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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조선명탐정’, 웃음은 충분하지만 남는 아쉬움

사실 설 명절이라는 특수한 시기에는 다소 심각하기보다는 가벼운 코미디가 극장가에서 먹히기 마련이다. 아이들 손잡고 부모가 함께 명절에 가는 영화관에서는 조금 억지스러울 수 있는 웃음도 웃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과거 명절이면 돌아오던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닮은 면이 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웃음이 있는데다 어느 정도의 볼거리와 이야기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돌아온 <조선명탐정>은 ‘흡혈괴마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기존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나 2편 ‘사라진 놉의 딸’에서 모두 신비한 사건에서 비롯되지만 사실은 현실적인 ‘독’으로 벌어진 살인사건이었거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잠수정’으로 만들어진 괴수사건이었다는 게 밝혀졌던 걸 떠올리는 관객이라면 ‘흡혈괴마’ 역시 무언가 현실적인 이유가 담겨져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마련이다. 

조선시대라면 마치 마술처럼 벌어지는 신비한 사건에 대해 갖가지 소문과 풍문이 더해져 하나의 신화처럼 느껴질 법하지만, 현대적인 탐정의 면면을 가진 김민(김명민)은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사실 <조선명탐정>이 남다른 재미를 준 부분은 빵빵 터지는 슬랩스틱과 콤비 코미디가 가장 크지만, 그 밑바탕을 받쳐주는 ‘나름 과학 추리’의 맛이 현실성을 잃지 않아서다. 

물론 이번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 역시 웃음의 측면에서 보면 김민과 서필(오달수)이 만들어가는 콤비 코미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정극에서 ‘연기 달인’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될 법한 김명민과 오달수는 이 작품을 통해 코미디 연기 역시 달인이라는 걸 입증한다. 진지한 표정에서 나오는 엉뚱한 대사가 주는 부조화의 웃음이나, 지체 높은 양반인 척 하지만 순간 머슴처럼 드러나는 본능들은 조선시대의 반상을 깨는 웃음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남는 아쉬움은 앞서 말한 ‘현실성의 측면’이 진짜 흡혈괴마의 탄생으로 인해 깨져버렸다는 점이다. 영화는 그래서 시작부터 죽었던 사체가 피를 빨아들이고는 다시 살아나고 관군에 의해 쫓기던 괴마가 벼랑 밑으로 추락하지만 곧 다시 달이 휘엉청 떠 있는 하늘로 치솟아 올라 저 멀리 날아가는 장면을 일찌감치 보여준다. 그건 과학을 이용한 신비한 사건이 아니라 말 그대로 흡혈괴마라는 비현실적 존재의 탄생을 이 영화가 수용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인간 무사들 정도는 날아가 버리는 괴마의 어마어마한 힘은 그래서 힘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가져올 수 있는 대결구도의 긴장감을 흐트러트리고, 그 비현실성은 <조선명탐정> 특유의 추리요소를 상당부분 지워버린다. 그래서 전반부를 가득 채운 웃음과 긴장감은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달리는 느낌을 주게 된다. 

이러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명절 영화로서 가족이 함께 하기에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영화가 바로 <조선명탐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명민과 오달수가 보여주는 콤비 코미디가 주는 웃음의 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마디 덧붙인다면, 너무 지나친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나가기보다는 그래도 과학적으로 납득이 되는 이야기로 <조선명탐정>이 돌아오길 바란다는 점이다. 막판에 슬쩍 나온 좀비가 다음 시리즈에서 ‘흡혈괴마’의 새로운 버전이 되는 건 이 시리즈에는 그다지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 않는다.(사진:영화'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Posted by 더키앙

<터널>, 재난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건

 

<터널>이라는 영화의 예고를 잠깐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가질 지도 모른다. 무너진 터널에 갇힌 사람의 처절한 사투를 담은 영화라니! 그잖아도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 이런 선입견은 영화 <터널>에는 하나의 커다란 진입장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단언컨대 <터널>은 그런 퍽퍽한 고구마 같은 영화가 아니다.

 

사진출처:영화<터널>

물론 <괴물>에서부터 현재의 <부산행>까지 관통하는 우리네 재난 영화의 공식과 메시지가 <터널>에도 여전히 깔려 있다. 재난 상황보다 우리를 더 절망적으로 만들어내는 콘트롤 타워의 부재와 선정적인 언론, 경제적 논리를 내세워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자를 저버리는 공직자들, 생존자의 구출보다는 자신이 언론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등등.

 

하지만 <터널>은 흥미롭게도 이러한 재난 영화의 공식처럼 등장하는 절망적 현실의 이야기에 매몰되지 않는다. 재난 영화에서 터널에 갇힌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며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또한 그렇게 갇힌 생존자를 구해내기 위해 목숨을 거는 119 대원들의 이야기도 그 절실함과 간절함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 곳에서도 역시 훈훈한 웃음이 피어나고 유머 역시 멈추지 않는다. <터널>에 갇힌 답답한 이야기? 오히려 <터널>은 그런 폐쇄적인 공간에 갇힌 이를 구해내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감동적이고 희망적인 웃음을 멈추지 않는 영화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매몰된 터널에 갇힌 주인공 정수(하정우)와 그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소방대원 대경(오달수)의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다. 정수는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굉장히 낙천적인 성격이다. 처음 터널이 무너져 내리고 간신히 살아남아 스마트폰으로 119와 연결됐을 때 그는 당연하다는 듯 언제 자신을 구하러 올 거냐는 낙관적인 질문을 던진다. 물론 그 구조작업은 의외로 지난한 사투로 돌변하지만 그 때마다 그는 절망하기보다는 그래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것은 대경도 마찬가지다. 그는 구조작업에서는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며 반드시 정수를 구하겠다고 단언한다. 기자들이 취재를 명목으로 특종만을 노릴 때, 정치인들이 도룡뇽 하나 때문에 건설이 멈춰져 입은 경제적 손실 이야기를 하고 터널 붕괴로 멈춰버린 제2 터널 공사 재개를 얘기할 때, 대경만은 거기 묻혀 있는 존재가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이처럼 답답한 터널 속에서도 훈훈한 웃음이 피어나올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은 하정우와 오달수라는 배우들의 저력이 한 몫을 차지한다. 이미 <테러 라이브>에서 두 시간 가까이 그 얼굴만 쳐다봐도 쫄깃한 긴장감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걸 알려줬던 하정우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물론 신스틸러의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국민배우가 되어가는 오달수의 웃음과 감동을 넘나드는 천연덕스런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결코 시원해지지 않을 것만 같은 무더위처럼 실로 <터널> 같은 현실이다. 하지만 영화 <터널>은 그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럼으로써 터널을 빠져나오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다. 무더위에 답답할 것 같다는 건 선입견이다. 오히려 무더위 때문에라도 그 답답함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영화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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