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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에 특히 중요한 적당한 거리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 행복하세요.”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조석무(차태현)는 느닷없이 강휘루(배두나)에게 존칭을 했다. 이미 이혼 도장을 찍었지만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왔던 그들은 완전한 이별을 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여느 부부가 그러하듯 편하게 반말을 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강휘루가 드디어 집을 떠나 자신이 하고팠던 동화작가의 길을 가겠다 결심하면서 두 사람은 그 이혼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강휘루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잔상에서 조석무는 벗어나지 못했다. 침대에서 우연히 발견된 강휘루의 머리끈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건 조석무가 강휘루에게 갖고 있는 여전한 미련과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는 강휘루의 말에 그는 그걸 축하하며 “행복하세요”라는 존칭을 썼다.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실질적인 ‘거리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잘자요.” 조석무의 존칭에 강휘루 역시 존칭으로 이별을 고했다.

어쩌면 <최고의 이혼>이 담아내려는 이야기가 바로 이 ‘거리감’에 대한 것일 수 있었다. 강휘루는 헤어지기 전 그 거리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 하면 상대가 자기 거라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하려하고.” 그 말은 그렇게 거리감이 사라진 가까운 관계가 되면서 오히려 상대방을 잘 못 보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일 게다. 

집을 나와 찾아가게 된 출판사에서 강휘루는 오기완(이종혁)을 만나고, ‘적당한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가까운데 가장 몰랐다”고 강휘루는 조석무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꿈인 동화작가의 길을 몰라줬다고 조석무에게 화를 냈지만, 그 또한 조석무가 음악에 꿈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려 하지 않았다는 것. 오기완은 “원래 가까우면 더 잘 안보여요”라고 말한다. 갑자기 강휘루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며 “가까우니 형체가 잘 안보이죠?”라고 물으며 ‘적당한 거리’여야 잘 보인다고 말한다.

<최고의 이혼>이 이런 제목을 갖게 된 건 어쩌면 우리네 관계의 궁극적 목표가 결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혼 그 자체도 아니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그것보다는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진짜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헤어지면서 서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되는 조석무와 강휘루의 관계가 그걸 보여주고 있다. 

<최고의 이혼>은 그 관계 구조만 보면 뻔한 4각 관계가 아닐까 오해될 수 있는 틀을 갖고 있다. 조석무와 강휘루, 그리고 이장현(손석구)과 진유영(이엘), 이렇게 네 사람이 부부였다가 헤어져 각자가 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관계의 변주. 그래서 자칫 뻔한 4각 관계의 자극적인 늪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거기서 벗어나게 해준 건 바로 그 인물들 사이의 ‘적당한 거리’였다.

하지만 드라마 말미에 조석무에게 진유영이 “자보자. 일단 한번 자보자”고 충격적인 제안을 하는 장면과, 갑자기 강휘루와 이장현이 격렬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껏 잘 흘러왔던 <최고의 이혼>이 결국은 4각관계의 늪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끝까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주면 안될까. 적어도 우리네 정서를 생각한다면.(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만남 아닌 이별을 얘기하는 '최고의 이혼'

“조석무씨에게. 조석무씨라니 이렇게 적고 놀랬어요. 당신을 이름으로 부른 게 언제지? 너무 오랜만인 거 같아 왠지 긴장이 되네요. 일단 보고 드립니다. 저 집을 나갑니다. 방을 보고 놀랐습니까? 입 벌리고 있지 않나요? 지금 설명한 테니 입을 닫아 주세요. 있잖아요. 조석무씨 아무래도 이대로 같이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이혼하고 시간도 꽤 흘렀잖아요.”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강휘루(배두나)는 전 남편 조석무(차태현)에게 편지를 쓴다. 이미 이혼을 했지만 당분간 같은 거처에서 머물며 지냈던 그들이었다. 강휘루는 이혼의 사유로 조석무가 “너무 몰라서”라고 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뭐가 꿈인지 그런 것들을 조석무는 알려 하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상처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강휘루는 뒤늦게 자신 역시 조석무에 대해 제대로 알려 한 것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그가 홀로 음악노트를 쓰고 있었고, 그의 후배 임시호(위하준)가 부르는 곡이 사실은 조석무가 만든 곡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강휘루는 드디어 조석무와 이혼한 것이 온전히 그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제 진짜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것.

조석무는 자신의 속내를 굳이 드러내는 일을 너무나 싫어했다. 그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진유영(이엘)에게 자신이 딱 한 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안 좋을 일을 당한 여직원에게 회사 상사가 “힘내”라고 말하는 걸 보고 그 상사를 때렸고 결국 해고당했다는 것. 그 이야기를 했지만 조석무는 진유영에게 “힘내”라고 그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 “미안하다”며 돌아서는 조석무에게 진유영은 “고맙다”고 말한다. 표현을 잘 하지 않던 그가 드디어 속내를 드러내고 그 마음이 전해질 때 갖게 되는 기쁨을 경험한다.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을 정리하듯 편지를 통해 강휘루는 조석무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적어나간다. “당신한테 사과한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미안해요. 어쩌면 나 우리가 헤어진 이유를 모두 당신한테 전가했는지도 모릅니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무심하고 이기적이라고. 같은 꽃을 보고 같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신을 탓했지만 생각해보니까 누구보다 이상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릅니다.” 강휘루는 이제 헤어짐의 이유가 상대방의 잘못만이 아닌 나 자신에게도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

“여러 가지로 조절이 잘 안돼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생활하는 데서 마음이 맞지 않고 마음이 맞는 사람은 좋아지지 않아요. 애정과 생활은 항상 부딪치고 뭐랄까. 그건 내가 쭉 안고 가야하는 성가신 병처럼 느껴집니다. 당신과 함께 영화를 보며 항상 10분씩 늦었잖아요.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약속장소에 항상 당신이 서 있었어요. 아 이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싶었어요. 그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멋진 풍경이었거든요. 당신을 몰래 보는 게 좋았습니다.”

함께 사랑하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강휘루는 안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라고 말한 바 있다. 부부든 연인이든 사랑은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그래서 함께 부대끼며 살다 보면 모든 게 맞을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 점들이 있어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일 지도. 강휘루는 그 다른 것들을 이제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상대방에 대한 자잘한 고마운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맛있는 밥 고마웠어. 따뜻한 침대도 고마웠어. 무릎위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훔쳐보고 자세히 보고 그런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한 행복이었습니다. 석무씨. 고마웠어요. 헤어지는 건 내가 결정한 거지만 조금 외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혹시 당신을 몰래 보고 싶을 때는 또 어딘가에서...”

이렇게 길게 써나가던 편지를 강휘루는 끝내 조석무에게 남겨주지 못한다. 그는 왜 그랬을까.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걸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강휘루는 편지를 남기는 대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오므라이스를 챙겨먹으라는 쪽지를 대신 남긴다. 때론 밥 한 끼를 챙겨주는 일 속에 더 많은 속말들이 담기기도 하는 법이다. 

<최고의 이혼>은 특이하게도 헤어지는 법을 말하는 드라마다. 대부분의 멜로드라마들이 ‘만남’을 이야기한다. 우연히 어떻게 만났고 그 만남의 순간은 얼마나 빛이 났으며 설레었던가를 말한다. 하지만 만남만큼 사랑을 완성시키는 건 어쩌면 ‘잘 헤어지는 법’은 아닐까. 헤어짐이 서툴러 때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는 우리네 사회에서 만나는 법만큼 중요한 건 헤어지는 법이다. 서로의 소소한 일들조차 고맙게 느끼며 헤어질 수 있다면.(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이엘·배두나에게 버림받은 차태현 통해 '최고의 이혼'이 하고픈 이야기

“10년이 지나도 아무 것도 모르네. 나 너와의 사이에 좋은 추억 같은 거 하나도 없어. 헤어질 때 생각했어.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이런 남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같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시절 첫사랑 진유영(이엘)이 갑자기 내뱉은 이 말에 조석무(차태현)는 충격에 빠진다. 조석무는 진유영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걸 목격한 후, 그 찜찜함을 견디지 못한다. 결국 진유영을 찾아가 생각해준답시고 그 사실을 얘기하는데, 갑자기 진유영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우리가 흔히 이혼이나 헤어짐에서 상상하는 그런 극적인 이유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통 이혼이라고 하면 계기가 되는 엄청난 사건을 떠올린다. 무수한 드라마들이 불륜을 다루고 끔찍한 사건들을 그 헤어짐의 이유로 제시하듯이. 하지만 <최고의 이혼>은 그 사유가 자잘한 일상의 누적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들, 혹은 하필이면 상대방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 ‘기막힌 타이밍’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첫 회 만에 이혼을 하게 된 조석무와 강휘루(배두나)의 이혼 전 분위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반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헤어지자”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강휘루의 그 지점에서 되돌아보면 아주 자잘한 일상 속에 담겨진 무수한 상처들이 느껴진다. 강휘루의 앞에서 습관처럼 나오는 조석무의 한숨이나, 조금이라도 어질러진 걸 견디지 못해 잔소리를 해대며 치우고 또 치우는 조석무의 행동은 강휘루의 마음 한 구석을 짓누른다. 

물론 조석무는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출동해야 하는 보안업체 직원으로 고객들의 자잘한 요구들에 힘겨워한다. 그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요구처럼 보이지만 조석무는 그걸 위해 뛰고 또 뛰어야 한다. 그래서 조석무는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비관주의자가 됐다. 젊은 날에는 꿈도 있어 기타를 치고 음악을 했지만 지금 그의 소망은 고양이와 함께 아무도 없는 산골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거나, 커피 한 잔에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즐기고 싶은 정도다. 하지만 그것을 강휘루는 ‘별 것도 아닌 일’로 치부한다. 

그런 일상들이 오래도록 겹치고, 거기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해가 깊어지다 결국 사건이 터진다. 동화작가가 꿈인 강휘루는 자신이 쓴 원고를 조석무가 한번쯤 읽어봐 주기를 바라며 식탁 위에 흩어 놓지만, 실수로 물을 흘려 젖은 원고를 조석무는 정리하지 않고 굴러다니는 쓰레기나 잡동사니 정도로 여긴다. 결국 폭풍우가 치던 날, 문을 두드리는 게스트하우스 손님 때문에 두려워 조석무에게 빨리 와 달라 보낸 문자의 답변으로, 문밖에 있는 화분을 들여놓으라는 문자를 받게 된 강휘루는 “헤어지자”고 말하게 된다.

이런 사정은 조석무가 첫 사랑인 진유영과 헤어지게 된 이유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어째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는가의 이유는 진유영의 어린 시절 겪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부였던 아버지에 그토록 의지했던 이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게 되면서 자우림의 노래를 좋아하게 됐고, 자신도 음악의 꿈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진유영이 작곡한 곡을 조석무는 그가 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표절”이니 “쓰레기”니 하는 지독한 표현으로 폄하해버린다. 물론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한 이야기지만, 그 말은 아마도 진유영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듯한 상처로 남았을 게다. 그리고 심지어 밴드부에서 진유영이 만든 곡에 조석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싸구려 꽃무늬 변기 커버 같은 음악”이라는 말을 한다. 게다가 하필이면 상어의 습격을 받아 죽은 사람의 뉴스를 보면서 조석무는 진유영에게 “사람은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러니 조석무를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한 진유영의 마음이 이해될 밖에.

물론 여기에는 일본 원작 특유의 독특한 정서가 깔려 있다. 즉 일본인들의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그 정서가 깔려 이런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석무가 충격을 받는 건, 그가 무심하거나 나쁜 사람이거나 해서가 아니라 다만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몰라서다. 알고 보면 조석무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병에 걸린 반려견을 어딘가로 데려가 버린 일 때문에 지금껏 그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 충격적인 경험은 조석무에게 알 수 없는 분노와 체념, 깔끔한 것에 대한 집착, 부정적인 사고방식 같은 것들을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최고의 이혼>이 하려는 이야기는 무얼까. 그건 아마도 ‘연민’이 아닐까. 본래 비극이 가진 가장 큰 기능은 위에서 인간사를 내려다보며 그들이 저도 모르게 어쩔 수 없는 아픔이나 슬픔, 관계의 비틀어짐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갖게 되는 ‘연민’의 감정이다.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가 아니라 한 치 눈앞의 비극적 상황들을 모른 채 그 속으로 발을 들이는 인간의 소소함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연민의 감정. 

<최고의 이혼>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비극적인 선택들이 굉장한 사건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일상들 속에서 저도 모르게 벌어지는 ‘인간적 한계’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살아가고, 뒤늦게 그 이유들을 발견하며 충격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알아가며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최고의 이혼>은 그래서 제 아무리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실체를 보지 못하는 ‘최악의 결혼’의 반대말처럼 다가온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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