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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첫 무대에 오른 이소라는 긴장된 표정으로 심호흡을 하며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낮게 속삭이다가 차츰 고조되는 그 노래를 들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완전한 감정이입의 경험.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음악들 속에서, 또 현란한 춤사위에 가려 정작 들리지 않았던 음률과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소라가 부르는 노래 속에 담겨진 감정이 대중들과 일치하는 그 순간, 그래서 누군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게 된 그 순간, 바로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대중들의 가슴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14기 1차 경연을 마친 '나가수'는 어떨까. 여전히 우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노래 속에 담긴 가수들의 감정과 교감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다지 고음을 질러대지 않아도, 또 록커가 굳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지 않아도, 마치 당신을 울리고야 말겠다는 듯 감정 과잉으로 노래하지 않아도, 또 노래로 모두를 꺾어버리겠다는 듯 가창력 자랑을 하지 않아도, 그저 차분하게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그 '몰입의 경험'은 왜 사라진 걸까.

캐스팅에서부터 연출, 출연가수들의 문제 등등, 이유는 총체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캐스팅일 것이다. 사실 무대에 가수를 세우고 경연을 벌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 누가 서느냐는 '나가수'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가수에 대한 호불호는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석연찮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캐스팅은 피해야 한다. 단 한 명의 어울리지 않는 가수의 캐스팅은 다른 호감 가는 가수들이 있다고 해도 전체 '나가수' 무대의 물을 흐릴 수 있다.

사실 '나가수' 1기와 2기가 가장 세간에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 각각의 멤버들, 이소라, 김범수, 김건모, 백지영, 정엽, 윤도현, 박정현이나 임재범, 김연우 같은 이들이 가진 독특한 자신들만의 음악세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의구심을 갖게 하는 가수가 없었던 데 기인한다. 각각의 면면도 중요하지만 '나가수'는 모두의 팀워크로 서로 시너지를 올리는 구조로 운용된다. 누군가 강력한 가창력을 선보임으로써 그 무대의 권위가 올라가면 다른 가수가 그 높아진 권위의 무대에서 또 다른 매력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가수가 끼면 상황은 거꾸로 흐른다. 즉 무대의 아우라가 점점 희석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나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되어버리면 그것은 제 아무리 좋은 가수가 한두 명 끼어 있다고 해도 효과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다양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른바 '급'의 문제다. 적우가 다운타운에서 제아무리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나가수'에 어울리는 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것은 테이나 이현우에게도 똑같이 던져질 수 있는 질문이다. 헤비급 선수들이 뛰는 무대에 경량급 선수가 올라오면 무대의 아우라는 희석된다(이것은 헤비급이 경량급보다 낫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나가수'는 그런 무거운 무대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너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물론 캐스팅의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만큼 적당한 가수를 찾기도 어렵고, 있다고 해도 캐스팅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이건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나가수'의 무대가 아닌가. 그러니 캐스팅 문제는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캐스팅이 되었다면 그 새로운 가수에 맞는 재평가나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일정 부분 '급'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것은 연출적인 부분이다. 떨리는 모습으로 방송사를 찾아 들어오고 인터뷰를 하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스토리텔링은 그게 임재범이라면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적우나 테이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또한 '나가수'의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스토리의 대부분이 1위 가수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가 1위를 했네 하는 이야기는 이제 그래서 식상해졌다. 왜 제작진들은 1위 가수밖에 보지 않는 것일까. 2위 가수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수 있고, 꼴찌 가수의 이야기가 더 신선할 수도 있다. 모두가 잘 했는데 운이 안 좋아서 꼴찌가 됐다는 식의 스토리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대신 꼴찌가 절치부심해서 노력하는 모습과 무대에 오르는 그 과정을 집중해준다면 더 진한 감흥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나가수'의 무대 위에 사라진 아우라를 되찾으려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무대 바깥에서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 후에라야 무대에서의 모습에 더 몰입될 수 있다. 즉 이러한 기대감은 제작진들이 연출을 통해 만들어줘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정해진 패턴으로 꾸며지는 영상 속에서 기대감은 전적으로 가수들 스스로에게 맡겨져 있다.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서로를 추켜세우거나 때로는 자화자찬하면서 "우리를 기대해달라"고 강변한다. 이것으로 어떻게 대중들이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개그맨들을 기용하고도 웃음의 포인트가 없다는 지적은 일견 맞지만, 그렇다고 지금 같은 무대의 아우라가 휘발된 '나가수'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찾는 건 위험한 일이다. 먼저 중요한 건 가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서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하나마나한 '중간평가'는 각각의 가수들의 기대감을 높여줄 수 있는 연출로 바뀌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한 선곡에 있어서도 지금처럼 가수들이 거의 원하는 곡을 부르게 하는 식으로는 '도전정신'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 '도전정신'의 부재는 결국 '나가수' 무대의 긴장감을 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하나 지적되어야 될 것은 자문위원들의 역할이다. 자문위원들의 멘트는 권위를 잃은 지 오래다. 가수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는 자문위원들이 있는 마당에, 캐스팅 논란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 자문위원들이 하는 중간 멘트들 역시 오히려 무대에 대한 몰입에 방해를 줄뿐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캐스팅에 있어서 대중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이 나을 지도 모른다. 인터넷 추천 등을 통해 '나가수'에 나갈 가수를 대중들이 스스로 뽑게 하는 방식은 많은 잡음을 없애 줄 수 있지 않을까.

'나가수'는 분명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음악을 새롭게 들을 수 있고, 가수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중요한 건 그 음악이 제대로 들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가수'의 진짜 공적은 그간 프라임 타임대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노래하는 가수들'을 발굴해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점이다. 바로 이 몰입을 되살려내야 한다. 거기에 '나가수'의 생존이 달려 있다.

Posted by 더키앙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사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현장을 직접 봐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만, 저는 현장 가는 걸 그리 즐기진 않습니다. 일단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게 너무 힘들고, 그렇게 기다리고서 보게 된 현장은 물론 더 생생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실망감을 가질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 싶은 현장의 너무 세세한 상황들을 보고 나면 방송이 주던 그 판타지는 깨지기 마련이죠.

그래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현장이 바로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입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초대권을 얻을 수 있었죠. 물론 저는 일이라 생각하고 봤습니다. 무엇보다 '막귀 논란'이 그렇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 '청중평가단'을 체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 자리에 앉으면 소위 '질러대는 창법'에 귀먹고 마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나가수'의 현장은 다른 현장과는 확연히 다르게 콘서트 같은 흐름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보통의 현장은 음악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흐름이 툭툭 끊기고 그래서 세트가 준비되고 가수가 나오고 하는 과정들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많죠. 이렇게 되면 무대를 즐기기 보다는 차라리 방청객으로 동원된 인상을 갖게 되곤 합니다. 그때부터 현장은 힘겨워지는 거죠.

하지만 '나가수'는 입장하기 전에서부터 청중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엿보였습니다. 안전을 위해 질서유지를 하는 요원(?)들은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채, 청중들을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기다리게 할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괜스레 우스개 농담도 하고 누군가 불만을 얘기하면 바로 다가와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경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현장 FD가 끊임없이 지루하지 않게 청중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도 확실히 '나가수'가 가진 특징이었습니다. 그만큼 청중에 대한 배려가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호의는 청중들이 좀더 경연에 마음을 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연 시작 전 신정수 PD가 무대에 나와 한 마디 당부를 덧붙였습니다. 그 내용의 요지는 가수들이 무용수나 피쳐링 그리고 악기 등을 사용해 더 화려하게 무대를 꾸밀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 보다는 가수의 노래와 편곡 같은 음악적인 것이 더 집중해서 평가를 해달라는 당부였습니다. 이른바 '막귀 논란'이 나오는 것에 대해 청중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되새기는 멘트였죠.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윤종신이 MC로 등장하고 재치있는 멘트로 청중들을 편안하게 해준 후, 바로 경연이 시작됐죠. 우리가 방송에 보았던 그대로, 가수들이 나오고 노래하고 윤종신이 소개하는 것이 반복됐습니다. 그것은 그다지 방송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라이브가 가진 음향이 피부에 직접 닿는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었죠. 또 윤종신이 방송에 나온 내용보다 훨씬 많은 멘트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청중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죠. 이런 부분을 보니 '나가수'에 윤종신이 왜 꼭 필요한 존재인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나가수'는 아마 현장 녹화로서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거의 기다리는 시간 없이 경연이 계속되었고, NG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죠. 어떤 분들은 박완규가 부르는 그 절절한 '사랑했어요'에 깊이 감동하기도 했고, 김경호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에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으며, '정신차려'를 부른 자우림의 그 귀엽고 발랄한 무대에 절로 흥겨워하기도 했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정도 무대라면 충분히 기다려서 볼만하다고 여겼지요.

하지만 방송이 나간 걸 보니까, 또 새로워졌습니다. 즉 현장에서는 분명 그 분위기가 주는 감흥이 강했지만, 방송이 주는 재미를 따라가기는 어렵더군요. 일련의 편집영상들이 중간 중간 끼워넣어지고, 노래를 하는 동안에도 관객들이 몰입하는 장면이 들어가면서 훨씬 더 경연이 흥미로워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나가수'의 힘은 물론 가수들이 뿜어내는 그 절대 가창력이 기본이지만 그것을 팽팽하게 만들어내는 방송 편집의 힘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방송으로 보는 것이 훨씬 낫게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현장에서의 감흥이 나빴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본 그 어떤 현장보다 더 진지하고 대접받은 듯한(?) 그 느낌은 정말 한번쯤 체험해볼만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참 마지막으로 그 '막귀 논란'에 대한 제 느낌은 오해라는 생각입니다. 청중들은 정말 가수만큼 긴장해서 노래를 듣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즐기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서 '막귀'라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았습니다.
Posted by 더키앙


'나가수' 논란, 문제는 스토리 부재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무대에 오른 적우에 대한 논란은 사실 그 이유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 논란은 무명가수가 '나가수'라는 무대에 올랐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애초부터 '나는 가수다'의 문호는 '실력 있는 가수'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에게 언제나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정엽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실력 있는 가수'가 아니어서 일까. 이것도 이유로서 합당하지는 않다. 적우는 나름 자신의 색깔을 갖고 있는 가수다. 다만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실력은 다 발휘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첫 무대였던 '열애'가 괜찮게 실력을 발휘했다면, 두 번째 무대였던 '나 홀로 뜰 앞에서'는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무대였다. 하지만 그것이 이 가수의 실력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몇 번 더 그녀의 '나가수' 무대를 봐야 그 판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적우에 대한 논란은 강도가 너무나 강하다. 대중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적우가 가창력의 문제를 드러내자 갖가지 의혹을 쏟아냈다. 그 비난의 강도가 얼마나 강한가는 마치 그녀를 적극 추천한 것처럼 언론에 부풀려진 것으로 비판에 직면한 장기호 교수가 그것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단 두 번의 무대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논란은 지나칠 정도로 커져있다. 이것은 어쩌면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다만 적우라는 가수를 통해 터져버린 어떤 것.

그것은 어쩌면 현재의 '나가수'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처음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똑같은 형식의 반복, 순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보다는 생존의 무대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식상함, 무엇보다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적우라는 가수를 통해 폭발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형식이 굳어져버리면 도드라지는 건 변수로 등장하는 출연자일 수밖에 없다. '나가수'가 어느 순간부터 캐스팅이 만사가 되어버리고 캐스팅 논란이 끊이질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가수는 '나가수'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적우는 바로 그 위치에 있었고, 증폭된 불만의 포화를 맞을만한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다. 캐스팅 전부터 불거져 나왔던 업소출연이 만들어낸 잘못된 이미지, 무명가수로서 베일에 가려진 과거사, 익숙하지 않은 방송, '나가수'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그 무대에 대한 부적응으로 생기는 실수 등등.

작은 빈틈은 관심의 집중이 된(그것도 '나가수'의 변하지 않은 형식에 불만이 있는 대중들의) 출연자를 두고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이미 많은 논란을 통해 경험했듯이, 대중들의 관심이 증폭된 콘텐츠는 그 자체로 스토리를 제공해주지 못하면 거꾸로 대중들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걸 알고 있다. 루머의 탄생이다. '나가수'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대중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가수'에게 필요한 것은(적어도 캐스팅 논란이 계속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의 스토리다. 긴장하면서 방송사에 도착하는 가수들을 보여주고 중간 중간 긴장하는 모습을 인터뷰하고 경연 순서를 뽑고, 경연을 하고 무대를 내려가는 그 단순한 스토리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왜 거꾸로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처음부터 과정을 되짚는 스토리의 파격은 안되는가. 각각의 가수들이 일주일간 노래를 준비하며 겪는 이야기들은 왜 다채로워지지 못할까. 왜 가수와 매니저인 개그맨들 사이의 무대 바깥의 진솔한 대화가 이야기로 만들어지지 못할까. 왜 공간은 꼭 스튜디오 안이어야만 할까. 청중평가단이 그토록 소중하다면 왜 청중의 이야기는 없을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대를 통해 보여주겠다면 왜 그 장르에 걸 맞는 새로운 스토리는 구성하지 못할까. 질러대는 창법이 유리하다면, 왜 발라드 특집(모두가 발라드를 부르는) 같은 건 하지 못하는가. 특정일에 어울리는 이벤트는 왜 보이지 않는가.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라면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장르의 음악과 따뜻한 스토리로 얼마든지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나가수'가 오래도록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 스토리를 무한정 끌어올 수 있는 열린 여지가 있어야 한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처럼, 가수의 존재증명에 관한 스토리라면 그것이 병원에서 벌어지는 경연이든, 산사에서 벌어지는 경연이든, 혹은 각각의 가수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이든, 또는 청중에게 친절하게 노래 장르의 A to Z을 설명해주는 이야기든 뭐든 가능한 것이 아닌가. 물론 경연이 주는 힘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것이지만 거기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 이제 '나가수'는 그 좁고 굳어져가는 형식의 틀에서 과감히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그래서 불필요하고 소비적인 논란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그 자리에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이야기들이 채워야 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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