에는 길이 없고 대신 다른 길을 찾는 게 맞다 싶지만 윤가민은 진심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라는 것이 유성공고다. 이른바 특성화고 특별 전형을 노려 볼 수 있다는 누군가 지나치며 하는 농담을 끝까지 듣지 않고 덜컥 믿어버린 것. 그러니 “아 대학가고 싶다”라고 혼잣말 하는 이 인물의 백치미에 가까운 생각과 선택 그리고 행동들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스터디그룹>의 주인공 윤가민은 이처럼 그간 무수히 봐왔던 학원액션물과는 너무나 다른 위치에 서 있다. 보통의 학원액션물은 공부 잘 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구분하고 공부를 못하면 인성도 안좋거나 혹은 학교폭력 같은 불량한 짓을 하는 인물로 그려지곤 한다. 그런데 입만 열면 공부 공부를 외치는 모범생이지만 실제 공부를 잘할 것 같지는 않은 너드가 주인공이라니!

 

그런데 반전은 또 있다. 맑는 눈으로 공부를 외치는 이 인물이 상상을 초월하는 싸움실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마치 ‘먼치킨’류의 주인공 같은 싸움실력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된 이유도 빵 터지는 반전으로 뒷통수를 친다. “강한 몸에 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에 공부를 잘 하고 싶어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운동을 쉰 적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즉 공부 잘하려고 운동을 했는데 운동만 잘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윤가민이 유성공고에서 펼치는 시원시원한 학원액션의 전설들이 그려진다. 스터디그룹을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룹을 만들어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방해자들(대부분 일진들이다)을 윤가민은 하나하나 무너뜨린다. 그 싸움의 이유는 온통 스터디그룹 때문이다. 그 그룹의 예비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서거나,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 새로운 신규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 인물은 싸운다. 

 

도대체 이게 무슨 학원액션의 엉뚱한 전개인가 싶지만, 보다 보면 폭발하는 액션 신에 도파민이 폭발하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고, 윤가민이라는 ‘맑은 눈의 광인’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 짜릿함은 기존 학원액션물이 구축해 놓은 틀에 박힌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를 뒤집는 반전에서 나온다. 공부를 하고 싶어 주먹을 든다는 윤가민이란 인물은 그래서 통념을 뒤집는 블랙코미디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만든다. 

 

모범생이지만 실제 성적 순은 일진들보다도 못한 꼴찌에 가깝고, 대신 싸움으로는 일진들은 물론이고 조직폭력배의 일원까지 흠씬 두들겨줄 정도로 우등생(?)인 인물. 그 정도면 재능 있는 운동 쪽을 하는 게 낫지 않냐는 극중 김세현(이종현)의 말처럼,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나을 듯 싶지만 어쩌다 ‘대학 가고 싶은’ 집념에 사로잡힌 이 인물은 그래서 오로지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될 것처럼 모두가 부추기는 입시경쟁의 현실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하는 캐릭터로 읽힌다. 도대체 대학이 뭐라고 이 지옥 같은 학교 폭력 속에서도 “우리 같이 공부할래?”라고 외칠까 싶은 것이다. 

 

이건 그간 웹툰으로 저변을 만들어내고 OTT와 함께 개화했던 학원액션물의 색다른 진화를 보여준다. 학교폭력이 가진 사회적 무게감 때문에 지나치게 진지했던 <인간수업>, <돼지의 왕>, <3인칭 복수> 같은 작품에서 <약한 영웅>처럼 조금씩 가벼워지며 장르화의 경향을 보이던 학원액션물이 이제는 블랙코미디를 할 수 있을 만큼 경쾌해졌다는 걸 <스터디그룹>은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답게 그 만화적 색깔을 살려내는 다소 과장된 연출기법들이 더해져 학교폭력이라는 현실의 무게감을 가볍게 해주는 장치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스터디그룹>은 학교폭력의 참담함을 그려낸 작품이라기보다는 입시경쟁이 만들어낸 공부에 대한 강박을 액션과 코미디로 비틀어낸 성장드라마처럼 보인다. 윤가민과 그를 지지하는 선생님 이한경이 ‘스터디그룹’을 하게 되면서 도무지 학교라고 보긴 어려웠던 유성공고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그들도 성장할 수 있을까를 기대하게 만든다. 

 

공부에 미친 맑은 눈의 광인 윤가민 역할을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인물처럼 연기해낸 황민현의 성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환혼>에서 액션과 멜로 연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였던 황민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될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스터디그룹에 합류하는 김세현 역할의 이종현, 이지우 역할의 신수현, 최희원 역할의 윤상정, 이준 역할의 공도유도 이 작품을 통해 주목될 새내기 배우들이다. (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