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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시대, <말하는대로>가 그리는 세상

 

“5%면 내려와!” JTBC <말하는대로>에서 유병재는 그렇게 외쳤다. 그건 등산을 하던 매니저에게 휴대폰 배터리가 5%밖에 안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했다는 이야기지만 우리는 모두가 안다. 유병재가 이 이야기를 통해 에둘러 하려던 이야기는 따로 있다는 것을.

 

'말하는대로(사진출처:JTBC)'

또 유병재는 조카가 보고 있다는 <명탐정 코난> 이야기를 하면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대역을 써 추리를하고 누가 조종을하며, “또 의사인지 박사인지가 물건을 공짜로 준다고 코난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어린애가 아닌데 약인지 주사를 맞고 어려졌다며 조카보고 너 이거 보면 안 되겠다고 얘기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이 이야기도 그가 현 시국을 담아내서 던지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유병재에 이어서 버스킹 무대에 오른 조승연은 그리스의 파라곤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기는 것만 아니라 멋진 패배가 중요하다는 것. 싸움의 진짜 목표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견주어보고 견제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어쩌다 경쟁사회이고 승자만이 독식하는 사회를 당연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또 조승연은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주나라의 여라는 왕이 무당을 고용해 반대자들을 잡아 사형시키자 충직한 신하였던 호라는 사람이 진짜 뛰어난 임금은 오히려 자기를 비판하는 풍자가들의 말을 모으러 다닌다고 했다는 고사를 인용했다. “귀를 막고 나라를 운영한다면 결국 그건 임금에게 손해이기 때문이라는 것. 여러모로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고언이 담긴 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말하는대로>라는 프로그램이 이처럼 시국 버스킹을 애초부터 기획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길거리 버스킹과 강연을 엮어서 시민들과의 소통을 추구하려던 것이 이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이었던 것. 하지만 <말하는대로>는 최근 시국 버스킹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띠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이 날 <말하는대로>에 나온 전직형사 김복준은 버스킹을 마치고 내려온 유병재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병재씨가 하는 그 내용들이요. 위험하다고 느끼는 그 자체가 문제가 있은 거에요.” 그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 만약 문제가 된다면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방어막 쳐드리겠습니다.”라고도 했다.

 

유병재는 지난 번 시국 버스킹의 사이다 발언으로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 묻는 시민에게 요즘 같은 시국이 자신에게는 모든 게 좋은 (코미디의) 소재라며, 그렇지만 이런 주제로 안 하는 세상이 오는 게 제일 좋다고 밝혔다. <말하는대로>가 시국을 버스킹에 담아내며 주목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 지향점은 좋은 세상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른바 말의 시대. 그동안 억눌려져 밖으로 드러나지 않던 말들이 터져 나오고 있고 그 많은 말들은 어찌 보면 혼돈처럼도 느껴지지만 조승연이 그리스 역사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듯 이기려는 말싸움이 아니라 견제의 의미로서 말들이 풍성해지는 건 좋은 사회를 위한 길이 될 수 있다. 적어도 할 말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마음껏 할 수 있는 사회. 또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말하는대로>가 꿈꾸고 있는 세상이다

Posted by 더키앙

<학교 2013>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

 

물론 모든 작품이 기성사회에 대한 불만과 반항을 담기 마련이지만, 요즘처럼 작품 속에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이 많은 경우도 없었던 것 같다. 어른들의 세상과 싸우는 아이들(순수함을 간직했다는 의미로서의)의 이야기는 이제 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어른들이 만든 폭력 속에 내몰려진 채 수십 년을 그 트라우마에 발목 잡혀 살아가는 이들을 그린 <보고싶다>가 그렇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태생적인 시스템 속에서 제 실력으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마의>의 백광현(조승우)이나 <청담동 앨리스>의 한세경(문근영)이 그렇다. 세상은 어른들에 의해 더럽혀졌고 그 속에서 무고한 아이들은 고통 받는다.

 

'학교2013'(사진출처:KBS)

<학교 2013>은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직접적으로 다룬다. 아이들은 한참 비뚤어져 보이지만 가만히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거기에 어른들의 세계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무성의한 태도와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의 폭력과 경쟁에서 비롯된 친구들 사이의 갈등, 그리고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불신은 그 이면에 놓여진 부조리한 현실을 자꾸만 떠올리게 만든다.

 

남순(이종석)과 흥수(김우빈)는 어떻게든 학교를 졸업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학교는 그들을 학생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자신의 아이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몇몇 학부모들(이를테면 김민기(최창엽)의 어머니 같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심지어 학생을 ‘폭력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승리고등학교의 교장인 임정수(박해미)는 학교의 이미지와 실적을 위해 이들을 쫓아내려 한다. 학교는 아이들을 마지막까지 보호해주는 그런 곳이 더 이상 아니다. 학교는 이 힘겨운 아이들을 자꾸만 어른들의 잘못된 세상으로 내몬다. 오로지 경쟁과 승자독식의 세상으로 밀어 넣고 살아남으려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라고 한다.

 

<학교 2013>은 그래서 한참 들여다보면 거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들은 억지로 그 학교라는 공간 속에 들어와 있을 뿐이다. 그 놈의 수능성적을 따기 위해 억지로 앉아 있거나, 그저 고등학교라도 졸업하려 버티고 있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 지옥 같은 젊음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그런 아이들뿐이다. 학생을 위한 학교는 더 이상 없고 기성사회를 위한 학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 속에서 불만과 불신과 불안이 싹트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극화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학교 2013>은 분명 학생들이 겪는 무한경쟁의 고통을 통해 학교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그 성숙되지 못한 어른들 속에서 오히려 고남순 같은 학생이 더 어른스럽게 그려지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순은 묵묵히 반 친구들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왕따를 당하다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될 위기에 처한 한영우(김창환)가 마지막 인사를 하러 들어왔을 때 읊조린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는 그래서 가장 강렬한 저항으로까지 느껴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자세히 그리고 오래. 과연 세상은 아이들을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예쁘게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경쟁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능 몇 점과 반 등수 몇 위의 숫자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는 있지만 학생은 없는 현실. 그것이 <학교 2013>이 안타깝게 그리고 있는 2013년 우리네 학교의 디스토피아다. 그리고 이 학교의 어두운 모습은 무수한 작금의 드라마들이 그려내고 있는 어른(부패와 부조리)과 아이(순수)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그 첫 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위탄2', 통편집이 가진 문제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의 지원자 수는 정확하게 몇 명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오디션장에 몰려든 인파들을 원경에서 찍어 보여준 것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뿐이다.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는 1차 오디션이 통편집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어느 정도 걸러진 인물들을 2차 오디션부터 보여주는 것이 훨씬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미 2차 오디션으로 걸러져 이제 137개 팀으로 좁혀진 위대한 캠프에서 여전히 통편집이 등장하는 건 왜일까. 2차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의 말끝을 잘라서 오히려 주목받은 김태극이나 회계사 출신으로 일찌감치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배수정 같은 인물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 받은 반면 같은 무대에 선 몇몇 지원자는 거의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편집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슈퍼스타K3'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통편집은 '위대한 탄생2'의 특징처럼 읽힌다. '슈퍼스타K3'가 무모할 정도로 많은 지원자들을 빠른 편집을 통해 짧게 짧게라도 보여줬던 반면, '위대한 탄생2'는 지원자들 중 될 성부른 이들만 쏙쏙 뽑아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K3'의 많은 지원자들의 빠른 편집분은 분명 시청자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또 '위대한 탄생2'의 통편집은 시청자들을 보다 쉽게 몇몇 지원자들에게 집중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편집은 '다양성'의 차원으로 보면 잘못된 선택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다채로운 인물들의 경연이지, 잘 하는 몇몇 사람들만 쏙쏙 빼서 보여주는 경연은 아닐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집중이 시청률을 높이는 데는 좋다. 그만큼 정돈된 스토리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잘려진 영상은 그렇게 소외되어 버린 지원자들에게는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위대한 캠프'처럼 집단으로 나와 한 명씩 경연을 보여주고 거기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통편집은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잘못된 선택이기도 하다. 즉 당락 결정에 앞서서 심사위원들은 합격과 불합격이 될 지원자들을 따로 분류하는데, 누가 봐도 통편집된 지원자가 서는 쪽이 불합격이라는 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심사위원들의 심사 방식이 어떤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노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편집에 의해 그 긴장감이 깨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통편집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뉘앙스다. 이것은 어딘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물론 오디션 과정이나 심사 과정은 공정하겠지만, 방송이 오디션 참가자들을 비추는 방식이 승자 독식의 게임처럼 보여주는 건 불공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바라는 것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것일 수 있다. 대중들은 오디션을 통해 그것이 판타지라도 희망이 보고 싶은 것이지, 불공정한 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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