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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가 그저 놀기만 해도 다른 건 박세리가 있어서다

 

E채널 예능 <노는 언니>에서 생애 처음 캠핑을 간 언니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심스럽게 스포츠 선수들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자리라면 보통 연애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그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박세리가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근데 선수생활들 오래 했잖아. 솔직히 남자친구 안 사귀어봤다 그러면 거짓말이겠지. 솔직히 (대중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많지 (그런데) 선수들은 아니거든. 그런데 보는 시선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 거지. 운동할 때 이성한테 관심 있으면 그만큼 운동하는데 집중 안되고 훈련하는데 지장 있고 그렇게 얘기하지만 절대 안 그렇잖아."

 

박세리의 이야기는 다른 언니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김은혜는 선수 시절에 이성을 만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알아서 그 친구한테 직접적으로 돌려 헤어지라고 해서 결국 헤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은 친구 한유미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박세리의 한 마디가 더해진다.

 

"스트레스가 많이 받는데 그게 반대로 서로 의지하면서 스트레스가 더 풀리게 되니까 집중하는데 있어서 더 좋지." 박세리는 연애가 선수생활에 더 이롭다는 자신의 소신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찌 보면 스포츠인들 그것도 여성들에게 특히 편견의 시선으로 보곤 했던 이성문제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그는 말하고 있었다.

 

<노는 언니>가 그저 언니들이 모여 노는 것만을 보여줬다면 이만한 대중들의 관심을 얻지는 못했을 게다. 하지만 박세리가 가끔씩 툭툭 던지는 말들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스포츠인 특히 여성 스포츠인들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은 이들이 '노는 행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박세리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슬쩍 농담을 섞어 이 프로그램이 자신을 위해 그런 걸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건넨다. 만일 이것이 실제로 방송화 된다면 그것 또한 그저 연애를 담는 소재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더하게 될 것이다.

 

<노는 언니>는 못 놀아본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이제 좀 놀아보자는 콘셉트로 '생애 최초의 캠핑' 같은 시도들을 담아내고 있지만, 여성이고 스포츠 선수들이었다는 공통점이 꺼내놓는 특별한 대화가 의외로 묵직한 울림을 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날이 왔을 때 운동 또한 병행해야 하는 그 고충을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꺼내놓는 이들의 모습은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 늘 체중관리에 신경 쓰며 마음껏 먹지도 못했던 선수 시절의 이야기는, 이들이 캠핑에서 온전히 먹고 또 먹는 시간을 만끽하는 모습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애초 <노는 언니>는 처음 만나 고깃집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스포츠 선수로서 살아오며 보통 사람들처럼 하지 못했던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드러낸 바 있다. 곽민정은 늘 훈련이 일상이었던 자신의 삶이 '노잼'이고 그래서 친구가 없다고 했고, 정유인은 결혼하면 아예 수영선수들은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임신하게 되면 훈련을 받을 수가 없어서란다. 펜싱 선수였던 남현희 역시 자신이 결혼한 선수로는 처음이라 잘 해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남현희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이 갖지 못했던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고 했고, 음료나 음주 역시 즐기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박세리는 선수 시절 탄산음료조차 먹지 못했다고 했다. 운동선수들은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 선수시절의 분위기였다는 것. 하지만 박세리는 솔직히 음주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운동을 할 때는 하고 풀 때는 풀어야 더 오랫동안 자기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노는 언니>는 캠핑을 떠나 하루 종일 먹고 또 먹으며 말 그대로 노는 언니들의 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노는 행위가 남다른 가치와 의미로 다가오는 건 여성 스포츠선수들로서 겪어왔던 일들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박세리의 에둘러 말하지 않는 묵직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래서 <노는 언니>의 중요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시청자들이 기꺼이 이 언니들의 놀이를 응원하게 만드는.(사진:E채널)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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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놀라운 <무도>의 역발상

 

대담한 기획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보통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불미스런 일로 하차를 하거나 하면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되도록 빨리 잊게 하고픈 게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노홍철의 음주운전 하차를 오히려 하나의 기회요소로 바꿔놓은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녹화 전날 술자리로 불려나온 출연자들은 과연 술을 마실 것인가.’ 사실 이 몰래카메라의 주제는 그 자체만으로 보면 아무런 아이템이 될 수가 없다. 사실 녹화 전날이라고 해도 맥주 한 잔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박명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게 뭐 이상한가하는 반응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무한도전> 입장에서 이 아이템은 굉장히 흥미로운 몰래카메라 소재가 되었다. 그것 자체가 술에 대한 경각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홍철이라는 맥거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단순한 몰래카메라는 보는 이들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술을 마시는 출연자를 몰래카메라로 당황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몰래카메라를 실패로 만드는 출연자를 기대하는 욕구다.

 

즉 이 몰래카메라는 실패해야 성공이고 성공하면 또한 실패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혹의 거인으로 나선 서장훈이 무려 3주 간이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몰래카메라를 장기 프로젝트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하면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상당한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3주째에 결국 몰래카메라에 걸려든 박명수, 정형돈, 하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기본은 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몰래카메라가 가져오는 효과다. 그것은 노홍철의 음주운전 물의를 오히려 꺼내 공론화하고 심지어 거기에 불편한 정서를 가진 시청자들까지 이 몰래카메라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했다는 점이다. 몰래카메라라는 어찌 보면 악취미 같은 이 기획은 그래서 대중들이 길에 이어 또 터진 노홍철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무한도전>에 갖는 불편한 욕구마저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몰래카메라가 출연자들에게도 괜찮은 경각심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애가 아프다고 해도 의심 해야겠다고 말한 박명수처럼 이 몰래카메라를 통해 출연자들은 평소의 자기관리에 대해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그게 몰래카메라가 되어 찾아올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즉 이 <무한도전>의 몰래카메라 역발상은 어찌 보면 이 위기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직시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사실 사건이 터지면 기억하기보다는 잊으려는 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특히 특권층들이 어떤 불미스런 사건을 터트렸을 때 서둘러 덮어오기만 했던 건 어쩌면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발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의 역발상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잊기보다는 기억하라는 것.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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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5 12:23 신고 BlogIcon ㄴㅂ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대단한 기획이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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