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터지는 피칠갑 액션 ‘광장’, 역시 소지섭이 소지섭 했다
‘광장’, 일당백 액션 소지섭 과연 한국판 ‘존윅’이 될 수 있을까
“네들이 나를 부른 게 아니라 내가 너희들을 부른거야.”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에서 남기준(소지섭)은 PC방에 모여든 일단의 깡패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주운그룹 전무인 동생 남기석(이준혁)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자 그 배후를 추적하는 남기준은 먼저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고 남기석을 주차장에서 공격했던 깡패들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가 올 줄 알고 기다렸던 그들이 남기준을 에워싸자 그는 사실 그들을 부른 건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 대 다수의 대결은 앞으로 <광장>이 보여줄 액션의 결을 드러낸다. 남기준이 날리는 주먹 한 방에 상대는 날아가버리고, 젓가락이 얼굴을 꿰뚫고, 다리는 장작처럼 부러져버린다. 수십 명이 달려들지만 이 인물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평정심으로 상대를 하나하나 제압한다. 10년 전 주운파와 봉산파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이 세계를 떠났던 그다. 그래서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걷지만, 그럼에도 이 ‘원펀맨’의 펀치는 여전히 가공할만한 괴력을 보인다.
주운파와 봉산파라는 조직 간에 벌어지는 핏빛 대결을 밑그림을 가진 작품이지만 이 드라마의 제목은 <광장>이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남기준이 일본 야쿠자와 맞서는 대결 장면은 그래서 어둑한 지하 공간이 아니라 국회의사당이 뒤편에 보이는 광장이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나 싶지만, 그건 주운파와 봉산파라는 폭력 조직으로 시작한 이들이 이제 주운그룹, 봉산그룹이라는 어엿한 사업체가 되어 광장 위에 건물을 세우는 형태로 성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은 어둠의 세계가 아니라 광장으로 나오고 싶어한다. 물론 여전히 어둠의 세계에서 그 방식으로 일을 하지만.
10년 전 이 세계를 떠났던 남기준이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건 동생의 죽음 때문이다. 그런데 그 죽음은 바로 봉산그룹 회장 구봉산(안길강)의 아들 구준모(공명)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 10년 전 남기준이 떠나며 만들어진 룰은 봉산그룹과 주운그룹이 서로를 건들지 않는 것이고, 누군가 일을 벌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운그룹의 전무 남기석이 살해당한 대가로 구준모가 죽어야 하지만, 구봉산은 주운그룹 회장 이주운(허준호)을 설득해 이를 덮으려 한다. 결국 돌아온 남기준이 동생 사건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두 그룹 간의 평화는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다.
단순한 복수극처럼 그려지지만, 뒤로 가면 거기에 숨겨진 흑막이 드러나면서 10년 전 사건과 현재 벌어진 사건이 겹쳐지는 스토리의 반전도 있다. 하지만 <광장>을 눈을 떼지 못하고 정주행하게 만드는 건 남기준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피칠갑 일당백 액션이다. PC방에서의 일방적인 원펀맨의 액션이 그 서막을 드러낸다면, 이제 구준모를 응징하기 위해 술집에서 벌이는 액션과 산속에 위치한 안전가옥에서 펼쳐지는 야구방망이 액션은 보는 이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도파민 그 자체다.
주먹 한 방에 사람이 날아가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은 액션의 연속이지만 여기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건 다름 아닌 남기준이라는 인물을 제 몸처럼 입은 소지섭의 액션 연기다. ‘소간지’라는 닉네임이 늘 붙어다니는 배우지만, 이 작품만큼 그 별칭이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은 액션이 폭발한다.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등판과 무표정하게 수십 명을 상대하는 모습이 그려내는 야차의 형상은 소지섭이기 때문에 그럴 듯하게 보인다. 한 마디로 소지섭이 소지섭 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원작 웹툰을 본 팬들이라면 단순화된 스토리에 실망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창구를 통해 선보이는 이 액션물은 보다 보여지는 액션 그 자체에 집중한 면이 있고 그래서 그 성과도 즉각적이다. 공개 3일만에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올랐다. 해외 반응은 한국판 <존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 하다. 무차별적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죽이는 액션들이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서사에 대한 아쉬움은 <존윅> 시리즈가 그러했던 것처럼,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만든다. 소지섭이라는 배우의 존재감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에 각인되지 않을까. <존윅>의 키아누 리브스나 <테이큰>의 리암 니슨 같은 좀더 글로벌한 액션 히어로가 탄생하길 바란다. 소지섭이라는 K액터라면 그런 기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걸 <광장>의 피칠갑 액션은 보여준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