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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기적을 부르는 ‘고맙습니다’의 드라마 화법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를 그저 훈훈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것이 반쪽 짜리 정답이었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고맙습니다’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들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마치 작은 선행을 담은 이야기가 인터넷에 대서특필됐을 때, 따뜻해지는 가슴과 함께 밀려오는 부끄러움 같은 것이다. 작은 이야기에도 민감해지는 건, 그만큼 감동 없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 ‘고맙습니다’는 이 감동 없는 세상에 던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반어법이다. “고맙습니다”라는 작은 한 마디가 가진 울림은, 그런 한 마디 해주지 못하는 고맙지 않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대결의식이 된다. 당..
이번 주는 드라마들이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호연을 펼치고 있는 연기자들이 유난히도 돋보인 한 주였습니다. 역시 배종옥, 변신 김정민 SBS의 월화드라마,‘내 남자의 여자’는 극의 흐름을 김희애의 독한 연기가 끌어왔는데 이번 주에는 반격에 나선 배종옥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인해 겪는 상처와 분노, 하지만 “그래도 용서해주세요”하는 아이의 애원에 흔들리는 엄마라는 복합적인 내면연기를 ‘역시 배종옥!’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소화해냈습니다. 배종옥은 과장되지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역할에 딱 맞는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MBC의 ‘히트’는 전문성에 대한 비판여론 탓인지 분위기를 멜로에서 전문직쪽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새롭게 전면에 나선 김영두 역의 김정민이 ..
부족함을 따뜻함으로 채운 인물들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에는 캐릭터가 아닌 사람들이 보인다. 드라마에서 스토리를 극화하기 위해 캐릭터들은 어떤 한 부분이 극대화되어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천사표 캐릭터는 한없이 천사가 되고, 악역은 한없이 악역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 우리가 흔히 ‘진부한 선악구도’라고 말하는 설정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선악구도를 의도했다기보다는 드라마라는 또 하나의 세계 속에 스스로 움직이는(작가들은 어느 순간부터 저 스스로 인물들이 움직인다고 한다) 인물들을 드라마의 극적 구도라는 명목으로 억압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고맙습니다’는 살아있는 인물들이 꿈틀대는 드라마이다. ‘악역 없는 드라마’는 극중 인물을 어느 캐릭터로 규정되는 한..
이번 주는 월화 ‘내 남자의 여자’의 강품이 유난히도 강했던 한 주였습니다. 역시 김수현인가 김수현 작가의 독한 대본을 바탕으로 김희애의 독한 연기에 맞선 배종옥의 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시청률은 20%를 넘어 월화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히트’의 부진이 또 한 몫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애초에 전문직 드라마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던 것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멜로 드라마를 표방했다면 이런 어려움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정우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캐릭터들의 멜로 라인이 압권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들은 전문직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차수경이란 캐릭터와 그 연기를 하는 고현정으로 떨어진 시청률을 그나마, 하정우씨의 멜로가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입..
‘내 남자의 여자’ vs ‘고맙습니다’ 주중 드라마의 향배가 정해져가고 있다. 월화는 김수현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승부하는 ‘내 남자의 여자’, 수목은 이경희 작가가 전하는 훈훈한 진심으로 승부하는 ‘고맙습니다’이다. 한쪽은 말많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수다를 자극하고, 다른 한쪽은 말없이 울게 하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달군다. 미드 열풍을 타고 온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지만 그 기대치에 맞는 드라마가 부재한 상황, 이 두 드라마는 전혀 다른 상반된 코드를 가지고 주중의 밤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수다와 손수건’, 당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는 무엇인가. 분노 vs 눈물 ‘내 남자의 여자’는 여성들 속에 잠재되어 있던 분노를 끄집어내 폭발시키는 드라마다. 이것은 모든 불륜드라마..
인간에 대한 예의, ‘고맙습니다’ 드라마를 하나의 캐릭터로 볼 때, ‘고맙습니다’는 얼짱도 몸짱도 아닌 훈남이다. 그런 조어가 가능하다면 이 드라마는 ‘훈작’이라 할만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엉뚱한 설정에 웃음이 나다가도 그 웃음 끝에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따뜻함’. 어쩌면 이다지도 훈훈한 사람들, 훈훈한 이야기로 가득할까. 미안하고 사랑한(미안하다 사랑한다) 후에 고마움(고맙습니다)을 들고 온 이경희라는 작가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 소망이 너무나 작기에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맙습니다’라는 정성어린 밥상은 그래서인지 다 먹고 나면 배의 포만감보다 가슴부터 따뜻하게 채워주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예의 없는 세상 속에서 그것..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지금의 드라마들을 보면 퓨전사극, 트렌디 드라마의 변용으로서의 로맨틱 코미디, 미국 드라마와 우리 드라마 사이에서 접합점을 찾아가는 우리 식의 전문직 드라마의 부상이 눈에 띈다. 이것은 어떤 면으로 보면 모두 새로운 시도로 보여진다. 이런 시도는 구태의연한 설정의 트렌디나 불륜, 불치 같은 자극적인 설정의 과거 드라마들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비롯된 바가 크다. 그 과거 드라마들의 소재 중 현재 그나마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불륜드라마뿐이다. 시절이 독하다 보니 ‘독한 불륜(불륜드라마)’이나 ‘중독성이 강한(전문직 드라마, 사극)’ 혹은 독한 시절 잊고 웃고 싶은(로맨틱 코미디) 쿨한 드라마들만 살아남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따뜻한 인간애 같은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를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