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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우연을 인연으로 엮어주는 공간의 마법 온 우주가 엮어주는 인연? 그들은 어떻게 그리도 우연의 만남이 반복되는 걸까. KBS 의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이어진다. 그 첫 번째 인연은 최수아의 딸 효은(김환희)과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가 유학중 홈스테이 룸메이트로 지낸 데서부터 시작한다. 애니가 사고로 죽자 딸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러 가는 길에 최수아와 서도우는 만나고 마침 애니의 유품이 든 가방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걸 기다리며 두 사람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애니의 죽음은 최수아와 서도우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 그것은 딸을 둔 부모로서의 공감대이면서 죽음을 애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공감대이기도 하다. 그 공감대는 그래서 두 사람의 인연으로 이..
, 공간이 주는 위안과 기억들 비행이 있어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수아(김하늘)는 서도우(이상윤)가 보낸 메시지를 받는다. 조심히 잘 다녀오라는 것. 그런데 그 때 딸 효은(김환희)에게서 전화가 온다. 텅 빈 집에 아이가 혼자 서 있다. 기장인 아빠는 시드니에 있고, 승무원인 엄마는 이제 비행을 하기 위해 공항으로 간다. 그런데 문득 최수아는 그 텅 빈 집에 홀로 있을 아이의 잔상이 마음에 못내 가시처럼 박힌다. 버스에서 내린 최수아는 갑자기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현주언니한테 효은이 데리고 병원 가서 진단서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깜박 했다. 하 김밥. 속은 만들었는데 효은이 한테 말도 못했고. 아 밥을 안했다. 아 김도 없지. 아 내가 뭘 해놓고 나온 거지?’ 그녀는 갑자기 모든 일들이 낯설..
이윤정 PD 연출의 마법 홍설(김고은)이 혼자 사는 자취집은 좁고 허름하다. 한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다. 그래서인지 유정(박해진)이 홍설의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 공간은 더 좁아 보인다. 홍설이 작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따라주는 장면은 그래서 꽤 불편해 보인다. 물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아마도 욕실 같은 곳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장면도 그렇다. 그런데 그 좁고 불편해 보이는 공간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더 설레게 한다. 바닥에 매트리스 하나 깔려 있고 앉은뱅이책상이 하나, 옷장이 하나 정도 놓여진 공간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좁은 공간이 너저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가난한 여대생의 자취방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어찌 보면 꽤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마저 든다. 아마..
부터 까지, 달라진 드라마 속 시간 는 4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은 조선시대에 별에서 와 현대까지의 시간을 살아낸다. 은 유괴되어 살해된 딸을 구하기 위해 14일 전으로 되돌아간 김수현(이보영)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는 휴가 중인 대통령이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3일 씩 세 챕터로 나눠 총 9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400년, 14일, 3일. 최근 SBS드라마들은 그 시간 활용법이 달라졌다. 400년으로 늘리기도 하고 14일 전으로 되돌리기도 하며 3일 간으로 압축시키기도 한다. 여타의 드라마들이 으레 그렇듯 순차적인 흐름의 시간 속에 간간히 플래시백을 넣는 단순한 방식과는 사뭇 다른 시간 활용법이다. 왜 이런 변화를 준 것일까. 시간을 다..
여행지 강박 버리자 이 얻은 것 ‘서울 이 거대한 도시가 기적처럼 잠드는 1년 중 단 하루 설날. 빌딩과 인파 속에 숨겨졌던 낯선 서울의 얼굴을 찾는 단 하루의 마법 같은 시간여행.’ 서울편은 이런 자막과 함께 지금껏 우리가 늘 봐왔던 차와 인파로 북적대는 서울이 아니라 텅 빈 낯선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익숙함에서 낯설음을 찾는 것. 서울편으로 보여주려 한 것은 여행이 가진 이 마법적인 힘이었다. 대학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방 학림다방, 장충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 연지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사무실 대호빌딩, 중랑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 살곶이 다리, 그리고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정동의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중명전과 구러시아공사관. 이 오래된 공간들은 무심코 지나치며 ..
100회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획을 긋다 이 벌써 100회를 맞았다. 게임 하나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00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의 게임은 기존 예능에서 흔하게 했던 가위바위보나 스포츠, 퀴즈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펙터클과 장르적인 스토리텔링, 여기에 스파이라는 고도의 심리전이 결합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게임의 즐거움은 투자한 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좀 더 복잡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게임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은 부담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세련된 게임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
게임 버라이어티의 무한진화, '런닝맨'이 보여주는 것 세상은 넓고, 할 '게임'은 많다. 사실 게임만큼 예능의 오랜 '고정(?) 소재'는 없다. 멀게는 '명랑운동회'에서부터 '캠퍼스 최강전'이나 '출발 드림팀' 같은 예능을 거쳐 단련되어온 게임 버라이어티의 세계는 스튜디오든 야외든 어떤 특정 공간에서의 게임을 다루었다. 그러다 이 공간에 변화가 일어난 것은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만나면서다. 이것은 카메라가 단순히 실내에서 야외로 나간 것이 아니라, 게임의 공간 자체가 확장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여드름 브레이크'나 '경주보물찾기' 같은 특집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도시 전체를 게임의 공간으로 삼기도 한다. '1박2일'은 여행지를 복불복 같은 게임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패밀리가 떴다'는..
‘인생은 아름다워’, 왜 제주도 펜션일까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공간은 제주도의 펜션이다. 물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매력적이지만, 제작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제주도라는 공간은 난점이 더 많다. 일단 거리가 너무 멀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모여서 촬영을 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바람이 많이 불고 기상도 수시로 변해 촬영이 지연되기 일쑤다. 혹 뜻밖의 상황을 맞이해 비행기라도 뜨지 않게 되면 편집이 늦어져 방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제주도의 펜션일까. 물론 추정이지만, 아마도 제주도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결코 쉽지 않은 가족 간..