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호, 추영우, 주종혁... 드라마의 킥이 된 이 남자들의 댕댕미
‘중증외상센터’의 윤경호, ‘트리거’의 주종혁, ‘옥씨부인전’의 추영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그 반응이 폭발적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주지훈과 추영우의 극을 이끌어가는 티키타카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여기에 윤경호의 지분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이라는 역할을 통해 초반에는 빌런으로서의 극성을 끌어올리더니 후반에는 개과천선한 모습으로 빵빵 터지는 통쾌한 웃음까지 전해줬다.
한유림은 어찌 보면 <중증외상센터>의 킥이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의 맛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초반에 백강혁(주지훈)을 견제하고 질투하며 밀어내려 하는 이 밉상 캐릭터는 그 갈등요인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높여 놓는다. 하지만 의학드라마에 활극이라는 장르를 더한 만큼 백강혁이 난관을 넘어설 때마다 무너지는 한유림의 리액션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기기가 충분하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사고를 당해 위급한 딸을 살려낸 백강혁에게 굴복한 한유림은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백강혁을 지지하게 되고, 그의 부재중 응급현장에 직접 뛰어들며 “나는 백강혁이다”를 외치는 코믹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빵 터트린다. 백강혁을 원수처럼 생각하던 그가 이제는 추종자가 되는 반전이 활극 코미디적 요소와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백강혁이라는 인물과 한유림의 관계다. 그건 마치 신적인 존재(딸을 구해줬으니 왜 그렇지 않을까!)와 그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백강혁이 무언가를 할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거나 그가 없을 때 백강혁을 한없이 찾고 그가 나타나자 “너무 힘들었다”며 그에게 안기는 모습은 그래서 더할 나위 없는 귀여운 매력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마치 귀여운 반려견 같은 이른바 ‘댕댕미’라고나 할까.
최근 드라마에는 이 같은 카리스마적 존재를 따르는 댕댕미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갈수록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중증외상센터>에서 백강혁과 함께 센터를 지키며 성장해가는 캐릭터인 양재원(추영우)도 그런 면모들을 갖고 있다. 빈 구석을 보여주고 무너지는 이 캐릭터의 리액션은 백강혁이라는 인물의 카리스마를 강조해주면서 시청자들에게는 귀여운 매력을 어필한다.
추영우가 최근 <중증외상센터>와 <옥씨부인전>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치고 대세 배우로 떠오른데는 바로 이러한 댕댕미 캐릭터와 이 배우의 매력이 잘 어우러진 결과다. <옥씨부인전>에서도 추영우가 맡은 전기수 천승휘라는 인물은 무대에 설 때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옥태영(임지연) 앞에만 가면 귀여워지는 댕댕미를 보여준다. 추영우는 조금은 빈 구석을 보여줌으로써 인간미를 드러내는 매력이 있는 배우다. 그런 점에서 카리스마 있는 백강혁이나 옥태영 같은 인물 옆에 서 있는 역할을 연기할 때 그 존재감 역시 빛이 난다.
댕댕미를 가진 캐릭터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사례는 디즈니+ 드라마 <트리거>의 강기호(주종혁)라는 인물이다. 스펙이 없어 아직 자기 프로를 해보지 못하고 오소룡(김혜수)의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는 이 인물은 그 팀에 갑자기 한도(정성일)가 들어오자 그를 견제하면서도 형처럼 따르는 댕댕미로 짠내와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때때로 오소룡이 한도를 더 챙겨주는 것 같을 때 시무룩한 질투의 시선을 보이는 강기호의 모습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역할은 주종혁이라는 배우가 맡으면서 빛을 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 배우의 지분이 많아 보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민우라는 인물로 ‘권모술수’로 대변되는 경쟁자의 면면을 연기했던 것으로 주목을 받은 주종혁은 이번 작품에서는 이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너무나 주목되는 배우다.
한때는 카리스마가 가장 주목되는 캐릭터의 매력이었다면, 최근에는 정반대로 ‘댕댕미’를 보여주는 귀여움이 새롭게 떠오르는 캐릭터의 매력이 되고 있다. 그건 손에 닿지 않는 카리스마보다는 내 옆에 존재할 것 같은 인간미가 동질감의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들이 있어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서 시청자들은 잠시 숨쉴 틈을 가질 수 있고, 날아오를 것 같은 허구적 상상의 나래 속에서 현실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원탑 중심으로 쏠린 시선을 주변부로 되돌려 다양한 캐릭터의 묘미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무엇보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잠시 웃을 수 있고 때론 그것이 살 수 있는 힘을 만든다는 걸 이들만큼 잘 보여주는 이들이 있을까. 이 귀여운 인물들이 드라마의 킥으로 떠오른 이유다. (사진:넷플릭스, 디즈니+,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