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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2박3일간의 태안, 그 꿈같은 날들 태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신두리. 홍상수 감독은 '해변의 여인'을 통해 신두리를 꽤나 냉소적으로 그려냈다. 해변하면 떠오르는 백사장과 푸른 파도 대신에 시커먼 갯벌만을 잡아내고, 여인하면 떠오르는 무언가 분위기 있는 아우라를 걷어내고 좀더 현실적인(한마디로 깨는) 여성을 그 자리 위에 세운다. 홍상수 감독은 사람들이 어떤 단어에 일상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를 깨고 대신 추하고 좀스럽고 째째한 현실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이것은 홍상수 감독의 프레임 안에서일뿐, 신두리가 주는 진짜 즐거움과 아름다움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홍상수 감독이 했던 방식으로 홍상수 감독이 냉소적으로 바라봤던 태안을 다시 볼 참이었다. 이제 태안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기름유출사고의..
지난 달 TV를 보다 문득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도하고는 기분이 영 안 좋았다. 화면을 가득 메운 기름유출사고로 태안에 밀어닥친 절망감은 괜한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왜 분노하게 된 걸까.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은 마치 신성한 몸을 더럽힌 파렴치범들의 행위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어머니 같은 바다는 문명이라는 손에 잔인하게 유린되었다. 한동안 생명을 잉태할 수 없을 만큼.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연일 대선정국에 대한 방송만이 전파를 탔다. 누가 몇 프로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둥, 누가 무슨 발표를 했다는 둥, 누가 또 거짓말을 했다는 둥, 그렇고 그런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쳐다보면서, 도대체 왜 이 심각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리도 인색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군가는 이런 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