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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스템에 최적화된 <12>만의 강점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서 PD가 가진 위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스타 PD가 나올 정도로 프로그램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서 그 색깔이 완전히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태호 PD 없는 <무한도전>을 생각할 수 있을까?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12>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명한 PD가 처음 시작했고 나영석 PD가 꽃을 피운 <12>은 두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최재형 PD와 이세희 PD가 했던 시즌2는 시청률도 빠졌고 화제성도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유호진 PD가 새로 진영을 꾸려 시작한 시즌3부터 <12>은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유호진 PD가 일선에서 뒤로 물러나고(그렇다고 아예 빠지는 게 아니라 기획에 참여한다고 한다), 대신 유일용 PD 체제로 바뀌면서 또다시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유호진 PD가 워낙 잘 하고 있던 터라 이런 교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리 좋진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체제를 또 바꿔 새롭게 시작한 <12>을 보면 전혀 위기감을 느끼기 어렵다.

 

방학식 콘셉트로 유일용 PD가 선보인 초등학교에서의 게임은 가벼운 몸 풀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의외로 괜찮은 느낌을 주었다. 단순 게임이라면 조금 식상했을 테지만, 이 게임들에는 일종의 추억 같은 정서적인 면들이 깔려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어른들에게 주는 그 정서란 그 시절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일 게다.

 

그래서 철없는 복장(?)으로 차려 입고 등교(?)한 출연진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서 벌인,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게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정서적인 동감 위에 여학생으로 분장한 험상궂은(?) 스텝들은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주었고, 역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출연진들은 게임에 몰입해 다른 멤버를 혹독하게 물에 빠뜨리는 모습으로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어진 도시락 먹기 게임 역시 그저 게임이 아니라 옛 추억을 환기시켰다.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수업 시간에 도시락 까먹기를 게임화 한 것. 선생님으로 등장한 박영진은 걸릴 때마다 출연진의 귓불을 잡아당기며 마치 <개그콘서트>의 콩트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고, 그럴 때마다 역시 베테랑 개그맨답게 김준호는 엉뚱한 변명으로 우스운 상황극을 연출했다.

 

즉 유일용 PD로 체제가 넘어왔지만 그 정서적인 느낌은 유호진 PD 때와 달라지지 않음으로써 그 연속성이 유지되었다는 점은 PD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별로 주지 않았다. 이것은 어쩌면 KBS의 시스템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물론 스타 PD를 키우지 않는다는 이 시스템의 약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인력이 바뀌어도 프로그램은 공고히 굴러가는 시스템의 강점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PD들에게는 자칫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KBS의 많은 PD들이 다른 방송국으로 이동한 데는 이처럼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국이 만일 이런 PD들의 공적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이처럼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적어도 <12>에서만큼은 이 KBS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한 느낌이다. 김주혁이 빠지고 새로 윤시윤이 들어오는 것에 있어서도 <12>은 큰 충격이 없었다. 이번 유호진 PD가 빠지고 유일용 PD로 바뀌었지만 역시 <12>은 공고하다. 물론 이 시스템의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보완해나간다면 오히려 이건 KBS만의 저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Posted by 더키앙

청춘들의 상황을 들여다보게 되는 <청춘FC>

 

눈물이 날 정도로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재능까지 있는 청춘들이다. 한때는 유망주라는 소리도 들었고,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얘기까지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축구를 하던 발이 치킨을 배달하고, 그 손이 웨이터가 되어 서빙을 하고, 펄펄 그라운드를 누비던 그 몸이 모든 게 좌절된 채 아버지를 도와 김 양식을 하고 있다.

 


'청춘FC(사진출처:KBS)'

가난 때문에 빌려준 잘 맞지 않는 축구화를 신고 축구를 시작했지만, 그래서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노력해 기회까지 얻었지만 성공의 문턱에서 결국 그 가난이 문제가 되어 주저앉은 청춘도 있었고, 구단에 꿈을 안고 들어갔지만 갑자기 구단 상황이 나빠져 방출되어 그 언저리를 맴돌며 살아가는 청춘도 있었으며, 유망주로 고등학교까지 날렸지만 돈이 없어 번듯한 대학에 가지 못해 좌절한 채 유소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살아가는 청춘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득점왕까지 했던 이제석 선수는 고1때 아버지가 고2때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던 아픈 사연을 털어놨다. 아마도 할 수 있는 게 축구밖에 없어 더 열심히 뛰었을 그는 대학에서 부상으로 쉬던 중 제적 처리를 당해 축구의 꿈이 좌절되었다. 유일하게 홍일점으로 들어와 테스트를 받은 심연희 선수는 대학 때 단 한 번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청춘FC에 도전한 그녀에게 안정환은 아낌없는 박수를 쳐 주었다. 물론 팀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도전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승자였다.

 

KBS <청춘FC>는 축구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들의 모습에서는 이 땅에서 꿈을 좌절당한 채 힘겹게 버티며 살아갈 청춘들의 자화상이 어른거렸다. 그들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그저 열심히 하루하루를 축구에 꿈을 담아 뛰고 또 뛰며 기량을 키워왔고 또 실력도 인정받았던 그들이다. 잘못된 것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청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그라운드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사회다.

 

<청춘FC>는 바로 이 지점에 천착하고 있다. 즉 사회가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나마 시도해보려고 하는 것. 시작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허름한 사무실에 감독으로 추대된 안정환과 최재형 PD가 덜렁 앉아 있는 모습은 그 시작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안정환의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일이라며 시작된 <청춘FC>는 이을용, 최진철, 이운재는 물론이고 올림픽 대표팀 신태용 감독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아마도 사회로부터 좌절을 겪은 청춘들은 <청춘FC>를 통해 다시금 대중들의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난과 무스펙과 배경 따위로 그토록 갈망했지만 무참히 꺾어지고 말았던 꿈들에게 다시 뛸 수 있는 작은 그라운드를 하나 마련해 주는 일. 그것이 <청춘FC>가 하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현재 사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조악한 현실 속에서도 버텨내며 살아갈 이 땅의 미생들에게도 작은 희망이 되어주지 않을까. <청춘FC>에서 다시 뛰는 청춘들의 밝은 얼굴은 거꾸로 그들을 그렇게 좌절시킨 사회와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현실이라는 그라운드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싶지만 뛰어보지도 못하고 발발 동동 구르고 있을 청춘들을. 그 누가 이런 재능과 열정을 좌절시키고 있단 말인가.



Posted by 더키앙

PD가 리얼 버라이어티에 미치는 영향

 

나영석 PD가 최재형 PD로 바뀌고 멤버들도 대거 교체되면서 <1박2일>의 가장 큰 공백은 PD의 자리였다. 내성적이고 유순한 성격의 최재형 PD는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을 꺼려했다. <1박2일> 같은 미션형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PD의 캐릭터는 상당히 중요하다. 미션을 전달하고 수행시키는 PD의 캐릭터에 따라 연기자들의 캐릭터도 달라질 수 있고 따라서 미션 내용도 팽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의 초대 PD였던 이명한 PD는 ‘독한 PD'로서의 캐릭터를 세움으로써 프로그램에 야생의 느낌을 불어넣었다. 그간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복불복으로 쫄쫄 굶기도 하고 또 텐트치고 1박을 보내는 장면 자체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명한 PD의 독한 캐릭터가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바톤을 이어받은 나영석 PD는 독하다기보다는 장난꾸러기 같은 캐릭터로 연기자들을 몰아세웠다. “안됩니다!”와 “땡!”으로 이승기가 재현해냈던 것처럼, 그의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복불복 룰은 지켜져야 한다는 고집불통의 이미지에다, 악동 같은 귀여운 면모까지 덧붙여져 사실상 <1박2일>의 연기자들 못지않은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새롭게 <1박2일>을 맡게 된 최재형 PD는 그러나 초반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룰을 세웠다가도 “처음이니까...”라며 양보를 해주는 모습은 그의 선한 성격 그대로였지만,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PD 캐릭터로서는 너무 심심해보였다. 그러던 그는 조금씩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그는 새를 닮았다고 새PD라 불리며 전 PD였던 나영석 PD와 비교 당하기도 했고, 연기자들과의 족구대회에서 헛발질을 하면서 ‘족구계의 엄태웅’이라는 굴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여름방학특집 3탄-백투더베이직(BACK TO THE BASIC)'에서 최재형 PD는 디비디비딥 게임으로 무려 15연패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확고한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를 따라다니며 한 게임 더 하자는 김승우를 뿌리치며 도망가는 모습이 만들어낸 굴욕 캐릭터는 김종민과의 오목대결에서도 이어졌다. 김종민에게 진 최재형 PD는 김승우를 이긴 후에 그에게 복수하듯 “김종민 아래 아래”라고 김승우를 놀리기도 했다. 자신의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승우에게 당한 걸 설욕하려는 모습은 독특한 최재형 PD만의 캐릭터 색깔을 분명히 했다.

 

최재형 PD의 캐릭터는 기존 PD들과 달리, 연기자들을 몰아세우려다가(당한 것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당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나온다. 어딘지 <1박2일>이라는 복불복 프로그램에 잘못 걸려든 것 같은 인상을 보여주는 최재형 PD는 그래도 열심히 하려 하지만 이미 적응할 대로 적응되어 여우가 되어있는 연기자들에게 오히려 당하는 캐릭터. <톰과 제리>에서 강한 힘을 가졌지만 오히려 당하기만 하는 톰을 닮았다고 할까. 이 당하는 이미지는 어딘지 최재형 PD의 어리숙함 속에 담겨진 선한 심성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사실 연기자들도 자신의 캐릭터를 세우기까지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수근이 지금처럼 <1박2일>의 중추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캐릭터를 잡기까지 무려 1년이 넘게 기다려준 덕분이다. 하물며 역할이 다른 PD는 오죽할까. 최재형 PD도 사실상 자신의 캐릭터를 끄집어내는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법이다. 지나와서 생각해보면 그에게 이명한 PD나 나영석 PD가 보여주었던 캐릭터를 강요했다면 그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 부자연스러움은 자칫 연기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재형 PD가 제 역할과 캐릭터를 찾아내면서 <1박2일>은 훨씬 생기를 되찾게 되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 성격상 누군가 당하면 당한 대로 돌려주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학의 힘에 의해 추동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제 당했던 최재형 PD가 좀 더 강한 미션으로 연기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연기자들은 제리가 톰을 곯려주듯 반격을 가할 것이지만.

 

물론 <1박2일>은 여행이 그 핵심적인 소재이지만, 그 여행을 즐겁게 이끌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연기자들과 제작진 사이의 역학관계가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유독 ‘망했어요’라는 자막이 많이 등장하게 된 이 프로그램에서, 새 되는(?) 입장으로 캐릭터를 세운 새 PD는 이제 프로그램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박2일>의 부활은 어쩌면 새 PD의 캐릭터가 생겨나는 과정과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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