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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사모님이 건드린 을의 정서

 

아마도 <그것이 알고싶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이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11년 전 발생했던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 사건’은 신문지면의 한 귀퉁이로 사라져버릴 뉴스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피해자의 아버지가 그간 가슴에 묻어 둔 상처가 얼마나 컸을 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청부살해를 시키고도 법망을 피해나가다가 결국 무기징역 판결까지 받고 수감되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진단서를 근거로 호화 병실에서 제 마음대로 살아가는 모 기업 사모님을 목도한 시청자들은 모두가 그 피해자 아버지의 애끓는 분노를 잠시나마 똑같이 느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은 이제는 상투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대기업 회장들이나 전직 정치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가고도 제대로 형을 치르기는커녕 갖은 병을 내세워 자유롭게 되는 현실, 억울하면 돈 벌라는 속물적인 이야기가 실제 현실이 되는 사회, 돈과 권력 앞에서 윤리도 도덕도 땅에 떨어지고 정의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 게다가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저희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 법망조차 비웃는 그 참담함을 우리는 이상한 외출을 하시는 사모님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바로 그 정의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자신의 잘못된 오해를 증명하고자 돈으로 사람들을 고용해 한 개인의 사생활을 무참히 짓밟은 것도 모자라 청부살해를 지시할 수 있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일까. 무기징역을 받아도 적당히 진단서를 만들어 교도소를 빠져나올 수 있고, 호화 병실에서 생활하며 필요하면 마음껏 외출도 가능한 법 집행이 과연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딸을 잃었다는 고통에 피해자 가족들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때, 정작 가해자는 호화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까.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된 후 그 후폭풍이 줄어들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은 잘못된 법 정의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가진 자들에게 심지어 죽임을 당해도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는 ‘을의 정서’가 들어가 있다. 라면 상무와 빵 회장, 조폭 우유 등 올해 상반기에 불어 닥친 갑을 정서는 이제 사모님 후폭풍으로 정의의 문제로까지 넓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문제의 후폭풍이 더 큰 이유는 그것이 생활과 생계의 문제를 넘어서는, 한 개인의 생명과 직결된 사법정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의사와 검사와 판사와 재벌가의 커넥션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숱한 영화들이 다루었던 소재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것이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네 현실이라는 점에서 크나큰 충격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도가니>처럼 이번 사건도 영화화하자고 제안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법 정의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도 때로는 대중들이 거기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해결됐던 사례가 <도가니>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법 정의의 문제를 영화 같은 대중문화에 기대게 되었단 말인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그래서 제목이 지칭하는 대로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서 제 역할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언론이 해야 될 일이 바로 대중들이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일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번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이 건드린 대중의 공분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여겨진다. 이것은 이미 현실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지 않은가. 여러모로 대중의 시대가 보여주는 변화다. 돈과 권력으로 덮어질 수 있었던 것들도, 이제는 결국 대중들의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낱낱이 실체를 드러내게 되고 그것이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중의 공분이 그저 이 이상한 외출을 해온 사모님에게만 집중되고 그 하나의 문제로 덮어지지 않는 것일 게다. 결국 <그것이 알고싶다>가 거론하고 싶었던 것은 한 사모님의 빗나간 행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현재 갖고 있는 부조리한 법 집행의 문제 전반일 테니 말이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촉발시킨 공분은 그래서 사모님이 은근슬쩍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거기에 관계된 모든 이들에 대한 상식적인 조처가 이뤄져야 할 것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한 노력 또한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더키앙

낯 뜨겁고 부끄러운 <광해> 대종상 몰아주기

 

누가 보면 올해 한국영화가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밖에 없었다고 오해받을 만한 몰아주기였다. 무려 15관왕. 제49회 <대종상>에서 <광해>는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인기상, 조명상, 편집상, 기획상, 시나리오상,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기술상, 촬영상, 영상기술상 총 15개 부문을 휩쓸었다.

 

사진출처: 영화 <광해>

반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여우주연상과 심사위원상 두 부문을 수상하는데 그쳤고, 올 여름 최고 흥행을 거둔 <도둑들> 역시 여우조연상 한 개 부문을 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통 멜로 영화로서 화제를 모았던 <건축학개론>이나 저예산 영화지만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부러진 화살>, 영화로서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했던 <도가니>, 또 굵직한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범죄와의 전쟁>은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 비평가들과 관객들에게 모두 호평을 받았던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고 <은교>는 신인여우상 한 개 부문에 그쳤다.

 

올해만큼 한국영화가 풍성했던 적도 없었지만 제49회 대종상 시상식은 <광해>에 상이 집중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올 한해의 한국영화를 앙상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눠 먹기식 시상 역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15개 부문을 싹쓸이 한 <광해>는 몰아줘도 너무 몰아준 인상을 지웠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상은 진행자도 시상자도 또 당사자인 수상자에게도 불편함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진행자인 신현준은 “그야말로 <광해>의 날”이라고 시상자로 나선 원로영화인 역시 “속된 말로 <광해> 싹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김기덕 심사위원장(김기덕 감독과 동명이인)은 “특정작품에 쏠리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 같다. 기존에는 모든 작품을 모두 심사를 하고 비교 평가를 했으나 올해는 한 작품 실사가 끝날 때마다 평점을 기입해서 봉합하고 은행 금고에 넣어두었다. 심사위원장인 저조차 이렇게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집계를 안해서 어떤 작품이 어떤 부문의 수상작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이해를 바란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또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광해>의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역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무대에서 그는 "오늘 너무 기쁜데 많은 영화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지 몰랐는데 죄송하단 말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자가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시상식. 결과적으로 15개 부문을 수상한 <광해>는 지나친 마케팅으로 논란을 겪은데 이어 과도한 몰아주기식 수상으로 또 논란의 도마 위에 서게 됐다.

 

<광해>는 작품으로만 보면 꽤 괜찮은 완성도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광해>는 영화 외적인 부분들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왔다. 그냥 내버려두었다면 입소문으로 충분히 좋은 성적과 평가를 거두었을 영화가 너무 과한 홍보 마케팅으로 오히려 논란을 겪게 된 것에 이어, 이번 대종상에서의 싹쓸이 수상으로 또 작품에 흠집을 만들게 됐다.

 

영화인 전체의 축제가 되어야할 영화상을 마치 독식하는 듯한 인상을 지운 주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올 한 해 한국영화의 풍성함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그것을 앙상하게 만들어버린 대종상은 결과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결코 기분 좋은 시상식이 되지 못했다. 이제 50년이 다 되어가는 국내의 영화상으로서 부끄럽고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침묵과 공포의 '도가니'가 아프게 전하는 말

'도가니'(사진출처: 삼거리 픽쳐스)

침묵의 대가는 크다. 이 말은 듣는 이에 따라서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혹자는 침묵함으로써 얻게 되는 현실적인 이득을 떠올릴 수도 있고, 혹자는 잃게 되는 양심을 떠올릴 수도 있다. '도가니'는 바로 이 침묵이 가진 이중적인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 영화다. 당신은 과연 이 진저리처질 정도의 참혹한 사건 앞에서 현실이라는 이유로 침묵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침묵이 가져오는 양심의 가책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도가니'. 사전적 의미로는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을 뜻하지만 우리는 흔히 '침묵의 도가니' 혹은 '공포의 도가니' 같은 표현으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애초에 제목을 거기서 가져왔기 때문일까.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 역시 '침묵의 도가니'와 '공포의 도가니' 이 두 표현이다.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무려 5년 간 교장과 교사들이 청각장애아들을 대상으로 벌인 성폭력과 학대는 '침묵'과 '공포'를 그대로 영화 속에 담는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장애를 가진 피해자들이 침묵을 강요받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인들조차 침묵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없는 짓을 버젓이 저지르는 상황도 그렇지만, 그걸 그 누구도 나서서 막지 않는 상황은 더 큰 공포다. 즉 '도가니'는 '침묵의 도가니' 같은 표현이 그런 것처럼 이 정의니 진리니 하는 추상적인 상황을 지극히 즉물적인 눈앞의 상황으로 낱낱이 보여주는 영화다. 그래서 추상으로 덧씌워져 가려져 있는, 몇몇 글자들로는 도무지 표현하기 어려운 이 짐승 같은 상황을 고스란히 발가벗겨 보여준다. 게다가 법 역시 돈과 권력의 힘에 휘둘리며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공포가 저 어느 지방학교에서 벌어진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영화가 어떤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가니'는 참혹할 정도로 보는 이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역시 침묵하고 있었던 우리들의 눈과 귀를 아프게도 찌른다. 그럼으로써 가슴으로 담으려 하지 않았던 우리들을 분노하고 눈물 흘리게 만든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끝끝내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영화 속 무진이라는 도시를 뒤덮고 있는 안개처럼 답답하게 가려진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라고만 한다.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실제 벌어졌던 사건이고 여전히 그 때의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버젓이 교편을 잡고 있는 현실에서 영화가 어찌 감히 비전을 보여주겠는가.

하지만 이 비전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은 이 영화가 주는 비전이다. 모두가 침묵하고 덮으려고 했던(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아픈 현실을 영화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럼으로써 법이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가 그 현실을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해주는 것이 이 영화의 비전이다. 모든 것이 은폐되는 상황 속에서는 그것을 직시하고 잊지 않는 것이 때로는 그 어떠한 행동보다도 더 적극적인 참여가 되기도 한다. '도가니'는 그런 점에서 보는 것이 그 자체로 인권을 향한 한 걸음이 되는 영화다. 그들이 저지른 짓을 바라보고 우리 기억의 감옥 속에 그들을 가둬두는 것으로, 법이 풀어준 그들을 영원히 봉인시키는 것. 그럼으로써 영화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 영화를 통해 '침묵'과 '공포'의 도가니를 느꼈다면 그 아픈 고통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도가니'가 그간 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던 우리에게 아프게 전하는 말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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