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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MBC 드라마, 두 여왕(?)의 성공과 주목할 실험작들

2009년 MBC 드라마는 대중적인 성공으로만 보면 두 여왕(?)이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다. 상반기 3월부터 5월까지 방영된 ‘내조의 여왕’과 5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된 ‘선덕여왕’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성공한 두 여왕(?)의 성격이 상반된다는 점이다. 하나는 현대극이고 다른 하나는 사극이며, 하나는 소소한 기획물이며 다른 하나는 야심찬 대작이었다는 점이다. 성공 포인트 또한 사뭇 다르다. ‘내조의 여왕’이 현실에 대한 철저한 공감을 그 포인트로 하고 있다면, ‘선덕여왕’은 물론 현실을 담고 있지만 사극이 갖는 성공 판타지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두 여왕은 성격 또한 다르다.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김남주)는 맹렬 여성이지만 그 활동은 결국 남편 뒷바라지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현모양처로서 가지는 최고의 위치, 즉 남편을 성공시키는 것이 그녀가 꿈꾸는 최상의 목표다. 하지만 ‘선덕여왕’은 왕비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왕이 되려는 목표를 세운다. 그것은 여왕이 된 덕만(이요원)은 물론이고, 좌절된 꿈이었지만 여왕을 꿈꾼 미실(고현정)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내조의 여왕’이 우리와 공감한 것은 학연 지연 혈연 같은 줄로 연결된 사회가 가진 벽 같은 절망감이고, 그 사회 속으로 편입되지 못한 자들의 절규였다. 반면 ‘선덕여왕’은 여성적 카리스마를 내세워 현 여성성의 사회가 꿈꾸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들은 물론이고 남성들까지 지지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두 편이 모두 ‘여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드라마가 이제 주시청층인 중년 여성층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남성적인 이야기들이 대중적으로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2009 외인구단’은 그 시대착오적 시각이 가진 거부감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한편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참신한 실험성과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의 결과에 머물렀다. 결국 완성도만큼 중요해진 것이 드라마 주 시청층의 취향이라는 것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실험성이 돋보인 상대적으로 젊은 드라마들 역시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탐나는도다’는 17세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만화적인 설정과 이야기로 사극적인 친숙함이 아니라 실험적인 현대극이 갖는 낯설음을 그려낸 문제작이지만 편성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드라마가 되었다. 이것은 ‘돌아온 일지매’나 ‘혼’ 같은 파격적인 드라마 실험을 한 작품들과도 결을 같이 한다. 만화적 상상력이 실험적으로 가미된 이들 작품들의 미완의 성공은, 아직까지는 이런 실험이 드라마의 주시청층들에게는 낯선 체험이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올 한 해 MBC는 드라마에서 다양한 실험들을 했다고 보여지지만 성공은 두 여왕을 빼놓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편중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불황이라는 시대적 정서, 드라마 주 시청층으로 자리한 중장년 여성들, 그리고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로의 변화 등이 만들어낸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9년 MBC 드라마에서 두 여왕의 성공이 햇볕이었다면, 거꾸로 남성드라마들의 실패, 그리고 실험작들의 미완의 성공은 그 그림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빛과 그림자는 언제든 그 상황이 바뀔 수 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올 한 해는 ‘여왕의 해’였다는 점이다.

Posted by 더키앙
1982년입니다. 허름한 만화가게에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처음 접했던 것이 말입니다. 그러니 벌써 몇 년입니까. 이십년 하고도 7년이나 흘렀습니다. '2009 외인구단'이 드라마화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반가움과 함께 걱정이 든 것은 그 세월의 무게를 과연 이 드라마가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죠.

27년이란 세월은 참 많은 걸 변화시켰습니다. 그중 문화컨텐츠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여성들이문화 소비의 주체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정보사회의 도래는 육체노동의 남성중심적 사회의 틀을 변화시켰고, 감성적인 요구에 따라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가속화시켰죠. IMF는 이러한 변화를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도 읽혔습니다. 남성성이 주체가 되는 개발중심적 사고관은 IMF를 통해 그 거품을 드러냈고, 급격히 사회는 여성성을 중심으로 재편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오혜성이라는 캐릭터가 현재에도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혜성이 누굽니까.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어마어마한 순애보를 가진 남성이고, 그 사랑을 위해서는 자신 하나쯤은 희생되어도 좋다고 말하는 캐릭터가 아닙니까. 과연 이런 감성이 지금 시대와 잘 맞을까요.

적어도 드라마 속에서 '가난하지만 노력한다'는 정서는 80년대에는 어필할 수 있었을 지 몰라도, 지금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만큼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얻고 싶은 욕망이 사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문득문득 깨닫게 되죠.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나 '내조의 여왕'의 태봉씨(윤상현) 같은 어딘지 비뚤어진 것 같지만 뭐든 진짜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에 우리는 더 열광하곤 합니다. 씁쓸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부유함은 이제 그 자체로 능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죠.

게다가 "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이 희생적인 분위기는 지금 시대의 쿨한 정서와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우선이고, 그 자신이 번듯해야 타인을 사랑할 능력도 생긴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죠. '가난해도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조금은 구닥다리의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자기 관리 또한 하나의 능력이 되는 사회죠. 물론 외인구단이라는 작품 자체가 그런 것이지만 오혜성은 끝없이 자기 관리에 실패(그것이 외부적 이유 때문이라고 해도)한 인물이고 그런 점은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미래의 어느 한 목표에 모든 것을 걸고 현재를 희생하는 삶이 그다지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아닙니다. 현재적 삶이 더 가치있는 삶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외인구단'은 어린 시절 저를 감동시키고 울렸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시대착오적인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스파르타식으로 외인구단을 구성하는 이야기는 마치 '외인'이라는 말 속에 들어있는 군대식 뉘앙스를 읽게합니다.

그래서 항간에는 오혜성보다는 마동탁이 차라리 이 시대에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딘지 관리되어 있어 보이는 듯한 그 마동탁이 가진 능력과 힘이 더 현실적이라 느끼는 탓이죠. 그런 면에서 '2009 외인구단'이 그려내는 오혜성이라는 캐릭터는 27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불황의 정서가 그 긴 시간의 세월을 역행해줄 것이라 믿었던 것일까요. 보다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오혜성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만일 진짜 그렇다면 오혜성이라는 캐릭터의 탄생은 보편적인 정서 때문이라기 보다는 당대의 특정한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굳이 2009라는 숫자를 달았다면 적어도 그 숫자의 무게에 어울리는 재해석이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Posted by 더키앙
‘솔약국집’vs‘찬란한 유산’vs‘2009 외인구단’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 문영남 작가의 ‘조강지처클럽’ 이후 잠시 주춤했던 주말드라마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주 KBS ‘솔약국집 남자들’은 24.9%(AGB닐슨)로 주말 TV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이제 막 시작한 SBS ‘찬란한 유산’은 단 2회만에 19.6%를 기록하며 주말드라마의 새 강자 자리를 예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활한 MBC 주말 자정드라마로 이현세 원작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극화한 ‘2009 외인구단’이 시작된다. 그 3사3색의 드라마가 가진 특징들은 무엇일까.

먼저 첫 스타트를 끊은 ‘솔약국집 남자들’은 전형적인 가족드라마 형식에서도 늘 대중성을 인정받아온 딸 부잣집 이야기를 아들 부잣집 이야기로 뒤집었다. 약사, 의사, 기자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지만 결혼에 있어서만큼은 어딘지 하자가 있어 보이는 솔약국집 아들들의 좌충우돌 결혼 성공기. 자극적인 드라마들의 홍수 속에서 너무나 건전해 보이는 이 드라마는 바로 그 무자극성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자극을 뺀 대신, 아옹다옹하는 시트콤적인 코믹함이 부각되었다. 오래간만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볼 수 있는 진짜 가족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고전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유산, 상속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고전적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 보아도 늘 흥미로운 소재라는 의미에서다. 아버지의 죽음(실제로는 살아있지만)으로 인해 가진 것 하나 없이(장애가 있는 동생까지 데리고) 길바닥에 나앉은 은성(한효주)이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보험금을 가로챈 비정한 계모의 삶과 대비되면서 극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이승기의 드라마 외도도 흥미롭고,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한효주의 연기도 반갑다.

‘바람의 화원’을 빛낸 두 얼굴, 문채원과 배수빈의 현대극 속 변신도 관전 포인트다. 진정한 유산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이라는 통상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걸 다루는 과정은 꽤 흥미진진한 드라마다.

MBC가 자정 시간대에 해왔던 주말드라마는 지금껏 대부분 그 소구대상을 중년 여성 시청층에 맞춰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 다시 시작하는 주말 자정드라마는 그런 색채를 버리고 좀더 넓은 시청층을 겨냥하고 있다. ‘2009 외인구단’은 까치 엄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현세의 만화로 특유의 남성적인 굵직한 면모를 기대하게 만든다. 야구라는 이색적인 소재 자체가 시선을 끌고, 거기에 비주류와 주류가 부딪치는 사회극적인 요소가 공감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지고지순한 일편단심 오혜성의 사랑이 지금 시대에 얼마만큼 어필할 수 있을 지 의문이지만, 바로 그 점이 어쩌면 오히려 포인트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방송3사가 내놓은 주말 드라마들에 집중되는 관심은 그것들이 모두 과거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공식에서 한 걸음 정도씩은 앞서 있기 때문이다. ‘솔약국집 아들들’은 전형적인 가족드라마 틀에 아들 부잣집 이야기라는 새로움을 더했고, ‘찬란한 유산’은 고전적인 스토리에 보다 극적인 구성으로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2009 외인구단’은 이미 성공한 만화원작이 갖는 안정적인 힘 위에 드라마로서는 새로운 야구라는 소재를 사회극, 멜로, 휴먼드라마의 형태로 엮은 실험작이라 할 수 있다.

주말이 가진 편성적 특성을 감안하고 볼 때, 이 안정적인 면과 새로운 시도가 공존하는 주말드라마의 선택은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주말극의 양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것을 선택하든 일정 수준 이상의 즐거움을 확실히 챙겨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방송3사의 주말드라마. 시청자들의 주말 밤은 이로써 한층 더 다양해졌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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