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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집, 고급 세단, 화려한 파티, 명품백과 우아한 드레스, 게다가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망가의 변호사로 잘 나가는 남편. 돈 걱정 없는 삶... 누구든 이런 삶을 꿈꾸지 않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전설이다'의 전설희(김정은)는 이런 삶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더 이상 나를 숨기며 살 순 없다"며 이혼을 결심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진짜 삶은 무엇일까. 젊은 시절, 가난했어도 피를 끓게 했던 무대 위, 그 곳에 그녀가 꿈꾸는 진짜 삶이 있다. 기타 하나 들고 노래를 부르면 답답한 가슴의 체증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었던 그 시간의 기억들. '밴드'에 숨겨진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 여성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리려고까지 하는 것일까.

'밴드'라는 키워드를 두고 보면 '나는 전설이다'라는 드라마가 상기시키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07년에 개봉되었던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이다. 이 영화에서 지질한 인생을 살아가던 남자들은 '밴드'로 묶이면서 그 갑갑하고 출구 없는 일상을 음악으로 훌훌 털어버린다. 자꾸만 설 자리가 없어지는 남성들이 이 영화를 보며 열광했던 것은 매일 매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오면서 잊고 있었던 즐거운 청춘에 대한 기억과 꿈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일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그래서 놀이로 여겨지는) '밴드'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즐거움'을 찾아낸다.

직장인 밴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바로 이 '일과 놀이'를 구분하며 일을 우위에 두던 삶에서 이제 그 동등함, 혹은 나아가 그것이 역전된 삶으로의 이행을 우리가 경험하는 시대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놀지 않고 일해 성공하던 시대에서 이제 제대로 놀아야 성공하는 시대로의 이행. '일밤'에 생겼다 사라져버린 '오빠 밴드'라는 코너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다시 악기를 쥐고 전국의 무대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물론 그 구성원들이 탁재훈이나 유영석처럼 프로들로 짜여져 아마추어밴드라는 성격이 무색해지는 단점을 드러내면서 사라져버렸지만 그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욕망은 해마다 무슨 무슨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혹은 기념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무한도전'이 밴드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최근 밴드를 조직해 아마추어 밴드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은 '남자의 자격'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로써 '밴드'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물론 이들 밴드 이야기에 있어서, '나는 전설이다'의 전설희라는 여성이 밴드로 복귀하는 이야기와 '즐거운 인생'에서 지질한 남성들이 밴드로 복귀하는 이야기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남성들은 인생의 끝단에 몰려서 밴드라는 희망의 끈을 부여잡는 반면, 전설희라는 여성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밴드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좀 더 능동적이다. 남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절망을 밴드를 통해 풀어낸다면, 여성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결혼생활이 갉아먹는 자존감을 밴드를 통해 확인하려 한다. 성별에 따른 삶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밴드를 선택하는 동기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밴드를 중심으로 보면 삶의 억압과 그 탈출구로서의 음악이라는 점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밴드에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의 단초는 "왜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 '밴드'인가"라는 질문으로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밴드'만이 가지는 자유, 저항정신, 마이너리티 정서 같은 감성에 대한 향수가 숨겨져 있다. 밴드하면 연관되어 떠오르는 록의 정신, 사회적인 억압이나 관습적인 틀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그 저항정신의 뜨거움,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젊음(생각의 젊음이다) 하나로 하나가 되는 사람들.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한 메이저들의 세상을 뒤집는 위치에 있기에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뭐 하나 거칠 것이 없는 생각의 자유. 이것들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밴드'라는 존재가 던지는 매혹이다.

이들 '밴드 콘텐츠(?)'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렇게 모든 걸 던지고 밴드로 회귀하는 인물들의 연령대다. 그들은 대부분 사회 경험을 통해 그 깊은 억압을 겪어본 중년들이다. 따라서 작금의 중년들이 그 청춘의 시절에 만끽했던 '밴드'의 경험(여기에는 밴드에 열광했던 기억까지 포함된다)은 이들 콘텐츠 속에서 향수가 되어 이들을 자극한다. 이 중년들은 '밴드'를 통해 이제는 희미해진 이 청춘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도대체 나이가 장애가 될 건 뭔가. 왜 지금 하면 안 되는가.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마흔의 청춘을 얘기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이 중년들이 찾는 것은 잃어버린 자신들의 문화다. 일만큼 중요해진 것이 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놀이가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때론 그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중년들은 자신의 삶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놀이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들을 위한 것들이기 일쑤고, 그러니 그들의 문화를 기웃거리며 그 청춘의 향기를 멀리서 맡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다반사가 아닌가.

좀 더 기획적인 자본이 투여되면서 대중문화의 시대가 도래하자 밴드 음악은 사라져버렸다. 록에 심취하고 무대에 익숙했던 중년들은 그네들의 문화 한 자락을 잃어버린 셈이다. 프로의 시대에 직장인 밴드들이 아마추어리즘을 오히려 내세우며 클럽에 등장하는 것은 이 잃어버린 문화의 복원을 꿈꾸는 것이면서, 또한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사라져버린 그 아마추어리즘의 도전과 실험정신을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드라마 속에서 밴드 음악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동시에, 아이돌로 대변되는 상업화된 현재의 음악계가 등장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니 그들이 돌아간 무대는 단지 향수어린 추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밴드'라는 존재가 그려내듯이 거기에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과거 그 때'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떤 삶을 누려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들어있다.

'밴드'를 다룬 콘텐츠들 어떤 것들이 있나
윤도현이 출연했던 '정글스토리'는 당대 록월드라는 실제 라이브 록카페를 공간으로 사라져가는 밴드 음악의 끝단을 잡아냈다. 새벽 영업이 금지되던 시절, 홍대 앞 록월드는 툭하면 영업정지를 먹곤 했는데, 영화 속에 그 주인이 등장해 "영업정지를 먹었습니다"하고 말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영화로 끌어들이길 즐겨하는 이준익 감독은 '라디오 스타'에서 한물 간 가수의 삶을 그려내고는, '즐거운 인생'으로 직장인밴드를 통해 당대 고개 숙인 남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의 음악 취향(?)은 '님은 먼 곳에'라는 영화에까지 이어져 월남으로 가는 순이(수애)에게 마이크를 쥐게 했다. TV는 주로 예능 프로그램이 밴드를 다뤄왔는데, '오빠밴드'처럼 아예 밴드를 특화해 하나의 코너로 만든 것도 있고, '무한도전'이나 '남자의 자격'처럼 하나의 아이템으로 밴드를 활용한 것도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가 밴드를 소재로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전설이다'가 대표적이고 주말극으로서 '글로리아'도 역시 밤무대 가수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이들 드라마들이 무대 위에 여성들을 올린 것은 다분히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탈피와 동시에 개인적 성장의 공간으로서 무대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시사저널'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Posted by 더키앙

'일밤'의 부활, 폐허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결국 특단의 조치를 감행했다. 현재 하고 있는 '오빠밴드'와 '노다지', 두 프로그램 모두를 폐지하기로 한 것. 물론 '오빠밴드'는 폐지를 반대하는 팬층의 목소리가 만만찮기 때문에 실제로 폐지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나올 게 나왔다는 반응들이다.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시청률 3%를 밑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동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이 막강하다고 해도 말이다.

먼저 '일밤'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그 안이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밤'은 전신인 '일요일 밤에 대행진'에서부터 현재까지 무려 2백여 개가 넘는 코너를 선보였던 일요일 예능의 명실공히 최강자였다. 공개코미디와 콩트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던 80년대 후반 이 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쇼를 정착시키며 새로운 예능의 다양한 실험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예능에 불어온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경향을 '일밤'은 재빠르게 간파해내질 못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효시가 되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중복되는 콘셉트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창조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형식들을 창출해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일요일 침공은 '일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부랴부랴 이에 맞서는 버라이어티쇼들을 내놓았지만 이미 구축된 아성 앞에서는 저마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대망'은 큰 희망을 갖고 내놓은 제목이 무색하게 '크게 망하기' 시작한 '일밤'의 전조가 되었고, 이어 '퀴즈 프린스', '공포영화제작소', '힘내라 힘', '몸몸몸' 등이 거의 몇 주를 버티지 못하고 생겼다가 사라졌다.

문제는 그 형식들의 식상함 혹은 지나친 낯설음이다. 어떤 것은 너무 낯설어 그 웃음 포인트에 적응하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강력한 경쟁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어떤 것은 너무 식상해(이미 경쟁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들이니까!)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잦은 프로그램의 교체는 더더욱 시청률 하락을 부추겼다. 고정팬을 만들고 그 위에 차츰 팬층을 부가시켜야 하는데 될 만하면 사라지고 심지어 어느 정도 성공한 형식은 타 시간대로 독립편성되어 내보내니 '일밤'은 산고만 치르다 지쳐버린 산모꼴이 되어버렸다. '우리 결혼했어요'나 '세바퀴'는 그 참신한 실험적 형식이 '일밤'의 새로운 얼굴로 충분한 자질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저 살길을 찾아가버린 자식이 되었다.

경쟁 프로그램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물론 형식 상의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소재, 즉 여행이라는 소재를 갖는 버라이어티쇼라는 점은 '일밤'에게 더 큰 짐을 지운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대중들에게 이 시간대가 여행 버라이어티를 보는 시간대라는 인식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일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고 여행 버라이어티를 또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또 따라한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결국 후발주자라는 인상만 남길 뿐이니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병진, 이경규로 이어지는 '일밤'만의 대표 MC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1박2일'의 강호동, '패밀리가 떴다'의 유재석에 대항할만한 MC가 '일밤'에는 없다. 결국 프로그램 형식도 선점하지 못했고, 내놓는 것마다 식상한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 주말 저녁 시간대를 여행 버라이어티의 시간으로 만들어낸 강력한 경쟁 프로그램들 앞에서 이렇다 할 대표 MC가 없는 '일밤'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인 셈이다. '오빠밴드'와 '노다지'의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오빠밴드'는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였지만, 헝그리 정신이 잘 보이지 않는 점이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물론 그들도 힘겹게 촬영에 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쟁 프로그램들이 보이는 야생에 가까운 생고생 앞에서는 무색해지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성장이 다 되어있는 멤버들(게다가 대부분 가수라는 점)은 이 성장 버라이어티의 어떤 한계점을 만들어낸다.

'일밤'의 침몰 그 원인은 경쟁 프로그램의 선전 때문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은 거의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는 건물에 몇 개 기둥 새로 세우는 것으로는 힘만 부칠 뿐, 무너지는 건물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예 이럴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를 다 무너뜨리고 그 폐허 위에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일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밤'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조차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밤'은 즐거워야할 그 일요일 밤이 고통의 시간으로 되어버린 현재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더키앙

리얼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가능성과 한계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처음 시작했지만, 또한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효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인물들은 이 쇼의 무한한 도전을 통해 스스로도 성장시켰다. 유재석은 명실상부한 톱MC의 위치를 굳혔고, 2인자 박명수 또한 라디오와 TV를 오가며 맹활약하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프로그램은 쇼의 안과 밖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노홍철, 정준하, 정형돈, 전진, 길까지 처음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쇼 안에서 성장시킴으로써 쇼 밖에서도 주목받게 만들었다.

이것은 성장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었다. 리얼한 성장 스토리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높여주었고, 쇼 밖에서의 스토리들 또한 쇼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을 열어놓음으로써 몇 배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실제로 성장함으로써 초기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설정은 빛이 바래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성장세가 한때 주춤했던 것은, 이미 성장해버린 팀원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무한도전'이 스스로의 장르적 포맷을 성장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무한도전'의 성장담은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인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형식실험을 보여주는 김태호 PD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어쨌든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가능성은 '무한도전'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어떤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면 실로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성장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한계점이 말해주듯이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기본 전제는 거기 출연하는 인물들이 실제로도 '평균 이하'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성장해버린 주목받는 스타라면 성장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밴드라는 소재를 갖고 온 성장 버라이어티쇼 '오빠밴드'는 태생적으로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탁재훈이나 신동엽, 김구라 같은 인물들은 물론 지금은 조금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톱MC다. 이들이 어떤 성장담을 보여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만 '오빠밴드'가 보여주려는 것은 꿈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성공한 자들도 젊은 시절 꿈꾸었다가 이제는 잊고 있었던 그 꿈을 들춰볼 수는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탁재훈이나 유영석, 성민, 정모 같은 출연진들이 가수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오빠밴드'가 주장하는 꿈의 이야기는 신동엽 정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런 점들은 '오빠밴드'가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왜 설득력이 부족한가를 말해준다.

한편 야구 버라이어티쇼,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 성장 버라이어티쇼의 조건을 갖춤으로써 빠르진 않아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하늘이나 김창렬, 임창정, 마르코, 마리오, 동호, 한민관 같은 인물들은 스스로도 얘기하듯 'A급은 아닌' 지점에서 이 성장담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 때론 독할 정도로 열심히 뛰는 자세는 그것이 리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준다. 야구라는 소재 또한 이들의 직업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성장 버라이어티의 전제조건인 '맨땅'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절대 강자인 '무한도전'과 같은 시간대에 맞붙어 있으면서도 10%대의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것은 아직은 이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점치게 해준다. 성장 버라이어티 특유의 쇼의 안과 밖이 조응하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천하무적 야구단이 어떤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일 때, 그것은 고스란히 프로그램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중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열광하는 것은 그 안에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스토리들 중 성장담이 갖는 매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되는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리얼리티다. 실제로 쇼의 안과 밖에서 그들의 모습이 같다는 전제는 성장 버라이어티쇼가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가능성과 '오빠밴드'의 한계는 거기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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