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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가치를 되새긴 ‘알쓸신잡3’, 합당한 예의를 갖추다 

“웬만하면 절판된 책은 안 가지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런 책은 사라져서는 안된다.” tvN <알쓸신잡3> 마지막편에 출연자들이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시간에 김영하는 김은성 작가의 만화책 <내 어머니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렇게 말했다. 40세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만화가가 뭘 그릴까 생각하다 그린 그 만화는, 함경북도 북청에서 피난 와서 이제 여든 살이 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하나하나 어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를 취재해 그린 그 만화책은 완성하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가는 ‘어머니는 80대 10년을 당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시며 시간을 보내셨다’며 ‘지금은 내가 어머니보다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김영하 작가는 이 만화의 멋진 점으로 “철저히 함경도 사투리로 재현했다”는 걸 꼽았다. 

총 4권으로 한국의 현대사를 망라하고 있는 이 책에서 구술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만화를 그린 딸은 “우리 엄마가 이렇게 기억력이 좋았나”하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말에 “100번을 시켜도 내가 똑같이 얘기해준다” 말했다 한다. 소설을 많이 읽어 웬만하면 읽다 우는 일이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 “감정이 흔들린다”는 김영하는 그 이유로 “진짜 이야기가 있어서”라고 했다. 김영하는 “만약 한국의 퓰리처상이 있다면 수상할 만한 책”이라며 “우리 모두 하나의 역사고 현대사라는 걸 만화로 보여준 위대한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놀랍고도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이 절판된 책이라는 것이었다. 김영하는 세상에는 사라져선 안되는 책이 있다며 이 책은 꼭 다시 누군가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지금의 출판계가 가진 안타까운 상황을 잘 드러낸다. 좋은 책이 살아남기보다는 잘 팔리는 책이 살아남는 현실이 아닌가. 김영하가 굳이 절판된 책을 들고 온 데는 그 안타까움을 전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여겨졌다. 

마지막편에서는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책 한 권씩을 가져와 추천했다. 김상욱은 과학박사답게 나탈리 엔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를 소개하며 그 추천이유로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걸 담고 있는 책이어서라고 했다. 유희열은 마스마 미리의 <밤하늘 아래>라는 만화책을 소개했다. 편안하게 읽으며 잠깐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했다.

유시민 작가는 나온 지 55년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가져왔다. 최근에 본 플라스틱으로 배가 가득 채워진 고래를 보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을 추천하게 됐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는 이 책을 추천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세상을 바꾼 책이라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에세이로서 하나의 모델이 될 만큼 훌륭한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김진애 박사는 케빈 켈 리가 쓴 <통제불능>이란 책을 추천했다. 영화 <매트릭스>에 영향을 준 이 책은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알쓸신잡>이 시즌1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시즌3에서도 그 마무리를 책 소개로 한 뜻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교양을 예능으로 끌어안은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이 자칫 책보다 재밌는 영상을 통한 교양을 보여줌으로써 ‘책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어서다. 실제로 출판가를 들여다보면 방송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방송으로 유명해진 저자들이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를 장악하고 있는 게 출판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알쓸신잡3>만 두고 봐도 이 프로그램의 토대가 되는 건 무수히 많은 인문서적들이라는 걸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에서 이야기됐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딧세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가 그렇고, 유시민 작가가 스스로 소크라테스빠(?)를 자청하며 언급한 이야기들을 담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도 그러하며 독일에서 다시 끄집어낸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같은 책도 그렇다. 

사실 너무 많아 하나하나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책들이 이들의 지식 수다를 통해 소개되었다. 결국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은 이 많은 책들에 빚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마지막회에 추천도서를 통해 책의 가치를 되새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예의처럼 보인다. 특히 김영하가 절판된 책을 추천한 점은 ‘좋은 책’은 사라지면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됐다고 생각된다. 팔리는 책만 살아남는 환경을 넘어서서.(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강호동 복귀 첫 새 형식, <달빛프린스>가 성공하려면...

 

작년 말에 복귀했지만 첫 번째 새로운 예능 도전으로서 <달빛프린스>는 강호동에게는 그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콘셉트만 두고 보면 나쁘지 않다. ‘북 토크쇼’라고 지칭한 것처럼 교양과 예능을 한데 묶어내려는 시도는 꽤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강호동의 첫 도전치고는 시청률이 5.7%(agb닐슨)로 너무 낮다. 지난 주 종영된 <승승장구>의 시청률 9.3%에서 꽤 많이 하락한 수치이고, 경쟁 프로그램인 <강심장>이 9.1%로 오히려 시청률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좋은 지표는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달빛프린스'(사진출처:KBS)

그 이유는 아무래도 <달빛프린스>라는 토크쇼가 가진 양면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교양과 예능의 하이브리드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갖고 있는 형식이다. 장점으로 보면 ‘책을 읽는다’는 대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책 속의 구절을 갖고 퀴즈 형식으로 내는 문제는 사실 문제 자체라기보다는 거기 출연한 MC들과 게스트들의 사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기 위한 훌륭한 장치로 기능한다.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별>에 나오는 첫 키스의 구절을 가져오면서, 이서진과 MC들이 농도 높은 첫 키스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한 위험성도 존재한다. 이 흥미로움은 예능의 관점으로 보는 시청자들에 한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만일 책에 대해 조금은 진지한 관점을 갖고 있는 시청자라면 소설을 밑바탕에 깔아놓고 결국은 MC들의 신변잡기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달빛프린스>는 본질적으로 교양이 아니라 예능이라는 점에서 웃음과 재미에 더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능적인 토크들이 너무 강하게 진행되다 보면, 마치 책 이야기는 저 뒤로 물러나고(그저 이용된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오히려 책을 면죄부 삼아 더 강한 사생활 토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첫 회이기 때문에 그 적절한 균형과 조율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달빛프린스>는 사적인 이야기가 폭로와 신변잡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으로 다가가게 하려는 장치들을 이미 갖추고 있다. 시청자들이 참여해 책을 읽고 문제를 낸다는 점이 그렇고 게스트가 문제를 맞출 때마다 얻은 상금을 좋은 일에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책이 갖고 있는 교양적인 이야기들이나 종종 뜬금없이 올라오는 명언 자막도 수위 높은 토크들을 눌러주고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교양과 예능이 가진 양면성은 결과적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 의해 긍정 혹은 부정으로 반응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변수로 작용하는 건 새 프로그램에 등장한 강호동과 그와의 새로운 조합을 이룬 탁재훈이다. 그들이 가진 이미지는 프로그램에 역시 양면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즉 이들 MC들에 대해 평상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시청자라면 그 이미지를 통해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프로그램마저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강호동은 여러 모로 이 부분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결과야 어떻든 세금 문제로 잠정은퇴라는 과정을 겪었다는 것은 강호동에게는 치명적인 이미지의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과거처럼 강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그간 방송 트렌드가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미지의 타격으로 인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화요일 밤 경쟁 프로그램이, 자신이 갑자기 잠정은퇴하면서 힘겨워졌던 <강심장>이라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강호동과 탁재훈의 조합은 토크쇼의 역학관계로 보면 괜찮은 시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애드립의 소유자인 탁재훈의 독주는 강호동처럼 강한 캐릭터와 함께 있을 때 오히려 편안해지는 특징이 있다(과거에 이 역할은 신정환이 해주었다). 하지만 이 토크쇼만의 특징인 교양과 예능의 접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강호동과 탁재훈의 조합은 이 토크쇼 콘셉트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무식한 콘셉트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던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이었고, 시종일관 변죽을 때리는 것으로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탁재훈이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예능은 웃기는 재주가 아니라 진정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시대가 되었다. 탁재훈이 그토록 절정의 예능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은 그의 캐릭터가 좀체 진지해질 수도 또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세금 문제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강호동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따라서 어찌 보면 탁재훈과 강호동은 이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달빛프린스>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달빛프린스>가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양과 예능의 균형점을 잡아내야 하고,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많이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좀 더 실질적인 과제를 <달빛프린스>는 갖게 된 셈이다. 또한 타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탁재훈과 강호동의 이미지 변신이 가능해져야 프로그램도 살아날 수 있다. <달빛프린스>는 여러모로 숙제가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 숙제들을 넘어설 수 있다면 예능의 새로운 장을 개척해내는 성취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또한 강호동과 탁재훈에게도 하나의 큰 전기가 될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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