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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성을 보는 사회의 이중잣대

"아들에게 미안해서 무릎 꿇고 빌었어요."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한 이경실은 끝내 참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아들 보승이가 4살 때 안 좋은 일이 벌어져 신경을 써주지 못했고, 심지어 아들이 조금만 잘못을 해도 아이에게 다른 모습을 투영해 더 크게 혼을 냈다는 말을 꺼내는 이경실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아마도 자식 가진 모든 부모의 인지상정이었을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조혜련도 "나와 우주의 관계가 그렇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경실을 비롯한 많은 개그우먼들은 그 직업상 '대가 센' 여성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이경실이 스스로 밝힌 대로 직업이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다 보니 자신의 사적인 불행한 일에서도 눈물을 감추고 심지어는 쾌활한 척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사생활이 다 노출된 개그우먼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참 독하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진짜 그런가.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한 이경실의 눈물은 개그우먼으로 산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것은 이경실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바퀴'에서 이상용이 '우정의 무대'에서 부르던 '그리운 어머니'를 부르면서 애끓는 사모곡을 내레이션으로 말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개그우먼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박경림이 그랬고, 그 엄마들이 군대 간 아들에게 하는 말이 "깻잎 나오냐? 너 좋아하는 거."라는 이상용의 말에 이경실이 "그 말이 더 슬프다"며 울었다. 그러자 진행자인 박미선도 따라 울었다. 그 눈물 속에서 이경실이 농담처럼 던진 "남자들이 뭘 알아"하는 푸념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살아가야 하는 개그우먼의 고충이 담겨져 있었다.

이경실을 포함해 이영자, 정선희 같은 개그우먼들이 더 도드라지게 '대가 센' 여성으로 이미지화되는 것은 그녀들이 불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을 겪으면서도 웃음을 주기 위해 그걸 억누르는 모습을 '독하게'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려 애쓴 고 이주일씨의 아픈 사연을 들으면서 우리는 모두 그 프로정신에 박수를 쳤던 적이 있다. 속으로 울면서도 내색없이 웃겨야했던 코미디언들의 삶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

하지만 개그우먼의 불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여기에는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우리네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것조차 업무의 손실로서 여기는 게 우리 사회 워킹우먼들이 겪는 일상사가 아닌가.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은 그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게다. 예능 프로그램이 그동안 마치 금기시된 것처럼 웃음만을 강요했던 개그우먼들을 통해 진심어린 눈물을 보여주는 것에서도 그 작은 변화를 느끼게 한다.

불행 앞에서 밝게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서는 개그우먼들은 '대가 세다'거나 '독한' 여성들이 아니다. 그녀들은 그만큼 자신의 일에 있어서 프로라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불행을 감출 줄 아는 천상 모성애들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경실의 눈물은 그래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개그우먼, 아니 나아가 워킹우먼들의 그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Posted by 더키앙

월요예능의 새 강자, '밤이면 밤마다'의 재미요소는?

'야심만만'이 시즌2를 시작하면서 SBS의 월요 예능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야심만만'이 폐지되고 '긴급출동 SOS24'가 편성됐고, 그 후로 월요 예능은 MBC '놀러와'의 독주 체제로 이어졌다. 이 독주를 막은 건 SBS에서 신설된 '밤이면 밤마다'. 청문회 형식을 들고 온 이 토크쇼는 이제 2회 만에 11.2%(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놀러와(11.5%)'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해피버스데이'가 폐지되고 신설된 KBS의 월요예능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4% 대의 시청률로 추락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 '놀러와'의 대항마로 자리한 '밤이면 밤마다'의 재미 포인트는 무엇일까.

먼저 '놀러와'와 차별화되는 것은 청문회라는 형식이다. '놀러와'는 말 그대로 게스트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토크쇼. 따라서 게스트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포인트다. 하지만 이 형식은 자칫 토크쇼 분위기 자체가 느슨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게스트 띄워주기 논란이 종종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면 '밤이면 밤마다'는 청문회라는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MC들과 게스트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게스트는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MC들은 '위원'으로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지만 만일 이런 구도만으로 이 토크쇼가 이어졌다면 지나친 사생활 캐내기 토크쇼로 전락했을 지도 모른다. '밤이면 밤마다'는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안전장치를 집어넣었다. 즉 게스트를 두 명 세우고 질문을 하는 위원들도 두 편으로 나누어 대결구도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자기 편에 있는 게스트에 상대편이 민감한 질문을 던졌을 때 청문회 위원은 이를 방어해주는 역할이 가능해진다. 게스트로 출연한 조영남에게 탁재훈이 "얘기하기 곤란하신 게 있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청문회 형식에 대결구도를 집어넣음으로써 토크쇼는 팽팽한 긴장감과 동시에 어떤 균형감각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여기서 질문을 던지는 MC들은 게스트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것만큼 자기 자신의 예능감을 선보이려 노력한다. 전성기 때의 토크감을 살려내고 있는 탁재훈은 그다지 중요하다싶지 않은 질문들을 엉뚱하게 던짐으로써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고, 박명수는 특유의 호통과 어눌함을 넘나드는 면모로 웃음을 준다. 대성과 정용화는 같은 아이돌이지만 서로 다른 이미지로 묘한 대결구도의 재미를 주고, 유이는 분위기를 젊고 부드럽게 만들어낸다. 김제동이 가진 어록 토크의 진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즉 MC들의 목적 속에는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 우선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자칫 게스트에게서만 사적인 이야기를 빼먹는 자극적인 접근을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자세히 뜯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듯이, '밤이면 밤마다'는 여러모로 원조 '야심만만'을 닮았다. 형식이 설문에서 청문회로 바뀐 것뿐이다. 즉 게스트와 MC간의 대결구도는 청문회 형식 속으로 들어가면서 상황극이 주는 편안함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게스트의 개인사들이 줄줄이 뽑아져 나온다. 타인의 설문 속에 게스트가 자신의 경험담을 끄집어내던 방식처럼, 이 청문회 형식 역시 좀 더 자연스럽게 개인사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야심만만'을 연출했던 최영인PD의 성향으로 보인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한 뾰족한 면이 있지만 그것을 최대한 부드럽게 해주는 형식을 도입하는 것. 이것이 '밤이면 밤마다'가 독주하던 '놀러와'를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Posted by 더키앙

SBS 드라마 전성시대, 그 인기의 비결

SBS의 연초 드라마 시청률 성적표는 좋지 않다. 월화에는 MBC의 ‘이산’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고, 수목에는 ‘뉴하트’가 포진해 30%가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뉴하트’가 종영하는 시점에 맞춰 시작한 SBS의 ‘온에어’가 수목의 밤을 장악한 후, 그 바통을 ‘일지매’로 넘겨주었고, ‘이산’이 종영한 월화의 자리는 SBS의 ‘식객’이 차지했다. MBC는 ‘스포트라이트’와 ‘밤이면 밤마다’같은 전문직 장르 드라마로 승부했지만 시청률 10% 전후를 전전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KBS는 작년에 이어 일일드라마를 빼놓고는 주중드라마에서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SBS는 주중드라마 모두를 장악했고 최근에는 ‘달콤한 나의 도시’같은 프리미엄 드라마로 금요일 밤을 공략하면서 불륜드라마로 인식됐던 금요드라마를 바꿔나가고 있다. 주말 드라마로서 ‘조강지처클럽’과 ‘행복합니다’가 역시 수위를 차지하고 있어 SBS 드라마는 오랜만에 일주일 내내 시청률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월화의 밤, ‘이산’이 지나간 자리
‘이산’이 종영한 후, 월화의 밤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변칙 편성이 난무할 정도로 치열한 편성전쟁이 치러진 후, 그 승자는 ‘식객’이 되었다. ‘최강칠우’와 어느 정도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역시 ‘식객’이 앞서나간 것은 무엇보다 원작 드라마가 갖는 힘 때문이다.

SBS는 작년 ‘쩐의 전쟁’으로 만화 원작 드라마에 강점을 보인 바 있다. 만화 원작 드라마는 일단 그 자체로 극화되어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는 이미 탄탄한 스토리가 짜여져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동명의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더해진다. 그것은 전문직 장르 드라마가 갖춰야할 전문성이 이미 원작 단계에서부터 꼼꼼한 취재를 통해 확보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식객’이 ‘이산’이후의 월화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작 드라마가 갖는 탄탄한 스토리와 허영만 화백 특유의 전문성이 무리 없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식객’에는 드라마의 힘을 더해주는 요소들, 즉 팽팽한 대립구도, 전문적인 이야기, 음식이라는 소재의 강점, 감동이 있는 스토리, 게다가 음식에 대한 철학적인 논점까지가 모두 잘 버무려져 있다. 물론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연기자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수목의 밤, 전문직과 사극의 대결
MBC가 ‘누구세요’로 주춤하는 동안, SBS는 ‘온에어’라는 방송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전문직으로 다루면서 수목의 밤을 장악했다. 이어 절치부심 내놓은 MBC의 ‘스포트라이트’는 초반 ‘일지매’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면서 전문직 드라마와 사극의 대결구도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초반의 관심을 얼마나 잘 이끌어갔느냐에 달려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초반 탈주범 장진규 에피소드라는 초강수를 내보이면서 주목을 끌었으나 결과적으로 이것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너무 일찍 보여준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에피소드 드라마 형식으로 병렬적으로 구성된 ‘스포트라이트’는 드라마의 흐름을 끊는 역할까지 해 시청률 상승에 족쇄가 되었다. 게다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미완적으로(정치적으로 해결) 해결되는 모습은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감을 상쇄시켰다.

한편 ‘일지매’는 ‘스포트라이트’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초반부 화려한 일지매의 액션을 보여주고는 그 일지매가 되어가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보여주었던 것.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상승곡선을 이루면서 시청률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KBS의 ‘태양의 여자’는 꽤 잘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타방송사의 작품들만큼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이것은 최근 들어 사극과 전문직 드라마가 아니면 좀체 화제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말해준다.

주말드라마, 명품이거나 공식이거나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요즘, 금요드라마는 주말드라마와 함께 얘기될 수밖에 없다. 그간 금요드라마가 주부대상의 성인드라마가 되어왔던 것은 이탈되어가는 시청층을 그나마 충성도가 높은 주부들에게서 찾아보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바 크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주창하는 새 금요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는 거꾸로 가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같은 세련된 성인 미드에 익숙한 시청층을 공략한 것. 10%대를 유지하는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금요일의 색깔을 바꾸었다는 의미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주말 드라마로서 ‘행복합니다’나 ‘조강지처클럽’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주말 트렌드를 읽어낸 결과다. 이 드라마들은 일단 어렵지 않고 캐릭터나 관계만 알고 있으면 몇 회 정도는 못 봐도 그다지 무리가 없는 정도의 편안한(?) 작품들이다. 이동이 많은 주말 밤에 너무 꽉 짜여진 드라마는 부담이 된다. ‘달콤한 인생’같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시청률 경쟁에서는 정작 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BS의 주말드라마는 이러한 공식에 충실한 트렌드를 이미 ‘황금신부’를 통해 확인한 바 있고 지금의 드라마들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KBS의 ‘엄마가 뿔났다’같은 경우는 이러한 주말 트렌드를 김수현 작가 특유의 색깔로 무색하게 만들어버린 예외적인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헤게모니는 일 년에도 몇 번씩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는 방송사의 드라마 관계자들을 만나면 흔히 이 주기적인 헤게모니의 이동을 얘기하곤 한다. 그것은 마치 시간이 지나면 응당 자신들의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려운 입장에서 부단한 노력과 투자가 있었기에 헤게모니의 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SBS의 드라마 평정은 한동안 이어질 수도 있고 또 언젠가 타 방송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 과정에서의 노력이 좋은 드라마라는 결실로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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