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비담 (2)
주간 정덕현
비담, 그 무심함이 담은 세상에 대한 비웃음 어떤 캐릭터는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전혀 우리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어떤 캐릭터는 아무런 말없이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슬쩍 눈 한 번 찌푸리는 것으로도 순식간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이 그렇다. 비담이라는 캐릭터는 말 그대로 불쑥 등장했다. 덕만(이요원)과 유신(엄태웅)이 동굴로 숨어들었을 때, 비담은 어둠 속에서 슬쩍 발끝을 보이고는 천연덕스럽게 하품을 하며 우리들 가슴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도대체 무엇이 비담을 이처럼 매력적으로 만든 걸까. 첫인상에서 캐릭터의 성격까지는 알 수 없었을 테니, 일단은 그 인상이 준 효과부터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먼저 비담이 등장한 그 시점이 중요하다. 비..
캐릭터 자체의 매력과 스토리텔링이 만드는 기대감 '선덕여왕'에 비담(김남길)이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든 시간은 얼마일까. 짧게 말하면 1초도 걸리지 않았고, 길게 말한다 해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맨발만 살짝 드러냈을 때, 그리고 빛으로 나와 예사롭지 않은 얼굴로 하품을 해댈 때, 덕만(이요원)을 향해 찡긋 윙크를 했을 때 그는 이미 범상치 않은 고수의 캐릭터로 우리들 마음 속에 들어와 있었다. 후에 덕만을 해치려는 무리들을 향해 무차별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이미 시청자들의 마음에 구축된 캐릭터를 확인시켜 주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선덕여왕'의 제작진이 비담을 비밀병기라고 공공연히 발표한 시점은 작품이 시작하기도 전부터였다.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얘기는 그저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