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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이 하면 멜로도 이렇게 다르다 죽어가는 자들의 눈에는 그 마지막 순간이 담긴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가 하는 일은 어쩌면 그 죽어가는 자들의 눈에 담긴 그 마지막 순간을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그 마지막 순간에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으며 그건 어떤 감정이었을까. 그런 것들을 건조하게 의심하고 추적하는 일이 아닐까. 박찬욱 감독은 영화 의 형사 해준(박해일)의 그런 시선을 따라간다. 산 정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자. 남편이 죽었는데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는 아내 서래(탕웨이). 해준은 의심의 시선으로 서래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잠복근무를 통해 서래의 주변을 맴돌며 사진을 찍는 그 의심의 시선은 점점 관심으로 바뀌어간다. 죽음의 냄새가 풍기는 여자. 아픈 엄마를 스..
‘남한산성’이 촉발한 정치권 공방, 예나 지금이나...죽음을 불사하고라도 치욕적인 삶은 살지 말아야 한다. 살아야 비로소 대의도 명분도 있다. 영화 은 병자호란 당시 청의 대군에 포위된 남한산성에서 당시 척화파였던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과 주화파였던 최명길(이병헌)이 치열하게 벌인 논쟁을 다뤘다. 유독 추웠던 그 해 겨울, 성을 지키는 군사들은 청군이 오기도 전에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판이었다. 청군들은 칸이 직접 오는 시기에 맞춰 남한산성을 총공격할 준비에 들어간다. 인조(박해일)는 김상헌의 주장도 최명길의 주장도 허투루 들을 수가 없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쉽게 무릎을 꿇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죽어가는 백성들과 군사들을 대의명분을 따지며 버티기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살 수 있..
, 개발시대와 아버지 노릇 개발시대를 지내온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을까. 때때로 자식을 살뜰히 챙기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집보다는 바깥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아버지. 무엇이 그리 절박한 지 미친 듯 일에만 빠져 살아오다 어느 날 보니 훌쩍 굽어진 허리에 뒷모습이 쓸쓸하게만 다가오는 그런 아버지. 그것이 개발시대를 살아오신 아버지의 통상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는 벌써 제목부터 이러한 아버지에 대한 많은 뉘앙스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것은 어찌 어찌 하다 김일성 역할을 평생의 연기로 삼게된 연극을 하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개발시대의 분위기를 살짝 드러내는 제목이기도 하다. 또한 거기에는 ‘나의’라는 수식어가 붙음으로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