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이주의 드라마

'오징어게임' 닮은 사무라이 일드의 등장 무얼 말해주는 걸까

D.H.JUNG 2025. 11. 18. 10:51

공개 직후 글로벌 1위 찍은 ‘이쿠사가미’, 사무라이 버전 ‘오징어 게임’?

이쿠사가미

이건 <오징어 게임>과 <바람의 검심>을 합쳐 놓은 거 아닌가.

넷플릭스 새 시리즈 <이쿠사가미:전쟁의 신>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시작은 사무라이 액션으로 문을 연다.

원테이크로 찍혀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 치열한 전쟁터에서 사무라이들이 맞붙는 장면이다.

사가 슈지로(오카다 준이치)는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만 곧 어디선가 날아온 무차별 포격에 함께 싸운 동료들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메이지 유신이 시작되며 사무라이들이 이제는 설 자리가 없어진 상황을 이 전쟁 상황은 압축해서 보여준다. 

 

칼 쓰는 일 이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폐도령이 내려져 가난해진 데다,

마침 호열자(콜레라)까지 번져 죽어가는 가족을 안타깝게 바라봐야 하는 슈지로는

어느 날 교토의 텐류지에서 10만 엔 상금을 걸고 벌어지는 대회에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슈지로는 집을 떠나 그 대회에 참가하는데, 수백 명의 사무라이들이 모인 그 곳에서는 생존게임이 벌어진다.

살아남는 단 한 사람만이 10만 엔을 가져갈 수 있는. 

이쿠사가미

시작은 메이지 유신을 배경으로 칼잡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바람의 검심>을 떠올리게 하지만,

생존게임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오징어 게임>의 사무라이 버전으로 옮겨진다.

마지막 전쟁의 충격으로 칼을 뽑지 못하는 슈지로는 생계를 위해 참가한 소녀 카츠키와 생존하기 위해 칼을 빼들고,

죽고 죽이는 이 싸움에 뛰어든다.

<오징어 게임>이 그러하듯이 이 게임에도 주최자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숨겨진 음모가 존재한다.

슈지로는 과거 한 스승 밑에서 배웠던 사형제나,

필요에 의해 동맹을 맺는 이들과 힙을 합쳐 게임의 배후를 추적하려 한다. 

 

이 정도면 <오징어 게임>의 냄새가 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돈과 권력을 가진 게임의 주최자가 있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의 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주최자들의 음모를 파헤치고 대적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연합이 생겨나고, 이들의 전쟁이 그려진다.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 구조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쿠사가미>는 사무라이 버전 특유의 색깔을 입혀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의 향연을 채워 넣는다.

<바람의 검심>에서 익숙했던 여러 특성을 가진 적들이 등장하고, 그들과 펼치는 다채로운 액션이 그것이다. 

 

<오징어 게임> 같은 데스 서바이벌 장르에 대한 글로벌 기대치가 생긴 것인지,

<이쿠사가미>는 공개와 동시에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넷플릭스 TV 시리즈 글로벌 1위를 찍었다.

전 세계 분포를 보면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대부분은 물론이고 북미와 남미, 유럽, 남태평양 국가들까지 고른 인기를 보였다.

어딘가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향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이쿠사가미

물론 <오징어 게임>이 갖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들과는 달리,

<이쿠사가미>는 사무라이 액션 장르 특유의 비장미로 가득 채워져 있다.

생존 게임이라는 이야기 구조는 같아도 일본 특유의 로컬 색깔을 보다 부각시킨 것이고,

무엇보다 사무라이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의 취향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시즌1에 해당하는 6회가 공개됐을 뿐이고, 서사도 이제 도입 정도다.

향후 시즌이 계속 공개되며 생겨날 글로벌 시너지가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쿠사가미>의 등장은 넷플릭스 시리즈가 갖는 시즌제 성격의 제작 방식이

이제는 성공 콘텐츠나 장르의 로컬 버전 재해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알다시피 IP를 소유한 넷플릭스로서는 <오징어 게임> 같은 성공을 또 다른 방식으로 재연하고픈 욕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무라이 버전이 가능하고 또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또 다른 로컬 색깔을 더한 작품들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장르화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늘 해왔던 방식이지만,

그 상업적인 성공만큼 반복되는 서사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처럼 게임화된 서사는 디즈니+에서 최근 공개된 <조각도시> 같은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게 됐다.

물론 무고한 이를 범죄자로 만들어내는 빌런과 싸우는 이야기지만,

<조각도시>에는 갑자기 빌런이 판을 벌인 레이싱장에서의 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부유한 관전자들이 내려 보는 가운데. 

이쿠사가미

성공을 바라는 건 모든 작품의 공통된 욕망이지만,

그렇다고 작품이 균일화된 틀에 들어가 상품처럼 찍혀지는 건(물론 외형은 다른 것처럼 보이려 변환되지만)

어딘가 퇴행적인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제 사무라이 버전의 <오징어 게임>이 등장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건 어쩌면

이 열풍처럼 번질 데스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의 확산을 예감케 한다.

그것은 어쩌면 넷플릭스 같은 관전자가 전 세계를 두고 펼치는

콘텐츠 서바이벌 전쟁의 ‘라스트 맨 스탠딩’ 게임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