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드라마

조이현, 추영우라 기막힌 무속과 멜로의 기발한 만남

D.H.JUNG 2025. 7. 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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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선녀’, 어떻게 무당은 멜로의 주인공이 됐나

견우와 선녀

“살려. 내가 살릴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액운 다 막을게. 할머니 손자? 삼일일 동안 꼭 살린다. 내가.” tvN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에서 손자 견우(추영우)의 액운을 막아달라 부탁하러 온 옥순(길혜연)에게, 무당 성아(조이현)는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말한다. 성아는 견우에게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들어올 때부터 거꾸로 들어오는 형상을 본 성아는 견우가 삼칠일(21일)을 버터지 못할 운명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성아는 뜬금없이 견우에게 묻는다. 한 아이가 혼자 울고 있는데 지나다 우연히 봤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 아이의 상황은 다름 아닌 성아의 어릴 적 모습 그대로다. 혼자 버려져 울고 있던 자신의 모습 그대로. 그 때 성아는 누군가 자신을 달래주길 바랐다. 그래서 그 답변을 견우에게 듣고 싶지만, 견우는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달래주는 게 아니라 옆에 가만히 서 있겠다고. 그런데 그 이유가 기막히다. “제가 뭘 안다고 달래요? 내가 뭐라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근데 서 있는 건 해줄 수 있잖아요. 몰라도.” 

 

그 말에 성아는 덥석 옥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제 견우의 액운을 막는 일은 무당으로서 성아가 해야할 일이면서, 동시에 여고생인 성아가 마주할 첫사랑의 과정이 된다. 옥순이 결국 갑자기 사망하자 우울의 늪에 빠진 견우 옆에 자살귀가 붙고, 그걸 알게 된 성아는 신엄마 동천장군(김미경)에게 해법을 묻는데 그것이 또 기막히다. 자살귀를 떼어내기 위해 성아 스스로 ‘인간부적’이 되어 딱 붙어 있으라는 것. 그래서 성아는 견우 옆에 붙어 시도 때도 없이 온기를 나누는 스킨십을 감행한다. 그 ‘인간부적’으로 자살귀를 막는다. 

 

<견우와 선녀>가 보여주는 이러한 설정은 실로 기발하다. 무속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K드라마가 가장 잘 구현해내는 멜로와 엮어 색다른 드라마를 꺼내놓고 있어서다. 무속의 힘으로 악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떼어내는 그 과정은 이른바 K오컬트(서구의 구마사제와는 다른 우리 식의 무당의 굿이 등장하는)의 장르적 성격을 보여주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지켜내고 구원하면서 생겨나는 감정들은 멜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구원서사는 과거 공주님 구하는 왕자님 서사를 뒤집는 형태로서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그 주역이 무속인이라는 게 주목할만하다. 최근들어 무속인들은 과거 <전설의 고향>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됐다. 과거 무당이 등장하는 작품이란 어딘가 오싹한 공포물에 한정되었고, 불가사의한 미신적인 이야기로 치부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속은 이른바 MZ 무당이 등장할 정도로 훨씬 더 세련되졌다. <파묘>의 김고은이 연기했던 무당 화림은 복색부터가 어딘가 히어로의 냄새를 풍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아예 무당이라는 존재가 악령들을 퇴치하는 슈퍼히어로로 등장한다. 여기서도 기막힌 건 무당이 보여주는 춤과 노래(굿)가 세상을 구원하기도 하는 K팝과 연결되어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무당이 히어로가 될 정도의 서사가 가능하려면 그 기반에는 이들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가 밑바탕 되어야 한다.

 

SBS <신들린 연애> 같은 무속인이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가 나온다는 건, 이들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걸 반증한다. 이 독특한 연애 리얼리티는 무속인이 등장함으로 인해 그저 남녀 사이의 감정으로 구성되는 서사 그 이상의 것들을 채워 넣는다. 그것은 운명인가 사랑인가 하는 갈등의 서사다. 즉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운명은 다른 이를 점지하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기발한 이야기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견우와 선녀>는 최근 들어 무속이 다양한 장르들과 만나 색다른 서사를 만들고 있는 그 계보 위에 서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장르의 변주 중에서도 흥미로운 건 <견우와 선녀>처럼 멜로로 재해석하는 작품들이다. 지난 4월에 방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SBS <귀궁> 같은 작품을 보면 무녀가 신을 모시는 그 과정을 무녀의 사랑이야기로 해석했다. 마찬가지로 <견우와 선녀>도 무녀가 위험에 처한 이를 구원하는 과정이 무녀의 멜로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견우와 선녀>가 보여주는 이 실험적인 무속과 멜로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게 연결될 수 있게 된 건 조이현과 추영우라는 두 배우가 독특한 아우라가 한 몫을 차지한다. 이 두 배우는 웹툰 같은 작품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판타지적 인물들조차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독특한 연기의 영역을 갖고 있다. 추영우가 <중증외상센터>에서 다소 과장된 상황들조차 설득시키는 ‘당황 모드’의 귀여움을 장착하고 있다면, 조이현은 <혼례대첩>에서 사극 속에 들어온 현대인 같은 역할이면서도 이를 납득시키는 ‘명민한 모드’의 귀여움을 장착하고 있다. 두 사람의 시너지가 만들어낼 <견우와 선녀>의 이색적인 실험이 더더욱 흥미로워졌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