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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의 묵직한 질문, 당신은 사냥감의 삶을 살아가는가

“너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니? 남조선은 하나의 커다란 사냥터고, 너는 그냥 사육되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OCN 드라마 <트랩>에서 한 조선족 출신 청부살인자는 자신을 붙잡아둔 형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외부인’인 그의 시선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이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한국이라는 지옥도의 풍경일 게다. 


<트랩>은 그 제목처럼 덫에 대한 이야기고 사냥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는 사냥꾼이 있고 사냥감이 있으며 미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이며 미끼는 또 누구인가. 처음 드라마는 그 사냥감이 바로 국민앵커로까지 불리는 유명 언론인이자 이제는 정치를 하려는 강우현(이서진)인 것처럼 보여준다. 어느 날 산장에 가족이 함께 갔다가 알 수 없는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것. 아이는 사체로 발견되고 아내는 실종되었으며 강우현 또한 온 몸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구조된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트릭이었다. 그 사건은 강우현의 진술 내용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말대로 그가 피해자라는 걸 믿게 만들어놓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것이 모두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드러내준다. 강우현은 사이코패스였고, 대한민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내 신연수(서영희)마저 이용하다 결국 죽였으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아이까지 죽이며 자작극을 벌였던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권력자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커다란 사냥터로 만들고 보통 사람들을 사육시키며 필요에 따라 사냥감이 되는 걸 그저 버티며 살아가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다. 강우현은 피해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 같은 사냥꾼의 삶을 선택한 사이코패스다. 놀라운 건 이 인물은 저 친일파의 자손을 위시해 공고한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조폭과 정치인과 경제인 의사 그리고 법조인들보다 더 영악하다는 점이다. 

권력의 카르텔의 얼굴마담 격으로 세워졌던 기업인 홍원태(오륭)를 왜 강우현으로 교체해야만 하느냐는 친일파 3세(이시훈)의 질문에 카르텔의 머리격인 김의원(변희봉)은 그가 이미 그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한 개인이 단 한 건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덫으로 몰아넣었죠. 정의, 신뢰, 동정, 연민이란 우리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주 교묘한 미끼로 말이죠. 그만한 사냥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제로 강우현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며 나선 TV토론에서 정의를 묻는 질문에 자신이 사지로 몰아넣은 프로파일러 윤서영의 절규어린 이야기를 그대로 이용하며 그 뱀의 혀로 대중들을 설득시킨다. “그렇게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되는 거냐구요 왜?” 항상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 현실을 개탄했던 윤서영의 그런 질문을 교묘하게 강우현이 대중들을 격동시키는 소재로 이용하는 것. 그는 말한다.

“제 정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작전정당이냐구요? 작전 필요하면 하겠습니다. 언론인 출신이 사실과 진실을 호도한다구요? 네 저 언론인 출신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입니다. 전 앞으로도 제 일에 모든 감정을 쏟아서 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분노, 좌절, 슬픔, 고통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서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의 TV 토론을 보던 친일파 재벌은 “새 시대 백년반도의 왕이 나왔구나!”하고 강우현의 언변을 경탄한다. 

<트랩>의 엔딩은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다. 물론 고동국(성동일) 형사가 저 권력의 사냥꾼들과 강우현을 대결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권력자들을 제거하며 강우현은 ‘트랩’이라는 탄저균에 중독시켜 해독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복수를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봐온 커다란 사냥터가 된 우리네 사회의 진면목이 주는 씁쓸함과 끔찍함을 지워내지는 못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중대한 질문 하나를 화두처럼 갖게 됐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사냥감이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도처에 숨어 있는 권력의 사냥꾼들이 헌팅그라운드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미끼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늘 힘들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기 보다는 그냥 원래 사는 게 그렇다며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 던져주는 거짓 희망이라는 미끼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제 혀를 잘라 뱀의 혀로 만들어 놓고 끔찍하게 웃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거짓말은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그 답을 일일이 찾을 시간이 없다고. 먹고 자고 그저 버티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믿으면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버티고 견디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어쩌면 저들은 거짓희망을 얘기하면서 평범한 서민들은 늘 그렇게 사냥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트랩>의 강우현의 실체가 더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온 건 그래서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조들호2’, 자극적인 전개로 시청률은 얻었지만...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아마도 시즌2라는 점과, 그간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법정드라마, 변호사 캐릭터 등으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아예 기획의도에 ‘법조인을 다룬 드라마가 봇물’이라 돌파구로 ‘천편일률적이지 않아야 한다’를 첫 번째 기획 포인트로 내세웠다고 명시했다. ‘법 얘기를 중심에 놓지 않고도 재미있는 법조 드라마를 해보자’는 것.

그래서일까. <동네변호사 조들호2>의 첫 시퀀스는 법정이 아니라 어느 차가운 바다로 던져지는 드럼통과 그 드럼통 안에 손이 묶인 채 갇힌 조들호(박신양)가 차오르는 물속에서 살아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2회까지 이 드라마는 스토리를 전개한다기보다는 조들호와 이자경(고현정)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벌어진 자극적인 장면들을 나열했다. 

성폭력 가해자에게 속아 그를 변호함으로써 피해자가 갑자기 조들호의 차량으로 뛰어들어 나는 처참한 사고는 마치 그 참혹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 고민한 듯, 아주 천천히 슬로우모션을 섞어 보여줬다. 피해자가 차량 앞 유리에 얼굴을 부딪칠 때 조들호를 쳐다보는 그 장면이 그대로 보여지고, 날아간 피해자가 바닥에 떨어져 피를 철철 흘리는 장면과 그 앞에서 너무 놀라 소리가 나오지 않는 조들호가 “도와달라” 외치는 장면이 이어졌다.

1회 마지막 장면에는 어느 낯선 공간(아마도 폐쇄된 병동으로 보이는)에 이자경이 실종된 윤정건(주진모)을 마주하는 장면과 그 곳을 찾아온 조들호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산한 풍경의 복도를 찾아들어가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진 2회에서는 윤정건이 독살되는 장면, 국일 그룹의 셋째인 국종복(정준원)이 마약 파티를 즐기는 장면 그리고 갯벌에서 발견된 윤정건의 사체로 인해 오열하며 뻘밭을 뒹구는 조들호의 모습이 보여진다. 

확실히 기획의도에 명시한 대로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 또 법 얘기가 전면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도 없다. 그저 막연히 조들호와 이자경이 윤정건의 사망을 두고 대립하고 있고, 이자경의 뒤에는 국일그룹 국현일(변희봉) 같은 냉혹한 사업가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다. 그 국일그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그 피해자를 조들호는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나, 죽은 윤정건의 딸 윤소미(이민지)를 끝까지 보호하려는 모습이 ‘동네변호사’라는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정도. 

스토리가 주는 몰입보다는 장면 자체가 주는 자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조들호나 이자경의 캐릭터는 다소 도식적인 인물처럼 다뤄진다. 스토리로 이어지는 대립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의 대립이 있다는 것만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니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신양이나 고현정에게서 남다른 이 캐릭터만의 색깔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연기하면 한가락 했던 이 배우들에게서 이 드라마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어디선가 봐왔던 연기를 또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건 그래서다. 

박신양은 여러 작품들에서 많이 보였던 쓰레기통에 뒹굴고, 넘어지고, 얼굴과 머리 그리고 온 몸에 진흙을 묻힌 채,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그 익숙한 모습을 여기서도 반복한다. 고현정 역시 어디선가 봤던 표독스런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연기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역할의 표현을 하려 애쓰고 있지만, 스토리 없는 캐릭터는 과거 그들이 출연했던 작품들 속 캐릭터와 자꾸 중첩되어 보인다. 

이래서는 ‘천편일률적’이지는 않아도 드라마와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자극적인 장면이 주는 주목은 실제로 이 드라마가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유지되려면 더 자극적인 장면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그건 KBS 드라마 그것도 15세 드라마로 되어 있는 이 작품에는 갈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장면을 통한 주목이 아니라, 스토리와 캐릭터가 주는 그 감정선과 궁금증 속으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을 몰입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전개로는 제 아무리 박신양이나 고현정이라도 매력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심지어 과거의 비슷한 연기만 반복하는 듯한 느낌을 줘, 시청자들에게 식상함만을 줄 뿐.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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