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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박보검의 순수직구는 어째서 뭉클하게 다가올까

“오늘부터 1일이에요.” 김진혁(박보검)의 그 한 마디는 순간 차수현(송혜교)을 살짝 놀라게 만든다. 하지만 김진혁은 그 말이 차수현과의 1일이 아니라, 자신이 처음 사온 감자떡 이야기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감자떡이랑 저랑 1일이라고요.” 쿠바에서 자신이 차수현에게 들려준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그것이 차수현이 신청한 곡이라고 직감한 김진혁은 그 밤 골뱅이집 형의 트럭을 빌려 밤새 속초로 달려간다. “고마운데 여기 왜 왔어요”라고 묻는 차수현에게 김진혁은 말한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잠이 깼어요. 라디오에서 우리 같이 들었던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있잖아요. 대표님 우리는 무슨 사이가 맞을까요? 저도 오는 내내 생각해봤어요. 회사 대표님에게 이렇게 할 일이냐. 나름 책임감 있는 장남으로 자랐고 군대도 갔다 와서 철부지는 아닌데 왜 달려갈까. 우리 사이가 좀 애매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하자 차수현은 그 ‘우리’라는 표현이 못내 걸린다. 굉장히 가까운 사이임을 드러내는 단어가 아닌가. 그래서 그 표현을 지적하려 하자 김진혁의 거침없는 한 마디가 흘러나온다. “보고 싶어서 왔어요. 보고 싶어서. 그래서 왔어요.”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김진혁과 차수현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단어 하나하나에 얼마나 이들이 신경 쓰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저 툭툭 내뱉는 말이 아니라, 단어 하나에도 저마다의 배려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냥 “여기 왜 왔어요?”하고 묻는 게 아니라 “고마운데 여기 왜 왔어요?”라고 묻는 차수현의 질문은 그 감정의 뉘앙스가 너무나 다르다. “오늘부터 1일이에요”라고 감자떡을 빌어 농담처럼 전하는 말 속에는 착한 사회 초년생 순둥이로만 보였던 김진혁이 의외로 할 말은 다 하고 때론 말 몇 마디로 남다른 문학적 정감을 더해주는 표현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당당한 연애술사(?)라는 걸 드러낸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매개하듯 나태주 시인의 ‘그리움’이라는 시가 담겨지는 건 두 사람이 이 관계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의 섬세함이 문학적인 지점에 닿아있다는 걸 말해준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사람의 진면목은 그 외적인 조건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사실 한 회사의 대표인 차수현이 실상은 이혼을 했어도 여전히 재벌그룹 시댁의 손아귀에서 아무 것도 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인물이라는 걸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찌 알 수 있을까.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아버지를 둔 탓에 어려서부터 사적인 삶을 거의 살지 못한 차수현은 결혼도 그렇게 정략적으로 하게 됐고 이혼도 했지만 그 아버지를 볼모로 삼는 시댁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이건 쿠바의 어느 거리에서 길거리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던 김진혁이라는 청년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청과물집 아들로 건실하게 살아왔고, 이제 겨우 차수현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 신출내기지만 그는 어딘지 모든 일에 당당하고 때론 대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외적인 조건들을 뛰어넘는 면면이 드러나는 건 다름 아닌 그들이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선택해서 꺼내놓는 말을 통해서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말에 섬세하고 예민하다는 건 장미진 비서(곽선영)가 차수현이 걱정되어 김진혁을 찾아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드러난다. ‘장난 같은 호기심’이라는 장비서의 표현에 김진혁은 가만히 생각하다 그에게 달려가 말한다. “장난 같은 호기심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마음에 들여놓는다는 거 아주 잠깐이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혁은 “좋아하게 됐다”는 말을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말하고, “사람이 사람을 마음에 들여놓는다”는 표현으로 말한다. 그 조심스럽지만 정제된 말 표현 속에 이 사람이 가진 섬세한 감수성과 남다른 배려가 묻어난다. 

사람의 진면목은 따로 있고 그건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 의해 드러난다는 건 그래서 어쩌면 이 멜로드라마가 하려는 진짜 이야기처럼 보인다. 이른바 ‘공적인 삶’이라는 건 그 외적인 것에 맞춰 보여주는 가식들이다. 이 드라마에서 쌍벽을 이루는 악역을 자처한 그 인물들은 바로 차수현의 어머니 진미옥(남기애)과 그의 전남편 정우석(장승조)의 어머니 김화진(차화연)이다. 그들은 겉면으로 드러나는 조건들로 사람을 판단하고 함부로 재단하는 이들이다. 

그들의 가식이 갖고 있는 폭력적인 면면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직도 차수현을 신경 쓰는 정우석이 다른 여자가 있다며 이혼을 한 것이 어쩌면 차수현을 그 지옥 같은 가식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려는 선택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우석 역시 우리가 흔히 상투적으로 떠올리는 그런 재벌2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을 차수현을 그가 일부러 놓아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이런 가식의 세계로 옭아매는 진미옥이나 김화진 같은 인물에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게 대결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김진혁이다. 차수현으로부터 이 호텔사업을 빼앗으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최진철(박성근) 이사가 일부러 스캔들을 만들고 그걸 해명하라고 종용할 때, 해맑은 얼굴로 자신이 그 스캔들의 주인공임을 드러내며 “저 돈 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살 테니까 저랑 라면 먹으러 가시죠”하고 묻는 대목은 이 대결구도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공적이고 가식적인 세계에서 수군대던 스캔들은 그렇게 그들의 순수한 관계를 드러내는 순간 무색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뭐가 잘못된단 말인가 하고 김진혁은 그 해맑은 얼굴로 묻고 있는 중이다. 

‘그냥 당신 인생을 살아요. 거기서 더 다가오지 말아요.’라고 생각하는 차수현에게 김진혁은 ‘나는 선택했습니다. 당신이 혼자 서 있는 그 세상으로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의 이 감정이 뭐냐고 묻지 마세요. 아직은 나도 모릅니다. 지금의 나는 당신을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것. 그것입니다.’라고 속으로 다짐한다. 그 순간 공적인 삶이라는 허울로 가식의 세계 속에 홀로 서 있던 차수현에게 진짜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이 닿는다. 그건 차수현에게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미소가 피어나는 일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어지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스케치’, 정해진 미래와 그 미래를 깨려는 사람들

JTBC 금토드라마 <스케치>는 일종의 두뇌게임 같은 드라마다. 미래에 벌어질 사건이 그려진 스케치라는 판타지 설정은 이 두뇌게임의 판을 제공한다. 그 능력을 가진 유시현(이선빈)이 그리는 스케치를 보며 그 그림이 어디서 누구에게 언제 벌어진 것인가를 찾아내고,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뛰고 또 뛰는 나비 프로젝트팀이 있지만, 이야기는 결코 ‘벌어질 사건’과 그 ‘사건을 막으려는 이들’의 단순한 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성 범죄자에게 아내를 잃고 폭주하는 김도진(이동건)과, 그를 회유해 미래에 사건을 저지를 인물을 사전에 제거해나가는 장태준(정진영)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 그리고 김도진에 의해 아내를 잃은 강동수(정지훈) 형사 같은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욕망이 뒤얽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신약을 출시하려 하는 제약회사 대표 남선우(김형묵)를 김도진은 사전에 제거하려하지만, 남선우는 오히려 김도진의 아내를 죽인 강간범 정일수(박두식)를 감옥에 빼내고 그를 미끼삼아 김도진을 납치한다. 

남선우는 또한 제약회사의 신약 부작용 자료를 갖고 있는 오박사(박성근)를 제거하고 강동수에게 그 살인누명을 씌우려 계획한다. 하지만 스케치를 통해 오박사의 심장약이 바꿔치기 될 것을 알게 된 강동수는 마치 남선우의 계획대로 속는 척 하면서 김도진을 찾아내려 한다. 모든 게 강동수의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한다. 그것은 무슨 일인지 장태준이 남선우에게 전화를 해 그가 함정에 빠져 있다는 걸 알려준 것. 결국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남선우는 장소를 바꿔 강동수와 김도진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 정도의 스토리를 정리해보면, 사실 <스케치>라는 드라마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여기에 스케치로 그려진 그림들은 단서이면서 동시에 보는 이들을 혼돈에 빠뜨리는 트릭처럼 활용된다.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갑자기 어느 한 인물의 욕망이 개입되면서 방향을 틀어버린다. 시청자들의 예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그 깨진 스토리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스케치>라는 드라마가 작동되는 방식이다. 이야기의 흥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갖는 예상치를 어느 지점에서 깨는 반전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고, 그렇게 틀어진 이야기도 또 어느 정도 흘러가서는 다시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시청자가 예상한 대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맥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두뇌게임의 연속은 그 이야기 속에 처음부터 깊이 발을 디딘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지만, 우연히 드라마를 보게 된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는 엄청난 진입장벽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저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초에 이 드라마가 ‘인과율’이라는 치밀한 논리 게임으로 짜여지고, 그 인과율을 깨는 변수들에 의해 또 다른 인과율이 이어지는 과정을 이야기의 중요한 기폭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다. 두뇌게임은 어느 정도 그 게임판에 익숙해져야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 이것이 <스케치>가 가진 남다른 묘미인 동시에 한계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ㅁ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건 김도진이나 강동수 같은 주요인물들이 가진 감정과 정서에 시청자들을 깊이 이입시키는 일이다. 복잡하게 얽힌 거미줄 같은 사건 속에서 적어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물들이 갖는 감정선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케치>는 따라가야 할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김도진과 강동수의 이야기에 이어 이제는 유시현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고 거기에는 다시 나비 팀을 이끌고 있는 문재현(강신일)과의 관계도 얽혀있다. 여기에 유시현의 오빠인 유시준(이승주)까지 등장하면서 인물들은 더 복잡해졌다. 장태준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도 빼놓을 수 없고.

두뇌게임의 묘미를 안겨주는 이야기 전개의 재미는 물론 충분하지만, 좀 더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이 드라마를 즐기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제라도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해서는 이 게임판과 인물들에 대한 보다 명쾌한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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